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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를린·나] 피자, 케밥, 소시지…독일 길거리음식 어디까지 먹어봤니

스트리트 푸드 천국 독일, 대표주자 '커리부어스트' 70주년 맞아

2019.10.17(Thu) 09:26:30

[비즈한국] 얼마 전 베를린에서 유명한 관광 스팟이기도 한 ‘마르트크할레 노인(Markthalle Neun)’에 다시 갔다. 이곳은 번역 그대로 식재료와 음식 등을 판매하는 실내형 시장인데, 오래전 가봤던 곳을 재방문한 까닭은 매주 목요일 열리는 ‘스트리트 푸드 서스데이(Street Food Thursday)’를 한번 경험해보고 싶었기 때문이었다. 평소 딱히 길거리 음식에 큰 관심이 있는 건 아니었지만, 최근 독일 전역에서 길거리 음식 관련 축제와 행사 등이 연달아 열리는 것을 보면서 궁금증이 일었다.

 

축제를 홍보하는 웹사이트 등에 들어가 보면 그렇게 화려하고 글로벌한 축제가 따로 없었다. 독일식 메뉴는 물론이고 전 세계의 메뉴들이 선보이고 때론 국적 불명의 새로운 개발 메뉴들이 등장해 눈길을 끌기도 했다. 푸드 트럭마다 데코레이션과 인테리어는 또 얼마나 다양하던지. 아쉽게도 함부르크, 쾰른 등 베를린이 아닌 도시에서 열리는 대규모 축제 소식을 들으며 ‘베를린에서 만나는 전 세계 음식’을 콘셉트로 매주 목요일에 열리는 ‘스트리트 푸드 서스데이’에 대한 기대감이 컸다.

 

실내형 시장인 ‘마르크트할레 노인’에서는 매주 목요일 오후 5시, 길거리 음식 축제인 ‘스트리트푸드 서스데이’가 열린다. 사진=박진영 제공


목요일 5시, 행사 오픈 시간 직전에 도착했는데도 시장 안은 한산했다. 홀 전체가 ‘스트리트 푸드’로 채워질 것이라고 생각했던 나는 기존 매장들은 그대로 둔 채, 채소 등 식재료를 판매하는 일부 공간만 행사장으로 바뀐 모습에 실망감부터 들었다. ‘전 세계’라고 하기에는 푸드 트럭 숫자도 극히 적었다. 한국, 멕시코, 중국, 인도네시아, 일본, 시리아 등 10여 개 나라의 메뉴와 음료가 판매되고 있었다.

 

몇 개 나라의 메뉴를 ‘경험적’으로 사서 먹어본 나의 평가는 이렇다. ‘소문난 잔치에 먹을 것 없다.’ 맛도 그저 그럴 뿐만 아니라 가격도 상당히 비쌌다. 다른 건 차치하고 다양성이 부족해 선택의 폭이 좁다는 점은 가장 아쉬운 부분이었다. 매주 다른 나라의 푸드 트럭이 입점하는 것인지, 어떤 날에는 특별히 많은 나라의 메뉴들이 선보이기도 하는지, 그것까진 모르겠지만 그날의 경험만 보자면 구경하는 즐거움조차 채워주지 못했다. 다만, 마르크트할레 노인에 원래 입점해 있는 푸드 트럭과 매장까지 둘러본다면 한 번쯤 즐거운 경험이 될 수는 있을 것도 같다.

 

마르트크할레 노인 외에도 베를린에서 길거리 음식을 맛볼 수 있는 곳은 흔하다. 말 그대로 ‘길거리 음식 천국’이다. ‘임비스’라 불리는 간이 매장들이 거리에 가득하고, 일요일마다 열리는 마우어파크의 플리마켓을 비롯해 동네 곳곳에서 열리는 플리마켓에 가면 쉽게 길거리 음식들을 만날 수 있다. 피자, 버거, 케밥, 크레페, 핫도그 등 메뉴도 어찌나 다양한지, 음식만 놓고 보면 누구 말마따나 베를린은 세계의 수도이지, 독일의 수도가 아니다.

 

이쯤에서 독일의 길거리 음식 대표주자 얘기를 빼놓을 수 없다. 알다시피 독일은 소시지의 나라다. 거리에서든 레스토랑에서든 아침부터 저녁까지 흔하게 접하는 식재료가 소시지다. 놀랍게도 독일은 소시지 종류만 1500개가 넘는다고 한다. 종류가 이렇게 많은 데는 그 안에 들어가는 재료의 다양성과 지역적 특색이 만나서이다. 돼지의 고기 부위부터 온갖 내장, 피까지 어느 한 부위도 버리지 않고 알뜰하게 활용해 소시지를 만드는 데다 그 방식 또한 다양하니 그렇게 많은 종류의 소시지가 탄생할 수 있었던 것.

 

베를린 쿠푸르스텐담 거리에 있는 한 커리부어스트 매장. 길거리 음식 대표답게 관광지에는 한 집 건너 커리부어스트 간이 매장이 있을 정도다. 사진=박진영 제공


수많은 소시지 요리법 중에서도 가장 흔하고 보편적인, 길거리 음식의 대표주자가 있으니 바로 커리부어스트다. 구운 소시지를 잘라 그 위에 카레와 토마토 페이스트 등을 섞은 카레 소스를 뿌려 먹는 커리부어스트는 독일 전역에 퍼져 있고, 관광객들에게도 가장 친숙한 음식이다. 보통 종이 접시 위에 감자 칩과 함께 나오는 커리부어스트는 짭조름한 맛 때문에 맥주와 궁합이 일품이다.

 

그 커리부어스트가 얼마 전 70주년을 맞았다는 기사를 읽었다. 1949년 9월 4일이 커리부어스트가 탄생한 날이라는데, 기념일이 있는 음식이라는 사실을 그제야 알았다. 언젠가 우연히 길을 지나다 ‘커리부어스트 박물관’을 보고 장난스럽다고만 생각했는데, 어엿한 박물관까지 갖춘 ‘발명품’이었던 것이다.

 

탄생 스토리는 이러하다. 베를린에서 길거리 음식점을 운영하던 헤르타 호이베르라는 여성이 당시 2차 세계대전 후 베를린에 주둔 중이던 영국 군인으로부터 카레 가루를 얻었고, 이를 섞은 소스를 개발해 소시지 위에 뿌려 팔기 시작했다. 그 맛이 새로웠을 뿐만 아니라 놀랍도록 맛있었던 탓에 메뉴는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다.

 

그로부터 약 10년 후인 1959년 호이베르는 ‘칠리’와 ‘케찹’을 합한 ‘칠업’이라는 이름으로 본인이 개발한 소스에 특허까지 받았다고 한다. 커리부어스트의 탄생을 두고 서로 자신이 ‘원조’라고 주장하는 여러 설이 존재하지만, 대체로 헤르타 호이베르를 그 시작으로 인정하는 데는 이 ‘특허’가 주효한 것으로 보인다.

 

안타깝게도 현재는 그 ‘특허 받은’ 원조 소스 맛을 볼 수 없다. 호이베르가 약 20년 전 사망한 것으로 알려졌는데 자신이 발명한 레시피를 공개하지 않은 채 무덤으로 가져갔기 때문이다. 다행인 것은 특허 소스 못잖게 소문난 커리부어스트 ‘맛집’들이 있다는 사실이다.

 

가장 유명한 곳은 콘노프케가에서 4대를 이어 운영 중인 ‘콘노프케의 임비스(Konnopke’s imboss)’다. 헤이타 호이베르가 소스를 발명한 것보다 훨씬 이전인 1930년부터 소시지 음식을 판매해온 이곳의 커리부어스트를 맛보러 온 관광객의 줄이 늘 길게 늘어서 있다고 한다. 아쉽게도 나는 아직 이곳 커리부어스트를 맛보지 못했지만, 베를린을 방문할 계획이 있는 분들은 한번 경험해보시길. 

 

글쓴이 박진영은 방송작가로 사회생활에 입문, 여성지 기자, 경제매거진 기자 등 잡지 기자로만 15년을 일한 뒤 PR회사 콘텐츠디렉터로 영역을 확장, 다양한 콘텐츠 기획과 실험에 재미를 붙였다. 2017년 여름부터 글로벌 힙스터들의 성지라는 독일 베를린에 머물며 또 다른 영역 확장을 고민 중이다.

박진영 칼럼니스트 writer@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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