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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감백신 접종 후 사망, 사인 못 밝히면 정부 책임 커진다

다른 원인 못 찾으면 정부가 보상해야…질병관리청·전문가들 "백신 자체는 이상 없을 것"

2020.10.20(Tue) 14:15:45

[비즈한국] 인천에서 인플루엔자(독감) 백신 접종 이틀 만에 18세 남학생이 숨지는 사례가 발생해 당국이 조사에 나섰다. 시신을 부검한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은 ‘사망과 독감 백신의 관련성은 낮지만 사인은 미상’이라는 1차 구두 소견을 표한 것으로 전해졌다. 전문가들 사이에서 사망 원인을 규명하기 어렵다는 이야기가 나오는 가운데 사인을 밝혀내지 못하면 ‘예방접종피해 국가보상 제도’에 따라 정부에게 책임 소지가 있다는 의견이 나온다.

 

질병관리청 중앙방역대책본부에 따르면 이 학생은 지난 14일 인천 지역 민간 의료기관에서 정부 조달 무료 독감 백신을 접종했고, 이틀 뒤 16일 오전 자신의 방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이 학생은 알레르기 비염을 앓고 있었지만 기저질환은 없었다. 접종 전후 알레르기나 발열 등 특이사항은 나타나지 않았고, 백신 접종 후 가족에게 “피곤하다”는 말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인천에서 인플루엔자(독감) 백신 접종 이틀 만에 18세 남학생이 숨지는 사례가 발생해 당국이 조사에 나섰다. 25일 오전 서울 강서구 한국건강관리협회 건강증진의원 서울지부에서 한 시민이 독감 예방접종을 받고 있다. 사진=박정훈 기자


보건당국은 무료 접종 사망과 백신과의 연관성은 적다는 입장을 표시한다. 지난 19일 정은경 질병관리청장은 브리핑에서 “아직은 예방접종과의 인과관계가 확인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사망한 10대가 맞은 백신은 신성약품이 조달한 물량은 맞으나, 백신 효력에 영향을 줄 우려가 있어 회수된 물량은 아니다. 앞서 지난 6일 질병관리청은 신성약품이 조달한 백신 539만 도즈(1회 접종분) 중 상온 노출로  ‘물 백신’ 가능성이 있는 48만 도즈를 회수한 바 있다.

 

현재 일부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10대 학생의 사망 원인을 규명하기 쉽지 않을 거란 의견이 제기된다. 1차 부검 소견에서도 ‘사인 미상’이라는 의견이 나왔다. 질병관리청 예방접종피해보상 전문위원회 위원인 기모란 국립암센터 예방의학과 교수는 “사망 원인을 확실히 밝힐 수 있을지 모르겠다. 개인 반응이 있었는지, 지병이 있었는지 등을 확인하기 위해 부검이나 역학조사를 진행할 테지만 인과관계를 다 못 밝힐 수도 있다”고 말했다.

 

기모란 교수는 “확률적으로 인플루엔자 백신을 맞고 아나필락시스(특정 물질에 대해 몸이 일으키는 과민반응) 쇼크가 올 수도 있다. 그러나 아나필락시스가 나타나도 바로 사망에 이르는 경우는 거의 없다”며 “또 쇼크가 왔을 때 부검을 해도 원인을 규명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았다. 그런데 이 경우는 바로 쇼크가 온 것도 아니고 백신 접종 후 이틀 후 사망했다. 또 알레르기성 비염이 있었다고 하지만 비염으로 사망하지는 않는다”고 설명했다. 다른 전문가는 “아나필락시스였다면 부검을 해보면 장기가 손상돼 한눈에 알아볼 수 있었을 텐데, (사인 미상으로 나온 것은) 그렇지는 않았다는 것”이라고 의견을 밝혔다.

 

전문가들에 따르면 사망 원인을 밝혀내지 못하면 정부의 책임 소지가 높아진다. 현재 보건당국은 ‘예방접종피해 국가보상 제도’에 따라 백신과 이상반응 혹은 사망과의 관련성이 확인될 경우 피해 보상을 해준다. 사망한 경우 사망 일시보상금과 장제비를 지급한다.

 

전문가들은 독감백신 접종 후 사망한 학생의 사인을 밝혀내지 못하면 정부의 책임 소지가 높아질 거라고 말한다. 한 시민이 독감 예방접종을 받는 모습. 사진=박정훈 기자


예방접종전문위원회 보상심의 기준은 ①관련성이 명백한 경우 ②관련성에 개연성이 있는 경우 ③관련성에 가능성이 있는 경우 ④관련성이 인정되기 어려운 경우 ⑤명확히 관련성이 없는 경우로 나뉘는데, ①, ②, ③에 해당하면 보상을 받을 수 있다. 기모란 교수는 “사망 원인을 밝혀내지 못하면 백신과 연관성이 확실히 증명되지 않아도 책임을 지고 보상하게끔 돼 있다. 다른 원인이 보이지 않으니 백신 말고는 (사망을) 설명할 수 있는 요인이 없다고 판단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전북 고창에서 19일 독감 백신을 접종한 70대 여성이 20일 숨진 채 발견돼 보건당국이 조사를 벌이고 있다. 다만 전문가들은 백신에 문제가 있는 것 아니냐는 이야기에 대해 신중한 입장을 표한다. 기모란 교수는 “독감 백신에 문제가 있었으면 백신을 접종한 사람 중 이상반응이 더 많이 나타났을 것”이라고 선을 그었다. 앞서의 또 다른 전문가는 “10대 사망 사례는 한마디로 (인과관계를 밝혀내기가) 애매한 상황이다. 따라서 아직은 백신에 문제가 없는지 있는지를 판단하기도 이르다”고 답했다.​

 

엄중식 가천대 길병원 감염내과 교수 역시 “​전 인구의 절반을 백신 접종하려면 매일 10만~20만 명 수준으로 접종을 해야 하고 절반 이상은 고위험군에 해당한다. 이분들 중 사망자가 매일 일정 수 발생할 수밖에 없고, 그러다 보면 접종 당일이나 접종 수일 이내에 사망자가 생긴다”​며 “​​이런 유사한 일은 더 발생할 수 있다”​고 말했다.

 

질병관리청에 따르면 지금까지 독감 백신 접종과 사망의 연관성이 인정된 사례는 2009년 1건이다. 당시 만 65세이던 여성 환자는 백신 접종 이틀 후부터 양쪽 팔다리의 근력 저하 증상을 보였고, 밀러-피셔 증후군(말초신경병)을 진단받아 입원 치료 중 흡인성 폐렴이 발생해 사망했다. 이 환자는 기존에 앓고 있던 기저질환은 없었다.​

김명선 기자 line23@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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