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면세점 '왕홍 마케팅' 경쟁, 웃는 건 왕홍뿐?

'왕홍 라이브'로 매출 올려도 '출혈경쟁' 탓 수익 적고, 관광객 줄어들 수도

2019.12.10(Tue) 20:44:46

[비즈한국] 신라면세점이 지난 11월 29일 중국의 파워블로거 격이자 SNS 인플루언서를 뜻하는 왕홍(网红)과 진행한 라이브 방송에서 4시간 만에 누적 접속자 1000만 명을 기록하며 새삼 왕홍의 위력을 실감했다. 최고 동시 접속자도 151만 명에 달한다. 신라면세점은 중국의 슈퍼 왕홍인 위얼(瑜儿)의 라이브를 통해 SNS에 민감한 중국 밀레니얼 세대를 공략하고 나섰다. 

 

신라면세점이 지난 11월 29일 중국의 왕홍(网红)과 진행한 라이브 방송에서 4시간 만에 누적 접속자 1000만 명을 기록하며 새삼 왕홍의 위력을 실감케 했다. 사진=신라면세점 제공


위얼은 중국 패션·뷰티 전자상거래 기업 중 하나인 ‘모구지에(蘑菇街)’에서 톱3에 오른 왕홍이다. 신라면세점 관계자는 “향후 지속적인 왕홍 라이브 방송을 위해 모구지에와 업무협약을 체결했으며 매달 한 차례씩 왕홍과 라이브 방송을 진행하기로 협의했다”고 밝혔다.  

 

#‘​왕홍 산업’​ 규모 17조 원 달해  

 

왕홍의 라이브 방송은 엄청난 판매 수익 외에도 막대한 마케팅 효과를 얻는다고 알려져 있다. 일명 ‘왕홍 효과’는 중국의 유명 전자상거래 플랫폼의 매출을 단기간에 300~400% 끌어올리기도 한다. 국내 화장품 업계와 면세점 업계가 ‘왕홍 라이브’에 주목하는 이유다.

 

페이스북과 인스타, 유튜브 등 글로벌 SNS가 모두 막혀 있는 중국에서 웨이보와 위챗, 타오바오 등 중국 내 채널의 인플루언서인 왕홍의 힘은 상상 이상이다. 웬만큼 인기 있는 왕홍은 몇백만 명 이상의 구독자를 보유하고 있어 제품 노출 효과도 좋다. 왕홍이 자신들의 파급력과 영향력을 비즈니스로 연결하면서 이들의 활약은 최근 더 두드러지고 있다. 왕홍이 자신의 채널에서 라이브 방송을 통해 제품을 소개하면 구독자들이 왕홍을 통해 제품을 구매하는 형태다. 

 

중국 마케팅 업체 관계자는 “모바일 활성화와 IT 기술 성장 덕에 중국에서 왕홍은 이제 단순한 인터넷 스타의 개념을 넘어 하나의 중소기업이 됐다. 리뷰와 라이브 방송을 통해 직접 판매하는 비즈니스 모델을 입혔고 왕홍​ 개개인이 하나의 사업체로 자리매김했다”고 말했다. 

 

화장품 업계 관계자 역시 “중국으로 직접 진출할 경우 마케팅 비용 지출이 너무 크고 인허가 문제와 각종 검열, 중국 총판과의 협상 문제 등 어려움이 많다. 반면 왕홍 라이브는 판매에만 집중할 수 있는 효율 높은 퍼포먼스”라며 “왕홍의 세일즈 파워는 기대 이상으로 강력하다”고 전했다. 

 

중국 왕홍 톱10 안에 드는 리쟈치의 경우 2019년 상반기 월평균 매출이 약 32억 원에 달한다. SNS에 올린 사진 속에서 왕홍이 입은 옷과 사용한 화장품 등이 완판 되는 사례는 이제 흔하다. 코트라 자료에 따르면 2016년 중국 왕홍 산업의 규모는 이미 528억 위안(약 9조 원)을 넘었으며 2018년에는 1016억 위안(약 17조 원)에 달한다. 2015년부터 2018년까지 연평균 성장률도 60%에 이른다.

 

2016년 중국 왕홍 산업의 규모는 이미 528억 위안을 넘었으며 2018년에는 1016억 위안에 달한다. 자료=코트라 제공


#재주는 왕홍, 수익도 왕홍, 이것이 ‘​왕홍 효과’​?

 

중국 왕홍 마케팅 관계자는 “올해는 면세점마다 경쟁적으로 왕홍 라이브를 많이 진행했다. 면세점 입장에서 왕홍은 이미 중요한 거래선이 됐고, 인기 있는 왕홍에게 경쟁적으로 좋은 조건을 제시하면서 출혈경쟁이 더 심해졌다”며 “왕홍을 판매 전략으로 세우는 건 좋지만, 면세점들끼리 경쟁이 너무 치열해지면 결국 이익은 왕홍들이 보게 될 것”이라고 염려했다. 

 

또 다른 면세점 관계자는 “면세점이라는 곳이 기본적으로 가격으로 승부하는 곳이다 보니 가격경쟁으로 당장의 매출만 챙기는 구조가 되면서 마진은 적고 매출만 높은 빛 좋은 개살구가 되고 있어 안타깝다”며 “일부 대기업들이 면세 사업에서 재미를 못 보고 빠져 나가는 이유”라고 설명했다.  

 

중국 인바운드 여행 관계자는 “유커가 한국에 오는 주요 이유가 쇼핑인데 왕홍이 라이브 방송을 통해 물건을 직접 팔아버리면 유커가 한국으로 올 필요가 없어지는 것 아니겠나. 면세점 매출은 늘지만, 중국 사람들이 한국 여행을 올 가장 큰 이유가 사라지게 되는 것”이라며 걱정했다.

 

이에 면세점 관계자는 “왕홍 라이브의 효과로 오히려 구독자의 구매욕구는 더 늘어난다. 일반 소비자의 구매욕이 늘면 구매대행을 위해 따이공(보따리상)​의 방문도 더 잦아질 수밖에 없다. 따이공의 입국으로 숙박이나 식당 등의 매출도 증가할 것이고 국내 여행경제 활성화에도 도움이 되리라 본다”며 반박했다. 

 

올해는 면세점들마다 경쟁적으로 왕홍 라이브를 진행했다. 면세점 입장에서 왕홍은 이미 중요한 홍보전략이자 거래선이 됐다. 사진=신라면세점 제공


한국 면세점에서 중국으로 넘어가는 물량은 조 단위가 넘는다. 라이브 방송을 통해 직접 상품 판매를 하는 왕홍은 따이공처럼 일종의 구매대행이라고도 볼 수 있다. 중국 여행업 관계자에 의하면, 연초에는 중국 정부도 이런 형태의 면세점 구매대행을 엄격히 관리하려고 시도했지만 중국 내수 경기가 침체되면서 점차 풀어줬다.

 

왕홍으로 활동하는 젊은 세대가 많고 이를 창업 아이템으로 삼는 경우도 흔해 함부로 강도 높게 규제할 수 없다는 것. 중국 정부에서도 세금을 제대로 내지 않는 이러한 유통 방식이 마음에 들지 않지만 대놓고 압력을 가했다가는 젊은 세대의 지지를 잃을 수 있어 아직은 관망하는 것 같다는 것이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또 다른 여행업 관계자는 “면세 유통은 기본적으로 가격 경쟁력으로 물건을 파는 곳이다. 물량 확보와 가격 경쟁력만 있으면 무조건 팔리는 시장이다. 이제는 중국 면세점들과도 경쟁해야 하는 시기가 왔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에 따르면 중국 각 지역 공항에서도 입국장면세점이 늘어나는 추세다. 중국이 내수 시장 활성화를 위해 마음먹고 면세점 사업을 강화한다면 국내 면세점들도 타격을 입을 수 있다는 것. 최근 중국 입국장면세점에서 화장품류의 제품 경쟁력을 강화하고 있다는 소식도 전했다.

이송이 기자

runaindia@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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