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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자가진단키트, 우리나라는 왜 도입이 늦어질까

민감도 90%, 특이도 99% 개인용은 요건 엄격해…허가 떨어져도 방역정책에 따라 논란 예고

2021.04.09(Fri) 10:21:14

[비즈한국] ‘4차 대유행’ 조짐이 일면서 코로나19 자가진단키트 도입 논의가 급물살을 타고 있다. 하지만 정부는 새로 발표한 자가진단키트 가이드라인에서 개인용 제품의 자격 요건을 좀 더 엄격하게 규정하면서 조심스러운 분위기다. 일단 몇몇 진단키트 업체가 이에 맞춰 임상시험에 돌입했지만 기대감은 그리 크지 않다. 무엇보다 자가진단키트 사용이 허용돼 허가받는 제품이 나오더라도 90% 이상 정확도를 구현하기 힘든 한계 탓에 도입 여부를 두고 논란이 이어질 전망이다.

 

#‘좀 더 엄격하게’ 자가진단키트 가이드라인 살펴보니…

 

코로나19 자가진단키트는 코로나19 검사법 중 신속항원검사법을 활용한다. 신속항원검사는 코 안 쪽에서 채취한 검체 혹은 타액(침)을 채취한 뒤 코로나19 바이러스 성분이 존재하는지를 확인하는 검사법이다. 15~30분 정도 있으면 결과가 나타난다. 두 줄이 뜨면 코로나19 양성이다. 임신 테스트기 원리와 비슷하다. 검체를 채취해 연구실에서 핵산 분리와 유전자 증폭을 거쳐야 하는 국내 표준검사법인 분자진단법(RT-PCR)과 다르다. RT-PCR 검사는 대개 하루 이상 걸린다.

 

코로나19 임시선별진료소를 찾은 시민이 코로나19 검사를 받는 모습. 사진=박정훈 기자


지난해 12월 수도권 임시선별진료소에 새롭게 도입된 신속항원검사법은 최근 일일 신규 확진자가 급격히 증가하며 다시금 주목받기 시작했다. 별도의 장비가 없어도 되는 항원진단키트를 이용해 일반 국민이 자가 사용할 수 있게 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면서다. 이에 지난달 18일 정부는 개인용 진단시약 기준을 반영한 ‘코로나19 체외진단의료기기 허가심사 가이드라인’을 발표했다. 2일에는 자가진단키트 활용방안에 대한 방역당국 전문가 회의가 열렸다.

 

가이드라인을 보면 개인용 코로나19 진단키트를 허가받기 위해서는, PCR 검사 결과 양성이지만 증상이 없는 확진자 검체를 3분의 1 이상 포함해 임상시험을 진행해야 한다. 개인용 항원검사제품의 임상적 민감도와 특이도는 각각 90%, 99% 이상이어야 한다. 민감도는 양성을 양성으로 판단하는 확률, 특이도는 음성을 음성으로 판단하는 확률이다. 둘을 합쳐 정확도를 판단한다. 이는 전문가가 검체를 채취하는 전문가용 항원검사키트보다 엄격한 조건이다. 전문가용 제품의 경우 정부가 요구하는 임상적 민감도는 80% 이상, 특이도는 95% 이상이다.

 

자가사용 목적 제품은 다양한 교육 수준과 연령, 성별의 비전문가 100명을 대상으로 한 사용 적합성 평가도 거쳐야 한다. 비전문가가 훈련 자료만으로 제품을 사용할 수 있는지, 또 정확히 사용해 결과를 도출할 수 있는지를 확인하려는 목적이다. 또 개정된 기준에 맞게 임상시험을 새로 실시해야 한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어려운 경우 타당한 근거자료를 제출하면 이전에 시행한 임상시험도 인정될 수 있다. 정부가 자가진단키트 도입을 고려하고는 있지만, 아주 조심스럽게 접근하고 있다는 신호가 엿보이는 대목이다.

 

사진=중앙방역대책본부 자료


#진단키트 업계, 임상시험 착수했지만 기대감 낮은 이유

 

가이드라인이 나온 만큼 몇몇 진단키트 업체는 일단 임상시험 준비에 나섰다. 지난해 11월 신속항원키트를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시판 허가받아 지방자치단체에 보급한 SD바이오센서 측은 자가사용 목적 항원진단키트에 대한 임상시험에 들어간 상태라고 밝혔다. 5일 신속항원키트를 국내 허가받은 체외진단기기 전문기업 휴마시스 관계자는 “이제 막 임상시험을 시작하려는 단계다. 체코와 독일에 자가진단 항원진단키트를 판매하고 있었다. 때문에 임상시험이 어렵지는 않을 것”이라고 했다.

 

그러나 업계에서는 큰 기대는 없는 분위기다. 가이드라인은 나왔지만 허가 시점이 언제가 될지, 정부가 개인용 신속항원검사를 얼마나 폭넓게 사용 가능토록 할지 의문이라는 반응. 수요에 있어서도 자가진단키트를 사는 데 처방전이 필요하다 볼지, 약국으로 판매처를 한정할지 등 방역당국 결정에 따라 크게 영향을 받으리라는 얘기가 나온다. 업계에서는 아직 방역당국 전문가 의견이 분분하고 구체적인 시행계획이 없어 해외에 방점을 찍는 게 편하다는 이야기도 나왔다.

 

개인용 항원진단키트 임상시험에 돌입한 업체들이 일부 있지만 큰 기대는 없는 분위기다. 국내 표준법인 RT-PCR(분자진단법) 검사에 대한 정부의 신뢰가 이어질 거라는 이야기도 나왔다. 사진은 RT-PCR 검사 진단키트. 사진=김명선 기자


자가진단용 항원검사키트를 사용해야 한다는 업계 요구에 대한 수용이 늦어지면서, 일찌감치 해외 시장공략에 나선 국내 기업도 적잖다. 지난 3월 휴마시스는 체코에서 자가사용 목적의 코로나19 항원진단키트를 인증받았다. 항원진단키트를 통한 자가검진을 승인한 체코에는 25일 기준 60여 개 제품이 승인됐다. 온라인 약국과 슈퍼마켓에서도 자가진단키트가 판매된다. 피씨엘은 파키스탄과 캐나다 등에서 항원진단키트의 자가사용 승인을 획득했다.​

 

#항원검사 본질적인 한계 때문에 정확도 낮을 수밖에 없어

 

정부가 자가진단키트 사용을 승인하더라도 정확도에 대한 논란은 꾸준히 등장할 가능성이 크다. 업계에서는 정부가 요구하는 민감도와 특이도를 충족하는 것은 어렵지 않다고 주장한다. 실제로 항원진단키트를 내놓은 적잖은 업체들은 90% 이상 민감도와 특이도를 임상시험을 통해 확인했다고 홍보한다. 그러나 의료계에서는 가이드라인에서 제시된 민감도 90%, 특이도 99%를 충족하는 신속항원검사 진단키트가 원천적으로 불가능하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정재훈 가천대 의대 교수는 “신속항원검사의 경우 민감도와 특이도를 90% 이상으로 높일 방법이 본질적으로 없다. 대신 유증상자에게만 사용한다는 식으로 제한하면 성능이 좋아질 수는 있다”고 설명했다. 진단의학과 전문의도 “유전자는 복제 기능이 있어서 증폭이 가능하지만 항원과 항체는 단백질이라 증폭이 불가능하다. 그래서 민감도가 많이 떨어진다”며 “방법 자체의 한계 때문에 민감도와 특이도 90% 이상은 이론적으로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지난해 SD바이오센서의 신속항원검사 제품을 두고는 한차례 논란이 빚어진 바 있다. 해당 제품은 민감도 90%, 특이도 96%로 허가받았다. 그러나 진단검사의학회가 성능을 다시 검사한 결과 민감도는 29%, 특이도는 100%였다. 국내 신규 환자에게 사용했을 경우 예상되는 민감도는 41.5%였다. 이에 대해 SD 바이오센서 측은 식약처의 허가·심사 가이드라인에 따라 임상시험을 거쳐 결과가 나왔다고 반박했다. 식약처는 업체가 제출한 서류를 바탕으로 허가를 낸다. 

 

국내 코로나19 신규 확진자 수가 다시 700명 선까지 급증한 8일 오전 서울역 임시선별진료소에 코로나19 검사를 받기위해 시민들이 줄을 서있다. 사진=박정훈 기자


한편 자가진단키트를 둘러싼 의견은 여전히 분분하다. 정확도가 낮은 제품을 개인이 사용하게 하면 방역에 더욱 혼란을 초래하리란 입장과, 숨은 감염원을 찾아내 방역에 도움이 될 수 있다는 주장이 맞선다. 정재훈 교수는 “진단검사 시스템이 잘 확립돼 있는 국내에 굳이 논란이 많은 신속항원검사를 이용한 자가진단을 도입할 필요가 있는가에 대해서는 유보적인 입장이다. 결국 PCR검사를 통해 검사를 한 번 더 해야한다”고 주장했다. 바이오업계 관계자는 “일일이 개인이 선별진료소에 가 PCR 검사를 받기 쉽지 않다. 조금이라도 유용하면 문을 열어놓는 편이 낫지 않겠나”고 했다.​

김명선 기자 line23@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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