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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언스] '명왕성 킬러'와 '행성 도둑'에게 벌어진 일

카이퍼벨트 소천체 '하우메아'를 둘러싼 발견자 논란

2021.04.19(Mon) 11:44:27

[비즈한국] 내가 천문학을 하는 사람이라고 소개하면 가끔 사람들에게서 받는 질문이 하나 있다. “새로운 별 같은 걸 찾나요?” 이런 질문을 받을 때면 속으로 혼자 이렇게 생각한다. 세상에 새로운 별을 찾냐고? 요즘 시대에 대체 어떤 할 짓 없는 천문학자가 그런 쓸데없는 연구를 하고 있을까? 

 

사실 19세기까지만 거슬러 올라가도 천문학자는 새로운 별을 찾는 일을 했다. 당시에는 태양계에서 새로운 혜성과 소행성을 발견해 태양계 멤버 수를 늘리는 것 자체만으로도 위대한 과학적 업적이었다. 하지만 아쉽게도 이제 그런 시대는 다 지나갔다. 이미 최첨단 자동화 망원경으로 하늘 전역을 훑어보며 거의 모든 별과 은하들을 파악하고 방대한 지도를 그려놓았다. 21세기 천문학자 대부분 ‘새로운 별’ 같은 걸 눈으로 하나하나 찾는 그런 귀찮은 일에 몰두하지 않는다. 

 

요즘 천문학자들은 대부분 태양계에서 큼직한 행성, 주요 천체들은 다 발견했고 이제 발견할 수 있는 건 별 의미없는 작은 부스러기 천체들뿐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칼텍의 마이크 브라운은 다르다. 그는 아직까지도 태양계에 우리가 찾지 못한 ‘숨은 행성’이 남아 있다고 생각한다. 아직 명왕성이 태양계 가장 마지막 아홉 번째 행성으로 불리던 시절부터 마이크 브라운은 명왕성보다 더 먼 어둠 속에 열 번째 열한 번째 행성이 발견되기를 기다리고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 주변 동료들이 다들 안타까운 눈빛으로 마이크 브라운을 바라보며 허송 세월 보낸다고 걱정했지만 그의 외로운 ‘새로운 행성 탐색’은 계속되었다. 

 

천문학자 클라이드 톰보가 1930년 당시 6일 간격으로 촬영된 사진에서 뭔가 움직이는 것을 발견했다. 화살표로 표시된 것이 명왕성이다. 참 희미하다! 사진=Lowell Observatory Archives


그는 21세기에 유일하게 남아 있는, 중세시대 선배 천문학자들의 유훈을 그대로 물려받은 오늘날 최후의 ‘행성 사냥꾼’이라고 부를 만하다. 오랫동안 별 소식이 없던 마이크 브라운이 돌연 새로운 천체를 태양계 끝자락에서 건져올리기 시작했다. 게다가 그 천체들은 기존에 행성으로 불리던 명왕성과 비슷한 크기였다. 드디어 명왕성의 뒤를 잇는 열 번째, 열한 번째 행성의 발견자로 역사에 이름을 남길 수 있게 되었다며 브라운은 뿌듯해했다. 

 

그런데 한창 연구를 진행하던 그에게 충격적인 소식이 들려왔다. 자신의 연구팀이 발견해 연구를 하던, 누구에게도 말하지 않은 바로 그 천체를 지구 반대편의 또 다른 천문학자가 새로 발견했다고 발표한 것이다! 대체 어떻게 된 일일까? 

 

태양계 외곽 소천체들을 탐색하는 천문학자 마이크 브라운에게 벌어진 태양계 역사상 최악의 도둑질 사건의 전말.

 

#내가 먼저 발견한 줄 알았는데…

 

2004년 12월 28일 마이크 브라운은 태양계 끝자락을 천천히 맴도는 새로운 얼음 덩어리 소천체를 하나 발견했다. 브라운은 마침 크리스마스가 얼마 지나지 않은 날 발견된 그 천체에게 ‘산타’라는 별명을 붙여주었다. 분명 명왕성보다 더 먼 거리에 떨어진 천체였지만 브라운은 호들갑을 떨지 않았다. ‘산타’라는 새로운 천체가 존재한다는 사실만 알아낸 것일 뿐 아직 그 천체가 정말 명왕성보다 큰지, 그 특성은 어떤지 그 어떤 과학적 특징도 파악하지 못한 상태였기 때문이다. 아직은 그 천체의 발견을 세상에 온전히 공개하기엔 그 천체에 대해 아는 것이 아무것도 없는 상태였다. 

 

마이크 브라운이 발견한 ‘산타’는 곁에 위성 두 개를 두고 희미한 고리를 두르고 있는 것으로 생각된다. 현재 이 천체는 ‘하우메아’라는 이름으로 불린다. 처음에는 거리에 비해 꽤 밝아서 명왕성보다 살짝 더 크다고 착각했지만 이후 브라운이 추가 관측을 통해 표면이 빛을 아주 잘 반사하는 얼음으로 되어있어서 크기에 비해 더 밝게 보였던 것을 알아냈다. 아쉽지만 명왕성보다 더 크진 않았다. 사진=Pablo Carlos Budassi


산타가 정확히 얼마나 큰 천체인지 중력과 크기를 파악하기 위해 추가 관측 데이터를 분석하던 브라운은 산타 곁을 맴도는 작은 위성 두 개의 존재를 발견했다. 그 위성들은 오래전 산타가 다른 소천체들과 충돌하면서 튕겨나갔다가 산타에게 계속 붙잡힌 채 살아남은 파편들이었다. 그래서 브라운은 그 작은 두 위성에게 산타클로스를 끌고 다니는 두 순록의 이름 ‘루돌프’와 ‘블리첸’이라는 별명을 지어주었다. 

 

산타 주변에 위성이 맴돌고 있다는 건 너무나 중요한 발견이었다. 그 곁을 도는 위성의 속도와 거리를 보면 위성을 붙잡고 있는 산타의 중력과 질량을 정확히 잴 수 있다. 즉 정말로 명왕성보다 더 큰 천체인지 아니면 이번에도 명왕성보다는 크지 않은 또 다른 시시한 소천체인지 알아낼 수 있다! 아쉽게도 산타는 명왕성의 3분의 1 정도로 작은 크기였다. 명왕성보다 훨씬 큰 새로운 천체는 아니었다. 

 

처음 산타의 존재를 발견하고 난 뒤 약 6개월 동안 브라운은 조용히 산타의 특성을 파악하고 그 발견을 논문으로 정리하고 있었다. 브라운은 단순히 산타란 천체가 존재한다는 단편적인 사실만 공개하고 끝내고 싶지 않았다. 산타가 어떤 특성을 가진 천체인지 과학적으로 유의미한 특성을 모두 잘 계산해서 한 편의 온전한 논문으로 세상에 공개하고 싶었다. 

 

마이크 브라운이 새롭게 발견한 태양계 외곽 소천체들의 궤도 분포. 브라운은 명왕성과 비슷한 궤도 상에 명왕성과 비슷한 크기의 소천체가 아주 많다는 것을 입증했다. 사진=NASA

 

논문 작업을 하던 와중에 브라운은 메일을 한 통 받았다. NASA 연구진이 브라운에게 K40506A라는 천체를 발견했다는 소식을 언제 발표할 것인지, 그 천체를 자신들이 추가로 관측해봐도 될지에 대한 문의 메일이었다. K40506A는 바로 ‘산타’를 의미한다. 산타를 관측한 브라운의 컴퓨터가 그날 밤 자동으로 생성한 일련번호였다. K는 카이퍼벨트를, 40506은 사진이 촬영된 날짜인 2004년 5월 6일을, A는 그날 밤 처음 찍힌 사진이란 의미였다. 그런데 뭔가 이상했다. K40506A라는 이름은 브라운의 컴퓨터 안에서만 산타를 지칭하던 일련번호였다. 브라운의 연구팀이 아닌 NASA의 다른 과학자들이 어떻게 알고 산타를 K40506A라고 부르는 걸까? 몰래 브라운의 컴퓨터를 해킹이라도 한 걸까? 

 

뒤이어 더욱 충격적인 메일이 날아왔다. “누군가 산타를 먼저 발견했다고 발표했습니다!” 

 

#오르티스가 브라운의 발견을 훔친 방법

 

놀랍게도 지구 반대편 스페인의 천문학자 호세 오르티스가 2003년에 찍은 사진에서 산타를 발견했다고 발표했다! 오르티스는 산타를 2003EL61이라는 또 다른 일련번호로 부르고 있었다. 게다가 산타가 명왕성보다 더 큰 천체라고 발표를 해버렸다. 브라운은 그것이 사실이 아니란 걸 너무나 잘 알고 있었다. 남 몰래 작업하고 있던 브라운의 논문은 산타 주변을 맴도는 두 위성의 움직임을 통해 아주 정밀하게 산타가 명왕성보다 더 작은 천체라는 결과를 담고 있었다. 대체 무슨 일이 벌어진 걸까? 

 

며칠 동안 기자들과 동료 과학자들이 찾아와 오르티스 연구팀이 발견한 2003EL61이 브라운이 발견한 산타인지를 물었다. 뭔가 미심쩍고 허탈한 마음이 들었지만 그래도 브라운은 질문을 받을 때마다 이야기했다. 지난 6개월 동안 자신이 산타를 발견했다고 생각했지만, 엄연히 산타를 발견한 사람은 오르티스가 맞다고 말이다. 

 

하와이에 위치한 켁 망원경으로 관측한 산타(하우메아)의 모습. 그 곁에 위 아래로 희미하게 찍힌 두 점이 하우메아의 두 위성이다. 이 사진은 마이크 브라운 연구팀이 관측한 것이다. 사진=Caltech

 

하지만 여전히 풀리지 않는 미심쩍은 마음이 있었다. 그래서 브라운은 앞서 NASA 과학자들이 대뜸 언급했던 (브라운의 컴퓨터 속에만 기록되어 있던) 산타의 일련번호 K40506A를 구글링해보았다. 브라운이 지도하던 대학원생이 곧 학회에서 발표할 예정이었던 산타에 대한 논문의 간단한 초록 정도만 검색되었다. 그런데 검색 결과를 보던 브라운은 뭔가 이상한 웹사이트를 하나 발견했다. 5월의 어느 특정한 날 칠레에 있는 한 망원경으로 관측한 모든 천체들의 데이터를 기록해놓은 아카이빙 자료 웹사이트였다. 그 웹사이트는 칠레의 망원경에 들어간 카메라 장비를 제작했던 오하이오의 한 천문학자가 관리하던 사이트였다. 그는 아무런 악의 없이 단순히 자신이 관리하는 카메라가 매일 어떤 천체들을 찍고 있는지 성실하게 일지로 기록해놓고 있을 뿐이었다. 

 

브라운은 그 웹사이트의 숫자를 몇 개만 살짝 바꾸면, K40506A가 찍힌 다른 날짜의 사진도 볼 수 있다는 걸 알아냈다. 만약 누군가 우연히 학회에 등록된 브라운의 지도 학생의 논문 초록을 보고 K40506A라는 천체에 관심을 갖게 되었다면, 그리고 K40506A를 관측했다고 성실하게 기록한 망원경 카메라의 일지 웹사이트를 발견한 사람이 있다면, 브라운이 한 방식처럼 K40506A가 찍힌 다른 날의 사진들도 얻어낼 수 있지 않았을까? 그리고 그 여러 날짜에 찍힌 K40506A의 움직임을 비교해서 K40506A의 궤도를 계산하고 명왕성보다 더 먼 새로운 천체가 발견되었다는 놀라운 사실을 눈치챌 수 있는 거 아닌가?! 

 

이후 산타의 발견이 수상하다는 소문이 돌기 시작하고 나서, K40506A를 관측했던 망원경 카메라를 관리한 오하이오의 한 천문학자가 브라운에게 메일을 보내왔다. 메일 속 내용은 더욱 충격적이었다. 우선 그 천문학자는 자신이 의도치 않게 성실하게 작성했던 촬영 일지가 이런 불미스러운 일의 원인이 된 것 같아 미안하다는 사과로 말을 열었다. 그도 브라운이 발견한 천체와 관련된 불미스러운 소문을 듣고 웹사이트의 로그 데이터를 뒤져보기 시작했다. 그리고 K40506A가 촬영된 사진 데이터를 어디서 접속해서 훑어봤는지를 쭉 살펴봤다. 당연히 대부분은 브라운이 속한 칼텍의 연구실 IP에서 접근한 기록뿐이었다. 

 

그런데 뭔가 이상한 IP 주소가 하나 있었다. 브라운이 지도하는 대학원생이 K40506A의 발견을 발표하려고 학회에 초록을 등록하면서 K40506A라는 이름이 세상에 알려진 다음 날 브라운의 연구실이 아닌 다른 곳의 IP 주소에서 접근을 시도한 흔적을 발견했다. 바로 호세 오르티스가 근무하는 스페인의 한 대학 IP 주소였다. 

 

#새로운 발견은 서둘러 발표해야 한다 vs 발표에 앞서 제대로 연구하는 게 먼저

 

하우메아의 발견 공로를 두고 다투게 된 두 천문학자 마이크 브라운(왼쪽)과 호세 오르티스(오른쪽).


오르티스가 끝내 밝히지 않았기 때문에 사건의 전말이 완벽히 드러나진 않았지만 현재 브라운과 대부분의 천문학자들이 생각하는 사건의 전말은 대강 이렇다. 

 

브라운의 대학원생이 K40506A라는 새로운 천체의 일련번호가 명시된 논문 초록을 학회에 등록했다. 우연히 그 일련번호를 발견한 오르티스는 망원경 카메라의 촬영 일지에서 K40506A가 찍힌 사진을 찾았다. 그리고 여러 날짜 동안 찍힌 K40506A의 움직임을 보고 그것이 명왕성보다 더 멀리 있는 흥미로운 천체란 걸 알아냈다. 여러 날짜에 찍힌 K40506A의 사진을 확보한 오르티스는 정확하게 K40506A의 궤도도 구할 수 있었을 것이다. 그렇다면 앞으로는 물론 훨씬 과거에 K40506A가 대강 하늘 어디쯤을 지나고 있었는지도 알았을 것이다. 오르티스는 브라운보다 앞서서 우연히 K40506A가 촬영된 사진이 있지 않을지 서둘러 찾아봤고, 운 좋게 또 다른 망원경이 2003년 우연히 K40506A가 하늘을 지나가던 모습이 담긴 더 오래된 사진을 발견했다. 그렇게 오르티스는 자신이 2003년 사진 속에서 K40506A의 존재를 처음 발견했다고 세상에 발표하려 했던 것이다. 

 

사건의 전말이 드러난 이후 오르티스는 적반하장으로 브라운을 비난하기 시작했다. 새로운 천체를 발견하고도 다른 천문학자들이 함께 연구할 기회를 나눠주지 않고 혼자서 독점해 연구했다는 것이다. 새로운 발견을 바로 공유해야 하는 학계의 전통을 먼저 깨뜨린 브라운을 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결국 브라운과 오르티스 사이에서 벌어진 이 논란은 과학적으로 흥미로운 새로운 천체를 발견했을 때 바로 다른 동료 천문학자들이 함께 연구에 뛰어들 수 있도록 서둘러 그 천체의 존재만이라도 발표하는 것이 옳은지, 아니면 천체의 특성을 정확히 파악한 뒤 왜곡되지 않은 올바른 결과를 담아서 발표하는 것이 옳은지, 무엇이 과학자로서 바람직한 태도인가에 대한 논쟁으로까지 번졌다. 여러분의 생각은 어떠한가? 

 

#발견은 되었지만 발견한 사람은 없다? 

 

천문학계에서는 전통적으로 새로운 천체가 발견되면 그 천체를 발견한 사람이 이름을 짓도록 기회를 준다. 그렇다면 K40506A의 이름은 누가 지어야 할까? 그 존재를 알고서도 알리지 않은 채 성실히 연구한 브라운? 아니면 브라운이 숨기고 있던 천체의 존재를 알아내서 브라운의 망원경보다 먼저 촬영한 사진을 발굴해 세상에 공개한 오르티스? 

 

새로 발표된 천체들을 쭉 정리한 국제천문연맹의 목록을 보면 K40506A가 결국 어떻게 되었는지를 알 수 있다. 이 표에는 각 천체가 처음 촬영한 망원경의 이름과 처음 촬영된 날짜, 처음 발견한 사람, 그 천체의 이름, 간단한 물리량 등이 기재되어 있다. 그런데 K40506A만 이상한 방식으로 기재되어 있다. 

 

K40506A를 처음 촬영한 것은 스페인의 망원경이지만, K40506A의 이름은 칼텍의 브라운 연구팀이 제시한 ‘하우메아’라는 이름으로 기록되어 있다. ‘하우메아’는 하와이 신화에서 몸이 산산조각나면서 그 조각들이 또 다른 하와이 신이 되었다는 전설 속의 신으로, 자신이 깨지면서 날아간 파편들이 그 곁을 도는 위성이 되었다는 점에서 K40506A, 산타에게 너무 잘 어울리는 이름이다. 그런데 다른 천체들과 달리 K40506A는 발견한 사람의 이름이 누구인지는 빈 칸으로 남아 있다. 결국 국제천문연맹은 오르티스와 브라운 그 누구의 손도 들어주지 않는 선택을 했다. 스페인 망원경으로 처음 발견되고 칼텍의 천문학자들이 이름 붙인, 발견한 사람은 없지만 어쨌든 발견된 이상한 천체로 남게 되었다. 

 

마이크 브라운이 발견한 대표적인 카이퍼벨트 소천체들. 2006년 천문학자들은 명왕성을 비롯해 이 카이퍼벨트 소천체들도 모두 새로운 행성으로 추가할지, 아니면 명왕성을 더 이상 행성이 아닌 왜소행성으로 강등할지를 두고 투표를 진행했다. 결국 명왕성의 뒤를 잇는 새로운 행성을 찾겠다던 마이크 브라운은 공교롭게도 명왕성이 행성의 지위마저 박탈당하게 하는 장본인이 되고 말았다. 사진=NASA


이 ‘행성 도둑질’ 소란 이후에도 브라운의 새로운 행성 사냥은 끝나지 않았다. 결국 그토록 찾고 싶어하던 명왕성보다 더 큰 카이퍼벨트 소천체들을 발견하기 시작했고, 2006년 명왕성이 결국 행성의 지위를 잃게 만드는 계기를 제공해버렸다. 그 일로 인해 한동안 명왕성을 죽인 사악한 사람이라며 미국 국민들이 붙여준 ‘플루토 킬러(pluto killer)’라는 별명을 이젠 당당하게 자신의 트위터 아이디로 쓰고 있다. 그리고 브라운은 최근 명왕성보다 세 배나 더 멀리 떨어진 또 다른 새로운 태양계 끝자락 소천체 파파아웃(Farfarout)을 발견하면서 다시 한 번 태양계의 지도를 야금야금 넓혀나가고 있는 중이다. 

 

명왕성 킬러가 되어버린 자신의 이야기를 담담하게 소개하는 마이크 브라운.

 

필자가 번역 출간하게 된 마이크 브라운의 ‘나는 어쩌다 명왕성을 죽였나’, 대체 왜 명왕성이 그런 기구한 운명에 놓일 수밖에 없었는지, 대체 행성이란게 무엇인지 궁금하다면 그의 이야기를 읽어보길 권한다.

 

천문학자 마이크 브라운은 ‘나는 어쩌다 명왕성을 죽였나’를 통해 자신이 플루토 킬러라는 불명예를 얻게 되기까지, 명왕성이 왜 태양계 행성의 지위를 박탈 당할 수밖에 없었는지, 그리고 외롭게 태양계 소천체들을 발견하면서 겪은 다양한 에피소드를 소개하고 있다. 

 

어쩌면 명왕성의 뒤를 잇는 새로운 행성을 발견한 21세기의 유일한 천문학자로 이름을 남겼을지도 모르는 기회를 스스로 포기하고, 오히려 명왕성과 함께 자신이 발견한 소천체들도 절대 새로운 행성으로 인정받아선 안된다고 목소리를 높인 마이크 브라운. 그는 자신의 명예 이전에 과학자로서 지켜야 할 과학의 숭고한 합리성을 수호하고자 했던 천문학자로 더 멋지게 추억될 수 있을 것이다. 2006년 돌연 태양계 족보에서 쫓겨나 우울했을 명왕성에게 마이크 브라운의 회고록을 들려주어 위로하고 싶은 마음이 든다.

 

필자 지웅배는? 고양이와 우주를 사랑한다. 어린 시절 ‘은하철도 999’를 보고 우주의 아름다움을 알리겠다는 꿈을 갖게 되었다. 현재 연세대학교 은하진화연구센터 및 근우주론연구실에서 은하들의 상호작용을 통한 진화를 연구하며, 강연과 집필 등 다양한 과학 커뮤니케이션 활동을 하고 있다. ‘썸 타는 천문대’, ‘하루 종일 우주 생각’, ‘별, 빛의 과학’ 등의 책을 썼다.​​​​​​​​​​​​​​​​​​​​​​​​​​​​​​​​​​​​​​​​​​​​​​​​​​​​​​​​​​​​​​​​​​​​​​​​​​​

지웅배 과학칼럼니스트 galaxy.wb.zi@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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