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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성물질 검출 PU 코팅장갑, 퇴출 안 되는 이유

발암물질이지만 완제품 함유량 규제 없어, 중소사업장 근로자들 피해…"DMF 안전기준 마련해야" 지적

2020.07.23(Thu) 16:43:57

[비즈한국] “PU(폴리우레탄) 코팅장갑 논란은 벌써 잊혔죠. 여전히 중국에서 만든 장갑을 들여와 팔고, 현장에서는 그걸 사서 근로자들한테 나눠주잖아요. 일단 싸니까요.” 지난 14일 서울 성동구에 위치한 사무실에서 만난 장갑업체 관계자 김 아무개 씨의 말이다. 김 씨는 “아무것도 모르고 사업장에서 주는 대로 장갑을 받아서 일하고 있는 사람들은 그게 얼마나 본인 몸에 치명적일 수 있는지 생각도 못 할 거다”라면서 한숨을 내뱉었다.

 

PU 코팅장갑 논란은 2017년 글로벌 기업 3M의 제품 등 국내에서 다량 사용하는 PU 코팅장갑 6개에서 DMF(다이메틸포름아미드)라는 독성물질이 검출된 사건을 말한다. DMF는 폴리우레탄 수지 등을 만들 때 용제로 사용되는 물질로, 생식능력 및 태아의 발육에 유해한 영향을 주는 것으로 추정되는 발암물질이다. 호흡기와 피부를 통해 흡수되면 간 이상·피부 자극·​구토 등의 증상을 유발하고 심하면 생명을 잃게 된다고 알려져 논란이 증폭됐다. 그로부터 3년이 지났지만 여전히 업계에서는 “논란이 되풀이될 여지가 충분하다”고 본다.

 

정부가 DMF가 검출된 PU 코팅장갑에 대한 뚜렷한 규제 방침을 내놓지 않으면서, 아직 DMF 시험을 거치지 않은 PU 코팅장갑이 산업 현장에서 활발히 사용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독성물질 논란 뒤 3년, 왜 규제하지 않을까

 

DMF가 함유된 장갑이 자유롭게 유통되는 주된 요인으로는 DMF 관련 규제가 미흡하다는 점이 꼽혔다. 섬유, 가죽 등 완제품의 DMF 잔존량에 대한 규제가 없는 것. 정부는 산업안전보건법에 따라 DMF의 대기 노출 기준을 규정하고 있지만, 완제품에 잔류하는 DMF에는 별다른 규제를 하지 않는다. 노동계와 시민사회단체가 근로자를 비롯해 일반 소비자들의 안전이 위협받는다며 정부에 대책 마련을 촉구한 이유다.

 

그러나 정부가 뚜렷한 규제 방침을 내놓지 않아, 3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DMF가 얼마나 함유됐는지 시험하지 않은 PU 코팅장갑이 산업 현장에서 활발히 사용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실제로 쿠팡, 위메프 등 이커머스 업체에서도 PU 코팅장갑을 판매하고 있는데, DMF 함유량 시험을 받지 않은 제품을 쉽게 발견할 수 있다.

 

DMF가 검출돼 논란이 됐던 PU 코팅장갑은 사실상 ‘무방비 상태’에 놓여 있다. PU 코팅장갑은 금속산업, 건설 현장에서 흔히 사용되지만 기업 혹은 사업장이 장갑의 유해성을 따져볼 의무가 없고, 주무 부처인 고용노동부에서도 이를 규제하지 않는다. 고용노동부 관계자는 “산업안전보건법에 따라 근로자의 생명을 보호할 보호구에 대해서는 유해성과 안전성 평가에 필요한 자료를 제출하도록 할 수 있다. 그러나 PU 코팅장갑은 작업 편의를 위한 도구 중 하나”라며 “산업통상자원부에서 관리할 부분”이라고 했다.​

 

모든 PU 코팅장갑이 해롭다고 할 수는 없다. 그러나 DMF 함유량 시험을 거치지 않은 제품들이 버젓이 유통되고 있어 언제든지 3년 전의 논란이 되풀이될 수 있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해외에서 판매되는 PU 코팅장갑으로 기사의 특정 내용과 관련없다. 사진=인터넷 쇼핑몰 캡처


그러나 산업통상자원부에서도 PU 코팅장갑에 대한 DMF 관리는 별도로 하지 않는다. PU 코팅장갑은 가죽제품으로 분류돼 안전기준준수대상 생활용품에 해당한다. 전기용품 및 생활용품 안전관리법에 따라 안전기준준수대상 생활용품은 제조업자나 수입업자가 안전인증(제품시험 및 공장심사를 거쳐 제품의 안전성을 증명하는 것)을 거치지 않고 안전기준에 적합한 제품을 제조 또는 수입할 수 있다. 납과 카드뮴 등 유해물질의 안전요건을 갖추면 되는데, DMF는 유해물질 안전요건 기준에 해당하지 않아 시험을 받을 필요가 없다.

 

#피해는 고스란히 노동조합 없는 중소 사업장 근로자에게

 

물론 완제품에 잔류하는 DMF의 전이량과 그에 따른 위해성이 확실하게 규명되지 않았기에 DMF 규제 방안을 내놓지 않은 정부를 무조건 비판할 수는 없다. 미국, 일본 등 다수 국가에서도 DMF를 규제하지 않는다. 다만 독일 유해물질위원회는 보호 장갑에 대한 DMF 수치를 최대 10mg/kg로 규제하고, 유럽연합(EU)은 강제규정인 화학물질관리제도에 따라 완제품 대비 DMF 기준을 1000ppm으로 설정해 관리한다.

 

지금까지 정부가 대안으로 내놓은 방법은 ‘PU 코팅장갑 사용 자제문’이었다. 고용노동부는 2018년 노동단체·사용자 단체·​기술지도전문기관 관계자에 공문을 보내 “사업주는 노동자에게 DMF의 위험성을 충분히 알리고 제조과정에서 DMF가 사용된 폴리우레탄 코팅 장갑 사용을 노동자가 원하지 않으면 DMF가 사용되지 않은 장갑을 제공하도록 협조해주기를 바란다”고 권고했다. 이후 현대·​기아차 등 다수 기업에서 장갑을 교체했다.

 

2018년 고용노동부가 PU 장갑 사용 자제를 권고하는 공문(사진)을 보내면서 다수 사업장에서 장갑을 교체했다. 문제는 비용 때문에 장갑을 교체하기 어려운 중소 사업장이다. 사진=김 씨 제공


문제는 중소 사업장이다. 박세민 전국금속노동조합 노동안전보건위원회 실장은 “노동조합이 있는 사업장은 장갑 대체 사용이 용이하지만 그렇지 않은 곳에서는 근로자들의 의견이 관철되기 쉽지 않다”고 말했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장갑을 근로자들에 나눠주면 하루에 한 번 쓰고 버리는 경우가 많아서 투입 비용을 줄이려 저렴한 장갑을 찾게 되는 게 사실”이라고 했다. DMF를 적게 사용하는 수성PU 등 신소재를 도입한 장갑이나 친환경 장갑은 기존 PU 코팅장갑​에 비해 가격이 높다.

 

박세민 실장은 “예를 들어 기계·가공류 제품이라고 하면 금속노조가 자본력이 있는 메이저 제조업체들과 ‘유해물질 포함되지 않은 제품을 만든다’는 식으로 협약을 맺거나 할 수 있는데, 장갑제조업체에는 매우 영세한 업체가 많아 협약 등도 강제하기가 힘들다. 결국 정부에서 기준을 적극적으로 마련해야 하는데 사실상 아무것도 안 하고 있다. 장갑에 사용된 DMF​가 유해하다는 것을 모르는 근로자들만 피해를 보는 상황”이라며 “PU 장갑을 보호장구로 지정하고 DMF 함유량에 대한 안전 기준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수미 발암물질없는사회만들기국민행동 사무국장은 “논란이 된 이후 주요 생산현장에서는 DMF 잔존량이 적거나 없는 장갑을 쓰는 방식을 취했다. 당시 유통 매장에서도 PU 코팅장갑을 일시적으로 뺐었는데 그 이후에 다시 매장에 배치되고 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며 “시중 노동자들만큼 장갑을 장시간 사용하는 사용자들이 많다. DMF 물질에 대한 규제를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의견을 밝혔다.​

 

앞서의 장갑업체 관계자 김 씨는 “현재 국내에서는 FITI시험연구원에서 DMF 함량 분석 시험을 하고 있다. 소비자들이 장갑을 고를 때 시험 여부를 살펴보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김명선 기자 line23@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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