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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4세 경영시대] 아모레퍼시픽 실적 부진, 서민정 승계에 어떤 영향?

입사 후 전환우선주 발행 및 182억 배당에 증여세 마련 의구심…현 상황 "오너가 역할 중요"

2020.09.01(Tue) 09:45:42

[비즈한국] K-뷰티의 선두를 달리던 아모레퍼시픽의 실적 부진이 심화되면서 3세 경영 체제로의 전환이 어려움에 처한 게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아모레퍼시픽의 성장을 이끈 로드숍 브랜드들의 불황이 최근 코로나19로 심화되면서 경영 승계를 위한 자금 확보가 쉽지 않을 거라는 분석이다. 

 

아모레퍼시픽은 서경배 회장에서 장녀 서민정 씨(사진)에게로 3세 경영 체제 전환을 준비하고 있다. 사진=아모레퍼시픽

 

아모레퍼시픽그룹의 위기는 계열사 성적표를 통해 알 수 있다. 아모레퍼시픽그룹은 올해 2분기 지난해 동기보다 24.7% 감소한 1조 1808억 원의 매출과 67.2% 감소한 362억 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했다. 주요 계열사인 아모레퍼시픽의 2분기 영업이익은 352억 원으로 지난해 동기보다 59.9% 감소했고, 매출액은 1조 557억 원으로 24.2% 줄었다. 순이익도 67억 원으로 88.2% 감소했다.

 

로드숍 브랜드 매출도 하락세다. 이니스프리는 2분기 영업손실 10억 원을 기록해 적자전환 했으며, 매출액은 지난해 동기 대비 ​40% 줄어든 884억 원을 기록했다. 에뛰드 매출액은 35% 감소한 296억 원을, 에스쁘아 매출액은 11% 감소한 109억 원으로 집계됐다. 

 

연이은 실적 부진에도 아모레퍼시픽은 국내 1위 화장품기업 자리를 지키고 있다. 2020년 5월 1일 공시대상기업집단으로 지정된 64개 기업집단 가운데서 48위를 차지했으며 계열회사도 15개다. 서경배 아모레퍼시픽그룹 회장은 아버지인 서성환 태평양 창업주로부터 화장품 계열사인 태평양을 상속받았으며, 2002년 지금의 ‘아모레퍼시픽’으로 사명을 변경했다. 아모레퍼시픽그룹 지주회사 체제가 출범한 건 2006년이다. 

 

8월 31일 공정거래위원회가 발표한 ‘2020년 공시대상기업집단 주식소유현황 분석 공개’ 자료에 따르면 아모레퍼시픽은 총수 지분율이 19.0%로, 중흥건설(24.2%), 부영(21.6%) 다음으로 높은 기업집단으로 꼽혔다. 서 회장은 올해 신년사에서 ‘전사적 디지털화’를 꼽았고 최근 네이버, 11번가, 무신사 등 온라인 강자들과 협업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해외에서 경영수업 후 입사…올해 보광그룹 장남과 약혼

 

서경배 회장을 이을 3세 경영자로 꼽히는 건 서 회장의 첫째 딸인 서민정 씨다. 1991년생인 서 씨는 현재 아모레퍼시픽그룹 뷰티영업전략팀에서 과장 직급인 프로페셔널로 근무하고 있다.

 

서민정 씨는 미국 코넬대학교 경제학과를 졸업한 뒤 ‘재벌 후계자의 사관학교’로 꼽히는 글로벌 컨설팅회사 베인앤드컴퍼니에서 근무했다. 2017년 1월 아모레퍼시픽 뷰티사업장 생산관리직 사원으로 입사했다가 6개월 만인 10월 사직서를 낸 뒤 베이징의 사립 경영전문대학원인 장강경영대학원에 진학했다. 2년 뒤인 2019년 10월 경영학 석사 과정을 마치고 회사에 복귀하며 본격적인 경영 수업을 시작했다고 알려졌다. 

 

지난 6월 27일 서민정 씨와 홍석준 보광창업투자 회장의 장남 정환 씨가 신라호텔에서 약혼식을 올렸다. 식이 끝나고 난 뒤 서민정 씨가 손님들을 배웅하는 모습. 사진=최준필 기자

 

올해 6월에는 서민정 씨와 홍석준 보광창업투자 회장의 장남 홍정환 씨의 약혼식으로 재계가 들썩이기도 했다. 6월 27일 열린 약혼식에는 홍라희 전 라움미술관장,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 등 재벌가 인맥이 다수 참석했다. 홍정환 씨 부친인 홍석준 회장은 홍라희 전 리움미술관장과 홍석현 전 중앙일보 회장, 홍석조 BGF그룹 회장의 동생으로 이건희 삼성 회장의 처남이다.

 

#업계 “유상증자·배당금 통해 승계자금 마련” 분석

 

서민정 씨의 그룹 재입사는 향후 그룹 경영권 승계를 염두에 둔 행보로 풀이된다. 서경배 회장은 슬하에 아들이 없을뿐더러 둘째 딸 서호정 씨는 1995년생으로 아직 경영에 참여하지 않았다. 

 

서 씨 입사 직후인 지난해 10월 10일 아모레퍼시픽그룹은 ​공시를 통해 ​주당 2만 8200원에 전환우선주 709만 2200주를 발행하며 2000억 원을 조달한다고 발표했다. 전환우선주는 매입한 뒤 일정 기간이 지나면 보통주로 전환할 수 있는 우선주를 말한다. 당시 유상증자를 통해 발행된 전환우선주는 10년 뒤 보통주로 전환 가능하다.

 

회사가 밝힌 유상증자 목적은 ‘자회사 지분 확보’지만 업계에서는 경영권 승계 밑작업으로도 본다. 증권사 관계자는 “(전환우선주는) 보통주와 비교해 훨씬 싸게 거래되기 때문에 경영권 승계를 준비하는 그룹 차원에서는 지분율을 확보하기 좋은 방식이다. 서 씨의 복귀 시기와 맞물린 이유가 무엇이겠냐”고 해석했다. 

 

올해 8월 기준 서 씨가 보유한 아모레퍼시픽그룹 지분은 2.93%다. 이외에도 계열사 이니스프리 지분 18.18%와 에뛰드 지분 19.52%, 에스쁘아 지분 19.52%를 갖고 있다. 2019년 11월 재벌닷컴이 국내 상장사 대주주와 특수관계인들이 보유한 주식 가치를 평가한 결과에 따르면 서 씨는 30세 이하 주식 부자 1등이다. 서 씨가 보유한 주식의 평가액은 2120억 원이다. 

 

한편 이니스프리는 지난해 창사 이래 가장 큰 규모인 1002억 원의 중간 배당을 실시하며 구설수에 올랐다. 전례 없는 대규모 배당이 이뤄지기엔 2016년 ​​실적이 ​정점을 찍은 ​이후 지속적으로 하락했기 때문이다. 당시 대규모 배당이 이니스프리 지분 81.8%를 보유한 아모레퍼시픽그룹과 18.2%를 보유한 서 씨에게 유입돼, 그 배경에 경영 승계 작업이 있는 게 아니냐는 이야기가 나올 수밖에 없었다. 서 씨가 수령한 중간 배당금 규모는 182억 원에 달한다.

 

앞서의 증권사 관계자는 “상속세·증여세 납부를 위한 재원으로 사용할 실탄을 ​한 번에 ​마련한 것이다. 하지만 이후에도 도움을 받을 수 있을진 아무도 장담할 수 없다. 이니스프리는 국내 로드샵 열풍을 이끈 브랜드 중 하나지만 K-뷰티의 지형이 바뀌면서 그 영향을 직격타로 받는 브랜드이기 때문이다. 아모레퍼시픽 계열사 전체가 온라인 전환, 해외시장 개척 등 빠르게 바뀌는 트렌드를 따라가야 한다는 긴장감 속에 있는 만큼 오너가의 역할이 중요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 

김보현 기자 kbh@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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