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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동걸 '산은·수은 합병' 폭탄 발언으로 불 지피기?

산은 내부서도 "몰랐다" 주무부처도 부인…청와대와 사전교감 있었나

2019.09.16(Mon) 14:00:35

[비즈한국] 추석 연휴를 앞두고 던진 폭탄 발언이었다. 이동걸 KDB산업은행 회장이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과의 합병을 추진하겠다”고 지난 10일 밝히면서, 정책금융기관들이 추석 연휴가 끝나자마자 분위기 파악에 동분서주하고 있다. 

 

지금까지 확인된 바로는 이동걸 회장의 ‘사견’이라는 데 무게가 실린다. 산업은행 홍보팀은 물론 내부에서 검토조차 된 적이 없는 내용이라는 게 복수 관계자의 설명이다. 하지만 발언 장소나 내용 등을 감안할 때 가볍게 넘어갈 이슈는 아니다. 특히 ‘기사화’가 전제로 된 기자간담회 자리에서 이동걸 회장이 작심하고 합병을 발언한 배경이 있을 것이라는 추론도 적지 않다.

 

이동걸 KDB산업은행 회장이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의 합병을 추진하겠다는 ‘폭탄 발언’을 했다. 사진=이종현 기자

 

# 추석 연휴 전 ‘폭탄 선언’에 정책금융기관들 깜짝

 

추석 연휴 앞둔 지난 10일. 서울 여의도 산업은행 본사에서는 이동걸 KDB산업은행 회장의 취임 2주년 기자간담회가 열렸다. 이 자리에서 이동걸 회장은 “정책금융이 많은 기관에 분산돼 있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며 “면밀히 검토해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의 합병을 정부에 건의하겠다”고 얘기했다. 필요성도 강조했다. 이 회장은 작심한 듯 “정책금융도 구조조정이 필요한 시점”이라며 “합병을 통해 훨씬 더 강력한 정책금융기관이 나올 수 있고, 그러면 집중적 지원도 가능하지 않겠느냐는 생각”이라고 덧붙였다.

 

산업은행도 이 같은 소식에 화들짝 놀랐다. 내부에서 검토된 적이 없는 내용이기 때문. 산업은행 내부 관계자는 “전혀 들은 바 없고 논의된 바도 없는 내용”이라며 “회장님이 그렇게 작심하고 얘기할 줄은 홍보팀도 몰랐다”고 설명했다. 다른 산업은행 관계자도 “수출입은행과의 역할이 겹치는 부분이 많다는 점에 내부적인 여론이 있긴 했지만, 논의된 바가 없기 때문에 이렇게 공식 석상에서 먼저 얘기를 꺼낼 것이라고는 생각도 못했다”고 덧붙였다. 

 

실제 이 회장도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 합병 안을 “정부와 합의되거나 내부적으로 검토되지 않은 사견”이라고 선을 그었는데, 이슈가 확산되자 주무부처인 기획재정부와 금융위원회 역시 “사전 논의나 검토된 바 없는 내용”이라고 입장을 내놓았다.

 

# 수출입은행 반발에도 이동걸 회장 발언 힘 실리나

 

합병의 대상으로 거론된 수출입은행 측은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수출입은행 노조는 성명서를 내 “이미 정부는 산업은행은 대내 정책금융을, 수출입은행은 대외 정책금융을 전담하는 것으로 업무영역을 명확히 구분하고 특히 해외 중장기 사업에 대한 금융지원은 수은에 전담토록 했다”며 “타 국책기관의 고유 업무영역에 기웃거리지 말고, 현재 자신에게 주어진 임무와 역할을 다하라”고 비판했다.

 

하지만 정책금융기관 통합론은 그동안 필요성이 꾸준히 거론된 바 있다. 김기식 전 금융감독원장이 정책위원장으로 있는 더미래연구소는 ‘정책금융기관, 통합형 체제로의 근본적 개편이 필요하다’는 보고서를 통해 “과도하게 나눠져 있는 정책금융기관들을 통합·재편해 정책금융체제를 재구조화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실제 산업은행은 물론 정책금융기관에서는 이미 공공연하게 “조선업 등을 필두로 ‘국내 주요 기업 자금 지원’이라는 가장 기본적인 역할에서 두 은행 모두 공통으로 이름을 올리는 곳이 많다”며 “역할이 겹치는 부분이 적지 않고 운영은 산은이 좀 더 보수적으로 잘 하는 면이 있다”며 통합론이 나오곤 했다.

 

그렇기에 산업은행은 이동걸 회장의 ‘기자간담회 작심 발언’에 주목한다. 특히 산업은행 내부는 이동걸 회장의 ‘힘’에 주목하고 있다. 노무현 정부 시절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을 역임한 이동걸 회장은 문재인 대통령 후보 시절 문재인 캠프에서 경제 대책을 담당했다. 자리를 옮겨 산업은행 회장으로 취임한 후 캠프 인사들이 대거 포진한 청와대 내에서도 어느 정도 ‘발언권’이 있었다는 평이 나왔다. 자연스레 주무부처나 관계부처와의 관계에서 ‘힘 있는 목소리’를 잘 내게 됐다는 게 산업은행 내 중론이다.

 

앞선 산업은행 관계자는 “이동걸 회장이 기자간담회의 무게감을 모르고 얘기하지는 않았을 것”이라며 “지금 수출입은행장이 공석인 점, 정책금융 재편에 대한 목소리가 있는 점, 그리고 청와대 정책 담당자들의 평소 생각이나 스탠스 등을 모두 고려한 뒤 작심해서 ‘산은과 수은의 합병’을 얘기하지 않았겠느냐”고 귀띔했다. 

 

# 현실화 쉽지 않아 “분위기 전환용” 평가도

 

이동걸 회장과 청와대의 교감이 있었는지는 밝혀지지 않았지만, 두 기관은 주무부처가 다른 탓에 이 회장의 얘기처럼 쉽사리 합병될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금융위원회(산업은행)와 기획재정부(수출입은행)는 각 은행의 회장 임명제청도 맡고 있다. 자칫하면 두 주무부처 간 분쟁으로 확산될 수 있다. 그렇기에 이번 발언은 ‘분위기 띄우기용’이라는 평도 나온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문재인 대선 후보 시절 캠프에서부터 ‘국책은행들 역할에 대해 ‘통합 필요성’이 거론됐었다”며 “정권 3년 차로 접어들면서 이를 다시 할 필요가 있다는 점을 환기하기 위한 분위기 전환용 작심 발언이 아니겠느냐”고 평가했다. 

차해인 저널리스트 writer@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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