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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태아이스크림 인수 1년, 빙그레가 아직 웃지 못하는 속사정

시너지 효과 없이 해태아이스크림 적자로 순이익 반토막…빙그레 "경영 안정화 이후 생산·물류 공유 논의"

2021.10.29(Fri) 13:43:52

[비즈한국] 지난해 말 해태아이스크림을 인수한 빙그레가 부진한 실적을 기록하고 있다. 원유 등 원재료 가격상승과 만성 적자인 해태아이스크림을 인수한 영향이 크게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해태아이스크림을 끌어안은 후 시장 점유율 40%를 차지하며 업계 선두 롯데그룹(47%)을 위협하고 있지만, 빙과시장의 성장성이 제한적인 만큼 사업을 통합해 인수 시너지를 극대화할 필요가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빙그레가 해태아이스크림을 인수하며 국내 아이스크림 시장이 빙그레와 롯데의 양강 구도로 재편됐다. 빙그레는 빙과시장 점유율 40%를 차지하며 시장 지배력을 강화했지만 해태아이스크림의 고질적인 적자 탓에 부진한 실적을 기록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매출 1조 클럽’ 눈앞이지만 해태아이스크림 적자 걸림돌

 

지난해 10월 빙그레는 7개월에 걸친 인수 절차를 마무리하고 해태아이스크림을 자회사로 편입했다. 공시된 최종 인수금액은 1325억 원. 공정거래위원회는 빙그레의 해태아이스크림 주식 취득 건을 심사해 최종 승인 결정을 내렸다. 양 사의 결합이 국내 아이스크림 시장 내 경쟁을 제한하는지를 중점적으로 심사한 결과 문제가 없다고 판단한 것이다. 빙그레와 해태아이스크림의 실적을 합산해도 롯데제과와 롯데푸드 등 롯데그룹 계열사가 매출액 기준 업계 1위로 남는다. 또 공정위는 빙그레가 인수 이후 40%의 점유율을 차지하더라도 독과점으로 인한 가격 인상의 위험이 없다고 판단했다.

 

인수 발표 당시 박창훈 해태아이스크림 신임 대표이사는 “당장은 해태아이스크림의 성공적인 시장 안착을 위해 제품력 및 마케팅 활동 강화 등의 노력을 이어갈 것”이라며 “조직구성, 구체적인 운영방안을 점진적으로 마련해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해태아이스크림이 해태제과에서 떨어져나와 빙그레로 편입되는 과정을 지켜본 시장의 반응은 엇갈렸다. 빙과시장 내 점유율 확대를 통한 양적 성장을 긍정적으로 보는 시각도 있었지만, 오랜 적자를 기록한 해태아이스크림 인수가 장기적으로 빙그레의 성장에 부담이 될 것이라는 우려가 나왔다.

 

빙그레는 올해 창립 이후 처음으로 매출 1조 원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된다. 인수 이전 빙그레와 해태아이스크림의 매출이 각각 8000억 원과 2000억 원인데, 단순 합산으로도 매출 1조 원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시장 지배력 확대를 통해 실적 제고를 견인할 수 있다는 예상도 나온다. 실제로 합병의 효과는 즉각적인 매출액 증가로 나타났다. 빙그레의 올 상반기 연결기준 매출액은 5568억 원을 기록하며 전년 동기 대비 20.88% 증가했다.

 

하지만 연결기준 영업이익은 195억 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41.26% 감소했다. 순이익은 168억 원에 그쳐 전년 동기 대비​ 51.58% 감소했다. 실적 부진의 원인으로는 해태아이스크림의 적자가 꼽힌다. 해태아이스크림은 지난해 4분기 44억 원의 적자를 기록한 데 이어 올 상반기에도 29억 원 적자였다. 순손실 역시 각각 42억 원, 29억 원을 기록했다. 빙그레의 별도 실적도 해태아이스크림의 부진을 만회하기에는 부족했다. 빙그레의 별도 매출액은 4.7% 증가한 2684억 원, 영업이익은 37.8% 감소한 139억 원에 그쳤다.

 

김태현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20%대 매출 성장세가 이어졌지만 해태아이스크림 실적이 연결 반영되면서 무형자산 감가상각비 증가 영향으로 영업이익이 크게 감소했다”며 “설탕, 커피 등 원재료 가격 상승 및 아이스크림 매출 부진 영향으로 매출원가율이 2.9%포인트 상승하면서 수익성이 악화됐다”고 분석했다.

 

빙그레가 수익성을 개선하기 위해서는 생산 인프라를 공유하고 해태아이스크림의 적자 구조를 탈피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해태아이스크림의 대표 제품 라인인 부라보콘(위)와 빙그레 로고. 사진=각 사 홈페이지


#아이스크림 털어낸 해태제과는 ‘파란불’, 빙그레의 남은 과제는

 

빙과시장은 대체제인 디저트 시장의 경쟁 심화로 시장 규모가 축소될 것으로 전망된다. 시장의 주 소비층인 아동 인구가 감소하고 상시 할인이 당연시된 유통 구조 등 장기적인 악재도 지속되고 있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 통계에 따르면 국내 빙과시장은 2015년 2조 원 규모를 기록한 이후 지속적으로 감소하고 있다. 2019년 시장 규모는 2015년 대비 16% 축소됐다.

 

해태제과가 아이스크림 사업을 매각한 이유도 시장 침체 탓이다. 성장 둔화를 넘어 쪼그라드는 시장에서 적자사업을 떼어내고 국면을 전환하기 위한 결정이다. 아이스크림 사업 매각 이전, 해태아이스크림은 매년 약 1700억 안팎의 매출을 올리며 30억~50억 원의 적자를 봤다. 현금흐름 측면에서도 매년 약 60억~90억 원의 자본적 지출(CAPEX)이 발생해 부담을 가중시켰다.

 

최근 한국기업평가는 해태제과의 신용등급을 기존 ‘A-(긍정적)’에서 ‘A(안정적)’로 올렸다. 올 상반기 신용등급이 상승한 식품업체는 해태제과가 유일하다. 재무 안전성 지표가 개선되며 투자 여력이 생긴 점이 눈에 띈다. 해태제과는 지난해 10월 빙과사업 매각대금으로 받은 1185억 원을 차입금 상환과 매입채무 결제에 사용했다. 이로써 해태제과의 부채비율은 2019년 210%에서 2020년 136%로 줄었다.

 

반면 해태아이스크림을 품에 안은 빙그레의 고심은 깊어지고 있다. 일반적으로 동일 분류의 사업 합병은 생산 설비 활용을 통한 비용 절감, 생산성 증가 등의 시너지 효과를 낼 것으로 기대된다. 냉동 상태로 유통, 보관되는 빙과의 경우 저온유통체계에 드는 운송비 비중이 크다.

 

하지만 합병 1년 동안 생산과 물류 차원의 인프라 공유는 이뤄지지 않았다. 빙그레는 생산·유통 부문의 통합은 후순위로 미뤄놓고 먼저 공동 마케팅 등으로 시너지 효과를 유도하고 있다. 지난 3월 빙그레의 슈퍼콘과 해태아이스크림의 호두마루, 체리마루 등 마루 시리즈의 모델로 그룹 오마이걸을 기용한 사례를 시작으로 브랜드별로 공동 마케팅을 구축한다는 계획이다.

 

무엇보다 해태아이스크림의 고질적인 적자를 해소하는 전략이 시급하다. 누가바, 브라보콘, 바밤바 등 전통 강자 제품을 가진 해태아이스크림의 브랜드력을 제고해 적자 구조를 개선해야 할 과제가 놓여 있다. 빙그레는 해태아이스크림의 정상화에 주력하면서도 장기적으로는 해외 수출 시장 진출 등 사업 확대도 검토하고 있다. 빙그레 관계자는 “해태아이스크림의 경영 정상화를 가장 큰 과제로 보고 있다. 사업의 정상화에 주력할 것”이라며 “당분간은 빙그레와 해태아이스크림의 각자 경영을 지속하고 점진적으로 공동 마케팅을 진행할 계획이다. 경영이 안정된 후 공동 생산, 물류망 공유도 논의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강은경 기자 gong@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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