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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덕텔링] 한미 미사일 지침 폐지로 우린 어떤 기회를 얻었나

LRHW, MRBM 등 강력하고 창조적인 미사일 개발 가능…대형 무인항공기 개발도 길 열려

2021.05.24(Mon) 09:55:54

[비즈한국] 지난 5월 22일,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문재인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을 통해 1979년에 처음 만들어진 한미 미사일 지침(Revised Missile Guideline)의 폐지가 확정되었다. 그런데 조약도 아니고 협정도 아닌 간단한 ‘지침’(Guideline)의 폐기가 이렇게 주목받는 이유는 무엇일까. 그것은 이 간단한 지침이 미국과 한국의 관계를 상징하면서, 한국의 국방 주권에 큰 족쇄를 채운 짐이었기 때문이다. 

 

실제로 미사일지침이 존속하던 41년의 세월은, 한국이 동맹국 미국에 국가의 생존을 위해 국방력을 갖추어야 한다고 설득한 역사이자, 미국이 한국에 가진 의구심을 해소하는 과정이라고 할 수 있다. 한미 미사일지침은 그 탄생부터 한국의 국방력을 통제해야 한다는 미국 정부의 위기감과 그 위기감을 해소하기 위한 한국의 해명으로부터 시작되었다.

 

미국이 개발중인 차세대 탄도미사일 LRHW. 사진=록히드마틴 제공

 

유신헌법 체제에서 박정희 정부의 미사일 개발에 우려를 표시한 미국 정부에 대해서, 전두환 정부가 국제기준보다 엄격한 미사일과 무인항공기 제한을 받아들인 것이 이번에 폐지된 미사일지침의 바탕을 이루는 개념이었고, 이제 그 의심이 완전히 철회되었다고 할 수 있다. 즉, 한미 미사일지침 폐지는 한국이 이제는 지역 안보를 해칠 우려가 없다는 것을 미국이 받아들이는 하나의 상징과 같은 사건이다.

 

정치와 외교의 측면에서 벗어나서 보더라도, 미사일지침 폐지가 미치는 군사적 영향과 방위산업에 미치는 파급효과도 만만치 않다. 미사일 전문가인 장영근 한국항공대 항공우주 기계공학부 교수는 언론 인터뷰에서 “미사일지침 폐지로 일본이나 중국의 베이징 대도시를 위협하는 중장거리 미사일을 개발할 수 있다”라고 미사일지침 폐지를 환영했고, 많은 언론에서 미사일 사거리가 완전히 폐지되었기 때문에 사거리가 수천 km 이상인 ICBM(대륙 간 탄도탄)을 만들 수도 있게 되었다고 보도했다.

 

하지만 핵무기를 갖추고 있지 않고, 먼 대륙에 떨어진 국가와 적대 관계가 아닌 대한민국이 미사일지침을 폐지한다고 해서 대륙 간 탄도탄을 만들 가능성은 전혀 없다. ICBM은 인류가 만든 가장 강력한 전략무기지만, 핵탄두를 가지고 있지 않은 이상 사실상 전략적 의미가 전혀 없기 때문이다. 

 

다만, 현재의 미사일 사거리 제한인 800km를 넘어선 MRBM(중거리 탄도 미사일)과 현재 약 1500km로 알려진 현무-3 순항미사일의 개량형 개발에 나설 가능성은 충분하다. 군과 ADD(국방과학연구소)는 미 육군이 미래 핵심 무기체계로 점찍은 LRHW(Long Range Hypersonic Weapon)미사일과 유사한 사거리를 가진 새로운 탄도미사일을 만들 것으로 보인다. 

 

LRHW 미사일은 일종의 MRBM이지만, 과거의 MRBM과 달리 탄두 부분이 초고속 비행이 가능한 극초음속 글라이더 C-HGB(Common Hypersonic Glide body)무기이다. 처음에는 탄도탄처럼 비행하다가, 마지막에 자유롭게 비행하면서 적 요격미사일을 회피할 수 있는 특징을 가졌는데, 사거리가 2775km 이상으로 길고, 요격이 어려워 미국의 대중국 대응전략의 핵심 전력으로 사용될 것으로 예측된다.

 

이 때문에 중국 외교부는 LRHW 미사일에 대해서 극히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어, 공개적으로 한국과 일본에 배치하는 것을 공개적으로 반대하는 성명을 가졌다. 그런데 이번 미사일지침 폐지로 국산 MRBM을 배치하여 운용할 수 있으니, 정부와 군은 국산 LRHW 급 미사일의 개발을 즉시 추진할 것으로 판단된다.

 

하지만 미사일을 개발하고 배치하는 것과 별개로, 미사일의 사용 목적과 방향성에 대해서 지금부터 깊은 고민과 연구가 필요하다. MRBM은 우리 현무-2 미사일보다 생산 단가가 훨씬 비싸서 많은 수를 갖추기 어렵고, 현재 한국의 국방과학 기술로는 한반도에서 수천 km 떨어진 적 진영 깊숙한 곳에 어떤 중요 목표물이 있는지, 어떤 적 장비가 이동 중인지 파악하는 능력이 부족하다. 그래서 핵무기도 없는 한국이 MRBM 몇 발을 가진다고 해도, 우리 군의 안전과 안보 위협에 대응하고 주변국을 압박할 능력을 갖출 수는 없다.

 

그렇다면, 이번 한미 미사일지침 폐지 후 우리가 만들어야 할 미사일은 어떤 것이고, 어떤 목적과 방법으로 미사일을 운용해야 할까? 필자의 개인적 의견으로는 한반도 근해 밖에서 작전할 수 있는 미래의 해군 경항모 전단을 지원하는 용도로 MRBM과 항공모함 전단의 합동작전 능력을 만들어 보는 것을 제안해보고자 한다. 경항모 전단은 한반도 주변 수역에서는 육군의 현무-2 탄도미사일, 현무-3 순항미사일로 경항모를 위협하는 지상 표적을 공격할 수 있고, 공군의 공중급유기와 전투기로 항공모함의 함재기와 합세해서 공중작전을 벌일 수 있어 적 위협에 충분히 대처할 수 있다.

 

하지만 한반도 수역 바깥, 특히 남중국해에서는 경항모의 생존성이 크게 취약해질 수 있다. 한반도 본토에서 지원해줄 수 있는 수단이 거의 없고, 경항모의 함재기 수량이 많지 않아 항공모함을 위협하는 지상 표적이나 함선의 위치를 알아도, 미사일과 함재기가 부족해서 공격능력이 떨어질 가능성이 크다.

 

그래서, 우리 군이 미사일지침 폐지 이후 개발할 신형 MRBM 미사일에 지상 공격능력뿐만 아니라, 적 함선 공격이 가능한 대함 탄도탄(ASBM) 기능을 추가하고, 항공모함 전단이 발견한 적 정보를 한반도에 있는 MRBM 미사일부대에 공유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한다면, 전시 항모전단의 주된 작전구역이 될 남중국해와 서태평양에서 우리 항모전단을 안전하게 보호하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이다.

 

SU-57전투기와 비행중인 아호트니크-B 대형 드론. 사진=russiandrone.ru

 

한편, 이번 미사일지침 폐지로 무인항공기 개발에도 큰 의미가 생겼다는 점도 꼭 살펴보아야 할 부분이다. 원래 미사일지침에는 무인항공기(UAV)도 규제의 대상에 있었기 때문에 한국은 무인항공기 개발에 큰 어려움을 겪었는데, 2012년 개정을 통해서 무인항공기의 탑재 중량을 5백 킬로그램에서 2.5톤으로 늘린 중형 무인항공기 개발이 가능해졌다.

 

그런데 이번에 미사일지침이 완전히 폐기되었으니 탑재 중량이 2.5톤 이상인 대형 무인항공기도 개발을 할 길이 열리게 되었다. 현재 개발 및 생산 중인 중고도 무인기(MUAV)와 스텔스 정찰 무인기(KUS-X)에 더 많은 무기와 장비를 탑재할 수 있는 것은 물론, 장래에는 러시아의 차세대 무인전투 드론인 S-70 아호트니크-B(Okhotnik-B)와 같이 3톤 이상의 임무 장비와 무장을 장착하는 무장형 드론을 제작하여 원거리 함대 엄호 임무, 탄도탄 요격 공중 초계, 초장거리 침투 임무를 수행할 수 있을 것이다. 한미 미사일지침은 처음에는 동맹국 한국에 대한 미국의 의심 때문에 제정되었지만, 한국의 국력과 역량이 발전되고 한미동맹의 중요성이 커지면서 미국의 신뢰를 얻었기 때문에 달성한 소중한 외교적 성과다. 부디 군과 방위산업체들이 미사일지침 폐지를 기회로 국산 미사일과 무인정찰기의 신기원을 여는 새로운 도전에 성공하길 바래본다.

김민석 한국 writer@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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