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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첨단바이오법 '산파' 류영진 전 식약처장 "촘촘한 보완 필요"

"복지부 장관에게 '국민이 우선, 법안 합치자' 제안해 성사…바이오시장 성장 가속화"

2019.08.07(Wed) 17:05:30

[비즈한국] 논란의 여지가 있지만 중증, 희귀·난치질환자들이 첨단 바이오 의약품을 보다 빨리 만날 수 있는 길이 열렸다. ‘첨단재생의료 및 첨단 바이오 의약품 안전 및 지원에 관한 법률 제정안(첨단바이오법)’이 지난 2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면서다(관련기사 '첨단바이오법'은 바이오산업에 약일까 독일까)​. 첨단 바이오 의약품은 살아있는 세포나 유전자를 원료로 만든 약이다. 코오롱생명과학의 ‘인보사케이주(인보사)’ 같은 유전자치료제나 세포치료제가 그에 해당한다. 기존의 합성 의약품으로 효과를 보지 못하는 환자들에게 ‘최후의 보루’로 여겨지기도 한다​.

 

이번에 제정된 법의 핵심은 첨단 바이오 의약품의 특성에 맞는 의약품 허가·심사체계를 마련하는 것이다. 가령 암 등 중대한 질환과 희귀 질환에 약이 사용되는 때에만 시판 후 임상시험을 수행할 조건으로 2상 임상 자료만 거쳐도 시장에 나올 수 있게 됐다. 이로써 바이오 의약품 신약 개발 기간을 단축한다는 게 골자다. 아울러 임상 연구 목적과 질환에 대한 치료 목적이 일치하면 재생의료 치료를 받을 수 있도록 했다. 임상 연구와 관련한 안전 관리는 질병관리본부가 맡는다.

 

첨단바이오법이 제정되기까지 무려 3년이 걸렸다. 그만큼 우여곡절이 상당했다. 내용이 조금씩 다른 네 개의 법안이 발의돼 의견을 모으는 데 난항을 겪은 탓이 크다. 지난해 12월 있었던 보건복지위원회 회의에서는 ‘첨단’이라는 이름을 두고 작은 해프닝이 벌어지기도 했다. 당시 한 의원은 ‘지금 시점에서는 첨단이지만 30년, 50년 후 법에 첨단이라는 용어를 쓰기에는 모호하지 않느냐’고 의견을 밝혔다.

 

결국 제정된 법은 복지부와 식약처의 의견이 통합된 안인데, 여기에는 류영진 전 식약처장의 공이 컸다는 후문이다. 대한약사회 부회장 출신인 류 전 처장은 2017년 7월부터 지난 3월까지 문재인 정부 초대 식약처장을 지냈다. 식약처장 시절 고혈압약 원료인 발사르탄에서 발암물질이 검출된 이후 공동위탁 생동성시험(공동생동 제도)을 폐지하기로 한 바 있다. 공동생동 제도란 생물학적 동등성을 입증하기 위한 시험을 다수의 회사가 비용을 공동으로 지불하고 함께 진행하는 제도다. 지난 6일 ‘비즈한국’은 현재 더불어민주당 부산광역시 부산진구을 지역위원장을 맡아 총선 출마를 준비하고 있는 류 전 처장과 전화 인터뷰를 진행했다.

 

‘첨단바이오법’이 제정될 수 있었던 데는 류영진 전 식약처장의 공이 컸다는 후문이다. 지난 2월 한국바이오의약품협회 정기총회에 참석한 류영진 전 식약처장. 사진=식품의약품안전처 홈페이지


Q. 첨단바이오법 제정에 앞장선 이유는?

A. 국민들이 줄기세포를 맞으러 일본으로 향하고, 이로 인해 일본에 연 1조 원에 달하는 돈이 흘러 들어간다는 이야기가 많았다. 일부 국민들은 브로커를 통해 약을 구한다고도 들었다. 국민, 그 중에서도 특히 기존의 약이 소용없는 환자들을 위해서 꼭 필요한 법이라는 생각이 있었다. 또 고령화 사회에서 바이오산업은 부가가치가 높고 매출도 많이 나오는 엄청난 시장이다.​ 황우석 사태 이후 이쪽 분야가 많이 침체해 있었던 터라 바이오산업을 키워야 한다고 봤다.

 

Q. 첨단바이오법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기까지는 꽤 오랜 시간이 걸렸다. 법안이 한창 논의되던 당시 식약처장으로 활동하면서 가장 주력한 부분은 무엇인가. 

A. 복지부와 의견을 합치는 데 집중했다. 복지부는 이 법이 재생의료와 관련된 법이기 때문에 주관 부서가 되어 법안이 발의되길 원했다. 우리(식약처)는 바이오 의약품에 관계된 법이라고 봤기에 나름의 주장이 있었다. 의원들과 시민단체의 생각도 모두 달랐다. 그러다 보니 중구난방 식으로 흘러갔고 결국 법안이 국회에 계류됐다. 그런데 국민에게 꼭 필요한 법이지 않나. 그래서 박능후 복지부 장관에게 ‘국민이 우선 아니냐. 서로 양보해서 통합 법안을 내자’고 제안했다. 박 장관이 흔쾌히 받아들였고 이후 실무진들끼리 계속 만나 논의했다.

 

Q. 대표적으로 복지부와 식약처가 어떤 점에서 의견을 모았나.

A. 복지부는 병원에서 직접 세포를 재생하거나 배양해서 재생의료를 활성화해야 한다는 법안을 추진했다. 그런데 세포를 배양하려면 안전성이 가장 중요하다. 식약처 입장에서 볼 때 병원 안의 GMP(안전성과 유효성이 입증된 식품이나 의약품을 제조하기 위해 품질 면에서 지켜야 하는 기준) 인증 시설을 갖추는 게 중요하다고 봤다. 이 시설을 관리하는 역할을 식약처에서 하는 게 어떻겠냐고 제안했다. 그래서 식약처가 (인체세포를 채취·수입하거나 검사·처리하는 기관에 대한) 허가권을 갖게 됐다.​ 

 

‘첨단바이오법’은 지난 7월 31일 법제사법위원회에서 의결된 데 이어 지난 2일에는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법사위 앞 복도에 법안 관련 자료들이 쌓여 있는 모습. 사진=박은숙 기자


Q. 이번에 제정된 법으로 인해 바이오산업이 많이 커질 것으로 보나.

A. 물론이다. 바이오 의약품 시장에서 우리나라가 선두주자가 되는 데 뒷받침이 되는 법이라고 생각한다. 대통령에게도 ‘미래 먹거리 산업인 바이오산업이 우리가 집중해야 할 부분이다. 현재 우리나라에서 머리가 제일 좋은 사람이 의대나 약대에 진출해있기 때문에 이 분야 연구를 강화하면 분명 우리나라의 미래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전달했다. 바이오 시장에서 국내 기업이 돈을 벌어오면 국민 기초 복지에 돈을 더 지급할 수도 있다.

 

Q. 제한적으로 임상2상 시험만을 거치고도 의약품이 허가된다고 해도 안전성과 유효성이 제대로 입증되지 않았기 때문에 외국에서 우리나라 약을 수입하지 않으려 할 것이라는 지적이 있다. 따라서 시장이 성장하기 힘들다는 말도 나온다.

A. 안전과 관련해서는 크게 염려하지 않아도 된다. 외국에도 조건부 허가를 해주는 규정이 존재한다. 최종적으로 임상3상을 거치고 완제품으로 출시될 때까지는 시간이 오래 걸리니 비가역적 질환을 앓고 있는 환자들을 위해서라도 약을 먹을 수 있도록 허가해주자는 이야기다.

 

류 전 식약처장의 말처럼 미국은 일정 요건 아래에서 생물의약품의 신속 개발, 신속 승인을 신청하는 제도가 1997년에 제정됐다. 일본은 2013년 5월에 ‘재생의료를 국민이 신속하고 안전하게 받을 수 있도록 하기 위한 종합시책 추진에 관한 법률’을 제정했다. 또 유효성이 있을 것으로 추정되고 안전성이 확인된 재생의료 의약품 및 의료기기는 5~7년의 기간 제한을 두고 조건부로 시판하는 제도도 도입했다. 

 

류영진 전 식약처장은 아직 법 시행까지 1년이 남은 만큼 시행령과 시행규칙을 좀 더 촘촘히 보완해야 한다고 말했다. 지난 1월 류영진 전 식약처장이 의료기기 제조업체를 방문한 모습. 사진=식품의약품안전처 홈페이지


Q. 중증 혹은 희귀난치성 질환만 조건부 허가를 해준다고 해도 부작용이 발생하면 누가 어떻게 책임질지 아직 제대로 논의되지 않은 것 같다. 제2의 인보사 사태가 발생할 수도 있다.

A. 그런 부분들은 시행령이나 시행규칙에서 좀 더 촘촘히 보완할 필요가 있다. 또 임상시험을 할 때는 보험 가입이 의무화된다. 식약처장으로 있을 때도 임상시험과 관련한 법들을 많이 정비했다. 따라서 준비가 돼 있다고 봐도 무방하다. 의사도 (바이오 의약품을) 무분별하게 주는 게 아니라 충분히 설명하고 환자의 동의를 구한다.

 

Q. 최근 인보사 사태를 비롯해 신라젠의 펙사벡도 미국에서 임상 시험 중단을 권고받았다. 바이오 의약품 업계에 하고 싶은 조언이 있다면?

A. 바이오 업체도 회사이다 보니 무조건 빨리빨리 진행하려고 하는데, 그래서는 안 된다. 약의 안전성과 유효성을 충분히 입증해야 한다. 자체적으로 연구개발에 필요한 예산을 확보해서 투자를 강화할 필요가 있다. 또 미국은 의사의 3분의 1이 제약, 바이오 회사 연구소에서 활동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전문가들을 많이 영입한다면 회사와 산업의 발전에 도움이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

 

Q. 이번 정부는 바이오산업에 투자를 강화하고 이 산업을 국가 산업으로 키우겠다는 의지를 강하게 보인다. 하지만 보완이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부분이 있다면?

A. 정부가 바이오산업에 투자를 늘리고는 있지만, 앞으로 이 분야에 더욱 집중적으로 임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이때까지는 연구 과제를 선정하고 연구개발비를 지원하는 데 있어 다소 천편일률적이었다. 하지만 이제는 미래지향적으로 성과를 볼 수 있는 쪽에 좀 더 투자를 늘려야 한다고 생각한다.

김명선 기자 line23@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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