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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짜오 호찌민] 베트남에서 꼭 들러야 할 역사적인 카페들

베트콩 숨겨주던 지하 터널 있는 '카페 도푸', 호치민서 가장 오래된 '카페 체오레오'

2021.04.26(Mon) 14:42:13

[비즈한국] 시트로엥(Citroen) 클래식카와 빛바랜 타자기를 구경하는 척했지만, 내가 찾는 것은 따로 있었다. 

 

‘도대체 입구가 어디 있는 거지?’ 

 

5분 넘게 1층 바닥을 둘러보았으나 지하로 연결되는 입구 같은 것은 보이지 않았다. 결국 찾는 것을 포기하고, 카운터에서 무료한 표정으로 스마트폰을 보는 직원에게 물었다. 

 

“이곳에 지하 터널이 숨겨져 있다고 들었는데요, 혹시 입구가 어디 있는지 알 수 있을까요?” 

 

다른 손님이 있었다면 이런 질문을 하는 나를 이상하게 쳐다봤을지도 모른다. 이곳은 다름 아닌 카페이기 때문이다. 지하 터널의 존재를 모르고 오면 이곳은 그저 분위기 좋은 카페일 뿐이다. 그런데 이곳은 베트남 문화부가 역사적 공간으로 지정한 곳이기도 하다. 그 역사의 흔적이 이 건물 지하에 숨겨져 있다기에 그곳으로 통하는 입구를 찾고 있었던 것이다.  

 

카페 도푸. 사진=김면중 제공


다행히 그 시간엔 나 말고는 손님이 한 명도 없었다. 적어도 영업에 크게 방해가 되진 않을 것 같았다. 직원은 대수롭지 않은 표정으로 적갈색과 하얀색 체크무늬로 된 바닥 일부분에 손을 대더니 숨겨진 손잡이를 끌어올렸다. ‘비밀의 문’은 보호색으로 위장한 카멜레온처럼 카페 바닥에 감쪽같이 숨겨져 있었다. 하긴, 목숨 걸고 숨는 공간이었는데 눈에 잘 띄게 만들어 놨을 리가 없지! 

 

‘비밀의 문’을 들어 올리니 회색 계단이 드러났다. 

 

“한 번 내려갔다 와도 될까요?” 

 

직원의 허락을 받고 사과상자 정도 면적의 입구에 몸을 넣었다. 튀어나온 똥배가 살짝 걸렸지만 숨을 내뱉고 몸을 구겨 넣어 간신히 터널 진입에 성공했다. 터널에 들어서는 순간,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처럼 완전히 다른 시간 속으로 이동한 느낌이 들었다. 

 

지하 터널로 이어지는 입구의 모습. 사진=김면중 제공


‘카페 바닥에 이런 공간이 숨겨져 있다니!’

 

방금 전까지 녹음 가득한 2층 테라스에서 커피 맛을 음미했던 곳의 일부라고는 상상도 못할 공간이 펼쳐졌다. 회색 콘크리트 바닥에는 베트남전쟁 당시의 무기가 널브러져 있었다. 이곳은 베트남전 당시 베트콩들의 비밀회의장소이자 무기저장고였다. 당시 집주인은 이곳에 베트콩들을 몰래 숨겨 주기도 했다. 이곳에서 숨어있던 베트콩 청년은 얼마나 마음을 졸였을까?

 

한쪽 벽면에는 비좁은 터널이 있는데 끝까지 걸어가니 지상으로 연결되는 사다리가 있었다. 이곳에 숨어 있다가 누군가 들이닥치면 이 사다리를 타고 쥐도 새도 모르게 바깥으로 탈출할 수 있는 것이다. 

 

‘그렇지, 이 나라는 끔찍한 전쟁이 있었던 곳이지.’ 

 

당연한 사실인데도 그동안 이런 생각을 못하고 이 도시에 살았다. 이 카페의 2층 테라스처럼 낭만적인 생활만을, 이 카페에서 마신 카페 수어다(Ca Phe Sua Da, 아이스 밀크커피)처럼 달콤한 생활만을 기대하며 살아온 것이다.

 

이 도시에 온 지 100일이 다 됐는데도 호찌민의 대표 관광지인 전쟁박물관에 한 번도 가본 적이 없다. 집에서 도보로 5분 거리에 있는데 말이다. 거의 매일 지나치는 곳인데도 한 번도 가볼 생각을 해본 적이 없다. 그런데 이곳, 카페 도푸(Cà phê Đỗ Phủ) 안에 숨겨진 비밀 벙커를 발견하고는 처음으로 전쟁박물관에 가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카페 도푸의 지하 터널. 사진=김면중 제공


솔직히 베트남전쟁에 대해 아는 것도, 관심도 별로 없었다. 초등학교 시절, ‘머나먼 정글’ 같은 TV드라마나 ‘플래툰’ 같은 영화의 배경으로만 접했을 뿐이다. 아이러니하게도 낭만적인 카페에서 베트남 역사에 대한 관심이 생긴 것이다. 언젠가는 호찌민에서 한 시간 거리에 있는 꾸찌 터널에도 가봐야겠다는 생각까지 했다. 베트남전 당시 베트콩들의 대피처이자 수송로 역할을 했던 거대한 지하 연결망 말이다. 

 

세련된 카페만 찾아 헤매던 내가 카페 도푸를 발견한 이후에는 옛날 카페를 찾기 시작했다. 내가 사는 3군에 카페 도푸보다 오래된 카페가 있어 그곳을 찾았다. ‘체오레오 카페(Cheo Leo Café)’라는 곳으로, ‘호찌민에서 가장 오래된 카페’라고 알려진 곳이다. 3대 동안 이어져온 가게인데 지금은 3자매가 함께 운영한다고 한다. 80년 넘는 역사를 가진 곳으로 여전히 천을 이용한 전통 방식으로 커피를 만드는 곳이다. 

 

체오레오 카페는 호찌민에서 가장 오래된 카페로 알려진다. 지금도 천을 이용한 전통방식으로 커피를 내린다. 사진=김면중 제공


평범한 골목에 숨겨진 이곳은 내가 그동안 갔던 중심가의 세련된 카페와는 분위기가 완전히 달랐다. 커다란 스피커에서는 70년대 록음악이 크게 퍼져 나왔고, 손님들도 왁자지껄 시끄럽게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조용하고 낭만적인 분위기를 기대하고 이곳을 찾는다면 뒤통수 맞는 기분이 들 것이다.

 

하지만 베트남의 로컬 분위기를 제대로 느껴보고 싶다면 꼭 이곳에 와보시길. 서민적인 카페 분위기 자체도 훌륭하지만, 아직까지도 내 마음 한구석에 머물러 있는 장면은 이곳이 위치한 골목 풍경이다. 빨간 베트남 국기가 펄럭이는 좁은 골목길 위에서 청소하는 할머니의 모습과 자전거를 타는 소년의 표정이 그리워서, 나는 이곳을 다시 찾아올 것이다.

 

체오레오 카페 앞 골목 풍경. 사진=김면중 제공


카페 도푸(Cà Phê Đỗ Phủ)

주소: 113A Đặng Dung, P, Quận 1, Thành phố Hồ Chí Minh

전화번호: +84 901808898

영업시간: 오전 7:00~오후 10:00

 

체오레오 카페(Cheo Leo Cafe)

주소: 109-36 Nguyễn Thiện Thuật, Phường 2, Quận 3, Thành phố Hồ Chí Minh

전화번호: +84 369626363

영업시간: 오전 5:15~오후 6:45

 

김면중은 신문기자로 사회생활에 입문, 남성패션지, 여행매거진 등 잡지기자로 일한 뒤 최근까지 아시아나항공 기내지 편집장으로 근무했다. 올해 초부터 전 세계에서 가장 빨리 성장하는 도시인 베트남 호찌민에 머물고 있다.​

김면중 칼럼니스트 writer@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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