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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언스] '온 우주'가 우리를 비추고 있다

지구에 오는 빛에는 태양 외 외부 은하 별빛, 초거대질량 블랙홀 빛도 담겨 있어

2020.05.18(Mon) 09:39:11

[비즈한국] 햇살이 쨍쨍한 맑은 하늘 아래 넓게 탁 트인 해수욕장의 모래사장에 누워 선탠을 즐기고 있는 모습을 상상해보자. 선탠을 하며 피부를 매력적이고 건강하게 보이는 구릿빛으로 숙성시키는 동안, 살갗에 닿는 빛줄기는 단순히 맑은 하늘 위에서 눈부시게 빛나는 태양의 햇살뿐이 아니다. 

 

빛줄기 속에는 약 50억 년 전 우리 태양계가 처음 형성되던 당시의 추억을 고스란히 담고 있는 태양계 속 우주 먼지 티끌에서 날아온 빛, 그리고 우리 은하계 바깥 수억 광년 넘게 떨어진 외부 은하계, 심지어 우리가 관측할 수 있는 우주의 가장 끝자락에서 희미하게 빛나는 아주 거대한 은하 중심의 초거대질량 블랙홀에서 날아온 빛줄기까지 고스란히 담겨 있다! 

 

과연 지금 이 순간에도 우리를 비추고 있는 빛들은 어디에서 온 것일까? 빛들이 출발한 놀라운 기원에 대해 알아보자!

 

단순히 하늘에 떠 있는 모든 천체를 로맨틱한 수사를 붙여 나열한 것이 아니다. 당신의 살갗을 태우는 빛줄기가 정확히 어디에서 기원한 것인지, 꽤나 정밀하게 지상과 우주에서 활동하고 있는 민감한 망원경들을 활용해 검증한 사실이다! 

 

이 연구진은 다양한 망원경에 검출되는 빛들을 파장이 아주 짧은 수 미크론(100만 분의 1 미터) 수준의 아주 해로운 감마선에서부터 파장이 아주 긴 파장 수 밀리미터 수준의 전파까지 아주 폭 넓은 범위에 걸쳐 각 파장의 빛이 정확히 얼마나 지구를 향해 쏟아지고 있는지를 비교했다. 

 

빛은 에너지에 따라 파장이 다르기 때문에, 빛의 파장을 추적하면 그 빛줄기가 얼마나 에너지가 강한 광원에서 온 것인지, 아니면 굉장히 에너지가 약한 희미한 천체에서 날아온 것인지 그 기원을 추적할 수 있다. 빛줄기 안에 스며 있는 빛의 파장이라는 유전자를 파헤쳐 그 출생의 기원을 알아내는 셈이다. 

 

천문학은 눈으로 보이는 가시광선뿐 아니라, 지구 대기권 바깥에서 활동하는 다양한 우주 망원경을 동원해 다양한 파장의 빛으로 우주를 관측하는 다중 파장 관측을 통해 우주를 바라본다. 파장이 아주 짧고 에너지가 강한 감마선, 엑스선은 보통 강력한 블랙홀 주변에서 새어나오고, 아주 에너지가 약하고 파장이 긴 적외선과 같은 빛은 아주 미지근하게 달궈져 있는 우주 티끌에서 새어나온다. 사진=Observatory images from NASA, ESA(Herschel and Planck), Lavochkin Association(Specktr-R), HESS Collaboration(HESS), Salt Foundation(SALT), Rick Peterson/WMKO(Keck), Germini Observatory/AURA(Gemini), CARMA team(CARMA), and NRAO/AUI(Greenbank and VLA); background image from NASA)


우리를 비추는 빛의 대부분은 지구에서 가장 가까운 별이자 가장 거대한 자연 광원이라고 볼 수 있는 태양이다. 이 연구에 따르면 우리는 지금 이 순간에도 1초 안에 무려 10해(10의 21제곱; 1,000,000,000,000,000,000,000) 개에 달하는, 태양에서 날아온 빛을 쬐고 있다. 그리고 태양 광선에 비해서는 한참 부족하지만, 생각만큼 아주 적지는 않은 광선이 훨씬 더 멀리 떨어진 우주 공간에서 날아오고 있음이 확인되었다. 

 

태양계 행성과 행성 사이 공간을 부유하는 먼지 티끌 입자들이 태양빛을 반사하면서 1초당 약 100조 개에 달하는 빛줄기가 지구로 쏟아지고 있다. 또 이보다 약 만 배 적은 100억 개의 빛줄기는 아예 외부 은하에서 날아오는데, 그 중 절반인 약 50억 개의 빛줄기는 멀리 떨어진 외부 은하계의 별빛들이며, 나머지 50억 개는 은하계 중심에 숨어 있는 초거대질량 블랙홀에서 새어나오는 것으로 밝혀졌다. 

 

태양계 행성과 행성 사이 공간을 떠도는 작은 입자들은 오래전 태양계가 형성되던 당시부터 존재했다. 태양계 원반 황도면을 따라 넓게 퍼져 있는 이 부스러기들이 태양빛을 반사해 빛나면서 새벽녘이나 초저녁 시간에 지평선 근처가 뿌옇게 보이기도 한다. 이러한 빛을 ‘가짜 새벽’ 또는 황도광(zodiacal light)이라고 부른다. 사진=European Southern Observatory/Y.Beletsky

 

아주 에너지가 높은 활발한 은하 중심의 초거대질량 블랙홀과 같은 광원에서 날아오는 빛은 주로 아주 파장이 짧고 생명체에게 해로울 수 있는 감마선이나 엑스선과 같은 빛으로 주로 채워져 있다. 우리는 ‘헐크’나 ‘엑스멘’ 같은 다양한 영화를 통해 감마선이나 엑스선에 잘못 노출되면 어떤 위험한 상황에 처할 수 있는지 잘 알고 있다. (영화에서처럼 초능력을 얻는 것은 기대하지 마시라. 블랙홀에서 나오는 감마선이나 엑스선에 자칫 조금만 오래 노출되어도 몸속 세포가 공중 분해될 것이니까!) 

 

2011년 당시 NASA의 감마선 우주 망원경 스위프트(Swift)는 폭발적으로 밝은 감마선 섬광을 내며 나타나는 천체, 감마선 폭발 천체(GRB, Gamma Ray Burst)를 500개 넘게 포착했다. 지금은 천 개가 넘는 GRB를 포착한 지 오래다. 2011년 당시 500번째 GRB 포착을 기념해 그동안 관측한 밝은 감마선 광원들의 분포를 보여주는 영상. 영상=NASA/Goddard Space Flight Center

 

그렇다고 해서 수십억 광년 거리에서 날아오는 외부 은하계와 아주 거대한 블랙홀들의 빛줄기를 두려워하며 창문을 가리고, 칠흑 같은 방구석에 숨어 ‘신드라큘라’의 삶을 살 필요는 없다. 외부 은하계와 블랙홀에서 날아온 이런 빛에 우리의 신체가 유의미한 손상을 입으려면 맨살을 드러낸 채로 수십조 년 이상은 꾸준히 하늘에서 쏟아지는 빛을 받아야 하기 때문이다. 

 

내일 아침 다시 태양이 하늘 위로 떠올라 햇살이 살결을 어루만지면, 그 속에서 아주 미미하지만 분명 함께하고 있을 머나먼 은하계와 블랙홀에서 날아온 빛줄기의 존재를 느껴보는 것은 어떨까.

 

*참고

https://iopscience.iop.org/article/10.3847/0004-637X/827/2/108

https://www.nasa.gov/mission_pages/swift/bursts/500th.html

 

필자 지웅배는? 고양이와 우주를 사랑한다. 어린 시절 ‘은하철도 999’를 보고 우주의 아름다움을 알리겠다는 꿈을 갖게 되었다. 현재 연세대학교 은하진화연구센터 및 근우주론연구실에서 은하들의 상호작용을 통한 진화를 연구하며, 강연과 집필 등 다양한 과학 커뮤니케이션 활동을 하고 있다. ‘썸 타는 천문대’, ‘하루 종일 우주 생각’, ‘별, 빛의 과학’ 등의 책을 썼다.​​​​​​​​​​​​​​​​​​​​​​​​​​​​​​​​​

지웅배 과학칼럼니스트 galaxy.wb.zi@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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