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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습기살균제 피해구제 확대 목전…SK케미칼 떨고 있는 내막

특별법 개정안 국회 환노위 통과…피해 구제에 미온적 태도 보인 SK케미칼 "재판 결과에 따라 대응"

2019.12.19(Thu) 18:34:05

[비즈한국] 가습기살균제 피해구제 특별법 개정안이 지난 16일 국회 상임위원회인 환경노동위원회 전체 회의를 통과해 법사위에 회부되면서 20대 국회 통과 여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개정안이 시행되면 그간 피해 구제에 미온적이었던 SK케미칼(현 SK디스커버리)과 애경 등 업체들은 타격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2018년  1월 환경보건시민센터에서 열린 가습기살균제 피해신고자 보고서 발간 기자회견 모습. 사진=연합뉴스


개정안의 골자는 가습기살균제와 건강상 피해 간 인과관계의 추정 요건을 완화해 구제 받을 수 있는 피해자의 범위를 모든 생명으로 확대했다는 것이다. 현행법상 구제급여와 특별구제계정으로 이원화됐던 지원체계를 피해구제자금으로 통합해 구제범위를 넓혔다. 

 

정부는 가습기살균제 피해자 지원 방식인 1단계(인과 가능성 거의 확실), 2단계(가능성 높음), 3단계(가능성 낮음), 4단계(가능성 거의 없음) 등으로 구분해 1·2단계에는 구제급여(정부인정 피해)를 제공하지만 3·4단계는 특별구제계정(정부미인정)으로 이원화 체계를 유지해 왔다. 

 

3·4단계는 가습기살균제 제조업체가 지원하는 계정인데 SK케미칼 등은 정부가 피해를 인정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배상책임을 인정하지 않았다. 하지만 피해 구제를 확대하는 이번 개정안으로 인해 업체들의 기존 입장은 좁아질 수밖에 없게 됐다. 

 

SK케미칼은 가습기살균제 제품 원료 생산 및 자체 상품을 판매해 근본적 원인 제공자로 꼽힌다. SK케미칼이 가습기살균제에 사용했거나 공급한 원료인 CMIT·MIT, PHMG는 모두 유독물질로 분류된다. 

 

SK케미칼(당시 유공)은 1994년 메칠클로로이소치아졸리논(CMIT)·메칠이소티아졸리논(MIT)을 살균 성분으로 한 최초의 가습기살균제 ‘가습기메이트’를 2001년까지 직접 판매했다. 애경은 2002년부터 SK케미칼로부터 ‘가습기메이트’를 넘겨받아 10년간 판매했다.

 

옥시레킷벤키저는 2001년부터 SK케미칼로부터 폴리헥사메틸렌구아니딘(PHMG)을 추천받아 공급받으면서 2011년까지 ‘뉴가습기당번’을 만들어 판매했다.

 

2017년 가습기살균제 피해 구제 특별법 시행에 앞서 이뤄진 동물 실험에서 옥시의 가습기살균제 원료인 PHMG에서 명확한 인과관계가 드러났다. 결국 옥시는 정부가 인정한 1·2단계 피해자 400여 명에 대해 배상했다. 

 

SK케미칼 측은 그간 PHMG가 가습기살균제 원료로 사용된 사실을 알지 못했다고 주장해 왔다. 하지만 검찰 수사에서 SK케미칼은 옥시에 공급하기 전 PHMG를 가습기살균제 원료로 소개하고 관련 실험도 진행한 사실이 드러났다. 

 

법 시행 전 동물실험에서 인과관계가 불분명했던 CMIT·MIT에 대해 1991년 미국 환경보호청(EPA)은 CMIT·MIT를 산업용 살충제로 등록하고 2등급 흡입독성물질로 지정한 바 있다. 

 

CMIT·MIT를 원료로 하는 ‘가습기메이트’ 판매 전 서울대 보고서는 노출된 실험용 쥐들에 병변이 발생하고 백혈구 수치가 감소해 안정성 검증을 위해 추가 실험이 필요하다고 했다. 하지만 이 보고서 회신 전에 ‘가습기메이트’ 제품이 시중에 유통됐던 것으로 드러났다.

 

가습기살균제 피해구제 특별법 개정안은 올해 7월 검찰이 가습기살균제 사건과 관련 CMIT·MIT, PHMG 성분으로 가습기살균제를 제조·판매해 인명피해를 유발한 혐의로 SK케미칼과 애경 등 관계자 34명을 기소하면서 탄력을 받았다.

 

SK케미칼 관계자는 “당사 관계자들에 대한 재판이 진행 중이다. 이런 상황에서 어떠한 입장도 밝힐 수 없다. 재판 결과에 따라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가습기 살균제 피해구제 특별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한 신창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지난 2016년 8월 18일 국회에서 열린 ‘가습기살균제 사고 진상규명과 피해구제 및 재발방지 대책 마련을 위한 국정조사특별위원회’ 위원에 출석했다. 사진=박은숙 기자


5명의 여야 의원이 개정안을 대표 발의해 병합심의된 결과 환노위를 통과한 개정안이 퇴색됐다는 지적도 있다. 당초 논의됐었던 집단소송제, 일실손해금 등이 누락됐기 때문이다. 가습기살균제피해구제위원회의 위원을 피해자단체가 추천한 사람을 과반수 이상으로 구성한다는 내용도 빠졌다.

 

송운학 촛불계승연대천만행동(촛불계승연대) 상임대표는 “집단소송제가 법에 포함된다면 피해자 중 한 사람 또는 일부가 가해자를 상대로 소송을 하면 그 판결로 다른 피해자들도 구제받을 수 있다. 그리고 피해자가 얻을 수 있는 소득에 대한 손해를 뜻하는 일실손해금도 제외됐다”며 “개정안은 실질적인 배상과 보상에 대해선 미흡하고 피해 범위 확대 외에는 진전된 내용을 찾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김선홍 글로벌 에코넷 상임회장은 “개정안은 미흡한 부분이 많지만 그간 피해구제에 미온적이었던 가해 기업들을 끌어 들일 수 있다는 점은 긍정적이다”라며 “개정안은 이번 20대 국회에서 반드시 통과돼야 한다. 하지만 내년 총선을 앞두고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 됐다. 미흡한 부분들은 이후에도 보완해 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장익창 기자 sanbada@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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