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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속 없는 '위원회 공화국'? 574개 중 1년간 회의 '0회' 104개

회의 1회만 한 곳도 112개…"자리 나눠먹기 대신 실제 전문가 구성해야" 지적도

2020.08.14(Fri) 11:20:45

[비즈한국] 문재인 정부는 최근 부동산 가격 불안과 실업률 급등, 정부 부채 증가 등 각종 악재가 겹치면서 지지율 하락세를 겪고 있다. 경제 상황이나 영향을 제대로 고려하지 않고 급하게 정책을 내놓는 바람에 효과를 거두지 못하고 국민들의 불신도 높아진 탓이다.

 

민간임대사업자 세제 혜택 축소 논란에 정책 발표 한 달 만에 세제 보완조치를 내놓은 데서 드러나듯 정책을 급조했다가 문제가 생기면 땜질하는 방식이 반복되고 있다. 실업률이 뛰자 공공 일자리 늘리기 등으로 대응하는 것도 고용 통계 수치만을 겨냥한 고령층 단기 아르바이트 만들기라는 비판을 받고 있다. 수재에 4차 추가경정예산을 이야기하다 재정 건전성 악화 논란에 한발 물러선 것도 정부와 여당이 정책에 깊은 고민이 없음을 보여준다. 

 

지난해 6월 4일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에서 기회재정부 중장기전략위원회(위원장 최재천)가 주최한 ‘제1차 미래전략포럼’. 이후 중장기전략위원회는 지금까지 회의를 열지 않았다. 사진=연합뉴스​


이러한 정책 수립의 문제점을 줄이기 위해 설치된 것이 대통령이나 국무총리, 각 정부 부처 산하에 있는 각종 위원회다. 위원회는 전문가들이 모여 정부에 정책 방향을 자문하거나 의결을 통해 정책 방안을 제시한다. 하지만 위원회가 논공행상 대상으로 전락하면서 정부·여당의 정책 헛발질을 방관하고 있는 상항이다. 특히 문재인 정부는 위원회 공화국으로 비판받던 노무현 정부 때처럼 각종 위원회를 늘리고 있지만 위원회의 정책 방관은 더욱 심해졌다.

 

행정안전부에 따르면 노무현 정부는 출범 당시 위원회의 수가 368개였으나 임기 말에는 579개까지 늘어났다. 대통령 직속 위원회도 17개에서 30개로 2배 가까이 늘었다. 이처럼 급증했던 위원회는 이명박 정부 들어 축소되기 시작해 임기 말 530개로 줄었다. 대통령 직속 위원회도 30개에서 21개로 줄었다. 박근혜 정부 들어 위원회는 다시 늘어 임기 말에 558개로 증가했다. 다만 대통령 직속 위원회는 17개로 감소했다.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위원회는 증가세를 이어가고 있다. 문재인 정부 출범 2년 만인 2019년 6월 위원회 숫자는 574개로 늘었고, 대통령 직속 위원회도 22개로 증가했다. 문제는 위원회를 늘렸지만 회의조차 열지 않는 유령 위원회가 수두룩하다는 점이다. 최근 1년(2019년 2분기~2020년 1분기) 사이 전체회의를 열지 않은 위원회는 574개 중에서 104개나 된다. 1년 동안 전체 회의를 단 한 번만 개최한 위원회도 112개 달한다.

 

이들 216개 위원회 거의 대부분은 1년 동안 워크숍이나 간담회, 현장방문 등도 실시하지 않았다. 현장을 가보지도, 업무 종사자들과 면담도, 전문가들 간 의견교환도 하고 있지 않은 셈이다. 더 큰 문제는 부동산이나 실업 등 최근 논란이 되는 문제를 다루는 위원회는 물론 미래먹거리를 고민해야 할 위원회들조차 회의를 열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각종 정책에도 부동산 가격과 전세 가격이 급등하면서 부동산 정책 효과에 대한 국민들의 불신이 커지고 있지만 정작 이러한 문제를 고민해야 할 기획재정부 산하 부동산가격안정심의위원회는 1년 동안 전체 회의를 한 번도 갖지 않았다. 법무부 산하 주택임대차위원회는 1년 사이 딱 한 차례 전체회의를 가졌다.

 

실업난 해소를 위해 노사간 상생을 도모해야 할 고용노동부 산하 노사관계발전위원회도 1년 동안 전체회의를 연 적이 없다. 급변하는 산업 환경 속에 새로운 인재나 산업 육성 방안을 고민해야 할 대통령 직속 국가인적자원위원회나 국무총리 직속 콘텐츠산업진흥위원회 등도 1년 동안 단 한 차례도 전체 회의를 하지 않았다. 기획재정부 산하 중장기전략위원회도 1년 동안 전체회의를 가진 적이 없다.

 

경제뿐 아니라 중요한 사회 문제를 다뤄야 할 위원회들도 있는지 없는지 모를 유령 위원회로 전락했다. 급격하게 진행되는 고령화나 늘어나는 다문화 가정 상황에도 보건복지부 산하 국가노후준비위원회와 국무총리 직속 다문화가족정책위원회는 1년 동안 전체회의를 한 차례도 갖지 않았다. 중국발 황사가 심각해지고 있지만 이를 점검해야 할 환경부 산하 장거리이동대기오염물질대책위원회도 1년 동안 전체회의를 가진 적이 없다. 

 

경제계 관계자는 “문재인 정부가 부동산 가격 안정화, 일자리 창출, 혁신 성장 등을 내세우고 있지만 정책을 보면 기존 정책 짜깁기나 단기 효과를 노린 것들이 적지 않다”며 “위원회를 대선을 도운 교수들을 위한 논공행상 자리가 아니라, 실제로 정책에 도움을 줄 전문가들이 일하는 곳으로 재구성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승현 저널리스트 writer@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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