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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인까지 부르는 아파트 층간소음 막으려면…'층간소음 사후확인제'의 전망과 한계

기존 '사전인정제' 비해 소음 저감 효과 기대…기준 못 미쳐도 시정 권고에 그쳐 "강제력 떨어진다" 우려

2022.07.28(Thu) 18:38:06

[비즈한국] 이웃 갈등의 씨앗이 된 아파트 층간소음 문제 해결을 위한 ‘층간소음 사후확인제’가 8월 시행을 앞두고 있다. 이에 따라 바닥충격음 측정 시기는 ‘건물 시공 전’에서 ‘건물 완공 후’로 바뀐다. 주택을 지은 뒤 소음 차단 성능이 기준에 미달할 경우 시공사는 추가시공 조치나 보상을 해야 한다. 기존의 ‘사전인정제도’는 자동 폐기된다.

19년 전 도입된 사전인정제도는 층간소음 줄이기보다 시공사 책임을 회피할 수 있는 여건을 마련했다는 지적을 받는다. 사전인정제도에 비하면 사후확인제도는 분명한 효과를 낼 것이라는 평가다. 하지만 이 제도 역시 한계는 있다. 권고사항에 그치는 데다 시정조치가 적용되더라도 보완시공보다는 배상을 선택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사후확인제도는 층간소음으로 인한 고통을 해소할 수 있을까.

아파트 층간소음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8월부터 층간소음 사후확인제도가 시행된다. 하지만 기준에 미달하더라도 지자체장의 시정조치 권고 수준에 그쳐 한계가 분명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사진=최준필 기자


#샘플은 두껍게, 실제 시공은 값싸게…사전인정제도의 한계

사전인정제도는 건설사가 공동주택 바닥의 층간소음 차단구조에 대해 공인된 기관으로부터 사전에 소음 차단 성능을 인정 받고 그 기준에 맞게 아파트를 시공하도록 한 제도다. 2003년 도입 후 2005년부터 현재까지 실험실에서 바닥충격음 차단 성능을 평가해 인증 받은 완충제를 사용하는 방식으로 시행중이다.

사전인정제도로 바닥자재 성능 개선이 일정 부분 이뤄졌으나 공동주택의 구조·면적·바닥 두께 등 다양한 바닥충격음 영향요소 가운데 바닥자재 중심으로만 평가돼 층간소음 차단성능을 종합적으로 평가하지 못하는 측면이 있었다. 특히 기준이 느슨한 데다 실제 결과물을 검증하는 방식이 아니라, 미리 샘플로 성능 평가를 받는 형태라 실제 건설 과정에서 시공사의 ‘꼼수’를 막기 어렵다는 허점이 있었다.

2019년 5월 감사원 감사 결과, 상당수 업체가 사전에 신청한 구조설계 도면보다 마감 모르타르를 더 두껍게 바른 시험체를 제출하는 방식으로 성능을 부풀린 것으로 드러났다.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사전인정제도로 검증받은 191가구의 바닥충격음 측정 결과 184가구(96%)가 인정받은 등급보다 낮은 평가를 받았고 114가구(60%)는 성능 최소 기준에 못 미쳤다. 시험체 제작사 중 한 곳은 성능 등급을 올리기 위해 평균적으로 신청 도면보다 5~10mm 두껍게 마감 모르타르를 발랐다고 진술했다.

#설계 단계부터 소음 차단에 ‘주의’…변화 바람 부나 

지난 2월 국회는 층간소음 사후확인제 도입 등을 핵심으로 하는 주택법을 개정했다. 2020년 6월 국토부가 ‘공동주택 바닥충격음 차단성능 사후확인제도 도입방안’을 발표한 지 2년 만이다.

앞으로는 건물 완공 후 사용검사승인 과정에서 층간소음을 측정하게 되면서 업계도 제도 개선에 부응하기 위해 분주한 모습이다. 대상은 8월 이후 입주자 모집공고가 나는 공동주택이다. 4일 이후부터 재건축·재개발 현장 중 사업 시행인가를 신청한 곳은 사후확인제가 적용된다.

건축사 관계자는 “기준이 까다로워졌다. 시공사들이 단면 기준을 바꾸는 경우도 있고 애초에 심의 단계에서 층간소음을 고려해 슬래브(slab) 두께를 늘리거나 벽식 구조가 아닌 기둥식 구조를 채택하기도 한다. 소음 차단에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는 의견이 많이 나와서 설계에 반영하고 있다”고 말했다. 건설사가 건설 시공을 맡는다면 건축사는 각종 건축물의 건설 및 수리를 계획하고 설계하는 일을 한다.

메이저 건설사 중 하나인 대우건설의 경우 지난해 층간소음의 주요 원인인 중량충격음을 저감하기 위해 콘크리트 슬래브의 강도를 높이고 차음재와 모르타르 두께를 늘린 ‘3중 바닥구조’를 특허 출원했다.

측정을 통해 소음이 성능기준에 미치지 못할 경우 지자체장 등 승인권자가 보완시공, 손해배상 등의 조치를 권고할 수 있게 되면서 업계에 긴장감이 조성되는 것으로 보인다. 권고를 받은 사업자는 시정조치 기한 등을 정해 조치계획서를 제출(통상 10일 내)한 뒤 그 결과를 보고해야 한다.

임팩트볼과 뱅머신 시험 시연 모습. 사진=국토교통부



#기준 강화 수준 충분한가…“보완시공 권고에 그칠 수도”

층간소음 기준이 강화되고 시험방식이 바뀌는 것이 제도의 핵심이다. 경량충격음은 58dB(데시벨)에서 49dB로, 중량충격음은 50dB에서 49dB로 동일하게 조정된다. 경량충격음과 중량충격음은 각각 ‘딱딱하고 가벼운 충격에 의해 발생하는 소음’과 ‘무겁고 힘이 더해진 충격음’에 해당한다.

시험방식의 경우 경량충격음은 지금과 똑같이 ‘태핑머신’ 측정이 유지되지만 일상소음과 관련이 높은 중량충격음은 현행 ‘뱅머신(타이어)’ 측정에서 ‘임팩트볼(고무공)’ 측정으로 바뀐다. 뱅머신 측정은 가정 내 일상생활에서 자주 발생하지 않는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면적과 강도가 높은 소음 측정법보다 발소리 소음과 유사한 임팩트볼 측정법을 채택한 것이다. 

하지만 중량충격음의 경우 1dB 엄격해지는 데에 그치고, 평가 대상 가구가 전체 가구의 5%에 불과한 점 등 제도의 구체적인 내용을 살펴보면 빈틈이 여전히 많다는 지적이 나온다. 사후확인제는 30가구 이상 공동주택이 대상으로, 지자체가 단지별로 5%의 가구를 뽑아 소음 차단 능력을 측정하게 된다. 작업자의 숙련도나 시공품질관리에 따라 층간소음 차단성능은 달라질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소음 차단 능력이 떨어져도 시공사에 요구할 수 있는 것이 지자체장의 보완시공 권고에 그친다는 점도 한계로 꼽힌다. 인건비와 원자재가격 상승으로 비용 부담이 커진 건설업계가 얼마나 적극적으로 대응할지도 미지수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회(경실련) 측은 “시행령 벌칙을 신설해 바닥충격음 성능검사 기준에 맞지 않은 주택을 시공한 사업주체에게 과태료 부과 및 기준 만족 보완 시까지 준공검사 연기와 그에 따른 손해배상 책임을 추가해야 한다”며 “아무리 법이 있어도 권고에 그치면 실효성이 없다. 층간소음 문제가 중대한 사안인 만큼 문제 해결을 위해 강제력을 확보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층간소음이 발생하는 원인이 시공 문제라면 이미 완공된 건축물을 보완 시공하기보다 착공 전 품질을 면밀하게 검사하는 방법을 마련하고 공사감리를 강화하는 등 시공 능력을 강화하는 방안을 검토해야 한다”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사후확인제가 일정 수준의 개선 효과는 낼 것으로 전망했다. 앞서의 건축사 관계자는 “기존에는 소재의 시험성적서 기준으로 수치 계산을 하는 방식이라 사실 검증이 완벽하게 됐다는 보장은 없었다. 하지만 층간소음 문제가 심각해지면서 현장에서 소재가 조금씩 바뀌고 적용하는 두께 기준도 높아지고 있다. 건물을 지은 후 확인하게 되면 성적 미달인 재료들을 사용할 수 없게 되니 개선이 되기는 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다만 “층간소음은 바닥재료의 문제보다는 건물 구조에서 기인하는 측면이 크다. 일반 건물의 경우 기둥 보 형태로 짓고 층고를 약 4m로 설계해 천장 공간이 충분하다. 소음 전달이 덜한 구조다. 하지만 아파트는 벽식 구조에 층고를 2.81m 수준으로 잡는다. 벽과 바닥이 연결돼 있어 충격음 전달을 원천 차단하는 건 불가능하다”고 설명했다. 2007년부터 10년간 국내에 지어진 전국 500가구 이상 아파트의 98.5%는 벽식 구조다. 벽식 구조는 별도 기둥 없이 내력벽이 기둥 역할을 해 기둥식 구조보다 비용이 저렴하지만 상하 가구 간 충격음과 소음이 심하다.

이에 층간소음 해소를 위해서는 점진적으로 시공 구조 변경을 논의해야 한다는 문제의식도 제기된다. 백인길 경실련 도시개혁센터 이사(대진대학교 도시부동산공학과 교수)는 “벽식 구조가 가진 한계 때문에 30년 만에 재건축 필요성이 언급되는 것이기도 하다. 정부에서 공동주택을 지을 때만이라도 라멘(기둥식) 구조를 적용하는 방안을 채택해 진행을 한다면 층간소음 문제는 상당 부분 해소될 것”이라고 밝혔다. 

강은경 기자 gong@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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