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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플, 이제는 앱스토어 수수료 낮춰야 할 때

플랫폼과 힘 겨룰 막강한 콘텐츠 등장…애플 스스로를 위해 상생 방안 모색해야

2020.08.25(Tue) 15:33:28

[비즈한국] 애플에게 대단한 박애주의자가 되라는 게 아니다. 애플 스스로를 위해 콘텐츠 진영에 귀 기울일 때가 됐다. 이제 콘텐츠의 힘이 플랫폼의 힘을 넘나드는 시대이기 때문이다. 

 

에픽게임즈(이하 에픽)가 최근 애플에 소송을 제기하면서 애플의 독점적 지위와 높은 앱스토어 수수료가 전세계적인 화두로 떠올랐다. 에픽이 아이템 영구 할인 이벤트를 진행하며 애플과 구글에 수수료가 가지 않는 자체 결제 시스템을 모바일 포트나이트에 도입한 것에 대해 애플과 구글은 가이드라인 위반이라며 포트나이트를 삭제했고, 이에 에픽은 양 사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에픽은 IBM을 독재자 ‘빅브라더’로 그린 과거 애플의 광고를 패러디한 ‘나인틴에이티-포트나이트’ 광고를 통해 애플을 지금의 빅브라더로 표현하는 등 애플을 더 집중 타깃하고 있다. 

 

에픽게임즈가 애플을 ‘빅브라더’로 형상화 한 캐릭터. 사진=에픽게임즈 제공

  

#“에픽만 특별대우 하란 말이냐” 애플 논리의 허점

 

애플 입장에서는 에픽이 먼저 규정을 위반했는데 오히려 고소를 당해 억울할 수 있다. 앱스토어에 입점하는 디지털 콘텐츠 업체는 매출의 30%를 수수료로 내야 하며 인 앱(in app) 결제 시 애플 결제 시스템을 이용해야 한다는 규정을 다 알고 왔으면서 이제 와서 비싸다 하고 자체 결제 시스템까지 심다니 삭제가 당연하다고 애플은 확신할 것이고 동의하는 소비자들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꼭 그렇게 생각할 문제가 아니다. 애플은 이제 과하게 가져가던 수수료 수익을 낮출 때가 됐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으며, 에픽의 액션은 이를 본격 공론화하기 위한 작전이었다. 

에픽의 행보를 보아하니 처음부터 쫓겨날 작정을 한 것 같다. 이번 충돌을 트리거 삼아, 특정 업체가 아닌 게임 업계 대표 선수로서 전쟁을 시작하기 위해 벼르고 벼르다 드디어 ‘액션’, 준비했던 단계를 밟아가는 것으로 보인다. 애플은 에픽만 특별 대우할 수 없다고 강조하지만, 에픽은 우리 앱 수수료만 받지 말라고, 우리만 자체 결제 시스템 도입하게 해달라고 드러누운 게 아니다. 

 

에픽은 포트나이트 뿐 아니라 앱스토어의 모든 디지털 콘텐츠에 애플의 결제 시스템을 강제해 개발사와 소비자에게 선택의 자유가 없고, 30%의 과한 수수료는 결국 이용자들의 혜택 저하로 돌아간다는 점을 내세운다. 앞서 에픽은 지난 2018년 말 수수료를 12%로 대폭 낮춘 게임 스토어 ‘에픽게임즈 스토어’를 론칭하면서 파장을 일으켰다. 또 에픽게임즈 스토어 입점 게임들이 에픽 결제 시스템이 아닌 외부 시스템을 도입할 수 있게 했으며 이 시스템으로 결제되는 금액에 대해 에픽은 수수료를 받지 않기로 했다.

 

#“애플 수수료 과해” 국내외 한 목소리

 

이와 함께 애플은 앞으로 애플의 에픽 개발자 계정도 삭제하겠다고 발표하며 “에픽이 자초한 일”이라 비난했다. 이건 에픽에만 피해를 주는 일이 아니며 언리얼 엔진으로 제작된 전세계 명작 게임 개발사들 모두에게 타격을 준다. 이 조치가 실행되면 iOS나 맥에서 가동되는 언리얼 기반 게임들에 대한 기술 지원이 어려워지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 마이크로소프트(MS)도 자사의 ‘포르자 스트리트’ 등이 큰 타격을 입는다며 애플에게 재고를 촉구했다.

 

MS는 23일(현지시각) 애플의 행위는 MS의 게임사업 뿐 아니라 다른 게임 개발자들에게도 큰 피해를 준다며 소송을 제기, 에픽의 우군이 됐다. 참고로 애플은 최근 MS의 클라우드 게임 ‘엑스클라우드’도 앱스토어에 허용하지 않기로 결정한 바 있다. 

 

앞서 스포티파이, 페이스북도 에픽을 응원했다. 페이스북은 최근 자사의 게이밍 앱에 포함된 인스턴트 게임 기능을 빼고 앱스토어에 론칭한 바 있다. 애플이 규정 위반이라며 허용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미국 하원 반독점 소위원회 측도 애플 앱스토어를 두고 '강도'라고 비난했으며 유럽연합 집행위원회도 6월 애플 앱스토어 상대로 반독점법 위반 조사를 하겠다고 밝혔다.

 

국내에서도 물결이 일었다. 지난 19일 1500여 스타트업 회원사로구성된 코리아스타트업포럼은 방송통신위원회에 ‘애플과 구글이 인 앱 결제를 강제하는 것이 '전기통신사업법'상 금지 행위에 해당하는지 조사해 달라’는 내용의 진정서를 제출했다. 멜론이나 지니 등 자체 회원가입과 결제 창구가 있는 업체들은 PC 홈페이지에서 결제한 뒤 앱에서 사용할 수 있어 비교적 타격이 적지만 모바일 기반의 스타트업들은 울며 겨자먹기로 매출의 30%를 내야 한다.

 

코리아스타트업포럼에 따르면 30%의 수수료는 기존 외부 결제(신용카드, 계좌이체, 휴대폰결제 등) 수수료보다 4배에서 30배까지 비싸다. 

 

에픽이 시작한 ‘프리 포트나이트’ 캠페인 로고. 애플의 클래식 사과 로고를 연상시킨다. 과거 혁신의 아이콘이었던 애플로 돌아가라는 메시지일지도 모르겠다. 사진=에픽게임즈 제공

 

#“콘솔 게임 수수료도 30%”라는 변명 통할까

 

애플은 30%의 수수료가 대역폭, 거래 처리, 악성코드 식별 등에 대한 대가이기 때문에 공정하다고 주장한다. 또한 여타의 게임 스토어들도 30% 수수료는 업계 표준처럼 자리잡은 것이라 애플만 공격 받을 이유가 없다는 의견도 있다. 가령 소니의 플레이스테이션이나 MS의 엑스박스 등 콘솔 게임 사업자들의 게임 플랫폼에서 판매되는 게임들에 대해서도 개발사가 30%의 수수료를 지급하고 있다. 하지만 이에 대한 여론은 애플이나 구글의 30%와는 사뭇 다르다. 

 

콘솔 게임 사업자들은 콘솔 기기 판매 시 정가보다 낮춰 팔아 기기 판매 이윤은 못 챙기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이 이윤을 희생하고 기기의 보급율을 높여서 늘린 게이머 풀은 더 많은 게임 판매로 직결된다. 이는 개발사 혜택으로 연결되고 다시 게이머 혜택으로 간다. 또 콘솔 사업자들은 개발사들에 게임 개발 관련 투자나 지원을 해오고 있다. 이런 방법들로 생태계 선순환에 기여한다는 여론이다.

 

이와 함께 최근 MS는 엑스박스 유료 멤버십 ‘게임 패스 얼티밋’ 회원들에게는 클라우드 게임 서비스 ‘엑스클라우드’를 오는 9월 15일부터 제공하는 등, 게이머와 게임의 접점을 늘리는 데에도 기여하고 있다. 그런데 애플은 이 마저도 아이폰에 허용하지 않아 엑스클라우드는 앞으로 구글 안드로이드폰에서만 가능할 예정이다. 

 

9월 15일부터 ‘게임 패스 얼티밋’ 회원들에게 제공될 엑스클라우드는 아이폰에서는 안되고 안드로이드폰에서는 될 예정이다. 사진=엑스박스 홈페이지 캡처

 

#인기 앱 없는 아이폰 매력 ‘뚝’

 

최근 미국 정부의 ‘위챗’ 금지령이 아이폰에 적용될 경우, 아이폰 판매량이 30%까지 떨어질 것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10억 명이 사용하는 위챗의 위력을 감안하면 일리있는 분석이다. 

더 이상 앱스토어에서 포트나이트를 다운받을 수 없게 되자 포트나이트가 기 설치된 아이폰이 중고 시장에서 4000달러에 등장하기도 했다. 포트나이트는 누적 이용자가 전세계 수 억 명에 달하는 글로벌 1위 배틀로얄 게임인만큼 이상한 일도 아니다. 

 

오는 9월부터 본격적으로 클라우드 게임 시대가 열리면, MS의 클라우드 게임 서비스 ‘엑스클라우드’가 안되는 아이폰은 9천만 엑스박스 라이브 회원들에게 매력이 떨어질 것이다.

이들은 모바일 앱 생태계에서 더 이상 ‘플랫폼’만이 절대 권력자일 수 없음을 보여주는 사례들이다. 아이폰이 처음 등장했을 때 혜성같이 나타난 앱스토어는 누구에게나 ‘오픈된’ 사업 성공의 등용문이었다.

 

당시 애플이 전 산업의 발전에 기여하고 진보를 가져다준 혁신의 아이콘이었음을 부정하는 이는 없다. 하지만 앱스토어라는 플랫폼과 앱 콘텐츠들은 완전한 상호 의존적인 관계가 된지는 이미 오래됐고, 더 이상 플랫폼만 압도적인 힘을 발휘할 수 있는 시대가 아니다. 애플의 하드웨어 제품들과 자체 소프트웨어들은 여전히 유려하고 탐나지만, 수많은 팬들을 가진 앱들이 부재한 아이폰이라면 그 가치가 현저히 낮아짐은 말할 필요가 없다. 

 

여전히 아름다운 애플 제품들. 하지만 콘텐츠 진영에 더 귀를 기울여야 한다는 지적이 쏟아진다.

 

#콘텐츠가 플랫폼 아성 깨는 시대, 애플 패권 영원할 수 없어

 

지금은 애플이 모바일 게임 시장에서 강력한 패권을 쥐고 있지만, 클라우드 게임, 소셜미디어 게임 등 게임 산업의 ‘게임 체인저’가 될지 모르는 복병들이 속속 나타나고 있어 게임 시장 내 애플의 패권 역시 영원하리라 보장하기 어렵다.

 

또 포트나이트에서 DJ 파티를 열고 영화를 상영하듯, 마인크래프트 내에서 ‘둠’ 플레이가 가능해지듯 이제는 게임 자체가 플랫폼이 되어버리는 현상도 나타난다. 얼마나 거대한 이용자 풀을 보유했고 얼마나 사랑을 받는지가 핵심이지, 그 태생이 플랫폼이냐 콘텐츠냐 기싸움이 더는 의미가 없다. 마치 건물주가 세입자보다 갑이지만, 스타벅스는 건물 가치를 높인다며 귀빈 대접을 받는다고 알려진 것처럼, 오히려 콘텐츠의 힘이 점점 플랫폼의 아성을 깰만큼 무서워지고 있다.

 

게이머들의 입장에서는 수수료를 누가 얼만큼 가져가든 알 바 아니고, 그저 거대 플랫폼-거대 게임 간 이권 다툼이라 생각할 수도 있겠다. 하지만 확실한 한가지는 제품의 원가가 낮아지면 소비자에게 나쁠 게 없다는 점이다. 

 

애플에게 손해보며 억지 상생하라는 게 아니다. 이윤을 최대화하고자 하는 기업의 활동이 자연스럽지 못할 것은 없다. 바로 그 시장 논리로, 애플 자신을 위해서 이제는 콘텐츠 앱 진영의 목소리를 듣고 이들의 요구에 귀 기울일 때가 됐다는 얘기다.

 

※외부필자의 칼럼은 본지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강현주 칼럼니스트

writer@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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