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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랑] 불국사 '복돼지'에게 새해 소원 빌어볼까!

황금돼지해 2007년 극락전 뒤에서 돼지 조각 발견, 이후 복돼지상 만들어 기념

2019.12.24(Tue) 09:57:37

[비즈한국] 떠오르는 태양을 보며 새해 소원을 비는 것도 좋지만, 날이라도 조금 궂으면 해가 아니라 사람들 뒤통수만 보다 오는 낭패를 당할 수도 있다. 그러니 이번엔 조금 색다른 곳에서 새해 소원을 빌어보는 건 어떨까? 

 

누구나 한번은 가봤을 경주 불국사. 청운교, 백운교에 오르면 다보탑과 석가탑, 대웅전으로 이어지는 부처님 나라가 펼쳐진다. 청운교와 백운교 옆 연화교와 칠보교에 오르면 대웅전과 담장 하나를 사이에 두고 극락전이 자리 잡았다. 극락전 앞에는 탑이 아니라 금빛 돼지상이 있다. 그 아래 ‘극락전 복돼지상’이라는 이름이 선명하다. 천년 고찰에 복돼지상이라…. 전혀 어울리지 않는 조합이 만들어진 데는 사연이 있다. 

 

누구나 한번은 가봤을 경주 불국사. 극락전 앞에는 복돼지상이 놓여 있다. 이곳은 내국인뿐 아니라 외국인 관광객들도 꼭 들르는 촬영 명소가 되었다. 사진=구완회 제공

 

#우연히 발견된 불국사 극락전 복돼지

 

60년마다 한 번씩 찾아온다는 ‘황금 돼지해’라며 전국이 들썩이던 2007년 초, 극락전 현판 뒤에서 자그마한 돼지 조각이 우연히 발견됐다. 불국사가 처음 문을 연 통일신라 시대부터 천수백 년, 임진왜란 때 불타고 극락전이 다시 지어진 1750년부터 따져도 250년 넘게 숨어 있던 돼지 조각이 발견된 일은 황금 돼지해와 맞물려 큰 화제를 모았다. 

 

많은 이들이 이곳에 찾아와 복을 빌었고, 불국사 측에서는 아예 ‘극락전 복돼지’라는 공식 이름을 지어주고 기념 100일 법회를 성대하게 열었다. 그러면서 현판 뒤에 숨어 잘 보이지 않는 복돼지를 누구나 쉽게 보고 만질 수 있도록 극락전 앞에 자그마한 복돼지상까지 만들었다.

 

10여 년이 지난 지금도 불국사에는 극락전 복돼지를 보기 위한 발길이 이어진다. 특히 외국인 단체 관광객은 반드시 들러 사진을 찍는 코스가 됐다. 극락전 앞에는 깃발을 든 가이드의 설명에 가볍게 탄성을 지르며 눈을 동그랗게 뜨고 복돼지상을 바라보는 외국인 관광객들이 넘쳐난다. 복돼지상을 만지며 복을 비는 내국인도 줄을 잇는다. 

 

60년마다 한 번씩 찾아온다는 ‘황금 돼지해’라며 전국이 들썩이던 2007년 초, 극락전 현판 뒤에서 자그마한 돼지 조각이 우연히 발견됐다. 사진=구완회 제공

 

2017년에는 로또 당첨자가 “불국사 극락전 앞 복돼지를 쓰다듬고 현판 뒤에 있는 진짜 복돼지에게 로또 1등 당첨되게 해달라는 소원을 빈 다음 극락전으로 들어가 108배를 올린 뒤 로또에 당첨됐다”고 밝히면서 다시 한 번 화제가 됐다. 

 

복돼지상에서 기념 촬영을 한 사람은 극락전 현판 뒤에 숨은 돼지 조각을 찾아보기도 한다. 현판 뒤 기둥을 받치는 공포(栱包) 위에 있는 돼지 조각은 뾰족한 엄니가 드러나 멧돼지처럼 보이는데, 자그마해 사뭇 귀엽다. 보통 사찰의 공포 위에는 조각이 없거나, 있더라도 용이나 봉황 등을 새기기 때문에 돼지가 발견된 것은 매우 희귀한 일이다.

 

#지혜로 부귀를 잘 다스릴 수 있어야

 

복돼지가 발견된 극락전은 서방의 극락정토를 다스리는 아미타불을 모신 곳이다. 중생을 구제하기 위한 아미타불의 서원 중에는 ‘모든 것에 만족하기를 원한다’는 것도 있단다. 극락전 복돼지 안내문에는 ‘세상의 모든 즐거움이 가득하다는 극락정토의 복돼지는 부와 귀의 상징인 동시에, 지혜로 그 부귀를 잘 다스려야 한다는 의미’라고 설명한다. 만족한 삶은 풍요로운 의식주와 더불어 욕심의 끝을 알아 스스로 절제하라는 경계의 뜻도 있다. 

 

그러니 복돼지상을 만지고 현판 뒤의 돼지 조각까지 봤다면 극락전에 들어가 아미타불도 뵙고 가시길. 아미타불 앞에서 두 손 모으고 복을 빌며 스스로 모든 것에 만족하는 것이 가장 큰 복이라는 가르침을 새겨도 좋을 듯하다. 

 

대웅전으로 오르는 청운교(아래)와 백운교(위). 사진=구완회 제공


석가탑과 다보탑이 자리잡은 대웅전 앞마당. 사진=구완회 제공


극락전에 모셔진 금동아미타여래좌상(국보 27호)은 불국사 금동비로자나불좌상(국보 26호), 경주 백률사 금동약사여래입상(국보 28호)과 함께 ‘통일신라 3대 금동불상’으로 꼽힌다. 떡 벌어진 어깨와 당당한 가슴, 잘록한 허리 등에서 사실적이고 세련된 통일신라 불상의 모습을 볼 수 있다. 임진왜란 이후 대웅전에 모셔진 목조석가삼존불의 좀 더 남성적인 모습과 비교해보는 것도 재미있는 일이다. 

 

복돼지를 보러 많은 이들이 찾는다지만, 불국사에서 가장 붐비는 장소는 역시 다보탑과 석가탑이 들어선 대웅전 앞이다. 언제 봐도 화려한 다보탑과 비율이 아름다운 석가탑은 무르익은 통일신라 불교예술의 백미다. 이어지는 대웅전과 무설전, 관음전, 비로전, 나한전 등 전각마다 모셔진 불보살도 저마다 아름다운 자태를 뽐내시니 시간이 허락하면 한 분 한 분 뵙고 인사드려도 좋을 듯하다.

 

〈여행 정보〉


불국사

△위치: 경상북도 경주시 불국로 385

△문의: 054-746-9913

△관람시간: 2월 7시 30~17시 30분, 3~9월 7시~18시, 10월 7시~17시 30분, 11~1월 7시 30분~17시, 연중무휴

 

필자 구완회는 대학에서 역사학을 전공하고 ‘여성중앙’, ‘프라이데이’ 등에서 기자로 일했다. 랜덤하우스코리아 여행출판팀장으로 ‘세계를 간다’, ‘100배 즐기기’ 등의 여행 가이드북 시리즈를 총괄했다. 지금은 두 아이를 키우며 아이들에게 들려주고 싶은 역사와 여행 이야기를 쓰고 있다. ​​​​​​​​​​​

구완회 여행작가 writer@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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