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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랑] 코로나 물러가라고 기원해볼까, 파주 용미리 마애이불입상

20미터 가까운 거대한 두 부처님 '볼거리'에 색다른 전설도 흥미

2020.03.31(Tue) 15:43:28

[비즈한국] 바깥 출입이라고는 동네 걷기가 고작인 ‘코로나19의 시대’. 싱그러운 봄바람 맞으며 동네 꽃길을 걷는 것도 좋지만, 아이가 걷기에 질렸다면(?) 스케치북 하나 들고 그림 나들이는 어떨까. 아이 눈이 번쩍 뜨일 만큼 색다른 볼거리가 있고, 켜켜이 쌓인 역사 이야기가 재미나고, 사람까지 드물다면 금상첨화다. 경기도 파주 용미리의 마애이불입상은 이 모든 조건을 두루 갖춘 곳이다. 이왕 갔다면 옛 사람들의 소원을 들어주던 거대한 부처님께 전염병을 빨리 물리쳐달라고 기원을 올려도 좋을 것이다. 

 

바위에 부처님 두 분을 새긴 ‘파주 용미리 마애이불입상’은 17.4m에 달하는 거대한 크기가 가장 먼저 눈길을 끈다. 사진=구완회 제공

 

#고려 공주의 전설이 깃든 거대한 불상

 

주차장에 차를 대고 숲길을 100m쯤 걸어가면 바위를 깎아 만든 거대한 불상 둘이 눈앞을 막아선다. 이들의 공식 이름은 ‘파주 용미리 마애이불입상’(보물 제93호). 파주 용미리는 지역명이고 ‘마애’는 바위에 글자나 그림을 새기는 것, ‘이불’은 부처님 두 분, ‘입상’은 서 있는 조각상을 뜻한다. 그러니까 ‘파주 용미리 바위에 부처님 두 분을 새긴 불상’이 되는 셈이다. 

 

우선 눈길을 끄는 것은 17.4m에 달하는 거대한 크기. 얼굴 높이만 2.4m에 달한다. 천연 암벽을 음각하여 몸체를 표현하고 머리만 따로 만들어 그 위에 올린 방식 또한 특이하다. 네모난 갓을 쓴 오른쪽 불상은 손을 모아 합장을 하고, 둥근 갓을 쓴 왼쪽 불상은 조금 더 큰 키에 연꽃 줄기를 들고 있다. 보통 연꽃을 들고 있으면 석가모니불이라 보는데, 바위에 새긴 명문에 미륵불이 나와서 미륵불로 추정한단다. 왼쪽이 남성, 오른쪽이 여성을 표현했다는 이야기가 전해오기도 한다. 

 

이곳에 불상이 들어선 것은 고려 시대로 추정된다. 통일신라의 세련미 대신 거대한 크기를 자랑하는 것은 고려 불상의 특징이기 때문이다. 파주 용미리 마애이불입상은 논산 관촉사 석조미륵보살입상(17.8m)에 이어 우리나라에서 두 번째로 키가 큰 불상이다. 

 

오랜 세월 자리를 지킨 불상에는 신기한 전설도 전해온다. 때는 고려의 13번째 왕인 선종(재위 1083~1094)이 나라를 다스리던 시절, 아들 낳기가 소원인 왕비의 꿈속에 도승 둘이 나타나 “우리는 장지산 남쪽 기슭에 있는 바위틈에 사는데 지금 매우 시장하다”고 말하더란다. 다음날 사람을 보내 알아보니 장지산 아래 두 개의 큰 바위가 나란히 서 있었고, 이를 신비롭게 여긴 왕이 바위에 꿈속의 두 도승을 새기고 절을 지었더니 왕자가 태어났다는 것이다. 덕분에 마애이불입상은 ‘아들 낳는 바위’로 알려졌고, 불상의 조성연대는 11세기 초반으로 추정되었다. ​

 

불상 옆 용암사는 거대한 불상을 조성하면서 만들어진 것으로 추측된다. 창건 연대와 상관없이 지금 볼 수 있는 용암사의 건물들은 가장 오랜 것도 일제강점기를 넘지 않는다. 이때 절을 재건하면서 이름도 용암사로 바꾸었다고 한다. 사진=구완회 제공

 

#알고보면 조선 시대 불상?

 

하지만 1995년에 불상의 명문을 새롭게 해석하면서 조선 세조 때에 만들어졌다는 주장이 제기되었다. 기존에는 마모가 심해 읽을 수 없었는데, 최신 과학기술을 이용해 판독을 했다고 한다. 이에 따르면 명문은 “성화 7년(1471) 7월에 세조와 그 부인 정희왕후가 미륵부처 용화회에 참석해 깨달음을 얻을 것을 기원한다”는 내용이라고. 또 연꽃을 든 불상이 쓴 둥근 갓은 고려 말에서 조선 초기에 유행하던 스타일이니, 고려 초기인 선종보다는 조선 초 세조일 가능성이 더 높다는 것이다. 

 

이게 맞다면 용미리의 불상은 세조와 정희왕후를 미륵불 형상으로 묘사한 부부상이 된다. 그래도 여전히 고려 시대의 불상으로 보는 견해가 다수다. 불상에서 고려 시대의 특징이 너무도 명확히 드러나고, 불상의 명문은 나중에 새겨 넣었을 가능성도 있기 때문이다. 

 

불상이 만들어진 시기가 언제냐에 따라서 불상 옆 용암사의 창건 연대도 결정된다. 아담한 절의 규모로 보아 거대한 불상을 조성하면서 사찰을 만들었다고 보는 것이 합리적인 까닭이다. ​

 

창건 연대와 상관없이 지금 볼 수 있는 용암사의 건물들은 가장 오랜 것도 일제강점기를 넘지 않는다. 이때 절을 재건하면서 이름도 용암사로 바꾸었다고 한다. 대웅전은 1979년, 봉덕사종을 본떠 만든 범종이 있는 범종각은 1984년에 세워졌다. 

 

1953년에는 이승만 대통령 내외가 이곳을 다녀가면서 절 입구를 지금 모습으로 확장했다고 한다. 물론 이승만 대통령도 마애이불입상을 참배했다. 80세에 가까운 대통령과 50세를 훌쩍 넘긴 영부인이 아들 낳기를 소원하진 않았을 것이다. 그렇다면 전쟁을 막 끝낸 나라가 발전하기를 기원하지 않았을까? 그렇다면 불상들이 소원을 들어준 셈이다. ​

 

색다른 볼거리와 역사 이야기가 담긴 마애이불입상. 간절한 마음을 담아, 코로나19가 어서 물러나기를 부처님께 기원해볼까. 사진=구완회 제공

 

<여행메모>


파주 용미리 마애이불입상 

△위치: 경기도 파주시 광탄면 용미리 산9

△문의: 031-940-5831(용암사)

△관람시간: 24시간, 연중무휴

 

필자 구완회는 대학에서 역사학을 전공하고 ‘여성중앙’, ‘프라이데이’ 등에서 기자로 일했다. 랜덤하우스코리아 여행출판팀장으로 ‘세계를 간다’, ‘100배 즐기기’ 등의 여행 가이드북 시리즈를 총괄했다. 지금은 두 아이를 키우며 아이들에게 들려주고 싶은 역사와 여행 이야기를 쓰고 있다. ​​​​​​​​​​​​​​​​​

구완회 여행작가 writer@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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