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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중 패권다툼, 이제는 '디지털 화폐전쟁'으로

중국 '디지털 위안화(CBDC)' 발행에 "북한 핵개발 활용" 우려…"위기감 과장됐다" 지적도

2020.01.03(Fri) 14:40:44

[비즈한국] 미국이 만든 최고의 수출품은 달러다. 어느 나라에서든 어떤 재화로도 교환할 수 있으며, 세계 경제를 미국과 연결하는 매개체 역할을 한다. 달러 체제가 이어지는 한 미국의 글로벌 패권도 흔들림 없을 거란 분석은 자명해 보인다.

 

올해 이런 달러 패권에 위협적 도전자가 등장한다. 중국 인민은행은 올 상반기 중에 선보일 위안화에 기반을 둔 ‘중앙은행 디지털 화폐(CBDC)’가 그 주인공.

 

중국은 올 상반기 ‘중앙은행 디지털 화폐(CBDC)’를 만들어 달러 패권에 도전한다.

 

CBDC는 리브라·비트코인·이더리움 같은 암호화폐(가상화폐)가 아니라, 알리페이·위챗페이처럼 실물 결제용으로 사용하는 디지털화폐다. 중국 국영은행은 물론 이동통신사·텐센트·알리바바 등이 참여해 거대 위안화 디지털통화 생태계를 구축할 계획이다.

 

지난해 10월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블록체인 혁신 발전에 속도를 내야 한다”고 강조하며 드라이브를 걸고 있다. 최근 블록체인 업계 소식통을 인용한 중국 현지 보도에 따르면 인민은행은 1000억 위안(약 16조 6500억 원) 규모의 디지털 위안화 발행을 준비 중이다. 

 

중국은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부터 위안화 국제화에 시동을 걸었으며, 2014년부터 블록체인 기술을 응용한 디지털 화폐 발행을 연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무창춘(穆長春) 인민은행 지불결제국 부국장은 지난달 21일 베이징에서 열린 중국 금융 포럼에서 “인민은행의 디지털화폐는 대중이 알고 있는 암호 자산이 아닌, 디지털화 한 것”이라고 언급했고, 지난해 8월에는 “부르면 나올 수 있는 단계에 이르렀다”고 밝힌 바 있다.

 

첫 도입 무대는 선전과 쑤저우다. 두 도시는 각각 홍콩과 상하이에 인접해 있다. 중국의 교역과 국제금융 중심지에서 무역결제와 자금 송금을 통해 디지털 위안화를 세계로 유통시키겠다는 것이다. 

 

더불어 암호화폐 거래소를 정부의 인·허가제로 바꿔 중앙정부가 통제할 계획이다. 중국은 중앙정부의 지원으로 블록체인응용연구센터·글로벌 블록체인 비즈니스 협의회 중국센터·중관촌 블록체인연맹·중국 전자학회블록체인전문위원회 등 약 20개 조직을 만들어 연구·개발(R&D)에 나서고 있다.

 

중국 공업신식화부(CMIIT)는 ‘전국 블록체인 및 분산식 장부 기술 표준화 기술위원회’를 발족하는 등 체계적 생태계 확장을 시도하고 있다. 미국과 패권 경쟁을 벌이고 있는 중국이 블록체인을 활용한 위안화 CBDC를 통해 새로운 제국을 건설하겠다고 선전포고를 날린 셈이다. 

 

중국은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국제통화기금(IMF)의 특별인출권(SDR)을 새로운 기축통화로 활용하자며 미국을 자극해왔다. 물론 중국 정부는 탈세·자금세탁 등 지하경제 양성화를 표면적 이유로 밝혔다. 그러나 물밑에서는 제3세계 국가들의 참여를 호소하며 디지털 위안화 생태계 확장을 시도하고 있다.

 

달러화 체제에 편입되지 않은 국가들을 중심으로 위안화를 통용하겠단 계산이다. 현재 1순위 영입대상은 북한·이란 등 미국으로부터 경제 제재를 받고 있는 나라다. 뤼차오(呂超) 랴오닝성 사회과학원 연구원은 지난해 12월 ‘글로벌 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북한은 블록체인·암호화폐 연구에 협력해 상호 이익을 얻을 수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블록체인 업계 관계자는 “중국이 미국에 뒤처진 금융 경쟁력을 퀀텀 점프하기 위한 조치며, 해외와의 교역 네트워크를 통해 위안화 국제화도 이룰 수 있다”고 분석했다. 

 

이에 대한 미국의 위기감도 깊다. 달러 체제의 약화와 더불어 추적이 어려운 디지털 위안화가 자칫 적성 국가로 흘러들어 갈 수 있어서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세계 경제에서 미국의 비중이 감소하는 데 비해 중국·인도의 비중이 확대돼 여러 나라들이 달러의 대안을 찾고 있다”며 “극단적으로 중국이 북한의 핵 프로그램 자금 조달에 암묵적으로 허용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현재 미국 하원과 증권거래위원회(SEC)는 암호화폐 발행에 부정적인 입장이며, 페이스북 리브라·텔레그램 그램 등을 차단한 상태다. 암호화폐의 권리 증명과 관련해 미국 증권거래법과 충돌이 있고, 개인정보유출·정보독점 등의 부작용이 있다고 판단해서다. 

 

그러나 최근에는 미국 내에서도 달러화의 암호화폐 발행을 서둘러야 한다는 주장이 고개를 들고 있다. 블록체인을 비롯해 5세대(5G) 이동통신망 등 여러 신기술 분야에서 중국에 뒤처지기 시작했다는 위기감의 발로다.

 

한편에서는 중국의 디지털 위안화 발행과 관련한 위기감이 지나치게 과장됐다는 지적도 나온다. 디지털 위안화가 통용되려면 중국뿐만 아니라 교역 상대국도 같은 블록체인 표준을 마련해야 하는 데다 중국 정부가 중앙집권적으로 발행하기 때문에 익명성과 개인정보보호가 담보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블록체인 업계 관계자는 “중국의 디지털 화폐는 분산형이 아니라 집중형이라 쉽게 사용하기 어려우며 거래 정보가 고스란히 노출돼 사용을 꺼리게 만든다”며 “이를 상쇄할 조치가 없다면 글로벌 입지 강화는 한계가 있을 수 있다”고 내다봤다.

김서광 저널리스트​ writer@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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