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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 노사협상 결렬 삼성전자 '파업 위기' 직원들에게 물어보니

전체 11만 명 중 약 4%만 노조 가입해 관심도 낮아…24시간 가동되는 반도체 사업장은 영향 받을 수 있어

2022.02.09(Wed) 11:25:07

[비즈한국] 2월 4일, 삼성전자 노동조합 공동교섭단(삼성전자사무직노조·삼성전자구미지부노조·삼성전자노조동행·전국삼성전자노조)은 중앙노동위원회(중노위)에 노동쟁의조정을 신청했다. 임금 교섭 등의 최종 협상이 이뤄지지 않아서다. 노동쟁의 조정신청은 노동조합과 사용자간에 임금·근로시간·​복지·​해고·​기타 대우 등 근로조건을 결정할 때 노동쟁의가 발생한 경우 이뤄진다.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에서는 조정을 신청한 날로부터 10일 이내 조정을 종료해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중노위는 “2월 14일까지 조정기간이다. 구체적인 내용을 파악 중이며, 곧 조정회의를 진행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조정회의는 2월 11일에 1차, 2월 14일에 2차가 열릴 예정이다.

 

2022년 2월 4일 삼성전자 노동조합 공동교섭단이 중앙노동위원회에 노동쟁의 조정신청을 했다. 사진=전다현 기자

 

노사가 모두 중노위 조정안을 받아들이면 조정이 성립되지만, 한쪽이라도 거부할 경우 노동조합은 파업 등 쟁의행위에 들어갈 수 있다. 이번 조정이 이뤄지지 않아 노조가 파업에 돌입하게 되면, 삼성전자는 1969년 설립 이후 약 53년 만에 첫 파업을 맞게 된다. 

 

#협상 결렬 이유? “삼성전자, 임금 인상 제시 안 해서”

 

삼성전자 노조는 왜 중노위에 조정 신청을 했을까. 노조는 “사측에서 협상에 제대로 응하지 않았다”고 말한다. 전국삼성노동조합은 “임금교섭을 시작하면서 회사의 제시안을 전혀 받지 못했다. 노사 양측이 서로 안을 제출한 후 대화를 해야 하는데, 사측은 (노조 측 안은) 일괄적으로 안된다면서 시간만 끌고 협상안을 내놓지 않았다. 대화로 계속 풀어보려 했지만, 협의 자체가 안 됐다. 막판이 돼서야 사측이 최종안을 줬는데 (임금인상에 대한 내용이 빠진) 상당히 성의 없는 내용이었다”고 설명했다.

 

현재 알려진 것처럼 노조는 전 직원 연봉 1000만 원 인상, 영업이익의 25% 성과급 지급 등을 고수하지는 않았다고 전했다. 노조 측은 “이는 최초안이었을 뿐 최종 노조 입장과는 다르다”고 설명한다. “현재 불투명한 성과급 지급 등의 기준을 ‘영업이익’으로 하자고 제시한 게 핵심”이라고 설명한다. 

 

노조에 의하면 삼성전자 측 최종 협상안은 △발전기금 3000만 원 지원 △통상임금 소송 진행 시 참여자에 대함 불이익 없음 약속 △사내식당 운영사업장 식대 제공 △제조사업장 중 하의 근무복 미지급 중인 사업장에 대해 하의 근무복 지급 △캐리비안베이 비수기 복지 이용 시 자기부담금 2000원 미체납에 대해 월급 미공제 △노사 상생 TF에서 휴가 및 휴양소 확대 논의 등이다. 임금이나 성과급에 대한 내용은 없다. 노조는 “실질적으로 전혀 도움 되지 않은 내용을 최종안이라고 내놓은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에 대해 삼성전자 측은 “최종안에 성과급이나 연봉 인상에 대한 내용이 없었던 것은 사실”이라며 노조의 중노위 노동쟁의 조정신청에 대해서는 “별도 입장은 없다”고 밝혔다. 

 

삼성그룹에 일어나는 위법을 감시하고 통제하는 민간 기구인 삼성준법감시위원회는 “현재 상황을 인지하고 지켜보고 있다. 아직은 위원회에서 무엇을 할 수 있는 단계는 아니다”라고 말했다.

 

#직원 대부분 관심 없어…노조 영향력 낮은 탓

 

삼성전자 내부 분위기는 어떨까. 일부 언론에서는 이번 파업이 성사되더라도 큰 영향이 없을 거라고 예측한다. 노동조합 가입 비중이 상대적으로 적기 때문이다. 삼성전자 노조원은 약 4800명이다. 전체 노동자 11만 3900여 명 가운데 약 4% 수준이다.

 

그러나 현재 쟁점이 임금인상과 복지상향인 만큼 비노조원들의 반응 역시 주목된다. 또 ​24시간 가동되는 ​반도체 생산라인은 파업이 진행됐을 때 파장이 클 수밖에 없다. 이에 비즈한국은 삼성전자에 재직하고 있는 노조·비노조원들을 만나 현 상황을 진단했다. 

 

수원에 위치한 삼성전자 본사 입구. 사진=전다현 기자


수원에 있는 삼성전자 본사에는 흔한 투쟁 현수막 하나 걸려있지 않았다. 작년에 입사한 A 씨는 노조에 관심 없다며 “관련 내용을 잘 모른다”고 말했다. 출·퇴근하는 대부분의 삼성전자 직원들은 “노조에 관심이 없다”며 지나갔다. 

 

연구직으로 8년간 재직하고 있는 B 씨는 “반도체 부문 내부에서는 크게 관심 없는 분위기”며 “직원들이 관심을 가지고 있는 실질적인 연봉협상은 노조가 아닌 노사협의회가 진행한다. 이 때문에 노조를 총무 역할로 인식하는 사람이 대부분이다”고 말했다. 그는 “노조가 사무직, 연구직보다 공장 현장직을 위해 일한다는 인식도 있다”고 덧붙였다. 사무직으로 재직 중인 C 씨 역시 "공장 쪽은 모르겠지만, 사무직과 연구직 쪽은 크게 관심 없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비공개 조합원이라고 밝힌 D 씨는 “사내게시판에서는 파업에 대한 이야기가 전혀 없다”며 “부서 내에서도 이 사안으로 이야기하는 걸 본 적 없다. 노조원이 적고 힘이 없는 탓이라 생각한다. 당장 파업할 것처럼 기사가 나오는 게 이상할 정도”라고 전했다. 

 

사측에서 ‘언론플레이’를 한다고 보는 시각도 있다. 직원 E 씨는 “현재 나오는 기사들은 전부 노조 측 협상안만 언급한다. 사측 협상안을 보면 말도 안 되는 제안인데, 지금 상황 자체가 (노조에) 굉장히 불리하게 작용하고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노동조합 자체를 부정적으로 보는 시각도 있었다. 6년간 재직 중인 비노조원 F 씨는 “파업까지 가지는 않을 것 같다. 사실 동료 중 노조 파업을 지지하는 사람을 본 적 없다. 회사에 개인적인 불만이 있는 사람을 중심으로 노조를 하는 게 아닌가 생각이 든다. 전체 노동자를 위해서가 아니라 본인의 이익을 위해서 행동하는 걸로 생각돼 지지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직원들이 관심 있는 임금협상은 노조가 아닌 사내 자율기구인 노사협의회에서 이뤄져 실질적으로 노조의 영향력이 작다는 평가다. 또 노조원 비중이 적어 전체적인 관심도도 떨어지는 상황이다.

 

삼성전자 노조 역시 파업 가능성에 대해 “파업에 대해 직접적으로 이야기한 바는 없다”며 “현재 조정신청을 한 만큼 회사에서 협상에 얼마나 성의 있게 응하냐에 달려 있다. 조정 결과에 따라 추후 행동을 정할 예정이다”고 말했다. ​ 

전다현 기자 allhyeon@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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