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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레멘트컴퍼니를 통해 본 회사와 일, 동료의 본질

브랜드 전략 솔루션 회사 'LMNT' 전 직원을 만나 직장생활의 본질을 묻다

2020.12.17(Thu) 15:42:43

[비즈한국] 좋은 직장의 조건에는 세 가지가 있다. 돈을 많이 주거나, 함께하고 싶은 동료가 많거나, 조직의 비전이 확실하거나. 이 중 두 가지만 만족해도 그럭저럭 다닐 만하다. 한 가지라면 더 나은 직장으로 이직을 고민하게 되고, 하나도 만족하지 못한다면 당장 그만두고 싶은 마음으로 가득 찬다.


좋은 직원의 조건에도 세 가지가 있다. 회사에 많은 이익을 가져다주는 직원, 사내 조직문화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직원, 그리고 개인의 비전과 회사의 비전을 일치시키는 직원이다. 셋 중 하나만 만족해도 인사고과가 그리 나쁘지 않고, 둘을 만족하면 우수한 직원으로 평가받으며, 셋을 만족하면 회사의 핵심적인 역할을 맡길 수 있다. 이처럼 회사와 직원이 서로에게 바라는 것은 별반 다르지 않다. 알고 보면 직원의 합이 곧 회사라서 그렇다.


‘엘레멘트컴퍼니’라는 브랜드 경험 솔루션 회사가 있다. 베스트셀러 ‘기획자의 습관’을 비롯해 다수의 저서와 강연으로 유명한 최장순 대표가 이끄는 회사다. 설립한 지는 5년이 됐지만 지난해부터 직원을 늘리고 본격적으로 사업을 확장하기 시작했다. 현재 최 대표와 두 명의 디렉터, 다섯 명의 매니저가 전략 기획 및 디자인을 함께한다. 이름만 대면 알 만한 대기업 및 중견기업이 이들의 주 고객이다. 최근 몇 년간 급격히 주가가 오르며 브랜드 솔루션 분야에서 상당한 실력을 인정받고 있다.

(아래부터 좌우 차례대로) 최장순 대표, 노지훈 디렉터, 유문선 매니저​ , 한형민 디렉터, 박진하 매니저, 김조은 매니저​, 나현주 매니저, 권영균 매니저​. 사진=엘레멘트컴퍼니 제공


최 대표는 자신의 책 ‘본질의 발견’에서 업의 본질을 정의하는 것에서부터 브랜드가 시작된다고 설명했다. 회사 이름도 ‘엘레멘트(element, 요소/성분/원소)’에서 따왔다. 그렇다면 과연 엘레멘트컴퍼니라는 회사의 본질은 뭘까. 공장과 같은 고정자산이나 특허 등 무형자산이 없는 솔루션 회사의 특성을 고려하면 결국 남은 건 인적 자원(Human Resource)밖에 없다. 엘레멘트컴퍼니라는 회사의 본질을 정확히 파악하기 위해 8명의 직원을 모두 만나 돈, 동료, 비전에 관한 이야기를 나눴다. 인터뷰는 3주에 걸쳐 개별 진행되었으며, 최장순 대표를 제외한 직원들의 멘트는 사전 협의 하에 이니셜로 처리했다.

#돈: 주 4일 근무제에 감춰진 잦은 야근 ‘주사야오’

엘레멘트컴퍼니와 같은 브랜드 전략 솔루션 회사는 일을 맡기는 클라이언트에게 소위 ‘을’이 될 수밖에 없는 구조다. 현장에서는 대행사 혹은 에이전시로 낮춰 불리기도 한다. 하지만 실력에 따라서는 얼마든지 몸값에 맞는 대우를 받는다. 이건 회사도 직원도 마찬가지다.

여러 직원의 말을 종합하면 엘레멘트컴퍼니의 급여 수준은 대체로 업계 평균 이상으로 파악된다. 하지만 대우가 반드시 연봉만을 의미하는 건 아니다. 근무 환경이나 각종 복지 제도를 모두 아우른다. 엘레멘트컴퍼니는 직원 10인 미만의 작은 회사지만 강력한 복지 제도를 가지고 있다. 바로 ‘주 4일 근무제’다. 직장인이라면 누가 들어도 부러울 이야기다. 주 5일 근무를 하는 클라이언트가 있는 회사라는 점에서 더욱 파격적이다. 하지만 엘레멘트컴퍼니 직원들의 반응은 조금씩 엇갈렸다.

“클라이언트와 함께 일을 하는 데는 오히려 큰 문제는 없어요. 문제는 주 4일이 생각보다 잘 지켜지지 않는다는 거죠. 게다가 야근도 많고요. 평일에는 아예 저녁 약속을 잡을 수 없죠.” -매니저 A 씨

“한창 바쁠 때는 한 달에 두 번 정도 수요일(휴무일)에도 출근했던 것 같아요. 그나마 이번 달은 연말이라 그런지 온전히 주 4일 근무제가 지켜지긴 했어요. 야근이 많은 건 업계 분위기가 전부 그러니까 이해할 수 있지만, 그날 야근이 있을지 없을지 미리 알기 어렵다는 게 가장 힘듭니다.” -매니저 B 씨​

직원들은 잦은 야근 자체보다 저녁 이후 자기 시간을 예측할 수 없다는 게 좀 더 힘들다고 한다. 저녁 식사 후 산책을 하는 모습. 사진=엘레멘트컴퍼니 제공


코로나19로 모두가 힘들었던 올해, 야근이 많았다는 건 그만큼 엘레멘트컴퍼니가 업계에서 실력을 인정받는다는 긍정적 신호다. 하지만 직원 입장에서는 ‘조삼모사’가 아니라 ‘주사야오’라고나 할까. 주 4일 근무제를 도입했지만 야근을 더하면 실제 노동시간은 주 5일 근무제와 다를 바 없다고 직원들은 입을 모았다. 그렇다면 야근 없는 주 5일 근무제와 야근 있는 주 4일 근무제 중 어떤 것을 선택하겠냐는 질문에 매니저 A 씨의 답변이 흥미롭다.

“주 4일 근무제요. 주 5일을 한다고 해서 야근이 없어질 것 같지 않으니까요.” -매니저 A 씨

경력이 오래된 두 명의 디렉터도 이러한 잦은 야근에 대해 매니저들이 가진 불만을 잘 알고 있다. 이들도 신입 시절부터 야근을 밥 먹듯 했다. 실제로 광고, 홍보, 마케팅, 디자인 등 분야를 가리지 않고 다른 기업으로부터 일을 의뢰받는 형태의 에이전시들은 야근이 일상이다. 굳이 ‘나 때는 말이야’를 할 필요 없이 지금도 그렇다. 근본적인 이유가 있다. 비즈니스 모델 특성상 클라이언트가 늘 일정한 게 아니다 보니 무작정 인력을 늘릴 수 없어서다. 

게다가 거의 모든 프로젝트에 최장순 대표가 참여한다. 직원들이 말하는 최 대표는 유형별 직장상사 분류법에 의거하면 똑똑하고 부지런한 ‘똑부형’이다. 야근도 가장 많이 하고 주 5일 근무를 한다. 그래서 직원들이 쉽게 야근에 대한 불만을 털어놓기 힘든 측면도 없지 않다.

조직 내 원활한 의사 소통은 회사를 굳건히 유지하기 위한 필수 요소다. 사진=엘레멘트컴퍼니 제공


엘레멘트컴퍼니에는 ‘스텝업 토크’라고 불리는 면담 프로그램이 있다. 최근 여기서 잦은 야근에 대해 건의가 나왔고, 약간의 개선책이 도출됐다. 디자인이나 기획안과 같은 작업물을 확인받는 시간이 대부분 오후 늦게 이뤄지다 보니 자연스레 야근으로 이어진다는 점에서 착안해, 보고를 최대한 오전에 하기로 했다. 어느 회사나 크고 작은 갈등은 존재한다. 갈등은 해소하는 것보다 관리하는 게 중요하다. 엘레멘트컴퍼니에서 갈등을 다루는 방식을 약간은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엘레멘트컴퍼니에서 최근 2년 사이에 직원들을 괴롭힌 가장 큰 갈등은 따로 있었다. 바로 화장실이다. 엘레멘트컴퍼니는 올해 초 까지 서울 마포구 연남동의 한적한 골목에 있는 작은 사무실을 사용했다. 오래된 건물이다 보니 사무실 밖에 있는 입구가 하나인 남녀공용 화장실을 사용해야 했다. 직원이 늘면서 문제가 불거졌다. 성별이 다른 직원들 간에 민망할 뿐 아니라 밤늦은 시간에는 위험하기까지 했다.

절대 사소한 일이 아니라 생각한 최 대표는 심각한 고민에 빠졌다. 합정역 인근으로 사무실 이전을 결심한 이유다. 직원도 늘었고 앞으로 사업을 확장할 계획을 가지고 있었던 터라 좀 더 크고 번듯한 공간을 얻었다. 2층 단독주택 건물을 전부 쓴다. 이제 화장실도 두 개다.

합정역 인근에 위치한 엘레멘트컴퍼니 새 사무실. 사진=엘레멘트컴퍼니 제공


#동료: 조직 문화를 만들어가는 과정

직장인 사이에는 ‘모든 조직에는 또라이가 존재한다’는 말이 있다. 만약 아무리 둘러봐도 없다면 자신이 바로 ‘​또라이’​라고. 인터뷰 과정에서 모든 직원에게 엘레멘트컴퍼니 내에 또라이​​가 있느냐고 묻자, 모두가 미리 짠 듯 없다고 했다. 정말 없거나 아니면 모두가 또라이​거나. 기자의 이러한 질문에 솔직하게 대답할 사람이 있을까. 다만 어느 정도 걸러 듣는다고 해도 아직 유별나게 업무를 압박하는 상사나 분위기를 심각하게 망치는 동료는 없어 보였다.

그런데도 업무를 하는 과정에서 의견 충돌은 충분히 있을 수 있다. 대부분 브랜딩 업무는 전략을 수립하는 기획 파트와 이를 시각화하는 디자인 파트로 나뉜다. 그래서 대다수 회사가 기획팀과 디자인팀 조직이 별도로 운영되지만 엘레멘트컴퍼니는 프로젝트별로 기획자와 디자이너가 한 팀을 이뤘다 해체하는 방식으로 운영된다. 이러한 업무 구조는 최장순 대표의 오랜 경험과 신념에서 비롯됐다.

“대표님은 평소 기획자가 어느 정도 디자인 방향도 이끌어야 한다고 강조하세요. 그래야 일관된 브랜드 커뮤니케이션이 가능하다는 거죠.” -매니저 C 씨

최 대표가 기획자다 보니 이런 말이 나온 게 아닐까. 자존심이 강한 디자이너라면 쉽게 수긍하기 어려운 이야기다. 과연 디자이너에게 불만은 없을까. 디자인 업무를 하는 매니저 D 씨에게 생각을 물었다.

“불만은 전혀 없습니다. 반대로 디자이너도 기획을 할 줄 알아야 한다고 하시니까요. 그냥 디자인만 잘하면 되는 게 아니라 결과물에 타인을 설득할 만한 근거나 논리가 있어야 하고, 나아가 이러한 생각을 기획에 반영할 수 있어야 한다는 거죠.” -매니저 D씨

저마다 개성이 뚜렷한 엘레멘트컴퍼니의 밀레니얼 세대 매니저들. 사진=엘레멘트컴퍼니 제공


엘레멘트컴퍼니 직원들은 일에 대한 확고한 주관과 철학을 가졌다는 공통점이 있지만, 성격이나 성향은 저마다 놀라울 정도로 달랐다. 게다가 같이 근무한 기간도 오래되지 않다 보니 서로에게 조심스러운 분위기마저 느껴진다. 아직 엘레멘트만의 조직 문화를 만들어가는 과정인 셈이다. 앞으로 더욱 끈끈해질 수도 있고, 골이 깊어질 수도 있다. 하기 나름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엘레멘트컴퍼니의 구심점은 당연하게도 최 대표다. 그리고 최 대표와 함께 오래 손발을 맞춰온 두 명의 디렉터가 조율하는 역할을 맡는다. 창립 멤버인 셋은 사석에서도 친한 선후배 사이지만, 아무래도 다섯 명의 밀레니얼 세대 매니저들과는 약간의 거리감이 있다. 디렉터 E 씨는 앞으로 어떻게 엘레멘트컴퍼니다운 조직 문화를 만들지에 대해 고민이 많다고 했다.

“아직은 모든 의사소통이 완벽하다고 할 순 없겠죠. 조직의 허리가 약하다고 할까요. 하지만 몇 년만 지나면 자연스럽게 해결될 문제라고도 생각해요. 지금 매니저들이 나중에 하나의 프로젝트를 온전히 이끌 수 있을 정도로 경험이 쌓이고, 새로운 직원들이 들어오면 말이죠. 매니저들의 잠재력을 생각하면 한편으론 기대가 되기도 합니다.” -디렉터 E 씨

#비전: 나의 전성기가 곧 모두의 전성기가 되기를

만약 직장인에게 지금 다니는 회사의 최대 경쟁력이 무엇이라고 생각하느냐 물으면 어떻게 답할까. 엘레멘트컴퍼니의 모든 직원은 똑같이 답했다. 최장순 대표다. 그도 그럴 것이 거의 모든 클라이언트가 아직은 엘레멘트컴퍼니라는 회사가 아닌 최 대표를 보고 일을 맡긴다. 일을 맡기면서 최 대표가 직접 실무에 참여하는지 확인할 정도다.

그렇다면 앞으로 엘레멘트컴퍼니의 경쟁력은 무엇이 되어야 하느냐고 물었다. 이번엔 답이 전부 달랐다. 저마다 엘레멘트컴퍼니에서 보고 있는 비전이 다르다는 얘기다. 회사를 경영하기 힘든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부대표를 맡고 있는 노지훈 디렉터(왼쪽)와 최장순 대표(오른쪽)는 과거에도 한 직장에서 근무한 경험이 있는 선후배 사이다. 사진=엘레멘트컴퍼니 제공


“대표님이 과거 한 말 중에 가장 인상 깊은 말이 이거예요. ‘나의 전성기가 모두의 전성기가 되었으면 좋겠다’고. 지금은 엘레멘트컴퍼니의 경쟁력이 대표님이지만, 이를 바꿔 나가는 것이 곧 엘레멘트컴퍼니가 성장하는 방식이라고 생각해요.” -매니저 F 씨

“엘레멘트컴퍼니의 경쟁력은 앞으로도 계속 대표님이 돼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대표님에게 아직 전성기가 오지 않았다고 생각해요. 바꿔 말하면 그렇기 때문에 모두의 전성기도 오지 않은 거죠. 모두가 함께 성장하는 것이 미래의 경쟁력으로 이어지는 것 아닐까요.” -디렉터 G 씨

최장순 대표는 평소 직원들에게 적극적으로 자신의 가치를 높이라고 권유한다. 책을 쓰거나 외부 강연을 나가는 것도 자유롭게 허용한다. 이러한 활동이 회사의 허락을 구해야 하는 건가 싶겠지만, 현실적으로 눈치를 주는 곳도 적잖다. 그럼에도 이 같은 주문이 누군가에게는 부담스럽고, 누군가에게는 말뿐으로 느껴진다. 모두가 생각하는 비전의 방향과 욕망의 크기가 다르기 때문이다.

최장순 대표는 지난 추석에 매니저급 직원들의 부모님에게 직접 편지를 썼다. 자녀분들과 함께 할 수 있어서 감사하는 마음과 앞으로 회사를 잘 성장시키겠다는 약속을 담았다고 한다. 사진=엘레멘트컴퍼니 제공


회사가 직원에게 많은 기회를 주고 투자를 아끼지 않음으로써 비전을 제시하는 게 바람직해 보이지만, 닳고 닳은 경영자들은 그게 꼭 최선이 아니란 걸 안다. 그렇게 해서 쓸 만한 직원들은 더 많은 몸값을 받아 떠나기도 하고, 답을 찾지 못한 직원들은 남아서 짐이 될 수도 있다. 이쪽 업계는 특히 이직이 활발한 편이다.

야근이 없던 어느 날, 모두가 퇴근한 불 꺼진 사무실에서 마지막으로 최 대표를 만나 술잔을 기울이며 오랜 시간 진심을 들었다. 그는 이미 검증받은 브랜드 전략가지만, 그것이 뛰어난 경영 능력을 보증하는 건 아니라는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하루는 저녁 시간이 다 되었는지도 모르고 일에 집중하고 있었어요. 매니저 한 명이 식사를 배달시켰다며 같이 먹자고 하더군요. 저는 안 시켰으니 괜찮다고 했죠. 그러자 직원들이 각자 조금씩 모으면 충분히 한 그릇을 만들 수 있으니 같이 먹자는 거예요. 별거 아닌 일인데도 여운이 많이 남았어요. 저는 회사가 단순한 이해관계를 넘어 이러한 공동체 의식이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업무환경 개선이나 동료와의 협업 문제도 이러한 공동체 의식을 바탕으로 차근히 해결해 나가는 거죠.”

“공동체라고 해도 모두가 생각이 같을 순 없습니다. 누군가 떠날 수도 있지요. 그게 회사의 손실로 이어진다는 것도 알아요. 그래서 가능하면 엘레멘트컴퍼니라는 이름을 달아서 보내고 싶어요. 회사를 스핀오프 하는 방식으로요. 그러면 또 회사 간 협업과 연대가 이뤄질 수도 있습니다. 지금도 무엇이 최선인가를 끊임없이 고민하고 있습니다. 엘레멘트컴퍼니의 경쟁력은 본질에 대해 치열하게 생각하고, 최선의 답을 찾아가는 과정에서 나오니까요.” -최장순 대표​

봉성창 기자 bong@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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