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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쓸비법] 차별화를 위한 광고가 넘지 말아야 할 '선'

근거 없는 과장이나 모호한 표현은 부당광고로 간주…명확한 근거 남겨야 시비 최소화

2022.05.09(Mon) 16:39:34

[비즈한국] 기업들은 때론 돈만 가지고는 설명하기 어려운 결정을 한다. 그 속에 숨어 있는 법이나 제도를 알면 더욱 자세한 내막을 이해할 수 있다. ‘알아두면 쓸모 있는 비즈니스 법률’은 비즈니스 흐름의 이해를 돕는 실마리를 소개한다.

 

업체가 시장에서 1위 사업자임을 표방하는 광고를 하는 경우 경쟁업체로 인해 민원을 받는 경우가 많다. 사진은 내용과 관계 없음. 사진=연합뉴스

 

현재 우리나라는 고도 자본주의 사회로서 주요 산업 분야는 대부분 성숙기에 접어들었다. 이 말은 시장에서 활동하는 기업이라면 그 취급하는 제품의 품질이나 서비스의 수준이 비슷해 이것만 가지고는 차별화가 어렵다는 의미가 된다.

 

그 때문에 브랜드를 알리는 마케팅·광고가 중요해졌고, 이러한 현상은 앞으로 더욱 심화할 것으로 보인다. 어느 변호사가 개업했다고 치자. 그 변호사가 시장에서 수년간 활동을 했다면 어느 사건이든지 무난하게 처리할 수 있는 실력과 경험을 가지고 있을 것이다. 그러나 사건을 꾸준히 맡을 수 있는지는 실력에 좌우되는 게 아니다.

 

본인이 아무리 뛰어난 실력을 갖추고 있다고 하더라도 남이 알아주지 않으면 아무 소용이 없다. 만일 실력이 없더라도 본인의 능력에 비해 버거운 사건을 맡았다면 주변에서 전문가를 데려와 맡기면 된다. 오죽하면 ‘선(先) 표방, 선 수임, 후(後) 실력’이라고 하겠는가.

 

기업도 마찬가지다. OEM·ODM·아웃소싱 등이 발달했기 때문에 제품이나 서비스는 빌려 쓰면 된다. 중요한 건 브랜드를 널리 알릴 수 있는 마케팅 수단이다. 다단계나 방문판매 등은 인센티브(후원수당)를 수단으로 마케팅에 전적으로 의존하는 사업인데, 최근 주목받고 있는 플랫폼 비즈니스도 실상은 변형된 광고 수단을 이용하는 것에 지나지 않는다. 

 

이처럼 마케팅, 그중에서도 광고가 중요해지면서 기업들이 광고를 두고 경쟁하는 것을 쉽게 볼 수 있게 됐다. 최근에는 더 나아가 광고 자체를 공격 대상으로 삼고 경쟁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예를 들어 어느 업체가 시장에서 1위 사업자임을 표방하는 광고를 한다고 치자. 이때 사용되는 문구로는 ‘압도적인 회원 수’, ‘업계 1위’(결혼정보업체), ‘합격자 1위’(온라인 교육업체) 등이 있다. 이 경우 경쟁업체가 민원을 제기해 규제당국의 제재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광고를 소비자를 위한 정보전달의 수단으로만 보는 것은 대단히 안이한 인식이다. 광고는 경쟁 수단일 뿐만 아니라 공격 대상이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광고 자체를 공격함으로써 경쟁업체의 마케팅, 더 나아가 사업을 좌절시킬 수 있다. 그렇다면 구체적으로 어떤 광고가 문제 되는 것일까. 광고로서 허용하는 한계는 어디까지일까.

 

기본적으로 모든 광고는 제품과 서비스를 홍보하기 위해 제작되는 것이므로 어느 정도 과장을 포함하고 있다. ‘최적의 전원 요지’ 등 주관적 판단의 여지가 있는 표현은 맞고 틀림을 단정할 수 없어 사회적으로 용인될 수준이라며 넘어갈 가능성이 높다. ‘(연예인 이름) 스타일’, ‘○○풍’, ‘○○타입’ 등 부가적·한정적 문구가 표시된 광고도 마찬가지다. 

 

더불어 광고의 대상이 소비자의 의사결정에 영향을 미치는 실질적 요소와 관련이 없다면 부당광고의 시비에서 벗어날 가능성이 높다. ‘금리변동 가능성 등이 누락되었으나 소비자 판단에 영향을 미치지 않은 경우’, ‘특정 기준에는 부합하지 않지만 소비자 인식에는 부합하는 경우’, ‘자사가 받은 시정명령은 언급하지 않은 채 경쟁업체가 받은 시정명령만 광고한 경우’ 등이 이에 해당한다. 

 

1위를 강조한 광고는 경쟁업체로 인해 민원을 받을 가능성이 높지만, 1위 근거를 광고 내에 분명히 표시한다면 정당성을 인정받기도 한다. 이 때문에 1위 광고를 보면 하단에 ‘202○년 올해의 브랜드 대상 ○○분야 기준’ 등과 같은 문구를 표기하는 경우가 많다. 

 

기업의 제품의 품질과 서비스 수준이 올라가면서 마케팅·광고의 중요성이 커졌다. 사진=픽사베이

 

그런데 근거 문구를 바탕색과 구별되지 않는 희미한 색상으로 표시하면 이를 근거를 명시한 것으로 볼 수 있을까. 또는 홈페이지 광고에서 근거 문구가 하나의 화면에 있지 않고 다른 탭에 있다면 근거를 명시한 경우로 볼 수 있을까. 이들은 최근 들어오는 민원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는 사례들인데, 광고를 직접 확인해 광고별로 정당성 여부를 판단할 수밖에 없다. ‘사회적으로 용인될 수 있는 수준이다’, ‘주관적 감상·표현에 불과하다’, ‘소비자의 의사결정과 관련이 없는 내용이다’, ‘근거를 제대로 명시했다’는 등은 광고를 방어하는 측에서 주로 언급하는 내용이다.

 

하지만 사실과 다르게 광고하거나 사실을 지나치게 부풀려 광고해 소비자를 속이거나, 소비자가 잘못 알게 할 우려가 있는 광고는 부당광고로서 제재 대상이 된다. 이때 판단 기준은 전문가가 아닌 보통의 소비자이며, 광고의 일부 문구가 아니라 그 광고로 받아들이는 전체적·궁극적 인상이다. 

 

특정 문구를 가지고 잘잘못을 따지는 것이 아니라 광고에서 느껴지는 전체적인 인상에 따라 부당광고가 결정된다는 점에서 판례상 인정되는 부당광고의 범위는 넓다. 예를 들어, 광고에서 상조 보증제도를 직접 언급하지 않았지만, 전체적인 맥락상 소비자가 해당 서비스로 상조 보증제도 혜택을 받을 수 있다는 인상을 줬다면 거짓·과장광고에 해당한다. 이 경우 광고의 정당성이 인정되는 사례는 드물다. 업무 담당자는 미리 광고의 정당성을 주장할 근거를 남겨 시비의 여지를 최소화해야 한다. 

 

교과서에선 소개하지 않지만 광고 담당자가 갖추어야 할 능력은 여론의 동향이나 행정당국 의지를 파악할 수 있는 ‘눈치’다. 과거 모 라면의 광고가 부당광고로 판단돼 과징금이 부과됐을 뿐만 아니라 마케팅을 중단한 사례가 있었다. 당시 제재를 두고 가격 인상을 우회적으로 막았다는 해석이 나왔는데, 아직 이를 반박하는 입장은 없다. 결과적으로는 광고를 하지 않았거나 톤다운을 하는 편이 나았을 것이다.​

정양훈 법무법인 바른 파트너 변호사

writer@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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