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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저임금 노동자는 못 받는 근로장려금, '명품장려금' 변질된 까닭

저소득 근로층 지원 취지와 달리 용돈벌이 대학생 수혜 많아…수급 후 명품 구입 자랑도

2021.06.25(Fri) 11:38:16

[비즈한국] 근로 유인 효과 및 저소득층 지원을 위한 근로장려금 제도가 대학생, 취업준비생의 용돈으로 변질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온라인 커뮤니티 등에는 근로장려금으로 명품 가방을 사거나 유흥비 등에 사용했다는 인증 글이 넘쳐난다. 

 

일은 열심히 하고 있으나 소득이 적어 생활이 어려운 저소득 가구의 근로의욕 고취와 경제적 자립 등을 위해 마련된 근로지원금 제도에 대한 의견이 분분하다. 사진=최준필 기자


#수급자 30대 미만 1인 가구가 가장 많아  

 

근로장려금은 일은 열심히 하고 있으나 소득이 적어 생활이 어려운 저소득 가구의 근로의욕 고취와 경제적 자립 등을 위해 마련된 제도다. 2억 원 미만의 재산을 갖고 있으며 전년도 소득이 2000만 원(단독가구), 3000만 원(홑벌이), 3600만 원(맞벌이) 이하면 신청할 수 있다. 지원 대상으로 선정될 경우 단독가구는 1년에 최대 150만 원, 홑벌이는 260만 원, 맞벌이는 300만 원까지 근로장려금을 지원받을 수 있다. 

 

근로장려금 제도가 도입된 것은 2009년이다. 초기에는 결혼한 부부를 대상으로 지원 대상을 선별하다가 1인 가구 등으로 대상을 확대했다. 1인 가구의 경우 연령 제한을 두고 신청자를 받아 왔으나 2019년부터는 나이 제한을 없앴다. 이때부터 20대 청년들도 연 소득이 적으면 근로장려금을 받을 수 있게 됐다.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근로장려금 도입 초기에는 단독가구 지원 연령이 60세 이상으로 고령자를 대상으로 했다”며 “이후 점차 연령대를 확대하다가 1인 청년 문제 등이 야기되면서 청년 지원을 위해 2019년부터 나이 제한을 없앴다”고 말했다.

 

근로장려금 지원 혜택을 가장 많이 보는 세대는 30대 미만 1인 가구다. 국세청에 따르면 작년 상반기분 근로장려금 신청 가구는 91만 가구로 그중 단독가구(52만 가구)가 57%를 차지한다. 홑벌이 가구는 35만 가구(39%), 맞벌이 가구는 2만 8000가구(3%) 순으로 나타났다. 

 

단독가구 52만 세대 가운데 30세 미만 수급자는 21만 명에 달한다. 단독가구 수급자의 약 40%로 가장 높은 비중이다. 2019년 소득 기준으로 지급된 단독가구 수급자 267만 가구 중에서도 30세 미만은 111만 명(41%)으로 가장 높게 나타났다. 

온라인 커뮤니티, SNS 등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는 근로지원금 인증샷. 명품 가방, 지갑 등을 구입했다는 자랑글이 넘쳐난다.


#근로장려금이 ‘꽁돈’, ‘용돈’? 취지 변질

 

30대 미만의 단독가구 수급자가 혜택을 가장 많이 받고 있지만, 이 중 일부는 근로장려금 취지와 맞지 않는 수급자다. 입사한 지 얼마 안 된 대기업이나 공기업, 은행권 등의 신입사원이나 부모에게 넉넉한 용돈을 받아 생활하는 대학생, 취준생 등이 대표적이다. 

 

부모와 세대 분리한 상태에서 2억 미만 재산, 전년도 소득이 2000만 원 이하라면 근로장려금을 받을 수 있다. 대기업, 은행권 등의 신입사원이라도 연말에 취업했다면 소득이 2000만 원 이하로 책정돼 근로장려금 수급이 가능해진다. 

 

부모의 소득, 재산이 많더라도 세대 분리한 상태에서는 수급 대상자가 된다. 한 근로지원금 수혜자는 “독립해 자취하며 부모님께 생활비와 용돈을 받고 있다. 주 2~3일 카페 아르바이트를 했더니 근로장려금을 신청하라는 문자를 받았다”고 전했다.

 

근로장려금의 취지에서 다소 벗어나는 지원 대상이라도 현재로서는 선별하기가 쉽지 않다. 기재부 관계자는 “아르바이트로 용돈을 버는 대학생인지 경제적으로 힘든 청년인지 구별할 수 있는 법적 기준이 없다”며 “아르바이트를 하는 대학생이라도 근로장려금에서 제외하기란 힘든 상황”이라고 말했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도 “부모 세대의 소득 등을 문제 삼기는 어렵다”며 “부모에게서 오는 소득이 어떤 형태인지 분명히 알 수 있는 경우라면 지원 대상에서 제외할 수 있다. 하지만 단순히 부모가 소득이 높고, 재산이 많다는 이유로 지급 대상에서 제외하긴 힘들 것”이라고 설명했다. 

 

일부 대학생 사이에서는 근로장려금 수급을 두고 “꽁돈을 받았다”, “용돈이 들어왔다”고 칭하기도 한다. 근로장려금을 받아 명품 가방을 사거나 유흥비로 사용하는 사례도 흔하다. 온라인 커뮤니티, SNS 등에는 근로장려금으로 가방, 아이패드 등을 구매했다는 자랑 글이 넘쳐난다. 

 

이를 불편하게 보는 시선도 있다. 직장인 박 아무개 씨(33)는 “근로장려금으로 가방을 샀다, 소고기 사먹었다는 등의 글을 볼 때마다 허탈하다”며 “매일 열심히 일하는 사람들은 받을 수 없고 이따금 용돈 벌이를 위해 아르바이트를 하는 사람들만 지원해준다”며 한숨지었다. 

 

성 교수는 “실제로 근로를 했으나 소득이 낮다면 대학생이라도 지급하는 게 맞다. 용돈으로 썼다고 나쁘다고 할 수는 없다”며 “다만 수급자가 실질적 근로를 하고 있는지를 확인하는 장치를 강화해야 한다. 파트타임으로 근무할 경우 어느 정도 실질근로가 이뤄지는지를 판단할 수 있는 기준이 있어야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근로장려금 제도가 성실히 일하는 저소득층은 지원하지 않는다는 지적도 있다. 2020년 기준 최저임금은 8590원이다. 월급으로 따지면 179만 5310원, 1년 근무했을 경우 연 소득은 2154만 원이 된다. 단독가구의 경우 소득 기준(2000만 원 이하)을 넘어서기 때문에 근로장려금을 받을 수 없다. 

 

쉬지 않고 1년간 근무했지만 소득이 낮은 근로자는 장려금을 지원받지 못하고, 용돈벌이를 위해 간간이 아르바이트하는 사람은 근로지원금을 받는 상황이다. 정부에서도 이런 점은 고민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기재부 관계자는 “최저시급을 받는 근로자가 연 소득 2000만 원을 넘으려면 하루 8시간씩 풀타임 근무를 해야 한다. 실제로 이런 경우는 많지 않은 것으로 알고 있다”면서도 “이 문제에 대해 내부적으로도 검토 중이다”고 밝혔다. ​ 

박해나 기자 phn0905@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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