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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외의 '따상' 실패, HK이노엔의 상장 후 과제

공모가보단 높지만 기대에 못 미친 '뒷심'…신약 개발 성과, 유전자치료제 시장 지위 확보 과제

2021.08.10(Tue) 16:39:19

[비즈한국] 숙취해소음료 ‘컨디션’과 위식도역류질환 신약 ‘케이캡’으로 유명한 HK이노엔이 코스닥 시장에 안착했다. 그러나 상장 당일 시초가가 공모가의 두 배로 오른 뒤 상한가를 기록하는 이른바 ‘따상’은 실패했다. 수요예측과 청약 성적이 워낙 좋았던 터라 의아한 결과라는 반응까지 나온다. 국내 대표 바이오 헬스케어 기업 도약을 꿈꾸는 HK이노엔의 상장 후 남은 과제는 뭘까.

 

#IPO 경쟁률 역대 최고였지만 ‘따상’은 없었다

 

HK이노엔이 지난 9일 코스닥 시장에 안착했다. 그러나 상장 당일 시초가가 공모가의 두 배로 오른 뒤 상한가를 기록하는 ‘따상’은 하지 못했다. 사진=HK이노엔 홈페이지​


9일 HK이노엔은 공모가(5만 9000원)보다 15.4% 오른 6만 8100원으로 출발했다. 오전 내내 7만 원대를 기록하다 한때 7만 8900원까지 거래됐다. 그러나 오후 2시 들어 하락 전환하며 시초가 대비 0.6%, 공모가와 비교해 16.1% 오른 6만 8500원으로 장을 마쳤다. 9일 종가 기준 시가총액은 1조 9800억 원으로 코스닥 시장 24위에 올랐다.

 

시장에서는 ‘의외’라는 반응이 나왔다. HK이노엔은 상장에 앞서 진행된 수요예측과 청약 성적표에서 높은 평가를 받았기 때문. 7월 국내외 기관 투자자들을 대상으로 진행된 HK이노엔의 수요예측 경쟁률은 1871 대 1을 기록했다. 최근 10년간 IPO(기업공개) 시장에서 역대 최고치를 보이며 희망 밴드 상단으로 공모가가 확정됐다. 일반 공모 청약 경쟁률은 388.90 대 1이었다.

 

이날 개인 투자자들이 모인 카페에서는 “카카오뱅크 학습 효과로 HK이노엔을 들고 있었는데 생각보다 떨어져서 놀랐다”, “상한가를 칠 줄 알고 고점에서 매수했다가 물렸다”는 글이 잇따라 올라왔다. 상장 다음 날인 10일 오전에는 전날 종가 대비 4300원(6.28%) 오른 7만 2800원까지 상승했다가 오후 들어서는 다시 6만 원대에 머물렀다. 10일 종가는 전일보다 1200원(1.75%) 떨어진 6만 7300원을 기록했다.

 

서지용 상명대 경영학부 교수는 “최근 공모가 밑으로 주가가 내려가는 종목도 없지 않았기에 나쁜 성적이라고 할 수는 없다. 하반기 상장하는 기업이 많아 투자자들의 선택 폭이 넓어져 특정 종목에 쏠리는 현상도 줄어든 것 같다”며 “HK이노엔의 경우 기관 의무보유 확약률이 13.5% 정도로 낮은 편이다. 주가가 오름세를 보일 때 기관들이 차익 실현을 위해 매각해 주가가 꺾일 가능성도 있어 보인다. 바이오주에 대한 투자자들의 기대감이 예전보다는 꺾인 게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든다”고 의견을 밝혔다. 

 

#파이프라인도 다양하고 메가 브랜드도 있지만…

 

HK이노엔이 보유하고 있는 파이프라인 종류는 암, 간 질환, 자가면역질환 등 다양하다. 그러나 신약 임상이 초기 단계에 주로 머물러 있다는 점은 아쉬운 대목이다. 서울 중구 HK이노엔 본사. 사진=HK이노엔 홈페이지​


HK이노엔은 1984년 CJ제일제당 제약사업부에서 출발했다. 2014년 CJ제일제당에서 물적분할해 CJ헬스케어로 출범했고 2018년 한국콜마에 인수됐다. 현재는 중견 제약사급으로 성장했다. 2020년 매출이 5984억 원, 영업이익이 870억 원가량이다. 전문의약품 사업, 그리고 ‘컨디션’과 ‘​헛개수’​가 이끄는 HB&B(Health Beauty&Beverage) 사업을 필두로 국내 대표 바이오 헬스케어 기업으로 자리매김하겠다는 HK이노엔의 상장 후 과제에 관심이 쏠린다.

 

우선 HK이노엔의 핵심 사업은 전문의약품 사업이다. 지난 5월 분기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1분기 총 매출(1868억 원) 중 전문 의약품 사업 부문 매출이 1716억 원으로 91.87%를 차지한다. 전문의약품 중에서는 기초수액과 영양수액 등 수액 매출이 742억 원으로 가장 높고, 고혈압 치료제 ‘​헤르벤(239억 원)’​, 위식도역류질환 치료제 ‘​케이캡(349억 원)’​, 고지혈증 치료제 ‘​로바젯(173억 원)’​이 매출을 견인하고 있다. 특히 출시 6개월 만에 시장점유율 1위에 등극한 케이캡이라는 ‘메가 브랜드’를 갖고 있다는 데서 뚜렷한 장점을 지닌다.

 

HK이노엔이 보유하고 있는 파이프라인 종류도 암, 간 질환, 자가면역질환 등 다양하다. 그러나 신약 임상이 초기 단계에 주로 머물러 있다는 점은 아쉬운 대목이다. HK이노엔은 지난 3월 기준 신약, 바이오신약, 개량신약에 대해 각각 13개, 8개, 15개의 연구를 진행 중인데, 임상 단계에 돌입한 약(출시 의약품 제외)은 10개 남짓이다. 대부분 전임상이나 기초 연구에 머물러 있는데, 임상 1상에도 진입하지 못한 약은 변동성이 심해 임상시험이 중단되는 경우가 많다.

 

HK이노엔이 임상 2상 이상 연구개발을 진행 중인 파이프라인은 5개고, 임상 3상에 진입한 연구는 케이캡 적응증 추가 임상 하나다. 또 2017년부터 지난해까지 HK이노엔은 총 7건의 신약, 개량신약에 대한 기술수출 계약을 맺었는데, 이 중 4개가 케이캡에 관한 것이다. 2019년 케이캡을 출시한 이후 뚜렷한 신약 개발 성과가 없다. 반면 HK이노엔이 공모가 산정 시 비교기업으로 선정한 유한양행은 임상 3상에 진입한 신약 파이프라인이 3개(허가된 의약품 제외)고, 종근당에서도 7개의 임상 3상이 진행 중이다.

 

#녹십자 계열사와의 세포유전자치료제 시장 경쟁 주목

 

오는 11월 녹십자랩셀과 녹십자셀이 합병할 경우 이들 기업이 보유한 세포유전자치료제 파이프라인은 20개에 달한다. 시장 선점을 노리는 HK이노엔 입장에서는 긴장할 수밖에 없다. 사진=HK이노엔 홈페이지


HK이노엔이 집중하는 세포유전자치료제 시장에서 지위가 어떻게 형성될지도 주목할 만하다. HK이노엔은 7월 IR자료를 통해 “세포유전자치료제 선제적 진입을 통한 신성장 동력을 확보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HK이노엔이 보유한 세포유전자치료제 파이프라인은 CAR-T 4건, CAR-NK 2건 등 총 8건이다. 현재 4건이 기초연구, 2건이 전임상, 나머지 2건이 임상에 진입했다. CAR-T 치료제는 환자 본인의 면역세포를 이용한 면역항암 치료제로 ‘암세포 연쇄살인마’로도 불린다. 그러나 CAR-T 치료제는 고형암 적응증에서 효능을 입증하지 못하고 필연적으로 발생하는 사이토카인 방출 증후군이 단점으로 꼽혔는데, 이를 보완한 게 CAR-NK 치료제다.

 

국내에 세포유전자치료제 시장에 진출한 기업은 HK이노엔 외에 녹십자랩셀과 녹십자셀(7건), 큐로셀(3건), 앱클론(2건), 유틸렉스(5건) 등인데, 현재로선 HK이노엔의 파이프라인 수가 앞선다. HK이노엔은 지난해 세포유전자치료제 전용 연구개발 GMP(우수 의약품 제조·관리 기준) 인증 시설도 만들었다. 경쟁사인 큐로셀과 앱클론, 유틸렉스는 자체 시설이 작거나 없다.

 

세포유전자치료제 시장의 전망은 좋다. 생명공학정책연구센터에 따르면 글로벌 세포유전자치료제 시장은 2018년 10억 7000만 달러(약 1조 2300억 원)에서 매년 평균 41.2%로 성장해 2025년에는 119억 6000만 달러(약 13조 7400억 원)로 확대될 것으로 예상된다. 앞으로가 긍정적인 만큼 국내에서 경쟁은 더욱 치열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오는 11월 녹십자랩셀과 녹십자셀이 합병한다고 밝혔는데 이 경우 이들 기업이 보유한 세포유전자치료제 파이프라인은 20개에 달할 전망이다. 시장 선점을 노리는 HK이노엔 입장에서는 긴장할 수밖에 없는 지점이다.

 

재무 건전성도 해결해야 할 숙제다. HK이노엔은 지난 1분기 연결 기준​ 부채 약 9317억 원, 자본 7515억 원을 기록해 부채비율이 123.7% 정도에 달한다. 일반적으로 100% 미만이어야 건전하다고 본다. 지난해 차입금의존도도 43%가량이다. 일단 HK이노엔은 상장으로 확보한 공모자금 일부를 재무구조 개선을 위해 쓸 예정이다.

 

한편 HK이노엔 모회사인 한국콜마는 HK이노엔 상장으로 인한 동반 효과를 누리지는 못했다. 한국콜마는 HK이노엔 상장 당일인 9일 5만 3100원으로 장을 마감했다. 전 거래일 대비 1500원(2.7%) 하락했다. 10일에는 5만 1300원으로 9일 종가 대비 1800원(3.39%) 떨어졌다.​ 

김명선 기자 line23@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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