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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 정부 말 한마디에 출렁…재건축 기대감 분당 부동산 시장 '과열 양상'

시범단지 매물 사라지고 호가 급등…입주민 "10년 내 재건축" 기대에 전문가들 "과도한 반응"

2022.06.10(Fri) 10:37:36

[비즈한국] 정부의 말 한마디에 1기 신도시 부동산 시장의 분위기가 롤러코스터를 타고 있다. 특히 재건축 기대감이 높은 분당신도시는 1기 신도시 재정비 사업 관련 사안이 등장할 때마다 민감하게 반응하며, 고작 몇 달 사이에도 시장의 분위기가 급변하는 상황이다. 

 

분당시 서현동의 시범단지는 1기 신도시 중 가장 먼저 지어진 아파트로, 재건축이 처음으로 진행될 것이란 예상에 투자자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사진=박해나 기자

 

#1기 신도시 재건축 기대감에 호가 2억 원 껑충

 

1기 신도시(분당·일산·평촌·산본·중동) 부동산 시장이 들썩이기 시작한 것은 지난 3월 대선 이후부터다. 1기 신도시 재건축 규제 완화를 위한 특별법 제정을 대선 공약으로 내걸었던 윤석열 정부가 취임하면서 재건축에 대한 기대감이 크게 높아졌다. 집주인들이 매물을 거둬들였고, 호가는 대선 이후 5000만 원에서 1억 원 이상 껑충 뛰었다. 

 

특히 분당신도시 시범단지의 집값 상승세가 뚜렷했다. 4개 아파트 단지(시범한양·시범우성·시범현대·시범삼성한신)가 모인 총 7769가구 규모의 서현동 시범단지는 1기 신도시 중 가장 먼저 건립됐다. 그만큼 재건축도 제일 먼저 진행될 것이란 예상에 투자자의 관심이 쏠렸다. 분당 서현동의 A​ 공인중개소 대표는 “윤석열 정부 취임 후 집주인들이 매물도 거의 거둬들였고, 호가도 급격히 상승했다. 특히 4월을 기점으로 호가가 2억 원가량 뛰었다”고 말했다.

 

갭투자를 하는 외지인도 크게 늘었다. 한국부동산원 자료에 따르면 올해 1~4월까지 경기 성남시 분당구 물건을 서울 거주자가 매입한 비중은 19.4%로 집계됐다. 2010년(23.3%) 이후 12년 만에 가장 높은 수치다. 부동산 빅데이터 업체 아실에 따르면 지난 3월과 4월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 갭투자 매매 건은 각각 55건, 31건으로 나타났다. 1월(18건), 2월(20건)의 갭투자 건수와 비교하면 확연한 상승세다.

 

서현동 B 공인중개소 관계자는 “갭투자를 하겠다는 투자자들이 굉장히 많이 찾아왔다”면서 “보통 갭투자의 경우 전세가율(매매가격 대비 전세가격 비율)이 60%가 넘는 곳을 주로 찾는 편인데, 이 지역은 전세가율이 50%를 넘지 않는다. 갭투자를 하기에 좋은 물건이 아님에도 찾는 사람이 많았다”고 말했다. 

 

하지만 4월 25일 인수위가 1기 신도시 재건축 사업을 “중장기 국정과제로 검토한다”고 발표하면서부터 기류가 달라졌다. 입주민 사이에서 실망감이 터져 나왔고, 반발 여론도 거세졌다. 시범단지의 한 공인중개소 대표는 “5월에는 재건축에 대한 문의가 다소 수그러든 부분이 있었다. 입주민 분위기도 좀 달라지고, 10년 이상 걸리지 않겠냐며 말들이 많았다”고 말했다. 매매 건수도 확연히 줄었다. 지난 3월 36건으로 집계된 시범단지의 매매 건수는 5월 14건으로 감소했다. 

 

시장의 기대심리카 커지고 있지만 전문가들은 1기 신도시 재정비 사업은 30년 이상의 중장기 과제가 될 것으로 예상한다. 사진은 지난 5월 2일 윤석열 대통령이 경기 안양시에서 열린 1기 신도시 노후아파트 현안 점검에 참석한 모습. 사진=인수위사진기자단​

 

#기대감 높아지지만…“30년 이상 중장기 과제 될 것” 

 

다시 분위기가 상승세를 타게 된 것은 6월 들어서면서부터다. 지난달 30일 국토부가 ‘1기 신도시 재정비 민관합동 전담조직(TF)’를 출범하고 첫 번째 회의를 개최했다는 소식에 다시금 재건축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졌다. 시범단지의 한 입주민은 “추진위원회가 결성됐고 입주민들이 최근 단체 대화방을 만들어 재건축 관련 얘기를 나누고 있는데 분위기가 매우 뜨겁다”면서 “재건축에 대한 기대감이 상당하다”고 말했다. 

 

이어 “재건축이 10년 이상 걸린다고 하는데 특별법 공약도 있는 만큼 훨씬 앞당겨질 것이란 예상이다. 안철수 국민의힘 의원(경기 성남분당갑)도 분당 재건축을 강력하게 추진할 것이라고 말해 입주민의 기대감이 더욱 높아졌다”고 말했다. 

 

부동산 매물도 크게 줄었다. 시범단지 인근의 C 공인중개소 관계자는 “집주인들이 매물을 싹 거둬들였다. 요즘 부동산 시장이 관망세라 매수인이 없어 매물이 쌓인다는데 이 동네는 분위기가 다르다”고 말했다. 이어 “몇 개 물건이 있긴 하지만 호가를 높이 부른 것들이다. 팔리면 팔고 아니면 말고 식”이라며 “정말로 팔 생각이 있는 매도인들은 호가보다 가격을 조금 낮춰 올리는데, 그런 물건은 나오자마자 나간다고 보면 된다”고 전했다. 

 

인근의 D 공인중개소 관계자도 “가격이 계속 오르고 있다. 최고가라고 봐야 한다”면서 “매물도 많지 않은 상황인데도 월에 한두 개씩은 거래가 된다”고 설명했다. 

 

시범한양 단지의 전용면적 35㎡(약 10평) 타입은 지난해 12월만 해도 5억 원에 거래되던 것이 지난달에는 8억 원에 거래됐다. 시범우성도 전용면적 84㎡(약 25평) 타입이 3월에 14억 원대에 거래됐으나 5월에는 16억 5000만 원에 팔렸다. 시범현대도 1월 15억 원에 거래됐던 전용면적 108㎡(약 32평) 타입이 4월에는 17억 4700만 원에 팔렸다. 

 

D 공인중개소 대표는 “시범단지 중에서도 현대, 우성은 지하철역에서 거리가 좀 있어 역과 가까운 단지들보다 가격대가 다소 낮았는데 재건축 이슈가 생긴 이후로는 가격이 크게 올라 다른 단지와 가격이 비슷해졌다”고 말했다.

 

시장의 기대심리가 높아지고 있지만 전문가들은 분위기가 다소 과열됐다는 견해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1기 신도시 재정비 사업은 주택 공급 확대의 목적이 있는 만큼 재건축으로 기존보다 더 많은 주택을 공급해야 한다. 하지만 건축법 등의 문제로 인해 재건축으로도 주택 공급을 기대만큼 확대하기 어려운 상황”이라며 “건축법 개정 등이 우선돼야 하지만 아직 논의조차 되지 않는다. 입주민들의 기대만큼 빠르게 진행되긴 어려워 보인다. 길게는 30년 이상을 바라보고 진행해야 하는 사업”이라고 분석했다.

 

또 다른 부동산 전문가는 “정부의 말 한마디에 부동산 가격이 너무 급격하게 움직이는 흐름이다. 그렇다 보니 정부에서도 최근 들어 말을 아끼는 분위기”라며 “새 정부 취임 후 겨우 한 달 차인데 벌써 부동산 정책에 대한 말이 쏙 들어갔다. 재건축과 관련해 시장이 다소 과도하게 반응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박해나 기자 phn0905@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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