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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은 언제?' 미국 CDC 코로나19 백신 접종 매뉴얼 살펴보니

사후관리 체계·백신 취급 필수요건 등 담겨…발 빠른 정보 공유 및 신뢰감 구축 '중요'

2021.01.07(Thu) 14:29:55

[비즈한국] 한 달 반. 국내에서 코로나19 백신 접종이 시작되기까지 남은 기간이다. 그러나 백신 접종 계획부터 우선순위 대상자, 백신 보관과 유통 기준, 이상 반응이 일어났을 때를 대비한 사후 관리 체계 등 코로나19 백신과 관련한 매뉴얼이 아직 마련되지 않아 우려가 커지고 있다. 질병관리청은 당초 12월 중 백신 예방접종에 대한 구체적인 실행방안을 마련한다고 밝혔지만 계속 미뤄지는 상황이다.

 

이 시점에서 주목할 만한 보고서가 있다. 한국 질병관리청 격인 미국 CDC(질병통제예방센터)가 지난 10월 29일 내놓은 ‘코로나19 예방접종 프로그램 플레이북(COVID-19 Vaccination Program Interim Playbook for Jurisdiction Operations)’이다. 플레이북은 국가 위기 상황에서 시나리오별 대응을 표준화한 지침을 말한다. 미국에서는 12월 코로나19 백신 접종이 시작됐는데 이 지침은 10월부터 홈페이지를 통해 공개됐다.

 

전문가들 사이에선 백신 도입이 늦어진 점은 차치하더라도 표준 지침이라도 선제적으로 마련됐어야 한다는 아쉬운 목소리가 나온다. 물론 미국 CDC가 내놓은 플레이북에도 아주 구체적인 접종 계획은 나오지 않는다. 그러나 이 지침엔 백신 우선 접종자에는 어떤 사람이 포함돼야 하는지, 안전한 백신 보관을 위해선 어떤 조건이 필요한지, 사후관리 대책은 어떻게 짜야 하는지 등의 방법이 상황별로 제시돼 있다. 우리나라에선 아직 코로나19 백신과 관련된 구체적인 계획안은 물론 표준 지침 자체가 공개되지 않았다.

미국 CDC(질병통제예방센터)는 지난 10월 코로나19 백신 관련 표준 지침을 내놨다. 사진=‘코로나19 예방접종 프로그램 플레이북(COVID-19 Vaccination Program Interim Playbook for Jurisdiction Operations)’

 

#75쪽 분량 미국 CDC 코로나19 백신 표준 지침, 작년 10월 공개

 

미국 CDC의 플레이북은 총 75쪽으로 구성돼 있다. CDC는 “코로나19 예방접종 대응 체계를 운영하려면 상당한 추가 계획이 필요하다. 코로나19는 계절성 인플루엔자나 기타 이전 유행 관련 예방접종 대응보다 범위와 복잡성이 훨씬 크다. 이 지침을 따르면 코로나19 예방접종 프로그램을 시작하기 위한 관할권의 기본 준비 상태를 개발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며 표준 지침을 마련한 계기를 설명했다.

 

우선 CDC는 백신 접종 초반에는 공급이 제한될 수 있기 때문에 접종 우선순위를 정해야 한다고 했다. CDC가 본 우선 대상은 △의료진 △국가보안기관 등 비의료 부문에서 일하는 필수 근로자 △요양원 및 생활보조시설 거주자 등 중증 코로나19 질병 위험요인이 있는 고위험 의학적 상태의 65세 이상 성인 △노숙인, 교도소 수감자와 학교 등 교육 환경에서 일하는 직원 등 코로나19에 감염되거나 전파될 우려가 큰 집단 △장애인·무보험자·​농촌 인구 등 예방접종 서비스 접근이 제한된 사람 등이다.

 

CDC는 백신 접종 단계를 크게 백신 공급 수가 제한된 단계, 백신 공급이 더욱 증가한 상태, 전체 인구에 접종할 수 있을 만큼 백신이 충분한 단계 등 3단계로 구분했다. 1단계에서는 초기 접종자들이 코로나19 백신이 도착했을 때 바로 접종받을 수 있도록 지역별로 우선순위 집단과 가장 가까운 병원과 연계하고 임시·이동 접종센터를 구비해야 한다고 했다. 백신 공급이 좀 더 원활해진 2단계에서는 약국과 클리닉, 공공보건센터 등 민간과 공공 부문을 활용하고, 마지막 3단계에서는 백신 낭비를 최소화하기 위한 백신 제품 공급 체계를 바꿔야 한다고 밝혔다.

 

미국 CDC는 백신 접종 단계를 크게 백신 공급 수가 제한된 단계, 백신 공급이 더욱 증가한 상태, 전체 인구에 접종할 만큼 백신이 충분한 단계 등 3단계로 구분하고 각 단계에 맞는 전략을 제시했다.


백신 예방접종 제공자들은 CDC가 마련한 ‘코로나19 백신 프로그램 제공자 계약서’에 서명해야 한다. 이 계약서에는 백신 투여 후 24시간 이내에 관련 예방접종 기록을 지역이나 정부에 제출하고 이를 모든 백신 수혜자와 부모, 법정 대리인에게도 전달해야 한다는 조건이 명시됐다. 백신이 필수 온도에서 보관되고 있는지를 점검하기 위해 CDC는 이 과정에서 백신 저장 장치 사진을 요청할 수 있다. 백신 제공자들은 코로나19 백신 보관 및 취급 방법과 백신 투여 방법 등에 관한 교육을 받아야 한다. CDC는 온라인 영상을 통한 교육 방식이 적합하다고 봤다.

 

#백신 유통 필수요건, 사후관리 체계 등 완벽하진 않지만 선제적

 

백신 보관과 취급에 관한 지침도 있다. 코로나19 백신 유통을 위해서는 콜드체인(저온 유통체계)이 필요한데, CDC는 신뢰할 만한 콜드체인 기업 조건엔 △잘 훈련된 직원 △안정적인 보관 및 온도 모니터링 장비 △정확한 백신 재고 관리 능력이 필수라고 명시했다. 그러면서 코로나19 백신은 CDC의 중앙 집중식 유통 업체가 배송하지만, 초저온 요건이 있는 백신은 제조사가 직접 배송한다고 적었다. 우리나라에선 콜드체인 분야에 진출하는 기업이 늘고 있지만 아직 관련 지침이 없어 저마다의 기준에 맞춰 사업을 준비하고 있다.

 

CDC의 플레이북에는 백신 보관과 취급, 사후 모니터링 체계와 관련된 방안도 담겼다.


CDC는 이 문서에서 “코로나19 백신은 대부분 21일 또는 28일 간격으로 두 번 접종이 필요하다. 백신 수령자의 두 번째 접종은 첫 번째 접종과 동일한 제조사의 백신이어야 한다”며 코로나19 예방접종 2차 알림의 중요성도 피력했다. CDC가 제시한 방법은 백신 접종자가 예방접종 기록 카드를 보관하고, 약국과 의료 시스템의 알림 자체 시스템을 활용해 건강보험 청구 정보를 기반으로 환자에 2차 접종 필요성을 상기시키자는 것이다. 또 같은 사람이 예방접종을 여러 번 하지 않도록 의료 협회·​주 면허위원회·​주 Medicaid 기관·​주 농촌 보건소 등과 협력해 등록 활동을 추적해야 한다고 했다.

 

백신 사후 모니터링 체계와 관련된 내용도 있다. 백신 제공자는 앞서의 ‘CDC 코로나19 백신 프로그램 제공자 계약’을 통해 △부작용과 관계없이 백신 투여 오류 △코로나19 백신이 유발했다는 게 확실하지 않더라도 모든 심각한 부작용 △어린이 또는 성인의 다기관염증증후군 △사망을 초래하는 코로나19 사례를 모두 보고할 의무가 있다. 또 CDC는 백신 접종을 받은 사람들에게 복용 알림이나 실시간 전화 후속 조치와 설문조사 등을 진행하는 스마트폰 기반의 ‘v-safe’라는 플랫폼을 만들 계획이라고도 밝혔다.

 

CDC는 ‘공공준비 및 비상사태 대비법(PREP)’을 이번 사태에도 적용해 코로나19 백신으로 인해 사망한 개인에게는 보상책이 마련된다고 명시했다. 이에 따르면 공공의 건강을 위협하는 질병 치료를 위한 의학적 조처 등으로 발생한 피해에 대해 의약품 제조업체·예방접종 프로그램 기획자·백신 제공자 등 기업과 개인은 책임을 면제받을 수 있다.

 

미국 CDC는 백신과 관련한 최종 정보가 채 나오지 않은 상황에서 이 플레이북을 마련했다. CDC는 이 문서에서 “아직 어떤 백신이 얼마의 용량과 저장 및 취급 요건으로 이용될 수 있는지 알려지지 않았다. 무슨 백신이 승인될지도 모른다. 그러나 코로나19 예방접종 프로그램 계획은 유연해야 하며 모든 가정을 검토해야 한다”고 작성 배경을 설명했다.

 

CDC는 백신 시나리오별로 고려해야 할 부분이 나열돼 있다.


물론 CDC의 플레이북을 ‘완벽한 지침’이라고 보기엔 무리가 있다. 접종기관과 유통업체는 어디로 선정할 것인지 등 아주 세부적인 정보는 포함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또 CDC 표준 지침이 있다고 해서 문제가 전혀 없는 것도 아니다. 교도소 수감자가 우선 접종 대상자에 포함돼 논란이 일기도 했다. 다만 사후 모니터링 체계를 비롯한 코로나19 백신 유통에 적합한 조건 등을 선제적으로 취합해 표준 지침을 마련했다는 점에서 현장의 혼란을 조금이라도 더 줄일 수 있게 됐다.

 

‘정보 공유’ 면에서도 우리나라 질병관리청을 앞섰다. CDC는 공중보건 위기대응 상황에서 정보 공유를 핵심 역량으로 꼽은 바 있다. CDC에 대한 미국 국민의 신뢰도도 높은 수준이라고 한다. 국내 질병관리청도 매일같이 브리핑을 하는 등 정보 공유에 힘써왔지만, 여전히 국내에선 코로나19 백신과 관련해 의문점이 많다. 질병관리청은 내일(8일) ‘코로나19 예방접종 대응추진단’을 출범하고 이달 중 백신 계획을 발표한다.

 

전문가들 역시 질병관리청의 대응에 아쉽다는 반응을 보였다. 제약업계 관계자는 “코로나19가 발생한 지 1년이 지났다. 백신 확보가 늦었다고 해도 전문가들이 참여해 만든 기본적인 백신 지침이 있어야 한다. 질병관리청 내부에 매뉴얼이 있을 수는 있지만, 국민도 알 권리가 있다. ‘국민 건강권’을 최우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강윤희 전 식약처 임상심사위원은 “지침 마련은 벌써 늦었다. 다만 늦은 만큼 더욱 세부적으로 매뉴얼을 만들 필요가 있다. 가령 의료인·​요양병원 입원자·​교도소 수감자 중 우선 순위 접종 대상자 중에서 어떤 집단에 먼저 써야 효과적일지 밝히는 등 ‘디테일’을 살려야 한다”고 밝혔다.​

 

다만 크게 우려하지 않아도 된다는 반론도 나온다. 권혜영 목원대 의생명보건학부 교수는 “​우리나라는 국가예방접종관리체계가 잘 갖춰져 있다. 코로나19 백신을 대입해 이미 있는 시스템을 활용하면 되기 때문에 가이드라인을 마련하기에 긴급하지 않았을 수 있다”​며 “​미국은 화이자 백신을 접종했기 때문에 이러한 가이드라인을 새롭게 구축했어야 하는 상황이었을 것이다. 정보 공유가 부실하다는 지적도 의료인이 이미 예방접종 관련 시스템을 숙지하고 있는 상태이기 때문에 크게 문제는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명선 기자 line23@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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