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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격권이냐 재산권이냐…싸이월드 '디지털 유산 상속' 논란 들여다보니

'서비스 이용권리' 내세우면 상속 가능 vs '인격' 강조하면 불가…"현행 법체계 보완해야"

2022.07.08(Fri) 10:06:24

[비즈한국] 서비스 종료 3년 만에 부활한 싸이월드가 세상을 떠난 사용자의 게시물을 유족에게 넘기는 서비스를 개시하면서 ‘디지털 유산’ 상속 논란이 떠올랐다. 고인의 의사가 반영되지 않았다는 점이 사생활 침해 우려를 촉발했다.

네이버 등 일부 IT 기업의 경우 유족의 요청이 있을 때 고인의 블로그 글 백업을 지원하는 정책을 시행 중이지만 현재 국내에 디지털 유산을 보호·상속하기 위한 구체적인 법 규정은 없다. 싸이월드는 개인정보보호법 등 디지털 자산과 관련한 현행 법령에 어긋나지 않는 선에서 제한적으로 정책을 시행한다는 계획이다. 이에 사후 사생활 침해 논란에서 나아가 SNS에 남아 있는 사진과 영상 등의 게시물을 고인의 유산으로 볼 수 있는지에 대한 본격적인 논의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싸이월드 운영사 싸이월드제트는 이용약관을 고쳐 고인이 된 회원들의 게시물을 유족에게 전달할 수 있도록 했다. 싸이월드 이용약관 제13조. 사진=싸이월드 홈페이지 캡처


#개인정보 약관 변경해 디지털 유산 상속 서비스 개시

6월 30일 싸이월드 운영사 싸이월드제트는 고인이 된 회원들의 사진과 동영상, 다이어리 자료를 유족에게 전달하는 디지털 상속권 보호 서비스를 개시했다.
 
상속인인 유족 신청자가 싸이월드에 남아 있는 고인의 기록물을 받기 위해 필요한 요건은 크게 두 가지다. △피상속인인 회원의 제적등본 △상속인의 가족관계증명서 등 직계가족임을 입증하는 ​서류를 제출해야 한다. 기타 소명을 위해 회사가 추가로 요청할 경우 해당 자료도 제출해야 한다.

싸이월드에 따르면 디지털 상속권 보호 서비스 신청 건수는 6월 30일 기준 2381건에 달한다. 이 가운데 가족관계증명서나 기타 증빙 서류를 갖춘 약 1800건에 한해 정보 전송을 시작했다.

싸이월드가 이 같은 서비스를 도입한 계기는 고인이 된 배우의 가족들이 디지털 데이터를 이관할 것을 싸이월드 측에 공식 요청하면서다. 사측은 한 달에 걸쳐 대형 로펌의 자문을 받아 이용약관을 수정했다. 실제로 개정된 싸이월드 이용약관에 따르면 제13조 1항은 ‘회원의 사망 시 회원이 서비스 내에 게시한 게시글의 저작권은 별도의 절차 없이 그 상속인에게 상속된다. 다만 일신전속권은 제외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이어서 2항에는 ‘회사는 사망한 회원의 상속인 요청에 따라 회원의 공개 게시글을 별도의 매체에 복사해 제공하는 서비스를 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다만 게시물 중 상속인에게 이전할 경우 고인이 된 회원의 비밀을 침해할 가능성이 있거나, 상속인에게 이전하기에 적절하지 않다고 판단되는 게시글에 한해서는 이 같은 서비스가 제한될 수 있다.

#2년 만에 ‘사진첩’ 복구한 이용자들 사후 프라이버시권 침해 우려

 

싸이월드가 서비스 제공을 공식 선언하면서 디지털 상속권 보호 서비스에 대한 찬반 논쟁이 뜨겁다. 디지털 유산은 한 개인이 죽기 전 남긴 디지털 흔적을 뜻한다. 통상적으로 SNS·블로그 등 온라인 공간에 남긴 사진과 영상, 일기장, 댓글 등이 디지털 유산으로 분류된다. 


지난달 싸이월드 게시물을 복원했다고 밝힌 20대 신 아무개 씨는 “경찰 수사가 필요한 상황이 아니라면 가족에게 정보 접근 권한을 주면 안 된다고 본다. 지금 서비스를 진행하는 사람들은 모두 옛날에 가입한 사람들인데 이들에게는 동의를 안 받은 것 아니냐”며 “다만 계정 주인이 세상을 떠난 이후에 영영 게시글을 삭제할 수 없게 된다면 그것도 문제가 될 것 같다”고 우려했다.

싸이월드 회원 정 아무개 씨(29·여)는 “싸이월드 같은 SNS는 업로드 당시 공개 게시물로 올렸더라도 다시 보면 사적인 내용인 경우가 많다. 본인이 열어보기도 꺼려지는 개인적인 추억이 있는데 가족이 요청하면 권한을 넘기는 게 적절하지 않을 것 같다. 살아 있었다면 고인이 동의했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며 “내게 선택권이 주어진다면 유족이 계정 삭제 여부만 결정할 수 있도록 하고 싶다”고 말했다.​

사진=싸이월드제트 제공


#개인정보가 갖는 복잡한 법리적 특성…​SNS 기록이 ‘유산’일까

 

두 사람의 고민에는 디지털 상속권에 대한 딜레마가 담겨 있다. 사망한 유저의 의사가 반영되지 않았다는 점과 디지털 기록을 개인의 유산으로 볼 수 있는지에 관한 문제다. 사후 프라이버시 침해는 디지털 상속을 반대하는 주장의 핵심 근거다. 반면 온라인에 업로드 된 게시물에 유산적 가치가 있다는 시각은 디지털 상속 아이디어의 근간을 이룬다. 

 

이 딜레마는 개인정보를 둘러싼 법리적 해석의 차이에서 시작된다는 게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개인정보에 대해서는 한 사람에게만 귀속돼 타인에게는 양도되지 않는다(일신전속권)는 해석과 기업에 청구할 수 있는 일종의 재산권이라는 해석이 가능한데, 두 성격이 혼재돼 가치판단이 필요하다는 것.  

 

최경진 가천대 법학과 교수(개인정보보호법학회장)는 “법적으로 인격적 가치가 있는 권리는 상속이 안 된다. 개인정보를 한 사람의 ‘인격적인 권리’로 볼 경우 이 권리는 당사자에게 전속되기 때문에 상속이 불가능하다. 하지만 개인정보를 데이터로 저장한 ‘서비스 이용권리’로 본다면 이 데이터는 기업에 청구할 수 있는 권리(채권적 권리)에 해당해 상속이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현재 각종 사이트나 플랫폼 등에 가입할 때 개인정보 활용에 동의하면 해당 업체가 정보를 수집·이용·이전할 수 있는 것도 개인정보의 채권적 성격을 강조한 경우다.

 

최경진 교수는 싸이월드 측이 게시글의 저작권이 상속될 수 있다면서도 일신전속권은 제외한다고 밝힌 부분을 지적했다. 최 교수는 “개인정보의 재산권이 강조되면 상속할 수 있는 대상처럼 보이지만 법에서는 개인정보를 통상적으로 한 사람에게 귀속된 개념으로 본다”며 “비밀을 침해할 가능성 등 상속인에게 적절하지 않다고 판단되는 게시글은 제한할 수 있다고 밝힌 대목은 더욱 이상하다. 법원도 아닌 사업자가 임의적으로 판단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짚었다.

 

이에 디지털 유산 상속자를 사전에 지정하는 방안이 대안으로 대두된다. 개인정보보호에 보수적인 애플도 최근 디지털 유산 프로그램을 도입했다. 자신이 사망할 경우 데이터가 전달될 최대 5명의 관리자를 사전에 지정, 이들에게 일종의 접근키를 주는 형태다.

 

최 교수는 “상속인 이전이나 단순 삭제 등 내 정보를 어떻게 처리할 것인지 생전에 결정하도록 하는 게 최선”이라며 “디지털 유산에 관해 명확한 법은 아니지만 현행 법에 따라서도 규율할 수는 있다. 다만 디지털 유산에 적용할 때 충돌하는 지점이 있고 구체적이지 않은 점이 문제다. 디지털 유산 상속이라는 새로운 권리가 등장한 만큼 권리 처리 체계를 법적으로 명확하게 규정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강은경 기자

gong@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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