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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덕텔링] '13년 만에 조기 퇴역' 프리덤 전투함의 실패가 주는 교훈

미래전에 대한 잘못된 예측으로 뼈아픈 실수…. 한국형 전투함 반면교사 삼아야

2022.05.23(Mon) 16:01:08

[비즈한국] 군함은 한번 건조하고 실전 배치가 되면 수십 년을 사용하는 무기이다. 현대전 무기 중 가장 큰 만큼 한번 건조하는데 몇 년의 시간이 걸리고, 수명도 길어 보통 수십 년을 실전에 배치하는 것이 보통이다.

 

우리 해군은 과거 1944년 건조된 미국의 기어링급 구축함을 무려 2000년까지 50년 넘게 운영한 적도 있고, 러시아 해군의 콤무냐(Коммуна) 잠수함 구조함은 올해로 무려 110년 동안 현역 군함의 자리를 지키고 있다. 물론 50년 이상 군함을 운용하는 것은 비정상적인 사례이지만, 적어도 군함을 30년 이상 사용하는 것은 그리 드문 일이 아니다.

 

하지마 최근 미국 해군은 취역 후 불과 13년 된 최신형 전투함의 퇴역을 결정했다. 연안전투함 LCS(Littoral Combat Ship) 계획의 하나로 9척이 건조된 프리덤(Freedom)급 프리깃함이 바로 그것이다.

 

LCS 9번함 세인트 루이스. 사진=록히드마틴 제공

 

프리덤과 LCS 계획은 초기에는 아주 야심 찬, 그야말로 미국 해군만이 도전할 수 있는 차세대 전투함 프로젝트였다. 구소련 붕괴 이후 미국이 싸우는 곳이 대양이 아닌 연안이기 때문에, 연안에서 필요한 모든 전투 능력을 필요할 때마다 전투 모듈을 바꿔 끼워가며 싸우고, 최신 스텔스 설계와 고속정 수준의 속도로 신출귀몰하게 싸워 이기면서도, 승무원은 절반으로 줄일 수 있는 대단한 계획이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실제 완성된 프리덤급은 미국 해군의 기대를 완전히 저버린 애물단지가 되었다. 개발 지연은 물론이고 실전 배치된 배들에 문제가 속출했다. 3천 톤급 전투함이 10만 톤급 항공모함만큼 시끄러웠고, 적 잠수함을 탐지하는 음파 탐지기(소나)도 성능이 형편없어 제대로 임무에 투입될 수가 없었다. 인원을 줄여놓으니 실제 운용할 때도 문제가 속출했다. 무엇보다 함선의 1년간 유지비용이 7000만 달러인데, 이는 프리덤급보다 두 배 이상 큰 알레이 버크급 이지스함이 1년간 유지비용이 8100만 달러인 것을 생각하면 엄청난 비용이다.

 

결국 미국 해군은 현재 생산된 9척의 프리덤급 프리깃함을 모두 퇴역시키기로 했다. 초도함이 13년 만에 퇴역하는 현대 해군 역사상 전무후무한 결정이다. 전투함 1척 가격이 수천억 원에 달하기 때문에, 여간한 실패나 문제가 발생해도 대규모 수리나 개량으로 해결하지, 이런 ‘회생 불가’ 판정을 받는 일은 드물다.

 

왜 이런 일이 생겼을까. 우선 미래 예측에 완전히 실패했다. 소련 붕괴 후, 미 해군은 대규모 함대 전투를 할 일은 앞으로 없고, 지역분쟁이나 해외 파병으로 작은 나라와 전쟁을 벌일 때 전투함은 지상 지원과 적국이 설치한 기뢰 제거를 빨리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중국 해군이 무섭게 성장해서 태평양 미국 해군 규모에 맞먹는 수준으로 성장하고 있고, 수십 기의 항공기와 수백 발의 미사일이 오가는 대규모 해상전투를 준비해야 하는 상황이 되니 연안 전투함의 기능은 쓸모없게 되었다.

 

목표도 지나치게 높았다. 모듈을 교환해서 필요할 때마다 필요한 임무를 달성해야 하니, 선체는 여러 가지 임무를 달성해야 하니까 가격은 비싸지고 개발 난도가 상승했다. 배의 전투 장비는 선체에 딱 붙어 있고, 많은 전력과 복잡한 연결이 필요한데, 이 전투 장비를 컨테이너에 넣고 교환을 시키려니 성능이 제대로 나오지 않았다.

 

무엇보다 전투함 승조원이라는 인간적 요소에 관한 관심이 적었다. 자동화 자체는 성공적이었지만, 배에 타는 군인들 처지에서는 너무 힘든 업무로 임무를 잘 수행하지 못했다. 전투함은 전투기나 전차와 달리 승무원들이 장기간 숙식하는 집이나 다름없고, 항해 중에 생기는 많은 수리 작업은 승선한 군인들의 몫이다. 전투에 필요한 사람 수는 줄었는데, 청소나 작업을 하려면 크게 고생하고 피로가 누적될 수밖에 없었다.

 

전투 임무 역시 마찬가지이다. 모듈화된 기능 때문에 필요할 때마다 임무가 바뀌는데, 모듈을 운용하는 사람은 다른 전투함과 달리 두 배, 세 배의 교육과 장비 훈련이 필요했다. 학생으로 치면 갑자기 시험을 치는 과목과 수업이 몇 배로 늘어나는 셈이다. 당연히 승무원들이 피곤하고 숙달하는 것이 어려워지니 전투력의 약화로 이어졌다.

 

세계 최고의 국방력을 가진 미국이 왜 이런 실수를 했을까? 사업 관리의 부족, 미국 조선산업의 몰락으로 인한 품질 저하, 잘못된 미래 전장 예측 등 많은 원인을 들 수 있으나 가장 큰 원인은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 신개념 무기에 도전하는 도전정신의 역설이 이번 문제의 원인이라고 할 수 있다. 단순히 잘 작동되고 정해진 기능에 충실한 무기가 아니라, 도저히 적이 따라 할 수 없는 능력을 갖추어서 경쟁 우위를 갖춘 무기를 목표로 하니, 성공할 때의 성취도 크지만 실패할 경우 프리덤급 프리깃처럼 막대한 손해를 입는 것이다.

 

아직 성능 개량이 확정되지 못한 KF-21 보라매의 업그레이드 계획. 사진=대한민국 공군 제공

 

우리나라는 어떨까. 대한민국의 방위산업은 극단적으로 말하자면 다른 누군가가 20년 전에 만들어 보지 않은 무기를 만들어 본 적이 거의 없고, 남들이 이미 만들어서 운용 중인 무기체계만 개발하려고 한다. 대표적인 대한민국 방위산업의 개발 실패 사례인 K11 복합소총의 경우 미국의 XM 29 OICW 복합소총이 개발을 시작한 지 6년 뒤인 2000년에 처음 개발 시작을 했고, 곧 첫 비행을 하는 KF-21 보라매 4.5세대 전투기의 경우 25년 전에 처음 비행한 F-22 랩터 전투기보다 오히려 보수적인 설계를 적용하여 개발 중이다.

 

대한민국의 무기가 이렇게 보수적인 목표와 기능을 갖춘 것은 개발 실패의 책임을 감당하기 어려우므로 생기는 어쩔 수 없는 문제이긴 하다. 그러나 이 때문에 개발 도중, 혹은 실전 배치가 시작하자마자 경쟁 기종이나 무기체계보다 떨어지는 성능으로 시대가 바뀜에 따라 생기는 새로운 종류의 임무에 대처하지 못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따라서, KF-21 차세대 전투기, KDDX 차세대 구축함, XK3 차세대 전차 등 현재 우리 군이 야심 차게 개발을 추진 중인 최신 무기 역시 어느 정도 외국의 검증된 무기체계를 모방하거나 비슷한 기능을 갖추더라도, 생산과 배치 이전 개발단계에서 성능 개량과 신기술 도입, 임무 확장을 고려한 ‘무기 수명주기 내 개량 로드맵’을 갖추는 것을 제안해 볼 만 하다. 가령 현재 KF-21 전투기의 경우 아직 개발 중이라는 이유로 전투력을 크게 높일 내부 무장창 설치, 스텔스 성능 개량 등 필요한 업그레이드를 언제, 어떻게 진행하고 얼마나 예산을 준비할 것인지 모호한데, 이런 불명확한 상황을 빨리 해소하고 잘 준비된 개량계획을 밀어붙이는 것이 필요하다.​ 

김민석 군사평론가

writer@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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