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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엔지니어링 그룹 핵심 재무통 영입 둘러싼 뒷말 무성한 까닭

임기 2년 남은 재무책임자 전격 용퇴… 현대차그룹 '정의선 경영권 승계' 실탄 역할로 재조명

2019.11.08(Fri) 17:37:56

[비즈한국] 현대자동차그룹의 핵심 재무 전문가로 꼽히는 도신규 전무(52세)가 이달 1일부로 현대엔지니어링 최고재무책임자(CFO)인 재경본부장으로 발령을 받았다. 이를 두고 현대차그룹이 현대엔지니어링의 기업공개(IPO·상장)에 속도를 낼 것이라는 관측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정몽구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앞쪽)과 아들 정의선 수석부회장. 사진=사진공동취재단


도 전무는 현대자동차에서 재무관리실장, 경영관리실장을 거쳐 2017년 말 전무로 승진해 재경본부장에 이어 올해부터 기획조정1실장(전무)을 맡아 오다 10개월 만에 현대엔지니어링으로 새둥지를 틀게 됐다. 

 

도 전무의 현대엔지니어링 발탁을 놓고 ‘​깜짝 인사라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현대엔지니어링 전임 재경본부장인 이상국 부사장(59세)은 임기를 2년 이상 남겨둔 상태에서 도 전무의 취임으로 갑자기 용태한 것으로 전해졌다. 

 

현대엔지니어링은 현대차의 지배구조 전환의 핵심 회사다. 현대차그룹은 그룹 핵심 재무통인 도 전무를 현대엔지니어링으로 발령 내면서 지지부진했던 지배구조 전환에 속도를 낼 것으로 전망된다.

 

현대차그룹은 ‘현대차→기아차→현대모비스→현대차’로 이어지는 순환출자 구조를 깨고 현대모비스를 정점으로 한 지배회사 체제로 전환을 추진하고 있다. 그런데 정의선 현대차그룹 수석부회장은 현대모비스 지분이 없다. 정 부회장이 아버지 정몽구 회장으로부터 그룹 경영권 승계를 완료하기 위해선 부친이 보유한 현대모비스 지분 7.11%를 상속 등을 통해 확보하고 현대모비스 최대주주인 기아차 지분(17.24%)보다 많은 지분을 보유해 순환출자 고리를 끊어야 한다.

 

정 부회장의 주요 자금줄 중 하나가 바로 현대엔지니어링이다. 현대엔지니어링의 최대주주는 38.62%를 보유한 현대건설이다. 정 부회장은 11.72%를 보유한 2대 주주다. 정 부회장이 최대주주(지분 23.29%)인 물류 계열사 현대글로비스도 현대엔지니어링 지분 11.67%를 보유하고 있다. 정몽구 회장도 4.68%를 가진 주요 주주로 언제든 정 부회장에게 보유 지분 상속 등을 통해 힘을 보탤 수 있는 상황이다. 

 

현대엔지니어링 주식은 장외시장에서 7일 종가 기준 1주당 75만 5000원에 거래되고 있으며 시가총액은 5조 7345억 원이다. 상장에 속도가 붙게 될 경우 기업 가치는 현대차 지배구조 전환이란 호재와 맞물려 폭등할 가능성이 높다는 전망이 우세하다. 그 증거로 현대엔지니어링의 주가는 한때 125만 원을 넘은 적도 있었다. 

 

현대엔지니어링의 직상장 외에 사업영역이 비슷한 현대건설과 합병함으로써 우회상장하는 방안도 거론된다. 다만 현대건설과 합병할 경우 대규모 구조조정은 불가피할 전망이다. 건설기업노조 관계자는 “현대엠코와 합병 이후 ​현대엔지니어링 직원들이 ​권고사직을 당하는 사례가 적지 않았다고 한다. 그럼에도 노조가 없어 규모조차 파악할 수 없었다”고 지적했다. 

 

현대건설과 합병 후 우회상장을 선택할 경우 제일모직과 삼성물산 합병 때처럼 현대건설 가치를 낮추고 정의선 부회장이 주요 주주인 현대엔지니어링 가치를 높여 합병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현대엔지니어링 관계자는 “도신규 전무가 신임 재경본부장을 맡고 있는 것은 맞다. 하지만 당사 상장 여부는 그룹 차원에서 결정할 문제다. 이와 관련한 내용을 모를 뿐만 아니라 어떠한 입장도 밝힐 수 없다”고 말했다. 

 

현대엔지니어링의 외형 성장은 정의선 승계라는 그룹 차원의 전략에 따른 결과라는 해석이 지배적이다. 현대차그룹은 2011년 현대건설을 인수하면서 현대건설의 자회사인 현대엔지니어링을 그룹에 편입시켰다. 

 

현대건설은 원래 현대엔지니어링 지분 72.55%를 보유했었다. 그런데 현대차그룹은 2014년 정의선 부회장이 최대주주였던 현대차그룹 건설 계열사인 현대엠코와 현대엔지니어링을 합병했다. 신주 교부 방식에 따라 현대차의 현대엔지니어링 보유 지분은 절반 가까이 줄었고, 정 부회장과 현대글로비스는 단번에 현대엔지니어링 주요 주주로 올라섰다. 

 

현대엔지니어링은 합병하자마자 외형이 두 배 이상 커졌다. 합병 이후 현대엔지니어링은 건설·플랜트 등 주요 사업과 무관한 업무 등을 하청 방식을 동원해 그룹 물량을 도맡는가 하면 고배당 실시로 정 부회장의 자금줄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현대엔지니어링은 합병 이후 현대엠코가 맡아 오던 현대차그룹 계열사의 자산관리 경비·미화·조경·통근버스 등 용역 사업을 대량 수주하면서 회사 외형을 키웠다. 그런데 현대엔지니어링은 ‘하청’ 방식으로 운영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하청을 통해 현대엔지니어링은 앉아서 매출과 이익이 발생하지만 문제가 발생하면 하청업체가 책임져야 하는 구조”라고 지적했다. 

 

현대엠코와 합병 이후 기타 매출 규모와 전체사업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해마다 늘고 있다. 기타 사업 매출은 합병 첫해인 2014년 4175억 원으로 연결기준 전체 매출의 7.3%를 차지하더니 2017년엔 매출 6조 2682억 원 중 6325억 원(10.1%), 2018년엔 6조 2862억 원 매출 중 7576억 원(12%) 등 현대엔지니어링 매출의 10%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또한 현대엔지니어링은 현대엠코가 담당하던 70개 이상의 신규사업을 사업내용으로 추가했다. 신규사업의 대다수는 귀금속 판매업, 담배판매업, 단체급식사업 등 건설업과 무관한 업종이 대다수다. 현대엔지니어링은 이렇듯 엉뚱하게 기재된 사업 내용을 현재까지도 정리하지 않았다. 

 

현대엔지니어링 관계자는 “실제로 당사가 하고 있는 기타 사업은 경비, 미화, 조경 등으로 시설물 관리사업과 패키지 형태로 묶여 있다. 그룹 계열사들의 업무상 비밀 유지와 관련해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당사가 수행하고 있다. 그 외 기타 사업은 하지 않고 있다”고 해명했다. 

 

현대엔지니어링의 배당성향도 주목받고 있다. 배당성향이란 당기순이익 중 현금으로 지급된 배당금 총액의 비율을 말한다. 정의선 부회장의 배당금 수령 역할을 했던 현대엠코의 역할이 합병을 통해 현대엔지니어링으로 넘어간 상태다.  

 

현대엔지니어링의 배당은 합병 전까지 매해 20억 원대에 머물렀다. 하지만 합병 첫해인 2014년 현대엔지니어링의 배당성향은 56.02%에 달했고, 매해 20%대의 배당성향을 보였다. 특히 2017년 순이익은 3193억 원으로 전년 3612억 원에 비해 13% 줄었음에도 오히려 2017년 배당성향은 27.24%로 전년(22.88%)에 비해 크게 높아졌다. 2018년 순이익도 2860억 원으로 감소했으나 배당성향은 30.14%로 30%대를 돌파했다.

 

현대엔지니어링은​ 합병 첫해인 2014년 1666억 8100만 원 배당을 시작으로 2018년까지 5년간 총 5145억 원을 배당했다. 정 부회장은 이 기간 603억 원을 배당받았고, 현대글로비스를 통한 현대엔지니어링 간접 배당금 수령까지 합하면 모두 750여억 원을 배당받았다. 

 

또한 정 부회장은 현대글로비스 지분 23.39%를 보유한 최대주주로 같은 기간 1250억 원​을 배당금으로 수령했다. 현대글로비스의 배당성향은 20%대에 달한다. 정 부회장이 5년간 현대엔지니어링과 현대글로비스를 통해 받은 배당금만 2000억 원에 달한다.

 

현대엔지니어링과 현대글로비스의 2년간 배당성향은 평균 10%대인 현대차그룹 주요 계열사들의 배당성향에 비해 압도적이다. 그만큼 두 회사가 정의선 부회장의 실탄 마련에 결정적인 역할을 하고 있는 셈이다. ​ 

장익창 기자 sanbada@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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