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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부처간 상반된 정책으로 집단급식소 미배식 음식 전량 쓰레기 둔갑 논란

재활용 기부도 안 돼, 코로나19 장기화에 불황 업계 폐기물 처리 비용까지 골머리

2021.03.18(Thu) 10:47:06

[비즈한국] 전국의 집단급식소에서 멀쩡한 미배식 음식들이 법적 구속력 없는 식중독 예방강화란 식품의약품안전처의 권고로 인해 음식물 쓰레기로 둔갑돼 폐기되고 있어 기부 등 개선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쏟아진다. 

 

식품의약품안전처(식약처) 관할의 식품위생법은 위탁급식영업장을 포함한 집단급식소에서 미배식 음식에 대해 폐기해야 한다는 의무규정을 두지 않는다. 문제는 식약처 식중독예방 컨설팅 매뉴얼에서 집단급식소에서 제조한 메뉴는 당일제공 후 잔여량은 전량 폐기하도록 권고한다는 점이다. 

 

이러한 식약처의 매뉴얼을 수용한 교육부는 학교급식법을 통해 훨씬 엄격한 규정을 뒀다. 학교급식법은 급식시설에서 조리한 식품은 온도관리를 하지 않는 경우 조리 후 2시간 이내에 배식을 마쳐야 한다고 규정한다. 따라서 규정한 배식 시간을 넘긴 미배식 음식은 모두 폐기 대상이다. 

 

서울의 한 단체급식장 관계자가 미배식 반찬을 폐기하고 있다. 사진=독자 제공

 

이로 인해 집단급식소들은 멀쩡한 상태의 미배식 음식까지 모두 버릴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업계에 따르면 통상적으로 단체급식장 현장에선 배식시간 종료 후 2시간부터 늦어도 4시간 이내 미배식 음식이 모두 폐기된다. 

 

예를 들어 급식 현장에서 점심시간은 보통 오후 1시 30분을 전후해 마감되는데 오후 3~4시 쯤 미배식 음식이 음식물 쓰레기로 처리된다. 

 

특히 미배식 반찬은 배식대 위에 오른 적이 없어 고객에게 배식되지 않은 상태다. 밀봉됐거나 반찬류의 특성에 맞게 냉장이나 온장 상태로 적정 보관되고 있어 일정 시간이 지나도 위생안전에 전혀 문제가 없다는 점이다. 이러한 멀쩡한 상태의 미배식 음식이 배식 시간을 초과했다는 이유로 음식물 쓰레기로 취급돼 폐기되고 있다. 

 

환경부에 따르면 음식물 쓰레기 배출량은 하루 약 1만 5000톤이며 이로 인한 연간 경제적 손실은 20조 원을 상회하는 것으로 추산된다. 가뜩이나 음식물 쓰레기로 인한 환경오염 문제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데도, 집단급식소의 음식물 쓰레기 배출량이 좀처럼 줄어들지 않는 이유다.

 

위탁급식업계에 따르면 집단급식소에서 배출하는 음식물쓰레기 가운데 대략 25%에 달하는 수준이 미배식 음식으로 추산된다. 음식물 쓰레기는 배출자 처리 원칙에 따라 상위 10대 대형 위탁급식 기업들이 그 비용으로 지불하는 비용만 연간 수백 억 원대에 달하는 실정이다. 

 

반면 일반음식점에서는 미배식 반찬류를 손님에게 제공하는 것이 가능하다. 뿐만 아니라 조리한 음식을 배달 판매하거나 출장뷔페 형태의 영업도 가능해 미배식 반찬류를 얼마든지 활용할 수 있다. 이는 식약처가 일반음식점은 원칙적으로 손님 요구가 있을 때만 미배식 반찬류가 제공되고 있어 집단급식소와 다르다는 유권해석을 하기 때문이다. 

 

위탁급식업계에서는 일반음식점과 동일한 기준으로 식중독예방진단 컨설팅과 학교급식법 등을 개정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위탁급식업체 한 관계자는 “먹을 수 있는 음식을 왜 버려야 하는가. 보다 합리적인 개선이 절실하다”며 “미배식 음식 폐기와 관련해 식약처는 권고 사항이라 법적 구속력이 없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하지만 식약처는 엄연히 규제기관이자 권력기관으로 권고사항은 법상 의무 규정과 다를 바 없다”고 지적했다. 

 

다른 위탁급식업체 관계자는 “위탁급식업체가 운영하는 집단급식소의 경우 일반음식점보다 위생안전 수준이 더 높고 철저한 수준이 대부분이다”며 “미배식 반찬류에 대해선 지역의 푸드뱅크나 무료급식소와 같은 복지시설에 기부할 수 있도록 해주거나 집단급식소를 이용하는 고객들에게 제공하는 것도 음식물 쓰레기 배출량을 현저히 줄일 수 있다”고 제안했다.

 

식약처와 교육부는 배식 시간을 초과하면 무조건 폐기해야 한다는 입장인 반면 환경부는 음식물 쓰레기를 줄여야 한다는 입장이다. 부처간 상반된 정책방향으로 인해 현장에서 혼선만 가중되고 있는 실정이다. 따라서 업계는 부처간 상충된 정책방향에 대한 국무총리실의 합리적인 정책 조율이 시급하다고 지적하고 있다. 

 

식약처 한 관계자는 “식중독 사고가 발생할 경우 책임소재를 가려야 한다. 그에 앞서 식중독 사고 예방을 위해 폐기 비용이 들더라도 버리는 것이 낫다고 판단해 폐기를 권고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식약처 다른 관계자는 “집단급식소 담당 개별 영양사들은 식단 계획을 짜는 것 외에 당일 예상 식수 인원을 산출해 음식을 남기지 않도록 관리하는 업무를 수행하고 있다. 예상 식수 인원을 산출할 때 보다 신중한 접근을 통해 음식폐기물을 최소화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교육부 관계자는 “학교급식 운영 주체들은 식중독 등 사고 예방을 위해 식단 작성부터 구매, 보관, 조리, 배식, 급식기수 세척과 소독 등 모든 과정에서 철저한 위생과 안전관리 강화에 역점을 둬야 한다”고 말했다. 

 

환경부 관계자는 “환경보호와 국가적 자원 낭비를 막기 위해 음식물쓰레기 배출을 최대한 줄이는 노력이 절실하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업계 관계자들은 “코로나19 사태 장기화로 인한 재택근무 체제와 학교 휴업 확산 등으로 인해 정확한 예상 식수인원을 산출하기 매우 어렵다”며 “탁상행정이 아니라 현 시대 상황에 맞는 개선책 요구에 부처와 업계가 머리를 맞대야 하는 시점이다”라고 입을 모았다.​ 

장익창 기자 sanbada@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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