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핵심사업 물적분할 규제하겠다는 윤석열, 'LG엔솔 사태' 없어질까

쪼개기 상장 제한, 기존 주주에 신주 우선 배정 추진…NHN·LS일렉트릭 '몸 낮추기'

2022.03.17(Thu) 18:12:24

[비즈한국] 최근 기업들이 잇따라 핵심 사업을 떼어내면서 ‘물적분할’을 둘러싼 불만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LG화학의 배터리부터 NHN의 클라우드, LS일렉트릭의 EV릴레이까지. 알짜배기 사업 물적분할이 진행될 때마다 주가가 요동친다. 거센 반대 속에서 일부 기업은 물적분할 계획 포기를 결정하며 한발 물러나는 자세를 취하지만 ‘쪼개기 상장’을 강행하는 사례가 다수다. 물적분할이 ‘대주주 배만 불린다’는 논란이 계속되자 정치권과 당국도 앞다퉈 제도 개선 방안을 고심하는 모습이다.

 

대기업이 연이어 알짜 사업 물적분할에 나서면서 비판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사진은 지난 1월 고객들이 서울 여의도 신한금융투자에서 LG에너지솔루션 공모주 청약을 상담 받는 모습. 사진=박정훈 기자


#상법 사각지대일까, 유망 사업 육성 수단일까

 

LG화학에서 물적분할한 LG에너지솔루션은 코스피 상장일인 1월 27일 개장 직후 59만 8000원까지 올랐다. LG엔솔이 상장 전 국내외 기관 수요예측과 공모주 일반청약 과정에서 역대 기록을 갈아치우는 동안 LG화학 주가는 본격적으로 하락세를 타기 시작했다. LG화학은 3월 17일 종가 기준 47만 원을 기록했다. 지난해 3월 52주 최고가 97만 5000원과 비교하면 절반 이상 떨어진 가격이다. LG엔솔 상장에 따른 할인율 적용과 석유화학 부문의 수익성 감소가 낙폭의 주요 원인으로 꼽힌다.

  

이 같은 주가 흐름은 예상됐던 상황이다. ‘황제주’로 여겨지던 LG화학에서 배터리 사업 분사가 결정될 당시 소액주주들은 가치 하락을 이유로 강하게 반발했다. 이후 SK케미칼(SK바이오사이언스), SK이노베이션(SK온) 등 대기업들의 사업 분할 결정 때마다 비슷한 갈등이 빚어졌다.

 

물적분할에도 긍정적인 기능이 있다. 물적분할은 모회사 주주에게 신설 자회사의 주식을 주지 않고, 모회사가 신설회사의 지분을 100% 소유하는 기업 분할 방식이다. 특정 사업부를 분사해 별도 법인을 설립하는 형태인데, 기업으로서는 사업 효율성을 강화할 수 있다. 자회사 상장을 통해 대규모 투자금을 조달, 재무 부담에서 비교적 자유롭게 사업을 성장시킬 수 있는 장점이 크다. 향후 신설법인 성장에 따라 기업가치를 높이기 위한 절차로 활용하기도 한다.

 

인적 분할과 달리 모회사와 신설 회사가 수직적인 관계로 분할되기 때문에 신설 회사의 실적은 모회사의 재무제표에 그대로 반영된다. 이론적으로는 분할 자체가 기업의 연결재무제표에 미치는 영향이 없는 셈이다.

 

이론상 주주의 ‘이익’에는 변화가 없지만 일반 주주들이 물적분할에 반대하는 이유는 따로 있다. 모회사의 가치 하락이 불가피하다는 점이다. 이중 상장 시 문제는 더욱 커진다. 모회사가 지분을 100% 보유하고 있을 때는 자회사의 사업가치가 온전히 주가에 반영되지만, 자회사가 상장하면 모회사의 지분가치와 중복 계산되는 문제가 생긴다. 특히 일반주주의 경우 자회사 공모과정에서 신주를 배정 받을 권한이 없다. 알짜배기 사업이 빠져나가는 데다 자회사의 가치도 할인된 채로 모회사에 반영되는 까닭에 기존 주주의 가치는 희석될 가능성이 크다.

 

LS일렉트릭과 NHN은 각각 핵심으로 꼽히는 사업​을 물적분할하는 절차에 들어갔다. LS일렉트릭 안양 사옥(위)과 NHN 판교 사옥. 사진=각 사 제공


#LS일렉트릭도 LG화학 전철 밟나 

 

최근 물적분할을 결정한 기업들에 대한 투자 심리가 크게 위축된 모습이다. LS일렉트릭은 2월 전기차 등에 사용되는 전력 제어 부품인 릴레이 사업 부문을 물적분할하겠다고 공시했다. 사측이 ‘신설 법인의 상장에 대해선 정해진 바가 없다’고 밝힌 상태지만 공시 이후 LS일렉트릭의 주가는 10% 가까이 하락했다.

 

재계 관계자는 “해외에서는 구조조정을 목적으로 물적분할을 활용하는 경우가 많지만 국내 기업들은 모회사의 가치에 영향을 미치는 신규 사업의 자금 조달이나 지배권 유지 방안으로 이용한다”며 “알짜 자회사가 물적분할을 통해 상장할 경우 그만큼 모회사의 기업 경쟁력이나 가치가 깎인다고 평가 받는다. 주가 하락이 불 보듯 뻔한 상황에서 모회사 개인 투자자들은 반대할 수밖에 없는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해부터 증권가에서는 물적분할이 주요 이슈로 다뤄지고 있다. 최남곤 유안타증권 연구위원은 올해 전망 보고서를 통해 “지난해 한국 증시의 부진은 경영자와 주주 간에 붕괴된 신뢰 관계 때문”이라며 약탈적 합병, 상장폐지, 물적분할 후 이어진 이중 상장 등을 지적했다. 증권사 애널리스트가 실명을 걸고 발간한 보고서에서 상장사를 높은 수위로 비판한 것은 이례적이라는 평가다.

 

갈등이 고조되자 정치권과 당국에서는 일제히 물적분할을 규제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새 정부는 우선 상장사가 모회사 주주에 신주인수권을 부여하는 방안을 도입할 것으로 보인다. 윤석열 당선인은 물적분할 이후 자회사를 상장하는 쪼개기 상장을 제한하고 만일 분할 기업이 상장한다면 기업공개 공모 청약 시 기존 주주들에게 신주인수권을 부여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금융위원회와 한국거래소는 지난 6일 ‘기업지배구조보고서 가이드라인’을 통해 소액주주 보호정책을 내놓았다. 이에 따라 코스피 상장사는 앞으로 사업부 일부를 떼어내 새 회사를 만들고 신설회사 지분을 100% 소유하는 형태의 물적분할을 할 경우 소액주주의 의견을 수렴하는 등 주주보호 정책을 마련해야 한다. 

 

이에 주주들에게 회유책을 펼쳐 분위기 쇄신을 꾀하는 사례가 등장하고 있다. NHN은 클라우드 사업부 물적분할을 진행 중인데, 기존 주주들에게 현물배당이 가능하도록 정관 개정을 추진한다고 밝혔다. NHN은 “자회사 상장 추진 시 주주들의 의견을 적극 경청하고 주주들과 자회사 성장과 과실을 나누기 위해 정관을 개정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기존 모회사 주주에게 자회사의 신주를 우선 배정하는 것이 실효성 측면에서 회의적이라는 시각도 있다. 김상봉 한성대 경제학과 교수는 “​신주인수권을 주더라도 가격이 하락하면 주식가치가 떨어져서 거의 의미가 없다”​며 “​물적분할이 아닌 수평적인 인적분할을 하는 것이 적합하다”고 말했다.

강은경 기자 gong@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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