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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 무신사만 해? 패션 플랫폼 인수합병에 입점업체 '수수료 공포'

평균 수수료 26.7%, 일반 오픈마켓 대비 2배 수준…"자체 경쟁력 키워 플랫폼 의존도 낮춰야"

2021.06.02(Wed) 10:36:01

[비즈한국] 패션 플랫폼 판이 급변하고 있다. 전체 시장의 파이가 커지면서 인수합병과 대규모 투자가 활발하다. 새로운 선수는 끊임없이 등장하고 어제의 승자와 오늘의 승자도 다르다. 이런 가운데 선두 플랫폼의 높은 시장 점유율로 인한 비싼 수수료를 걱정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전문가는 “플랫폼들이 덩치를 키우기 위해 경쟁하는 사이 개별 브랜드의 경쟁력이 떨어지면 시장 전체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진단한다. 

 

최근 패션 플랫폼의 TV 광고가 많아졌다. 무신사는 유아인을, 지그재그는 윤여정을, 에이블리는 김태리 등 유명 배우를 광고 모델로 내세웠다(위부터). 사진=광고화면 캡처

 

#브랜드 기반 vs 동대문 기반​ 

 

국내 패션 플랫폼은 크게 두 가지로 구분된다. 각 플랫폼이 주력하는 분야와 타깃 세대는 다르지만, 크게 ‘브랜드 기반’과 ‘동대문 기반’으로 나뉜다. 무신사·29CM·W컨셉 등과 같은 플랫폼은 브랜드 편집숍을 지향한다. 특히 무신사는 입점한 업체들이 비브랜드 중심의 플랫폼 진출 시 거래 중단 고려를 통보한 전적이 있을 정도로 색깔을 분명히 한다. 반면 동대문 기반 플랫폼인 지그재그·에이블리·브랜디 등은 10~20대에게 강점을 보이고 있다. 이용자 데이터를 기반으로 한 정교한 상품 추천이 특징이다. 

 

합종연횡은 주로 이러한 구분 안에서 일어나며, 여기에 대형 IT 플랫폼 공룡들도 가세했다. 지난 18일 무신사는 ‘스타일쉐어·29CM’을 3000억 원에 인수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무신사는 남성 이용자 비율이, 29CM는 여성 이용자 비율이 높은 브랜드 중심 패션 플랫폼이다.

 

반면 카카오가 인수한 ‘지그재그’는 온라인 쇼핑몰 중심의 패션 플랫폼이다. 카카오는 ‘카카오스타일’을 운영하는 카카오커머스의 스타일사업 부문을 인적분할해 지그재그 운영사 크로키닷컴과 합병할 계획을 밝혔다. 이 외에도 올해 4월 신세계가 여성 브랜드 중심 패션 플랫폼 ‘W컨셉’을 인수했으며, 네이버는 지난해 ‘브랜디’에 100억 원을 투자했다. 

 

잇단 인수합병은 그만큼 시장이 단시간에 급성장했기 때문이다. 지난해 전체 패션 시장 규모는 전년 대비 2% 감소했지만, 그 가운데 온라인 부문은 크게 성장했다. 무신사의 지난해 거래액은 1조 2000억 원, 매출은 전년 대비 51% 증가한 3319억 원이다. 이 외에도 지그재그가 거래액 8500억 원, 에이블리 3800억 원, W컨셉 3000억 원, 브랜디 3000억 원으로 매해 성장 중이다. 

 

패션 플랫폼 업계 관계자는 “주요 고객층인 10~20대는 하나의 플랫폼만 사용하지 않는다. 이들 중심으로 새로운 플랫폼에 대한 니즈가 계속해서 발생하면서 시장의 변화가 매우 빠른 것도 특징이다. 지금의 성장세에 안주하지 않고 인수합병이나 투자를 공격적으로 진행하는 이유”라고 설명했다. 

 

#백화점 수준의 높은 판매 수수료, 독과점 구조에서 고착화 가능

 

입점 업체들 사이에서는 이 같은 인수합병이 과도한 수수료율 고착으로 이어질까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현재 높은 수수료율 관련 문제가 제기되는 건 주로 브랜드 기반의 패션 플랫폼들이다. 올해 4월 중소기업중앙회가 발표한 ‘온라인 패션 플랫폼 입점업체 실태조사’에 따르면 이들의 판매 수수료는 평균 26.7%로, 일반적인 오픈마켓 플랫폼보다 높은 수준이다.

 

이 실태조사에서는 패션 플랫폼의 수수료 문제가 대외적으로 부각되지 않아 조사와 연구의 사각지대라는 부분도 지적한다. 지난해 12월 공정거래위원회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쿠팡, 위메프, 티몬과 같은 온라인 쇼핑몰 평균 수수료율은 13.6%다. 배달 플랫폼 ‘배달의민족’이 서비스 개편 관련 논란에 휩싸였을 당시 수수료율은 6.8%였다. 

 

한 입점 브랜드사 관계자는 “일부 플랫폼이 시장을 장악하면 지금보다 수수료가 높아질 수 있다는 걱정이 든다. 지금 브랜드사에 매겨지는 판매 수수료는 백화점 입점 기준이다. 이를 고려해 동대문 의류 대비 단가가 높게 책정돼 있다는 주장도 있지만 이는 일부 유명 브랜드에 해당하는 이야기다. 상위 10%를 제외하면 마진이 많이 남는 구조가 아니다. 무신사 같은 대형 플랫폼은 입점 자체가 어렵기 때문에 그 자체로 홍보 효과가 있다지만 그럼에도 수수료는 부담스러운 수준”이라고 전했다.

 

김병규 연세대학교 경영학과 교수는 독과점에 따른 여러 문제가 생길 수 있다는 점을 지적했다. 김 교수는 “이미 수수료율이 매우 높기 때문에 더 오를 가능성을 점치긴 어렵다. 그보단 현재 수수료가 너무 높다는 사실에 문제의식이 있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장기적인 관점에서는 플레이어가 여럿일 때와 비교해 선택권이 줄어들면 수수료는 당연히 올라가게 된다. 아마존이 전자책 시장을 키울 때 출판사에 경쟁 업체와의 계약에 제한을 뒀듯 불공정 계약의 가능성도 생긴다. 지금처럼 판이 커질 땐 개별 브랜드(판매자)의 경우 자체 힘을 길러 협상력을 높여야 플랫폼 의존도를 낮출 수 있다”고 조언했다.  

김보현 기자 kbh@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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