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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랑] 강원도 정선② 폐광에서 피어나는 예술의 향기

오래전 탄광과 금광으로 사용되다 문닫은 곳을 문화예술단지로 개발

2021.12.14(Tue) 13:54:40

[비즈한국] 아리랑의 고장 정선은 한때 대한민국 고도성장을 이끈 석탄산업의 중심지였다. 일제강점기에는 금광으로도 유명했다. 오래전 문을 닫은 금광과 탄광은 최근 새로운 모습으로 재탄생했다. 10만여 점의 예술품을 갖춘 복합 문화예술단지 ‘삼탄아트마인(Samtan Art Mine)’과 ‘금과 대자연의 만남’이란 주제로 꾸며진 화암동굴이 주인공들이다. 

 

오래전 문을 닫은 탄광이 10만여 점의 예술품을 갖춘 복합 문화예술단지 ‘삼탄아트마인(Samtan Art Mine)으로 재탄생했다. 사진=구완회 제공

 

#삼척탄좌 정암광업소의 변신, 삼탄아트마인

 

강원도 정선, 아름다운 함백산 자락에 자리한 삼탄아트마인 주자창에 들어서면 철탑이 뿔처럼 비쭉 솟아난 야트막한 건물이 보인다. 삼척탄좌 시절 종합사무동이었던 건물은 현재 삼탄역사박물관과 마인갤러리, 아트레지던스 룸 등을 갖춘 삼탄아트센터로 이용 중이다. 주차장에서는 단층으로 보이지만 사실 이건 언덕에 기대 있는 건물 4층이다. 이곳에서 표를 끊고 아래로 내려가면서 관람하는 구조다. 

 

주차장에서 연결되는 입구로 들어서면 탄가루가 범벅된 얼굴에 선량한 눈동자가 빛나는 광부의 대형 초상화가 관람객을 맞는다. 이곳 레지던스 프로그램에 참여했던 중국 조선족 화가 권학준의 작품이다. 광부의 초상화가 있는 4층은 로비와 매표소, 국내외 작가가 상주하면서 창작활동을 하는 아트레지던스 등으로 운영하고 있다. 

 

아트센터 입구로 들어서면 탄가루가 범벅된 얼굴에 선량한 눈동자가 빛나는 광부의 대형 초상화가 관람객을 맞는다. 이곳 레지던스 프로그램에 참여한 중국 조선족 화가 권학준의 작품이다. 사진=구완회 제공

 

2층에서 1층으로 이어지는 마인갤러리는 과거 탄광 시설이 작가들의 손을 거치면서 새롭게 태어난 전시 공간이다. 3000여 명의 광부들이 3교대로 이용하던 샤워실은 몇 가지 오브제와 그림을 더해 독특한 전시실이 되었고, 작업용 장화를 씻던 세화장은 다양한 격자무늬 발판 아래 조명을 달아 거대한 설치 작품으로 거듭났다. 광부들이 옷을 갈아입던 갱의실은 삼탄아트마인을 일궈낸 고 김민석 관장이 30여 년간 150여 개국을 다니며 모아온 수많은 미술품과 오브제들을 보관 중이다. 

 

아트숍과 체험공간인 예술놀이터가 있는 1층은 옛 석탄 조차장(열차를 잇거나 떼어내는 곳)이 변신한 레일바이뮤지엄으로 연결된다. 이곳은 삼척탄좌에서 캐내던 모든 석탄이 모이는 곳으로, 53m에 이르는 권양탑(광부들과 석탄을 운반하는 산업용 엘리베이터)를 비롯한 설비들이 거대한 뼈대를 드러내고 있다. 엘리베이터 앞 거대한 게시판에는 “우리는 가정을 사랑하고, 나라를 사랑하고, 그속에 직장을 사랑한다”는 그 시절 문구가 여전히 선명하다. 이렇듯 옛 모습을 간직한 레일바이뮤지엄은 여러 영화와 드라마, 예능 프로그램의 단골 촬영지가 되었다. 

 

광부들의 샤워실은 설치 작품으로 거듭났다. 사진=구완회 제공

 

#금과 대자연의 만남, 화암동굴

 

건물 밖으로 빠져나오면 널찍한 마당에 여러 조형물이 들어선 ‘기억의 정원’이다. 연탄으로 쌓아 올린 탑, 광부의 실루엣을 담은 철근 작품, 석탄을 실어 나르던 탄차 등이 옛 기억을 간직하고 있다. 기억의 정원 끄트머리에는 군부대 막사를 닮은 제2권양탑 건물이 있다. 왠지 낯익은 느낌이라 표지판을 보니, 한류드라마 ‘태양의 후예’ 촬영지란다. 코로나 이전까지 이걸 보기 위해 수많은 해외 관광객들이 삼탄아트마인을 찾았다고 한다. 

 

제2권양탑 옆, 지하에서 작업하는 광부들에게 공기를 공급하던 중앙압축기실은 원시미술관이 들어섰다. 원시미술이란 이름 그대로 선사시대부터 자연 발생적으로 생긴 미술 작품들을 가리킨다. 유럽의 동굴벽화와 아프리카의 민속 조각, 인도의 고대 석상들이 여기에 해당한다고 볼 수 있다. 커다란 기계 장치 사이사이에 자리잡은 세계 각국의 원시 미술품들은 중앙압축기실에서 공급하던 신선한 공기처럼 관람객들에게 신선한 예술적 영감을 불어넣는다.

 

화암동굴은 광산 갱도와 천연동굴이 어우러진 곳이다. 환상적인 조명 덕분에 꿈길을 걷는 듯하다. 사진=구완회 제공

 

삼탄아트마인에서 33km 남짓 떨어진 정선 화암동굴은 광산 갱도와 천연동굴이 어우러진 곳이다. 일제강점기에 금광으로 개발되었다가 갱도를 뚫는 작업을 하던 중 천연동굴이 발견되었단다. 해방 이후 발굴이 지속되어 1980년에 강원도 기념물로 지정되었다가 2019년엔 천연기념물로 승격됐다. 다른 곳에서는 보기 힘든 다양한 색깔과 형태의 석순, 석주, 종유석, 석화 등이 발달해 학술적, 자연유산적 가치가 크기 때문이라고 한다. 

 

‘금과 대자연의 만남’이란 주제로 일반에 개방된 구간은 총길이 1803m에 이른다. 515m 길이의 상부 갱도는 일제강점기 금광맥의 발견부터 채취까지의 전 과정을 생생하게 재현해 놓았다. 365개의 기다란 계단을 내려가면 ‘동화의 나라’, ‘금의 세계’ 등을 테마로 환상적인 세계가 펼쳐진다. 이어지는 천연 동굴은 2800㎡ 넓이의 대광장으로 392m의 탐방로를 돌면서 유석폭포와 대석순, 곡석, 석화 등 진귀한 동굴 생성물을 둘러볼 수 있다.

 

화암동굴의 거대한 유석폭포. 사진=구완회 제공

 

<여행정보>


삼탄아트마인 

△주소: 강원도 정선군 함백산로 1445-44

△문의: 033-591-3001

△관람시간: 09:30~17:30(동절기), 09:00~18:00(하절기), 코로나 기간 중 월·화요일 휴관

 

화암동굴

△주소: 강원도 정선군 화암동굴길12

△문의: 033-560-3410

△관람시간: 09:00~17:00, 연중무휴

 

필자 구완회는 대학에서 역사학을 전공하고 ‘여성중앙’, ‘프라이데이’ 등에서 기자로 일했다. 랜덤하우스코리아 여행출판팀장으로 ‘세계를 간다’, ‘100배 즐기기’ 등의 여행 가이드북 시리즈를 총괄했다. 지금은 두 아이를 키우며 아이들에게 들려주고 싶은 역사와 여행 이야기를 쓰고 있다.​

구완회 여행작가 writer@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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