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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 인사이트] 박원순 서울시장과의 부동산 정책 가상 대담

박원순 "새로 쓰는 재개발보다 고쳐 쓰는 도시재생을", 김학렬 "진짜 주민이 원하는 걸 들어야"

2020.04.13(Mon) 12:12:15

[비즈한국] 이번 총선에 출마하는 한 국회의원 후보자가 박원순 서울시장의 인터뷰 기사 [인터뷰] 박원순 “사람의 삶 짓밟는 집단적 개발 반대한다”(2018.6.22. 한겨레)​를 보내며 부동산조사연구소 소장인 내 생각을 물었다. 아마도 향후 대한민국 부동산 정책 공약에 반영하기 위해 실질적인 제안이 듣고 싶었던 것 같다. 

 

그때 나눈 이야기를 소개한다. 박원순 시장이 했던 답변 중 부동산, 특히 재개발에 대한 내용을 옮기고 그에 대한 내 생각을 정리해봤다(박원순 시장 답변은 위 기사 원문).

 

서울 종로구 부암동의 모습. 사진=연합뉴스

 

-재개발이 도시에 어떤 영향을 준다고 생각하나?

 

박원순 시장: “도시를 황폐화시키고, 가난한 이들과 스스로의 힘으로 겨우 집을 마련한 사람들의 삶을 짓밟는다. 낙후된 지역을 정비하기 위해 필요한 측면도 있지만, 지금까지 사례를 보면 ‘아니다’라고 할 수 있다. 이런 개발 방식으로 건설사들은 몇 백 억 원씩 벌어 가고 있다.

 

겨우 집 한 채를 마련해서 임대하며 살아가려고 꿈꾼 이들의 집은 다 헐릴 수밖에 없다. 내가 시장에 취임했을 때 서울시 내 뉴타운·정비사업 구역이 1300여 개에 달했다. 이거 정리하는 데만 6~7년이 걸렸다. 이명박, 오세훈 전임 시장 시절의 유산이다.

 

서울시는 ‘헌 집 줄게, 새 집 다오’ 식의 개발을 지양해야 한다. 지금 서울에 들어선 고층  아파트가 몇십 년 지나면 슬럼가로 변할 수 있다. 그곳에 100층짜리 아파트를 지을 건가?”

 

​김학렬 소장: ​“​이런 개발 방식으로 건설사에 몇 백 억 원씩 소득이 발생하고 있다. 하지만 거기서 나온 수십 억 원의 세금으로 국가가 운영되고 있으며 해당 직장 근로자들은 월급을 받고 있다. 상대적인 개념으로 분리해서 생각하면 안 된다.

 

그뿐만 아니라 재개발 아파트 소유자들에게도 양질의 주택과 주택 가격 상승이라는 혜택이 돌아간다. 무엇보다 양질의 임대주택도 민간의 자본으로 제공된다.

 

박원순 시장이 취임했을 때 서울 시내에 도시 재생이 필요했던 지역이 1300여 개에 달한다고 했다. 그걸 굳이 6~7년이라는 시간을 들여 정리할 필요가 있었을까? 도시재생이 필요한 곳은 오히려 서울시가 지원하고 민간의 자본을 투입해 효과적인 도시재생을 이뤄낼 필요가 있다.

 

무조건 도심 재개발을 반대하지 말고, 서울시가 필요한 곳에 ‘헌 집 줄게, 새집 다오’식의 개발을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지금 서울에 들어서고 있는 고층 아파트는 기존의 단독, 다세대, 빌라가 슬럼화되는 걸 방지할 수 있다. 또한 굳이 신도시로 서울 수요를 분산시키지 않고 최대한 수용할 수 있다. 그게 서울시에도 이익이다. 세금을 더 많이 거둘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서울에 왜 100층짜리 아파트를 지으면 안 될까’라는 의문도 든다. 35층이라는 층고 제한이 서울 전체에 적용돼야 하는 이유를 모르겠다. 아예 공공형태로 개발한 뒤 비싸게 분양하여 그 개발 수익금으로 서민들에게 공공주택을 저렴하게 공급하는 게 바람직하지 않을까?

 

최근 고양시 덕양구 덕은지구의 2개 블록이 LH공사 민간 시공사에 시세 대비 높은 금액으로 매각해서 고양시 최고가 분양을 하고 있다. 벤치마킹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대안은 무엇인가?

 

​​박원순 시장: ​“​지우고 새로 쓰는 재개발·재건축 대신, 고쳐서 다시 쓰는 도시재생 사업이 있다. 도시재생은 도심 공동화·시설 노후화·상권 침체 같은 문제를 해결하면서 주민·역사·생태는 물론 마을공동체 가치도 복원할 수 있다.”​

 

​김학렬 소장: ​“​시민들은 고쳐서 다시 쓰는 도시재생보다 지우고 새로 쓰는 재개발·재건축을 더 희망한다. 도시재생은 도심 공동화·시설 노후화·상권 침체를 해결할 수 있는 곳에만 도움이 될 뿐이다. 그 외 대부분 지역에는 아무 도움이 되지 않는다. 과연 서울 시민들이 마을 공동체의 가치를 복원하는 것을 기대할까? 구체적인 내용으로 설문조사 해보길 제안한다.”​

 

-​내세울 만한 사례는?

 

​​박원순 시장: ​“​현재 서울시 전역 131곳에서 ‘서울형 도시재생’이 활발하게 일어나고 있다. ‘서울로7017’, ‘문화비축기지’는 서울의 대표적 도시재생 사업이고, 저층 주거지를 중심으로 한 주거지 재생 사업도 진행 중이다. 한양도성 주변의 22개 성곽 마을에 대한 재생 사업을 통해 공간의 역사를 보존하면서 노후 주거지를 개선해 지역 경제를 살리는 모델을 만들었다. 

 

부암동을 가봐라. 과거 허름했던 마을이 도시재생을 통해 아름답게 변하고 있다. 대학로 인근 이화마을도 그렇다. 6·25 직후에 지은 건축물이 많이 들어선 곳인데, 그 건축물들이 작은 카페, 박물관으로 변하면서 사람들이 몰려들고 있다.”​

 

김학렬 소장: “현재 서울시 전역 131곳에서 진행된다고 하는, 성공적인 서울형 도시재생으로 추천한  ‘서울로7017’, ‘문화비축기지’가 양질의 주택 공급에 어떤 영향을 주었을까? 

 

저층 주거지를 중심으로 한 주거지 재생 사업도 진행 중이라고 하는데, 정말 그 동네 주민들이 저층 주거지에서 생활하는 걸 희망하는지 확인해 봤을까?

 

‘한양도성 주변의 22개 성곽 마을에 대한 재생 사업을 통해 공간의 역사를 보존하면서 노후 주거지를 개선해 지역 경제를 살리는 모델’을 만드는 안에 대해서도 회의적이다. 그건 자연 발생적으로 지역에서 그렇게 된 거지, 서울시에서 개별 점포를 개발한 게 아니기 때문이다.

 

부암동의 과거 허름했던 마을이 도시재생을 통해 아름답게 변하고 있다? 대학로 인근 이화마을도 그렇다? 그 곳에 살고 있는 분들도 그렇게 생각하는지 의문이다. 지금 행복한 주거생활을 하는지, 지금 필요한 것이 양질의 아파트인지 기존 담벼락에 벽화를 그려주는 것인지 확인했는가?

 

6·25 직후에 지은 건축물이 많이 있는 곳인데, 그 건축물이 작은 카페, 박물관으로 변하면서 사람들이 몰리고, 정작 현 주민들이 고통을 받고 있지는 않을까?

 

주민들의 이주 대책을 마련해 거주지를 옮기게 한 후, 새로운 콘텐츠를 활용할 사람들로 다시 채워야 한다. 그래야 진짜 도시재생이 된다. 정말 그 곳에 살고 있는 주민을 위한 대책이라면 말이다. 그 곳에 사는 사람들은 영구임대라도 새 아파트를 필요로 하는데, 왜 희망하지도 않는 박물관·마을을 만들려고 할까?”​

 

총선과 지방선거는 지역 선거다. 대부분의 후보자는 지역민의 의견을 취합하여 선거 공약을 만든다. 이 공약집에는 최고의 부동산 정책들이 포함되어 있다. 이번 선거 공약은 신기할 정도로 1번 집권 여당과 2번 야당의 부동산 공약이 거의 일치한다. 지역민의 의견이 제대로 취합됐기 때문이다. 

 

공약대로 부동산 정책이 펼쳐지길 기대한다. 말 그대로 공(空)약이 되지 않게 해당 지자체에서도 이번 선거 공약을 꼭 참고해서 시정을 펼쳐 주길 기대한다. 

 

※외부필자의 칼럼은 본지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필명 빠숑으로 유명한 김학렬 스마트튜브 부동산조사연구소장은 한국갤럽조사연구소 부동산조사본부 팀장을 역임했다. 네이버 블로그와 유튜브 ‘빠숑의 세상 답사기’를 운영·진행하고 있다. 저서로 ‘대한민국 부동산 사용설명서’(2020), ‘수도권 알짜 부동산 답사기’(2019), ‘서울이 아니어도 오를 곳은 오른다’(2018), ‘지금도 사야 할 아파트는 있다’(2018), ‘대한민국 부동산 투자’(2017), ‘서울 부동산의 미래’(2017) 등이 있다.

김학렬​​​​ 스마트튜브 부동산조사연구소장 writer@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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