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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 '8시간 30분 혈투' 조원태 승리로 끝난 한진칼 주총

주주권 확인, 안건마다 반대발언·개표로 수 시간 걸려…식사 거른 주주들 피로감 호소

2020.03.27(Fri) 19:27:23

[비즈한국] 조원태 회장이 ‘조현아 전 부사장-KCGI(강성부펀드)-반도건설’ 3자연합과의 한진그룹 경영권 분쟁에서 승리했다. 한진그룹 지주사인 한진칼은 27일 서울 중구 한진빌딩에서 제7기 정기주주총회를 열고 △2019년 재무제표 승인 △사외이사 선임 △사내이사 선임 △이사 보수한도 승인 건을 사측 원안대로 통과시켰다. 3자 주주연합은 사외이사, 사내이사, 기타비상무이사 선임과 정관 일부 변경의 건에서 주주제안을 냈지만 통과되지 않았다. 대표이사와 이사회 의장을 분리하는 것을 핵심으로 하는 한진칼 측의 정관 일부 변경 건은 의결정족수 미달로 폐기됐다. 

 

한진칼이 27일 서울 중구 한진빌딩에서 제7기 정기주주총회를 열고 △2019년 재무제표 승인 △사외이사 선임 △사내이사 선임 △이사 보수 한도 승인 건을 사측 원안대로 통과시켰다.​ 사진=차형조 기자

 

#소독‧문진 없이 입장, 다닥다닥 붙어 8시간 30분 머문 한진칼 주주들


8시간 30분. 당초 예정된 한진칼 주총 개회 시간부터 실제 폐회까지 걸린 시간이다. 주요 주주의 사전 의결권 확인 절차가 지연되자 한진칼은 오전 9시 예정된 주총을 2시간가량 늦게 시작했다. 한진칼 관계자는 “주요 주주 간 위임장 사전 확인 절차를 진행 중이다. 중복 의사 표시한 표가 있어서 재차 확인하고 있다. 특별히 양해해주시면 감사하겠다”며 세 차례 이상 안내했다. 안건별로 조원태 회장 측과 3자 연합 측 우호 주주가 찬반 의견을 개진하면서 안건 상정에서 표결까지는 수십 분이 소요되기도 했다. 참석 주주는 개별 안건마다 투표지로 의결권을 행사했고, 개표는 전자개표가 아닌 수개표로 이뤄졌다.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방역은 허술했다. 주총장 입장 절차는 건물 1층 열화상카메라와 26층 주총장에서의 비접촉식 체온 측정, 주주확인뿐이었다. 별도 문진표 작성이나 손소독 절차는 없었다. 주총장 내부는 좌석이 부족해 간이 의자가 비치됐는데, 주주 간 좌석 간격은 30cm에 불과했다. 대부분 마스크를 착용한 모습이었지만 한진칼 측이 제공한 다과를 먹거나 발언 시 마스크를 벗는 주주도 눈에 띄었다. 5시간 동안 밀폐된 주총장은 오후 2시경이 되서야 위생 문제로 외부 창문을 개방했다.

27일 열린 제7기 한진칼 정기주주총회장 전경. 사진=차형조 기자


주주 자격으로 참석한 채이배 민생당 의원이 발언하는 모습. 사진=차형조 기자


한 주주는 “코로나19 사태로 범국가적 차원의 거리두기를 연일 강조하고 있다. 이 엄중한 시기에 좁은 공간에 4시간 이상 인질로 잡혀 있다. 연차보고서를 보니 직원이 30명이다. 시간과 비용을 감안하면 사전 접수된 대주주 위임장은 어제 확인할 수 있었다. 이후에는 이런 문제점을 개선해야 한다. 주총 당일 의사진행이 지연되지 않도록 간곡히 부탁드린다”고 말했다.

다른 주주는 비즈한국에 “아침부터 모여서 저녁까지 주총을 하는데 점심을 안 주는 것은 고사하고 점심 먹을 시간도 주지 않았다. 한 시간 정도 정회할 수 있는데 주주에 대한 배려가 없는 듯 같다. 21세기에 OMR 검표기도 없이 수 시간째 검표를 하다니 어떻게 하면 소액주주를 주총에 반영하지 않을 지 연구한 듯하다. 지분 확보가 주총에서 가장 큰 준비였냐”고 반문했다. 

#2019년 연결기준 순손실 2396% 늘어…“(별도 기준) 최대 실적 달성” 


한진칼의 2019년 실적은 크게 악화했다. 이날 승인된 재무제표에 따르면 2019년 한진칼은 연결기준 2591억 7750만 원의 순손실을 냈다. 2018년 103억 7960억 원 대비 (2487억 9790만 원) 2396.98% 늘어난 규모다. 2019년 매출액은 1조 2034억 9771만 원으로 전년대비 7.77%(1013억 9479만 원) 감소했다. 

 

27일 서울 중구 한진빌딩에서 열린 한진칼 제7기 정기주주총회에서 의장을 맡은 석태수 대표이사 모습. 사진=차형조 기자


의장을 맡은 석태수 한진칼 대표이사는 인사말에서 “한진칼 임직원 모두는 주주 여러분의 크나큰 성원에 보답하고자 지난 한 해 최선을 다해 노력했으며 그 결과 영업수익 651억 원과 영업이익 486억 원(IFRS 별도 기준)이라는 최대 실적을 달성했다. 특히 2019년은 미‧중 무역 분쟁, 한‧일 관계 악화 등에 따른 항공‧관광산업 불황으로 경영 환경이 매우 어려웠음에도 불구하고 이런 성과를 달성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남다르다”고 말했다 
 
#경영권 방어 성공한 조원태 회장, 한진칼 추천 후보 7명 전원 이사 선임 

한진칼 이사진은 사측 추천 인사 7명으로 확정됐다. 사내이사에 조원태 한진칼 및 대한한공 대표이사 회장, 하은용 한진칼 및 대한한공 부사장(CFO)이, 사외이사에는 김석동 법무법인 지평 고문, 박영석 서강대 경영대학 교수, 임춘수 마이다스 프라이빗에쿼티(PE) 대표, 최윤희 건국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이동명 법무법인 처음 대표변호사가 선임됐다. 

이로써 한진칼 이사는 총 12명으로 늘었다. 주총 직전 한진칼 이사진은 사내이사 2명, 사외이사 3명(임기만료 1명 제외)이었다. 이날 한진칼은 2020년 이사 보수한도를 50억 원으로 전년과 동일하게 책정했다. 한진칼이 2019년 이사 7명(사외이사 4명)에게 실제 지급한 보수는 총 25억 2000만 원이다.

안건에 대해 발언하는 3자 연합 측(위)과 일반 주주 모습. 사진=차형조 기자

안건에 대해 발언하는 3자 연합 측(위)과 일반 주주 모습. 사진=차형조 기자


조현아 전 부사장-KCGI-반도건설 3자연합이 추천한 이사 후보 7명 선임 건은 모두 부결됐다. 앞서 3자 연합은 사내이사 후보로 김신배 포스코 이사회 의장, 배경태 전 삼성전자 중국총괄 부사장을, 사외이사 후보로 서윤석 이화여대 경영학부 교수, 여은정 중양대 경영경제대학 교수, 이형석 수원대 건축도시부동산학부 교수, 구본주 법무법인 사람과 사람 변호사를, 기타비상무이사 후보로 함철호 전 티웨이항공 대표이사 사장을 추천했다.

한 주주는 사내이사 선임 표결에 앞서 “조원태 회장은 2013년 한진칼이 대한항공에서 분사할 때 상표권을 무상으로 양도받고 7~8년간 대한항공이 만든 브랜드 가치를 2000억 원이라는 수수료 명목의 사익으로 편취했다. 또 공정거래위원회는 2016년 대한항공의 면세품 수익을 편취한 혐의(일감몰아주기) 혐의로 사이버스카이와 유니컨버스에 14억 3000만 원의 과징금을 부과하고 (조원태 당시 부사장을) 검찰에 고발했다. 이는 지금 대법원에 계류 중이다”며 “그동안 조양호 회장의 배임과 횡령 그리고 탈세 범죄에 대해서 사실상 동조 또는 방조했다고 보이는 조원태 회장이 기업 가치에 어떤 역할을 할 수 있을지 궁금하다”고 말했다. 그러자 다른 주주는 ”해당 사안은 법원에서 판결이 날 것이기 때문에 검표할 것을 요청한다“고 응했다.

#양측 정관 변경 제안은 모두 의결 정족 미달로 폐기 

특별 결의사항인 정관 일부 변경에서 조원태 회장 측과 3자 연합 측 제안은 모두 의결정족수 미달로 부결됐다. 특별 결의사항은 출석자 3분의 2, 발행 주식 수 3분의 1이상 동의가 필요하지만 양측은 출석자 동의 요건을 충족하지 못했다. 이로써 대표이사와 이사회 의장을 분리하는 내용은 한진칼 정관에 실리지 못하게 됐다. 

앞서 한진칼은 △이사회 소집권자를 기존 ‘대표이사 또는 이사회에서 정한 이사’에서 ‘각 이사 또는 이사회에서 정한 이사’로 확대하고, △​이사회 의장을 기존 소집권자에서 이사회에서 정한 이사로 바꾸는 내용을 핵심으로 하는 정관 변경안을 제시했다. 이밖에 사내 내부거래위원회를 거버넌스위원회로 확대 개편하고 보상위원회를 신설하는 안을 포함시켰다. 한진칼 측 각 안은 참석 주주 50% 이상의 찬성을 받았지만 의결정족수에 미치지 못했다.

3자 연합이 제시한 정관 변경의 건 10개 의안도 모두 부결됐다. 3자 연합은 △이사회의 구성, 권한 및 소집, 이사회의 의장 관련 △이사회 내 위원회, 위원회 관련 △개정 관련 시행일 관련 조항 변경하는 안건에서 한진칼 측과 대치되는 안건을 냈다. 이밖에 △전자투표제 도입 △이사 자격 기준 △이사회 의장 요건(사외이사) △이사회 성별 구성 규정(한 성별이 전체를 이루지 못함) 등의 조항을 신설하는 내용의 안을 냈다. 

이날 주총에 참석한 주주는 위임장 제출을 포함해 총 3619명(4864만 5640주, 의결권 보유 주식의 84.93%)이다. 24일​ 서울중앙지법 의결권 행사 불허 결정(​2020카합20509)에 따라 반도건설 계열사인 대호개발, 한영개발, 반도개발이 보유한 주식 합계 485만 2000주 중 189만 3477주는 이날 주총에서 의결권을 행사하지 못했다. 3자 연합 측은 출석주주 및 주식 수 보고가 끝나자 “세 회사는 3월 26일자로 관련 법안 결정에 불복해 즉시 항고를 제기했다. 즉시 의결권 제한으로 인해 본 총회에서 표결 결과가 달라지는 경우 추후 관련 결의의 효력이 문제될 수 있다는 점을 지적해 달라”고 말했다.​

차형조 기자 cha6919@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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