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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권력 투입 요구'까지…대우조선해양 하청노조 파업, 노노갈등으로 번진 속사정

불황 때 희생됐던 임금 '회복' 요구…선박 건조 일정 차질에 직원들 "점거 농성 멈춰라"

2022.07.13(Wed) 17:40:13

[비즈한국] 대우조선해양 하청업체 노동조합의 파업이 장기화되는 가운데 대우조선해양 임직원과 협력사 대표들이 파업 중단을 촉구하며 거리로 나왔다. 이들은 “거제·통영·​고성 조선 하청지회가 임금 30% 인상 등 실현 불가능한 요구로 불법 파업을 자행하고 있다”며 공권력 개입까지 요구하는 상황이다. 여기에 대우조선 정규직 노조마저 선박을 점거한 하청 노조의 파업에 반대하고 나섰다. 파업 40일째, 하청 노동자의 파업은 왜 노노(勞勞) 갈등으로 번졌을까.

 

금속노조 거제통영고성 조선하청지회가 거제 옥포조선소 1도크에서 생산 중인 선박을 점거했다. 하청지회 부회장은 바닥에 설치된 철제 구조물 안에서 농성 중이다. 사진=연합뉴스


#하청 노조 파업에 원청·협력사·정규직 노조 반발 

 

대우조선해양 협력업체 근로자들은 지난 6월 2일 하청지회 노조 인정, 임금의 원상회복 등 처우 개선을 요구하며 파업에 돌입했다. 18일부터는 노조원 7명 등 금속노조 거제·통영·고성 조선 하청지회(이하 하청지회)가 경남 거제 옥포조선소 제1도크(선박 건조장)에서 생산 중인 선박을 점거했다. 이 중 민주노총 금속노조 거제·통영·고성 조선하청지회 부지회장은 바닥에 설치한 가로·세로·높이 1m의 철제 구조물 안에 들어가 농성 중이다. 

 

배를 만드는 핵심 시설이 20일 넘게 점거 상태에 놓이자 임직원들과 협력업체, 정규직 노조는 ‘불법 파업’ 반대 집회를 동시다발적으로 열고 있다. 지난 11일 오전에는 대우조선해양 임직원 30여 명이 서울 서대문구 경찰청 앞에서 공권력을 투입해 하청지회를 해산시켜달라고 주장했다. 같은 날 오후에는 서울 용산 전쟁기념관 정문 앞에서 대우조선 협력업체협의회 소속 협력사 관계자들이 “줄폐업이 이어지고 있다”며 파업 중단을 촉구했다.

 

폐업을 앞두고 있다고 밝힌 협력업체 (주)삼주 대표 진민용 씨는 “하청지회가 작업장 입구를 봉쇄했고 현장에 투입되는 작업자들은 하청지회의 협박 전화를 받아 출근을 못 하는 등 악순환이 반복됐다”며 “불법 파업으로 생산을 하지 못해 폐업을 할 수밖에 없었다”고 밝혔다.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금속노조 대우조선지회도 하청지회가 결단을 내릴 것을 촉구하고 나섰다. 대우조선지회는 대우조선의 직원 8600명 가운데 약 4700명이 가입한 원청 노조인데 직접 파업 중단 목소리를 낸 것이다.

 

지난 11일 대우조선해양 협력업체 협의회가 서울 용산구 전쟁기념관 앞에서 대우조선해양 하청업체 노동조합 파업 해결을 촉구하는 집회를 열었다. 사진=연합뉴스


#제일 큰 1도크 발 묶여…“하루에 매출 260억 원씩 증발”

 

이들의 주장은 비상경영을 선포한 사측 입장과 거의 같다. 박두선 대우조선해양 사장은 지난 7일 하청지회 파업에 대한 철저한 수사를 요청한 바 있다. 이날은 대우조선해양이 파업으로 인한 피해를 강조하며 생산일정을 조정하는 등 비상경영 체제를 선포한 다음날이었다.

 

내부에서 한 목소리로 강경 반대를 외치는 배경에는 더 이상 공정이 지연돼서는 안 된다는 위기감이 있다. 선박 4척을 동시에 만들 수 있는 1도크는 대우조선해양 안에서도 가장 큰 도크다. 현재 1도크에 건조 중인 초대형 원유 운반선(30만 톤급) 4척은 진수를 못 한 채 발이 묶여 있다. 대우조선해양 관계자는 “문제는 네 척의 생산 일정이 지연되고 있는 것에서 그치지 않는다. 이 뒤로 작업 예정인 배들이 줄줄이 멈춰 있고 일정이 밀리는 만큼 실제로 직원들의 근무 계획도 조정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도크 점거로 선박 건조에 차질이 생기면서 지난 6월 한 달 동안에만 사측 추산 하루 매출이 260억 원씩 증발했다. 이달 말까지 파업이 이어질 경우 8000억 원 규모의 매출이 사라진다는 계산이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선박 수주가 늘어 조선업이 호황기에 들어선 것은 맞지만 장기적인 실적 개선에 대한 기대감이지, 당장은 해결해야 할 문제들이 더 많다. 현장 인력난도 심각하고 원자재 가격 상승 여파에 아직은 긴장을 늦출 수 없는 단계”라며 “조선업 특성상 생산 지연이 계속되고 진수 일정을 맞추지 못한다면 신뢰도 문제로까지 이어져 타격이 클 것”이라고 설명했다.

 

서울 중구 남대문에 위치한 대우조선해양 서울사무소. 사진=박정훈 기자


#임금 30% 인상 요구…‘인상’이냐 ‘회복​이냐 

 

쟁점은 역시 임금 상승분에 대한 입장 차다. 하청지회는 “하청노동자의 30% 인상 요구는 수년째 조선업 수주불황을 이유로 최저임금 수준으로 하락한 임금의 회복이며 최소한의 생존권 확보 투쟁”이라며 “지난 1년간 개별 교섭을 진행했으나 협력사 대표들은 원청이 기성금을 올려줘야 한다는 말만 반복해 문제해결이 안 되면서 단체교섭 요구에 나서게 됐다”는 설명이다. 기성금은 공사 대금 성격의 돈이다. 사실상 하청업체의 인건비로 쓰인다.

 

‘인상’을 원하는 것이 아니라 ‘회복’을 원하는 것이라는 하청 노동자들의 주장은 조선업 불황기 당시 이들이 겪은 임금 조정과 관계가 깊다. 협력사에서 일하는 상용직들은 시급 기반의 기본급과 근무 기간에 따라 적용받는 상여금, 약간의 별도 성과급을 받는다. 조선업 플랜트는 육상 플랜트와 비교할 때 근무 환경이 열악하다. 호황기에는 그래도 임금 사정이 나았다. 그런데 2015년 이후 조선업 침체로 정부가 공적자금까지 투입하던 시기, 사측은 고통 분담을 요구하며 상여금을 줄였다. 최저임금 상승률이 16.4%(2018년), 10.9%(2019년)에 달하자 상여금을 삭감해 기본급에 반영하는 식으로 임금 구조를 손본 것이다.  

 

박종식 한국노동연구원 연구위원은 “상여금을 줄이고 그다음에는 상여금의 일부를 기본급으로 전환하면서 임금 인상 효과를 냈다. 연간 550% 수준이던 상여금이 250% 삭감되고 나머지는 기본급에 반영돼 사실상 상여금이 없어진 형태”라며 “일당으로 근무하는 직종의 경우에도 과거 12만~13만 원이던 급여가 지금도 13만~14만 원 정도다. 예전보다 특근도 줄어 실질적으로 받는 임금이 30% 삭감됐다고 느끼는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협력사와 대우조선 측은 임금 인상은 어렵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협력사 대표들은 임금 30% 인상이 협력사의 지불 범위를 벗어나는 비현실적인 협상안이라는 입장이다. 협의회 대표단 측은 “하청노조가 임금 30% 인상, 상여금 300% 지급, 노동조합 활동보장 등 9개의 단체교섭 요구안을 제시하고 협상 의지가 없는 태도로 일관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원청의 임금인상 분은 1%에 그쳤는데 하청 노동자 중에서도 파업에 참여하는 극소수의 인원을 대상으로 임금 30%를 올리는 것은 말이 안 된다는 것이다. 

 

대우조선해양 측은 사측은 교섭 주체가 아니라는 점을 강조했다. 대우조선해양 관계자는 “임금 인상의 경우 원청이나 협력사가 감당할 수 있는 수준의 요구가 아니다. 전임자 인정 등 하청 노조를 인정하라는 요구도 받아들이기 어렵다. 협력사만 22개이고 회사마다 규모나 사정이 모두 다르다. 원청의 인정 여부를 떠나 실질적으로 적용하기 어려운 구조적 문제가 있다”고 선을 그었다.​ 

 

정규직 노조가 ‘1도크 농성부터 풀자’고 제안했지만 하청지회는 점거 농성이 ‘담보’라며 요구안이 받아들여질 때까지 투쟁을 계속할 계획이다. ​

강은경 기자 gong@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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