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한국] 생수 판매 1위 ‘제주삼다수’를 생산하는 제주자치도개발공사 노사 간 단체협약안 교섭이 최종 결렬됐다. 노조는 27일 예고한 총파업에 돌입했다. 창사 24년 이래 첫 파업이다. 단체협약 체결까지 난항이 예상된다.
단체협약을 위한 교섭 초반 분위기는 순조로웠다. 제주특별자치도개발공사노동조합(JPDC노동조합·노조)에 따르면 노사는 지난 7월부터 총 19차례에 걸쳐 단체협약 체결을 위한 교섭을 진행했다. 그 결과 지난 9월 실무교섭 합의 내용을 서면화 하고 10월 10일 단체협약을 체결하기로 약속했다.
하지만 이후 3개월간 사측이 교섭 일정을 네 차례 연기하면서 협상에 ‘먹구름’이 드리웠다. 특히 지난 23일 개최된 조정 회의에서 조정이 불성립되면서 갈등이 수면 위로 올라왔다. 지난 25일 사측은 교섭 과정에서 법률적인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는 내용을 사내 게시판을 게시하면서 그동한 양측이 합의한 내용이 백지화될 가능성이 제기됐다.
사측은 단체협약과 관련해 “노사가 체결한 단체협약이라도 일정한 요건을 갖추야만 효력이 인정된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단체협약이 노동조합법에 근거해 체결되지만 지방공기업법을 무시할 수 없다면서 현재까지 도출된 협약 내용을 뒤집을 가능성을 남겨뒀다. 사측의 판단에 걸리는 지방공기업법 조항은 제56조(정관), 제63조(임원의보수), 제65조(예산), 제73조(감독) 등이다.
노조 측은 “단체협약을 진행한 오경수 사장이 본인의 권한을 위임한 이 아무개 이사의 서명과 노동조합을 인정하지 않는 처사”라면서 “관련 판례에 따라 부당노동행위로 판단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노조 측에 따르면 사측과의 19차례 교섭 가운데 세 차례의 본교섭이 있었는데 이 가운데 7월 9일과 8월 20일 개최된 두 차례 본교섭에 오경수 사장이 참석했다. 오 사장이 자리하지 않은 7월 22일 본교섭은 오 사장의 권한을 위임받은 이 아무개 이사가 참석했기 때문에 교섭 내용은 유효하다는 주장이었다.
노조 측은 사측이 교섭 과정에서 법률적인 검토를 거쳤다면서 사측의 주장을 이해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노조 관계자는 “사측이 법률적인 규정을 언급하고 있지만 어느 조항이 어떻게 문제되는지 설명하지 못하며 단체협약의 기본법률인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집단적 노사관계 업무매뉴얼(2016)’에 배치된다는 근거를 하나도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노조는 “사측은 노조가 설립된 이후 변호사, 노무사를 충원해 면밀하게 단체교섭을 대응했다”면서 “노조 측 역시 노동전문변호사, 노무사 등과 함께 다른 공공기관(지방공기업 포함)에서 체결된 단체협약안을 놓고 협약안을 조율했다”고 말했다.
노조 반발에 사측은 해당 게시글을 내렸다. 사측은 26일 비즈한국과의 통화에서 “현재 노조 측과 합의안을 도출하기 위해 회의가 진행되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새벽까지 이어진 회의에서 양측 단체교섭 합의는 결렬되면서 노조는 예정대로 총파업에 돌입했다.
노조는 지난 23일 제주지방노동위원회 주재로 열린 노사 간 조정회의에서 조정이 불발된 이후 노조원 97.3%의 동의로 27일 총파업을 계획한 바 있다. 노조 관계자는 “새벽까지 이어진 조정 회의에서 아무런 성과 없이 협상이 최종 결렬됐다”면서 “계획대로 총파업에 돌입한다”고 말했다.
이번 파업은 삼다수 생산에는 큰 영향을 미치지 않을 전망이다. 현재 삼다수 생산라인은 겨울철 정비 기간으로 내년 초에 재가동된다. 다만 가공용 감귤 처리에는 차질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제주개발공사는 현재 감귤가공 공장을 24시간 가동하고 있다.
박호민 기자 donkyi@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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