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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음악일기] 힙합으로 컨트리 '올드함' 깬 '올드 타운 로드'

래퍼 '릴 나스 엑스' 컨트리 음악에 힙합 결합해 '2019년 최고 히트곡' 탄생

2019.07.01(Mon) 15:16:23

[비즈한국] 컨트리 음악은 올드합니다. 적어도 미국에선 말이죠. 미국에서 라디오를 켜고 운전하다 보면 도시에서 시골로 갈수록 힙합, 알앤비(리듬 앤 블루스), 팝이 줄어들고 컨트리 음악이 들리기 시작합니다. 발전이 느린 시골. 그 안에서도 나이 든 사람만이 즐기는 음악이라는 이미지 때문이겠죠.

 

재미난 일이 생겼습니다. 릴 나스 엑스(Lil Nas X)의 컨트리 음악 ‘올드 타운 로드(Old Town Road)’가 올해 최고의 히트곡이 된 거죠. 심지어 컨트리 가수가 아닌 신인 흑인 래퍼의 곡입니다. 대체 무슨 일이 일어난 걸까요?

 

래퍼 릴 나스 엑스(오른쪽)​의 노래 ‘올드 타운 로드’는 컨트리 가수 빌리 사이러스(왼쪽)가 피처링으로 함께했다. 사진=릴 나스 엑스 인스타그램

 

릴 나스 엑스의 올드 타운 로드 뮤직비디오.

 

릴 나스 엑스(Lil Nas X)는 래퍼 지망생이었습니다. 조지아주에서 자란 그는 대학교를 중퇴하고 음악을 시작했습니다. 부모의 반대를 무릅쓴 그는 집을 나와 궁핍한 생활을 해야만 했죠.

 

그는 인터넷에서 30달러를 주고 한 비트(힙합 반주)를 구입했습니다. 네덜란드 프로듀서 영 키오(Young Kio)가 만든 것이었습니다. 나인 인치 네일스(Nine Inch Nails)의 반주와 밴조 연주를 결합한 독특한 힙합 비트였습니다. 힙합이면서 컨트리 음악이었죠.

 

릴 나스 엑스와 영 키오, 둘은 모두 1999년생입니다. 어리디 어린 그들은 정통 힙합보다 오히려 컨트리 음악과 힙합의 조합에 신선한 매력을 느꼈습니다. 2018년에는 릴 우지 버트(Lil Uzi Vert)와 릴 트레이시(Lil Tracy)가 ‘​라이크 어 파머(Like a Farmer)’​라는 컨트리 랩 음악을 발표하기도 했죠. 매우 올드한 컨트리 음악에 최신 트랩 음악을 섞은 게 그들에게는 신선하게 느껴졌을 듯합니다.

 

궁핍한 생활을 하던 릴 나스 엑스는 ‘​올드 타운 로드’​​로 꼭​ 성공하고 싶었습니다. 그는 이 곡을 ‘​컨트리’​ 장르로 발표했습니다. 경쟁이 치열한 인기 장르 힙합과는 달리 인기가 점차 죽어가는 컨트리에서는 쉽게 두각을 나타낼 수 있으리라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인터넷으로 바이럴 활동을 벌이기도 했습니다. 특히 그는 숏 폼 비디오 플랫폼 ‘​​틱톡’​에 주목했습니다. 카우보이 음악을 배경으로 카우보이를 흉내 내는 15초짜리 바이럴 비디오를 만들었습니다. ‘​이-이 하우 챌린지(YEE-YEE HAW Challenge)’​라 불리는 이 영상은 틱톡을 강타하며 거대한 유행을 만들었습니다. 영상과 함께 그의 음악도 커다한 성공을 거뒀습니다.

 

틱톡의 ‘이-이 하우 챌린지(YEE-YEE HAW Challenge)’ 영상 모음. 올드 타운 로드의 음악을 활용했다.

 

원래 올드 타임 로드는 고작 1분 53초밖에 안 되는 곡이었습니다. 1965년 이후 발표된 빌보드 차트 1위 곡 중 가장 짧은 곡이지요. 2분도 되지 않는 곡은 대중적인 음악이 되기에 부적합해 늘릴 필요가 있었습니다. 음반사는 마일리 사이러스(Miley Cyrus)의 아버지이자 베테랑 컨트리 가수인 빌리 레이 사이러스(Billy Ray Cyrus)를 피처링 아티스트로 데려왔습니다. 유명한 셀럽이자 베테랑 컨트리 가수의 피처링으로 올드 타운 로드는 큰 성공을 거뒀습니다.

 

올드 타운 로드는 너무도 빠르게 성공했습니다. 작년 12월에 발매된 곡이 2019년 최고의 노래가 됐으니까요. 라디오 채널에서는 음악을 유튜브에서 다운받아서 틀어야 했을 정도였습니다. 올드 타운 로드의 뮤직비디오는 유튜브에서 일주일 동안 1억 4000만 조회 수를 달성, 역대 최고 기록을 갱신합니다. 빌보드에서도 12주 연속 핫(Hot) 100 차트 1위를 기록했습니다. 워낙 압도적인 차이의 1위라 ‘​휘트니 휴스턴 이후 최고의 히트곡’​​이라는 말까지 생길 정도입니다.

 

카우보이 게임 ‘레드 데드 리뎀션2​​’를 바탕으로 만든 릴 나스 엑스-올드 타운 로드 뮤직비디오. 게임 화면을 뮤직비디오로 냈을 정도로 초기에 이 음악은 작은 프로젝트였다.

 

올드 타운 로드는 큰 논란이 되기도 했습니다. 컨트리 음악으로 볼 것이냐 말 것이냐로 말이죠. ‘​​빌보드’​​​는 ​처음에 ​올드 타운 로드를 컨트리 차트에도 추가했지만 이후 컨트리 차트에서 제외했습니다.

 

평론가들은 이 곡을 컨트리 음악으로 보지 않는 건 ‘​컨트리는 백인이 하는 음악’​​으로 규정한 인종주의 때문이라고 지적합니다. 래퍼 주스 월드(Juice Wrld)의 록 음악이나 비욘세의 컨트리 음악 등을 록 음악, 컨트리 음악으로 받아들이지 않는 것과 같은 이치지요. 이들은 흑인 감성으로 만든 음악이라는 이유로 컨트리 음악을 ‘​​힙합’​​ 카테고리에 가두는 행위를 비판했습니다. 릴 나스 엑스는 이 논란에 대해 “​새로운 음악을 하면 나쁜 반응도 있는 법이다”라고 대답했습니다.

 

빌보드 입장도 이해는 됩니다. 올드 타운 로드는 컨트리 음악을 샘플링 삼아 컨트리 분위기를 냈지만, 정작 장르를 구성하는 비트는 철저하게 힙합적입니다. 음악을 만드는 방식 또한 그렇지요. 의미보다는 리듬감과 어감을 살린 힙합식 가사부터 비트를 구성하는 샘플링 방식, 비트 메이커와 래퍼, 피처링 아티스트가 따로 따로 힘을 합쳐 곡을 만드는 것까지. 철저하게 힙합 방식으로 만든 음악입니다.

 

올드 타운 로드는 음악에 새로운 전기를 보여줍니다. 우선 음악부터 그렇습니다. 더 이상 힙합은 힙합으로만 존재하지 않습니다. 아리아나 그란데처럼 최신 팝이 되기도 하고. 록이나 메탈이 되기도 하며. 심지어 컨트리 음악이 되기도 합니다. 힙합은 모든 장르를 집어삼키고 있습니다.

 

올드 타운 로드는 음악의 성공 방식도 뒤바꾸고 있습니다. 밈(meme)이 되어 인터넷에 퍼트리면 성공한다는 방식 말이죠. 음악이 바이럴 비디오를 만들고, 팬들이 바이럴 비디오를 따라한 영상을 만들어 노래를 홍보하는 시스템이 등장한 거지요. 앞으로 컨트리 음악 나아가 음악 판 자체가 ‘듣기 좋은 음악’​​에서 ‘보기 좋은 음악​​’으로 더 나아가 ‘함께 즐기기 좋은 음악’으로 바뀔지도 모르겠습니다. 컨트리 음악은 물론 음악 홍보까지 뒤집어버린 새 시대의 컨트리 음악, 올드 타운 로드였습니다.​

김은우 NHN에듀 콘텐츠 담당 writer@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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