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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언스] 화성과 지구의 운명을 가른 '작지만 결정적 차이'

지구보다 밀도 낮은 화성 내부 물질의 층 분리가 일찍 끝나면서 자기장 사라지고 사막행성 됐다

2022.03.07(Mon) 10:45:14

[비즈한국] 일론 머스크를 비롯한 몽상가들은 머지않은 미래 인류가 화성으로 진출하는 다중 행성 종족이 될 거라 이야기한다. 이를 위해선 붉은 사막이 돼버린 화성을 지구처럼 푸르게 만드는 테라포밍이 필요하다. 사실 현재 기술로도 화성 토양으로 식물을 기르거나, 화성에서 물과 산소를 합성하는 일은 가능하다. 실제로 최근 화성에 착륙한 퍼시비어런스 탐사선은 MOXIE(Mars Oxygen In-Situ Resource Utilization Experiment) 장비를 활용해 화성의 옅은 대기권에 있는 이산화탄소를 산소로 변환하는 역사적인 실험에 성공했다. 

 

하지만 여전히 적지 않은 천문학자들이 화성 테라포밍의 현실성에 회의적이다. 가장 중요한 문제에 ​마땅한 해결책을 찾지 못했기 때문이다. 지나치게 약한 화성의 자기장이 바로 그 문제다. 

 

화성의 옅은 대기권 속 이산화탄소를 산소로 변환하는 실험에 성공한 MOXIE 장비. 사진=NASA


지구의 경우 땅 속 맨틀과 핵이 활발하게 돌아가면서 지구 주변 행성 전체를 감싸는 거대한 자기장이 형성된다. 이 자기장은 태양에서 분출되는 해로운 태양풍과 우주 방사선이 그대로 지표면에 쏟아지지 못하게 막아주는 보호막 역할을 한다. 지표면의 생물들이 태양풍으로 타죽지 않게 막아주는 선크림의 역할을 하는 셈이다. 

 

하지만 현재 화성은 자기장이 거의 없다. 처음부터 없었던 것은 아니다. 과거에는 화성도 내부의 핵과 맨틀이 돌아가면서 자기장을 갖고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오래전 무슨 이유에서인지 화성의 지질활동은 모두 멎었고 자기장도 거의 사라졌다. 결국 화성 표면을 덮고 있던 바다와 대기도 모두 태양풍에 쓸려나가 사라졌다. 그렇게 화성은 지금의 붉게 메마른 사막 행성이 되었다. 

 

아쉽게도 현존하는 그 어떤 기술로도 행성 전체를 감싸는 거대한 인공 자기장은 만들지 못한다. 이는 화성에서 물과 산소를 합성하고 이끼를 심는 것과는 차원이 다른 문제다. 따라서 화성 테라포밍을 실현하려면 지금은 죽어버린 화성의 자기장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그리고 그 해결책을 찾기 위해서는 과거에 존재했던 화성의 자기장이 어떻게 지구보다 훨씬 일찍 사라졌는지를 먼저 밝혀야 한다. 

 

지금까지 별다른 답이 나오지 않았는데, 최근 이 비밀에 새로운 실마리를 제시하는 논문이 발표됐다. 가장 최근 화성에 착륙한 인사이트 탐사선의 데이터, 그리고 실험실에서 화성 내부의 물질을 직접 재현해낸 결과, 이 두 가지의 콜라보를 통해 실마리를 찾아냈다. 과연 화성엔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 대체 어떤 차이가 지구와 화성의 운명을 극단적으로 갈랐을까? 

 

화성과 지구의 자기장의 운명을 갈라놓은 원인은 무엇일까? 인류는 화성의 테라포밍에 성공할 수 있을까?

 

2014년 9월 화성 곁에 도착한 궤도선 메이븐(MAVEN)은 화성 곁을 맴돌며 놀라운 사실을 발견했다. 메이븐은 크게 찌그러진 타원 궤도를 돌면서 주기적으로 화성 표면에 바짝 붙어 지나갔다. 그리고 화성 표면에서 고도 120~200km 정도 떨어진 상층 대기에 미약하지만 분명 자기장을 따라 이온이 흐르는 것을 확인했다. 화성의 자기장 세기는 대략 1500나노테슬라로 지구의 40분의 1 수준이다. 현재 화성은 지구처럼 내부에서 돌아가는 맨틀과 핵이 없기에 강한 자기장을 꾸준히 유지하지 못한다. 따라서 화성에서 발견한 미약한 자기장은 과거에 존재했던 자기장이 사라지고 남은 흔적이다. 

 

화성은 행성을 감싸는 강한 자기장 보호막이 없다. 태양풍이 고스란히 행성 표면을 휩쓸면서 행성 표면의 대기권과 물이 모두 사라졌다. 사진=NASA

 

하나의 행성이 주변에 강한 자기장을 가지려면 내부의 금속 물질이 발전기처럼 빠르게 회전해야 한다. 그리고 안쪽의 뜨거운 물질과 바깥의 차가운 물질이 뒤섞이는 대류가 꾸준히 벌어져야 한다. 지구와 같은 암석 행성은 내부에 철과 니켈 등의 금속 물질이 높은 온도와 압력으로 녹아 있다. 지구가 자전하면서 내부의 맨틀과 핵이 함께 회전하고 이를 통해 강한 자기장을 형성한다. 목성 같은 거대한 가스 행성은 주로 수소로 이루어져 있는데, 깊은 내부의 강한 압력으로 인해 짓눌린 수소는 금속성을 띠게 된다. 이 경우에는 금속화된 고체 수소가 회전하면서 목성 주변에 자기장을 만들어낸다. 행성의 자기장은 아주 긴 시간에 걸쳐 서서히 약해질 수 있다. 

 

화성도 과거에는 지구와 비슷한 방식으로 자기장을 형성했을 것이다. 물론 화성은 지구에 비해 겨우 절반 정도 크기여서 내부 물질을 충분히 녹일 만큼 강한 압력과 온도를 만들기 어려웠을 것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화성이 한 번도 자기장을 가져본 적이 없다고는 말할 수 없다. 화성에서 발견된 고대 강, 바다의 흔적을 보면 화성도 한때 태양풍으로부터 표면의 강과 바다를 지킬 수 있는 자기장 보호막을 갖고 있던 것으로 추정된다. 게다가 메이븐 탐사선이 확인한 미약한 자기장의 흔적은, 분명 과거에는 화성에도 자기장이 있었다는 사실을 암시한다. 즉 화성은 처음부터 자기장이 없었던 것이 아니라 무슨 이유에서인지 지구보다 훨씬 빠른 속도로 자기장이 약해졌다고 봐야 한다. 

 

최근까지 천문학자들은 화성 내부의 물질도 지구와 비슷하게 녹아 있는 철, 니켈 등 금속과 황이 함유된 성분으로 구성되어 있을 것이라 추정했다. 화성을 수박 자르듯이 갈라볼 수는 없으므로 내부 상태가 어떤지 직접 확인하기는 어렵다. 물론 이는 지구도 마찬가지다. 그래서 과학자들은 행성을 직접 반 토막 내는 대신 행성 표면에서 지진파를 일으켜서 내부 상태를 추정한다. 수박을 갈라보지 않고 겉만 두드려서 그 속이 얼마나 단단하게 잘 익었는지를 확인하는 것과 같다. 

 

인사이트 탐사선은 지진파를 활용해 화성 내부 물질의 분포를 파악한다. 예상과 달리 내부 핵의 부피가 더 큰 것으로 추정된다. 사진=NASA/SEIS/Insight

 

2018년 화성에 착륙한 인사이트 탐사선은 앞선 탐사선들과 달리 화성 표면만 조사하는 것이 아니라, 직접 화성에 땅을 파고 지진파를 탐사해 화성 내부를 탐사한다. 화성에 운석이 충돌하는 등 충격이 벌어질 때 발생한 지진파가 화성 내부로 어떻게 퍼져가는지를 감지한다. 이를 통해 화성 내부에 얼만큼의 밀도를 가진 물질들이 얼마나 큰 크기로 분포하는지를 파악한다. 

 

천문학자들은 인사이트의 지진파 탐사를 통해 흥미로운 사실을 발견했다. 기존 예상보다 화성 내부 핵의 크기가 더 큰 것으로 추정된 것이다! 화성 내부 핵의 부피가 예상보다 더 크다는 것인데, 이는 화성 내부 핵의 밀도가 예상보다 더 낮다는 뜻이다. 이를 설명하기 위해선 기존에 생각했던 금속과 황 성분뿐 아니라, 더 가벼운 성분으로 화성의 핵이 함께 구성되어 있다고 봐야 한다. 천문학자들은 그 새로운 성분으로 수소를 의심하고 있다. 실제로 수소는 화성에서도 굉장히 흔하게 존재하는 성분이다. 그래서 천문학자들은 화성 내부 물질이 철과 황, 수소가 함께 섞여 있는 Fe-S-H 성분일 것으로 추정한다. 

 

그렇다면 과연 이러한 성분으로 구성된 화성 내부에선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을까? 이번 연구에선 이를 확인하기 위해 직접 실험실에서 화성 내부의 환경을 구현했다. 화성 내부의 강한 압력과 온도 환경을 재현하기 위해 다이아몬드 엔빌 셀(Diamond anvil cell)이라는 실험 장비를 활용했다. 이 장비는 양쪽에 있는 다이아몬드 사이에 샘플을 끼워넣어 아주 강한 압력으로 짓누른다. 동시에 레이저로 샘플을 비추면서 뜨겁게 가열할 수 있다. 

 

이를 통해 연구진은 철, 황, 수소가 혼합된 샘플을 준비하고 마치 화성 내부처럼 118기가파스칼의 강한 압력과 2000도 이상의 아주 높은 온도를 가했다. 이는 초기 화성 내부의 상태로 추정되는 수준으로, 지구에 비해 절반 정도 낮은 온도와 압력이다. 이후 엑스선 분광기를 통해 이렇게 고온 고압을 가한 샘플이 어떻게 움직이는지를 추적했다. 그리고 놀라운 사실을 발견했다. 

 

높은 압력과 온도로 인해 빠르게 층 분리가 진행된 샘플의 모습.

 

극한의 압력과 온도를 가한 철, 황, 수소 혼합물 액체는 아주 빠르게 황이 더 많은 층과 적은 층, 두 가지 층으로 분리됐다. 마치 물과 기름이 서로 섞이지 못하고 깔끔하게 분리되는 것처럼 말이다. 이렇게 액체가 서로 섞이지 않고 분리되는 성질을 불혼화 특성(immiscibility)이라고 부른다. 불온화는 화성의 자기장이 오래 유지되지 못하게 하는 데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다. 

 

행성이 만들어진 초기에는 화성과 지구 모두 내부의 물질이 고르게 섞여 있었다. 그런데 화성의 경우 내부 물질이 빠르게 두 층으로 분리됐다. 상대적으로 밀도가 더 높은 물질이 빠르게 화성 중심에 가라앉아 쌓이기 시작했다. 그렇게 빠르게 위 아래층이 분리된 화성 내부 물질은 결국 그대로 굳어버리게 된다. 깊은 중심과 외곽의 물질이 서로 자리를 바꾸고 순환하는 대류가 활발하게 벌어질 수 없다. 그렇게 초기에만 잠깐 외곽층에서 벌어진 대류로 화성의 자기장이 잠시 존재했지만, 결국 수백만 년 안에 층 분리가 끝나면서 그대로 화성의 자기장은 사그라들었다. 

 

반면 지구의 경우 행성 내부 전체가 고르게 잘 뒤섞이는 성분으로 채워져 있다. 그래서 지구 표면의 물질만 지각이 되어 굳고 분화되었을 뿐, 그 내부의 맨틀과 핵 물질은 전체적으로 고르게 뒤섞이며 계속 순환하고 대류를 할 수 있었다. 그 덕분에 지구는 지금까지도 내부 물질이 활발하게 돌아가고 대류를 하면서 지구 전체를 감싸는 강한 자기장을 유지할 수 있다. 

 

먼 과거 일찍이 내부 물질이 분리되면서 활발한 대류가 벌어지지 못한 화성(위쪽)과 오랫동안 내부 물질이 고르게 뒤섞이면서 꾸준히 활발한 대류가 벌어지고 있는 지구(아래쪽)를 비교한 그림.

 

결국 행성 내부의 물질이 살짝 다른 작은 차이로 인해, 한 행성은 45억 년째 행성을 지켜주는 자기장 보호막을 두를 수 있었지만 다른 한 행성은 일찍이 내부가 멈추고 자기장도 사라지는 운명을 걷게 되었다. 이런 사소해 보이는 작은 차이가 지구와 화성, 두 행성의 운명을 갈라놓은 셈이다. 

 

만약 화성도 지구와 비슷한 성분으로 내부가 채워져 있었다면 자기장이 지금까지 건재했을 것이다. 대기와 바다도 지금까지 무사히 살아남았을 것이다. 어쩌면 태양계에서 생명이 살아가는 행성이 지구와 화성 두 곳이 되었을지도 모른다. 그런 점에서 엄밀하게 말하면 화성 테라포밍은 기존에 한 번도 푸르렀던 적이 없는 사막 행성 화성을 처음으로 푸르게 탈바꿈시킨다기보다는, 먼 과거 원래는 푸르렀던 화성을 다시 푸른 모습으로 복원하는 셈이라고 볼 수 있다. 

 

레이더 관측을 통해 화성 표면 아래 지하에 매장된 물얼음층의 존재가 확인됐다. 사진=NASA/ESA


화성 테라포밍은 화성을 개간하는 과정이라기보다는 화성을 다시 과거의 모습으로 복원하는 과정이라고 볼 수도 있다. 사진=NASA

 

인류가 화성의 사라진 자기장을 인공적으로 되살리는 방법을 찾지 못한다면, 화성으로의 진출은 한때의 꿈으로 끝나게 될까? 물론 대안은 있다. 화성 표면에서의 삶을 포기하고 화성의 두꺼운 지각 아래 땅 밑으로 들어가는 것이다. 화성의 두꺼운 땅 자체가 태양풍과 우주 방사선의 공격을 막아주는 천연 방공호 역할을 할 수 있다. 실제로 현재 화성의 지하에 남아 있는 얼음과 물 층의 존재가 확인됐다. 일부 천문학자들은 아직까지 땅 속에 살고 있는 화성 미생물들의 존재도 발견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어쩌면 먼 미래, 화성의 첫 인류는 먼 과거 지구의 첫 인류와 똑같은 모습으로 출발하게 될지도 모르겠다. 둘 모두 각자의 행성 표면으로 나오기 전, 깜깜한 동굴 속에서 역사를 시작하는 것이니까. 

 

이번 흥미로운 연구를 통해 화성이 왜 지구와 다른 슬픈 길을 걷게 되었는지, 그 비밀에 대한 무려 실험적 증거를 발견했지만, 오히려 화성으로의 진출은 더 멀어진 느낌이 들기도 한다. 칼 세이건이 남긴 인류의 우주 진출에 대한 회의적인 한마디가 마음속에 맴돈다. 

 

“갈 수는 있겠지만, 살 수는 없다(Visit, yes. Settle, not yet).”

 

참고https://www.nature.com/articles/s41467-022-28274-z

 

필자 지웅배는? 고양이와 우주를 사랑한다. 어린 시절 ‘은하철도 999’를 보고 우주의 아름다움을 알리겠다는 꿈을 갖게 되었다. 현재 연세대학교 은하진화연구센터 및 근우주론연구실에서 은하들의 상호작용을 통한 진화를 연구하며, 강연과 집필 등 다양한 과학 커뮤니케이션 활동을 하고 있다. ‘썸 타는 천문대’, ‘하루 종일 우주 생각’, ‘별, 빛의 과학’ 등의 책을 썼다.​​​​​​​​​​​​​​​​​​​​​​​​​​​​​​​​​​​​​​​​​​​​​​​​​​​​​​​​​​​​​​​​​​​​​​​​​​​​​​​​​​​​​​​​​​​​​​​​​​​​​​​​​​​​​​​​​​

지웅배 과학칼럼니스트 galaxy.wb.zi@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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