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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50대에 스타트업 창업' 박재승 비주얼 캠프 대표

원격수업 등 '시선포착' 기술 급부상…"시니어 창업사관학교 설립이 꿈"

2020.04.27(Mon) 10:49:53

[비즈한국] ‘집중하지 않는 학생을 포착해 알려주는 기술이 없을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약 840만 명의 학생이 ‘온라인 개학’을 하고 원격 수업을 받는 사상 초유의 사태가 벌어지며, 맞벌이 부모나 교사가 한 번쯤 떠올려봤을 만한 생각이다. 그런데 이 고민을 해결할 수 있다는 스타트업이 있다. 바로 시선추적 기술 스타트업 ‘비주얼 캠프’다.

 

시선추적 기술은 카메라가 이용자의 눈동자 움직임을 분석하는 기술이다. 이를 통해 이용자는 손이 아닌 눈으로 콘텐츠를 스크롤 하거나 클릭할 수 있다. 이용자 시선이 화면 어느 쪽에 가장 많이 머물렀는지도 분석 가능하다. 비주얼캠프는 모바일 시선추적 기술도 지난 3월 조기 출시했다. 스마트폰 전면 카메라를 통해 시선을 추적하는 기술은 세계 최초다.

 

비즈한국은 지난 24일 경기도 판교 스타트업캠퍼스에 있는 사무실에서 박재승 비주얼 캠프 대표를 만났다. ‘안정적인’ 중견 상장 기업의 임원으로 재직하던 그가 50대에 창업 전선에 뛰어든 이유는 무엇일까. 또 많은 아이템 중에 왜 시선추적 기술을 택했을까. 5월 1일 박 대표가 집필한 저서 ‘5060 스타트업으로 날다’가 세상에 나오기에 앞서 그와 얘기를 나눴다.

 

박재승 비주얼 캠프 대표는 “모든 디바이스에 우리 기술이 탑재되는 세상을 꿈꾼다”고 소망을 표했다. 사진=최준필 기자

 

현재 교육 업계뿐 아니라 다양한 업계가 비주얼캠프가 개발한 시선추적 소프트웨어개발키트(SDK)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 대표적인 곳이 소비자들의 니즈를 읽고 싶은 이커머스 업계다. 소비자의 관심도를 알아보려면 기존에는 클릭이 되어야만 했지만, 비주얼 캠프의 기술을 활용하면 시선만으로 관심사를 포착해 구매율을 높일 수 있다.  

 

여러 업체에서 문의가 이어지는 탓에 박재승 대표는 한눈에 보기에도 ‘바쁜 사람’이었다. 인터뷰 전날은 국내 대형 교육업체와 논의가 오갔고, 인터뷰 중간에도 박 대표를 찾는 전화는 여러 번 울렸다. 그러나 그의 입가에는 늘 미소가 어려 있었다. 그는 “존재하는 모든 디바이스에 우리 기술이 탑재되는 세상을 꿈꾼다. 궁극적으로는 우리 기술로 모인 데이터를 가공해 새로운 플랫폼 비즈니스 사업을 하고 싶다”는 소망을 표했다.


그는 잘 다니던 중견 기업을 나와 마케팅 이론을 공부하고 싶어 마케팅 석·박사 과정을 밟고 2014년 고등학교 후배 석윤찬 대표와 비주얼캠프를 공동 창업했다. 고등학생 때만 해도 석 대표와 아주 막역한 사이는 아니었지만, 과거 석 대표가 하던 사업에 박 대표가 엔젤투자자로 참여하면서 서로의 장점을 알게 됐다. 1년간 준비 끝에 비주얼캠프가 탄생하게 됐다. 그 이면에는 여러 사람에게 편익을 줄 수 있는 사업을 꾸리자는 박 대표의 ‘꿈’이 자리했다.

 

시선추적 기술은 카메라가 이용자의 눈동자 움직임을 분석하는 기술이다. 이를 통해 이용자는 손이 아닌 눈으로 콘텐츠를 스크롤 하거나 클릭할 수 있다. 이용자 시선이 화면 어디에 가장 많이 머물렀는지도 분석 가능하다. 사진=비주얼캠프 제공


박 대표는 시선추적 기술 역시 손으로 타자를 칠 수 없는 사람, 난독증을 앓는 환자 등 다양한 사람들에게 도움을 줄 수 있을 거라 내다봤다. 그는 “시선추적 기술도 1937년 처음 세상에 나온 기술이다. 분명 필요한 기술이지만 보편화가 안 되는 이유는 하드웨어나 소프트웨어 가격이 높기 때문이라고 봤다”며 “기술을 개발하고 가격을 손보면 좋은 사업 아이템이 될 거라 생각했다”며 아이템을 선정한 이유를 설명했다.

 

그러나 사업은 생각보다 어려웠다. 비주얼캠프는 사업 초기인 2015년 눈으로 1분에 100타를 칠 수 있는 소프트웨어를 개발했지만 시장은 작았고 수요도 없었다. 이듬해인 2016년에는 가상현실(VR) 기기에 특화된 시선추적기술을 내놓았지만, VR 시장이 크게 성장하지 못하면서 두 번째 어려움에 부딪혔다. 그래서 비주얼캠프는 다시 한번 사업의 핵심 기술을 변경해 모바일 시선추적 기술을 개발하게 됐다.

 

박 대표는 이 과정에서 ‘피보팅(Pivoting)’이 중요하다는 점을 깨달았다고 한다. 농구 경기에서 공을 잡은 선수가 공을 뺏으려는 선수를 피할 기회를 엿보며 한 발을 고정한 채 다른 발을 여러 방향으로 전환하며 움직이는 동작을 피봇이라고 하는데, 스타트업이 사업을 전환한다는 의미로도 쓴다. 그는 “지금까지는 기술을 적용할 디바이스 피봇에 중점을 뒀다면 이제는 데이터 회사로 발전할 수 있는 사업화 피봇을 해보려 한다”고 의지를 표했다.

 

박 대표의 인생에는 ‘도전’이라는 단어가 늘 따라다닌 듯했다. 그는 “여러 번 실패했다. 하지만 그다음에 늘 더 좋은 기회가 눈앞에 오고는 했다”고 웃어보였다. 사진=최준필 기자


50대에 창업하는 그를 만류하는 사람도 있었으나 박 대표는 현재 그 어느 때보다 행복하다고 말한다. 그는 “회사에 15명의 개발자가 있는데 모두 20~30대 초반이다. 자율 출퇴근제로 운영되는데 소통에 어려운 점은 전혀 없다. 창업에 꿈을 가진 직원들이 있는데 내가 가진 재능과 경험을 뺏어갔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며 “그렇게 제2, 제3의 비주얼캠프를 만들어나가고 싶다”고 말했다.

 

인터뷰 말미에 박 대표는 “50대는 늦은 나이가 아니다”고 강조했다. 그는 본인의 버킷리스트 중 세 개를 50대에 달성했다. 50대에 마케팅 박사가 됐고, 교단에서 학생들에게 그가 가진 경험과 소양을 가르쳐주는 일을 할 수 있었고, 그의 이야기로 가득 채워진 책을 펴냈다. 다음 버킷리스트는 ‘시니어 창업 사관학교’를 만드는 일이다. 그는 “50대가 치킨집 외에도 다양한 분야에서 창업을 할 수 있도록 도움을 주고 싶다”고 밝혔다.

 

박 대표의 인생에는 ‘도전’이라는 단어가 늘 따라다닌 듯했다. 그는 “새로운 도전은 늘 두렵지만 설렌다. 다만 두려움보다는 설렘이 조금 더 크게끔 스스로 마인드컨트롤을 해나가면 자기도 모르게 도전하는 사람이 되어 있을 수 있다”며 “모든 일에 다 위험요소는 있다. 나도 여러 번 실패했다. 하지만 그다음에 늘 더 좋은 기회가 눈앞에 오고는 했다. 특별하지 않은 내 이야기를 보며 50대를 비롯한 모든 사람이 힘을 냈으면 좋겠다”고 웃어보였다.​ 

김명선 기자 line23@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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