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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흰소'가 몰고온 이재용 사면론, 현실은 '산 넘어 산'

'이건희 컬렉션' 기증으로 긍정적 여론…합병 의혹 재판 이제 시작, 실형 시 사면 무의미해질 수도

2021.05.10(Mon) 15:09:18

[비즈한국]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사면론에 대해 문재인 대통령도 나섰다. 10일 오전 청와대 춘추관에서 열린 취임 4주년 특별연설 후 기자회견에서 “이재용 삼성 부회장의 사면 의견을 많이 듣고 있다”며 “충분히 국민들의 많은 의견을 들어서 판단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최근 재계를 중심으로 이재용 부회장에 대한 사면 필요성이 거론되던 중, 이건희 전 삼성전자 회장 소유의 미술품 기부 소식이 전해지면서 ‘대통령의 사면 결단’을 촉구하는 여론이 늘어난 것에 대한 대답이었다. 

 

하지만 법조계는 이재용 부회장이 ‘넘어야 할 산이 많다’고 지적한다. 이제 막 재판이 시작된 불법합병 및 부정회계 재판이 대표적이다. 지난 6일 1심 2차 공판이 끝났다. 증인 출석이 시작된 첫 공판이기도 했는데, 현재 이 부회장 측에서 신청한 증인은 200명이 훌쩍 넘는다. ‘사면’이 된다 하더라도 이 부회장이 서초동(법원)에서 완전히 자유로워지려면 앞으로 3~4년은 더 있어야 된다는 얘기가 나오는 이유다. 

 

지난해 1월 서울 서초구 서울고등법원에서 열린 국정농단 사건 파기환송심 선고 공판에 출석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최근 이 부회장의 사면론이 힘을 받고 있다. 사진=임준선 기자

 

#삼성 미술품 기증 소식에 사면론도 ‘본격’

 

삼성은 지난달 28일 고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의 상속세로 약 12조 원을 낼 예정이며, 이중섭의 ‘흰소’ 등 이 회장 개인 소장 미술품 2만여 점을 기증하겠다고 밝혔다. 감정가 2조~3조 원으로 추정되는 미술품 기증이 포함된 상속세 납부 계획 발표에 여론은 ‘이재용 사면론’을 언급하기 시작했다. 

 

이미 전부터 재계에서 정부 등에 호소했던 내용이기도 했다. 삼성의 상속세 납부 계획 발표 하루 전인 지난달 27일, 한국경영자총협회와 대한상공회의소, 중소기업중앙회, 한국무역협회, 한국중견기업연합회 등 5개 경제단체는 단체장 명의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사면 건의서를 청와대에 제출했다. 5개 단체장은 “반도체 산업 경영을 진두지휘해야 할 총수 부재로 과감한 투자와 결단이 늦어진다면 그동안 쌓아 올린 세계 1위의 지위를 하루아침에 잃을 수도 있다”며 사면론을 공식 건의했다.

 

문재인 대통령도 결국 원칙론적인 입장을 밝혔다. 10일 오전 열린 기자회견에서 문 대통령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사면론에 대해 “대통령의 권한이라고 하지만 대통령이 결코 마음대로 쉽게 결정할 수 있는 사안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면서도 “충분히 국민들의 많은 의견을 들어서 판단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이 부회장을 직접 언급하기도 했다. 그는 “특히 이재용 삼성 부회장에 대한 사면 의견도 많이 듣고 있다. 경제계뿐만 아니라, 종교계에서도 그런 사면을 탄원하는 의견들을 많이 보내고 있다”며 “지금 반도체 경쟁이 세계적으로 격화되고 있어서 우리도 반도체 산업에 대한 경쟁력을 더욱더 높여나갈 필요가 있는 것이 분명한 사실(이다). 그러나 또 마찬가지로 그런 여러 가지 형평성, 과거의 선례라든지 국민 공감대를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고 언급했다. 당초 “(사면론을) 검토한 바 없다”는 청와대의 공식 입장에서 한 발 더 긍정적으로 나아간 것이다.

 

#사면돼도 국정농단 사건만 해당

 

하지만 사면이 삼성그룹 측 희망대로 이뤄지더라도, 이재용 부회장이 넘어야 할 법조 악재는 산적했다. 불법 합병 및 회계부정 사건은 이제 막 본격적인 재판이 시작됐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5-2부(부장판사 박정제 박사랑 권성수)에서 진행되고 있는 이재용 부회장 재판은 지난 6일 2차 공판이 진행됐다. 이날 재판은 증인 신문이 이뤄진 첫 공판이었다.

 

검찰이 이 부회장에게 적용한 혐의는 자본시장법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위반 등이다. 검찰은 경영권 승계를 위해 이 부회장 등이 2015년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회계부정 등의 불법을 저질렀다고 본다. 검찰은 이 부회장이 순환출자 규제 등으로 지배력을 잃을 위험에 처하자 승계 계획안인 ‘프로젝트-G’를 통해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옛 에버랜드)의 합병을 추진했다고 주장한다. 증인 신문 첫날 증인으로 출석한 이는 전직 삼성증권 직원 한 아무개 씨인데, 한 씨는 이 부회장의 경영권 승계계획안으로 알려진 ‘프로젝트-G’ 문건의 작성자다.

 

고 이건희 회장의 미술품 기증으로 이재용 부회장의 사면 여론이 높아진 상황이다. 문 닫은 삼성미술관 리움 전경. 사진=임준선 기자

 

이날 한 씨는 삼성 미래전략기획실을 주축으로 지배구조TF를 구성했냐는 질문에도 ‘전반적으로 맞다’고 답변했다. 핵심 증거로 꼽히는 ‘프로젝트G’ 문건에 대해, 각종 규제 관련 이슈에 대응하기 위한 지배구조 개편 시나리오라는 점을 인정한 셈이다. 다만 그는 “삼성도 고객 중 하나라고 인식하고, 그런 차원에서 삼성그룹과 관련된 자문을 그 이전에도 한 적이 있어서 자연스럽게 미전실과도 일을 하게 됐다”고 언급했다.

 

삼성 측 변호인들은 “검사들은 피고인들이 합병과 관련해 상상할 수 있는 모든 범행을 쉼 없이 저지른 것처럼 말한다”며 “마치 무슨 범죄단체로 보는 것 아닌가 생각이 들 정도”라고 항변했다. 

 

당초 검찰은 이 부회장을 불구속 기소했지만, 그 사이 최순실 국정농단 사건 관련 파기환송심에서 실형이 선고돼 이 부회장은 현재 구속 상태다. 따라서 재판아 비교적 빠르게 진행된다. 당분간 격주로 진행되고, 6월부터는 매주 열릴 예정이다. 

 

그럼에도 장기전이 불가피하다. 검찰은 우선 12명의 증인을 신청했지만, 공판준비기일 때 신청 예정 증인이 총 250명가량이라고 밝혔다. 이 부회장 측이 이에 맞서기 위해 재판 진행 흐름에 따라 증인 신청을 추가할 수 있어, 1심 진행만 1~2년, 대법원까지는 4~5년은 걸릴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사면이 이뤄지더라도, 이 부회장이 ‘서초동(법원)’으로부터 자유로워지려면 적지 않은 시간이 필요하다는 얘기가 나오는 대목이다.

 

검사장 출신 변호사는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시점부터 시작된 ‘뇌물’ 사건과 그 뇌물의 배경이 된 사건, ‘경영권 승계’ 사건으로 각각 기소되면서 결국 한 사건마다 3~4년씩, 두 사건을 합쳐 10년 안팎 동안 이 부회장이 법조 리스크에 노출될 것”이라며 “사면이 돼 불구속 상태가 되면 재판이 더 장기화할 수 있다. 그래도 1심과 2심 등 불법 합병 사건 선고가 나올 때마다 삼성은 이 부회장의 구속 가능성을 염려하는 상황이 펼쳐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차해인 저널리스트 writer@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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