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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수진의 계정공유] 마약왕 잡은 K-아빠의 고군분투, '수리남'

흥행 보증 배우들의 익숙하지만 빼어난 연기…약간 기대만 낮추면 충분한 만족감 선사

2022.09.07(Wed) 10:55:30

[비즈한국] 넷플릭스 오리지널 ‘수리남’이 작년 추석 시즌을 강타했던 ‘오징어 게임’의 영광을 재현할 수 있을까? ‘범죄와의 전쟁’ ‘공작’ 등을 연출한 윤종빈 감독의 ‘수리남’은 남미에서 마약왕으로 군림했던 한국인 조봉행의 실화를 바탕으로 했다. 윤종빈 감독의 페르소나인 하정우를 필두로 황정민, 박해수, 조우진, 유연석, 장첸 등 화려한 캐스팅이 돋보인다. 감독과 배우의 이름값에 드라마틱한 실화까지, 구미가 당길 수밖에 없는 차림새다.

 

돈 벌러 수리남에 왔다가 아내의 부탁으로 한인교회에 온 강인구(하정우)와 그의 친구 응수(현봉식)는 교회 목사 전요환(황정민)을 만나며 인생이 뒤바뀌게 된다. 사진=넷플릭스 제공

 

‘수리남’은 큰돈을 벌고자 낯선 나라 수리남으로 온 강인구의 내레이션으로 시작된다. 한국에선 비싸게 취급되는 홍어가 수리남에서는 버려진다는 사실에 착안, 헐값에 사들여 수출하면 떼돈을 벌 수 있다는 친구 박응수(현봉식)의 제안으로 수리남에 가게 된 강인구. 문제는 이 작고 낯선 나라에 마약 문제가 심각하다는 데 있다. 홍어로 돈을 벌고 싶었던 인구의 발목을 붙잡는 건 신망받는 한인교회 목사의 탈을 쓴 수리남의 마약왕 전요환(황정민). 강인구를 이용해 사업을 확장시키려던 전요환 때문에 인구는 마약 밀매 혐의로 감옥에 가게 되고, 그 앞에 전요환을 잡고 싶다며 도움을 요청하는 국정원 요원 최창호(박해수)가 나타난다.

 

타국에서 감옥에 갇힌 강인구 앞에 나타난 최창호(박해수)는 다짜고짜 그의 도움을 요청하지만, 그는 국익이라는 자신의 목표가 확실한 인물이다. 사진=넷플릭스 제공

 

‘수리남’은 마약으로 자신의 거대한 왕국을 완성시키려는 전요환과 그 뒤를 쫓는 국정원 요원 최창호, 그리고 그 사이 휘말려 인생을 망친 강인구가 최창호를 도와 전요환을 잡는 작전에 착수하는 과정을 6부작 총 370분가량에 걸쳐 보여준다. 여기에 필로폰을 취급하며 호시탐탐 전요환의 영역을 노리는 차이나타운 보스 첸진(장첸), 과거 첸진의 부하였으나 지금은 전요환의 심복인 변기태(조우진), 의중을 알 수 없는 전요환의 고문 변호사 데이빗 박(유연석), 전요환을 맹신적으로 믿고 따르는 충직한 집사 이상준(김민귀) 등 여러 인물들이 얽히고설키며 긴장감을 쌓는다. 게다가 전요환에게 접근한 강인구는 전요환 패거리 중 누가 국정원의 언더커버인지 알지 못한 상황. 그러니 시청자 또한 강인구와 함께 누가 국정원 언더커버인가 시시각각 긴장하며 화면을 보게 된다. 언더커버가 아니어도 이 많은 등장인물들이 추구하는 목적과 변화하는 상황에 따라 반목했다 결합하는 전환이 그야말로 전광석화이기에 한순간도 마음을 놓을 수 없다.

 

브라질 국경지역에서 마약 거래를 시도하는 일당들. 전요환에게 접근한 강인구, 전요환의 수하들, 그리고 마약 운반책 국제 무역상으로 위장한 국정원 요원 최창호까지 모두 각자의 상황과 비밀이 있다. 사진=넷플릭스 제공

 

그렇다면 다시, ‘수리남’은 ‘오징어 게임’의 영광을 재현할 수 있을까? 추석 연휴가 시작되는 9월 9일 공개되는 ‘수리남’은 기대작답게 깔끔한 만듦새를 선보인다. ‘범죄와의 전쟁’ ‘군도’ ‘공작’ 등에서 보여줬던 쫀쫀한 스토리텔링이나 다양한 캐릭터들을 유기적으로 그려내는 등 윤종빈 감독의 장기는 여전하다. 유들유들하고 능청스러운 연기의 달인 하정우의 연기도 탁월하다. 일촉즉발의 상황에도 능청대며 기지를 발휘하는 하정우의 모습은 ‘수리남’의 매력 포인트 중 하나. 황정민이야 말할 필요 없이 황정민이고, 박해수와 조우진도 성실한 열연을 보인다. 특별출연한 장첸은 특별출연이란 표기가 어색할 만큼 충분한 분량과 존재감을 보여줬다. 감독과 배우들의 명성을 잘 모르는 외국에서도 마약 카르텔을 다룬 넷플릭스 시리즈 ‘나르코스’ 등을 재밌게 봤던 이들이라면 남미의 한국인 마약왕을 다룬 ‘수리남’에도 관심을 가질 법하다. 도미니카공화국과 제주도 등지에서 구현한 이국적인 수리남의 풍광 또한 시원스럽다. 어쨌든 장점은 명확하다.

 

차이나타운 보스의 수하였으나 지금은 전요환의 수하인 변기태(조우진), 전요환의 고문 변호사 데이빗(유연석), 전요환을 쫓는 국정원 요원 최창호, 전요환의 경쟁자인 차이나타운 보스 첸진(장첸) 등 강인구는 물론 모든 인물들의 시선은 마약왕 전요환을 쫓는다. 그 와중 벌어지는 속고 속이는 상황이 속도감 있게 펼쳐진다. 사진=넷플릭스 제공

 

장점으로 해소되지 않는 단점도 명확하다. 하정우와 황정민은 그들의 명성에 어울리는 연기를 보여주었으나 그것은 한국 시청자들에겐 너무나 낯익은 것이기도 하다. 특히 ‘신세계’ ‘아수라’ 등 전작의 모습이 오버랩되는 황정민의 연기는 빼어남에도 불구하고 익숙하고, 자연히 보는 이에게 느슨한 감정을 안긴다. 최근 들어 왕성한 활동을 보이는 조우진이나 ‘넷플릭스의 공무원’이라 불리는 박해수의 열연은 인정하지만 대부분 조연 캐릭터들이 배우의 열연과는 별개로 신선함과는 거리가 있는 편. 캐릭터 간의 관계성과 그 안에서 벌어지는 심리전은 좋지만 캐릭터 자체가 스테레오타입인지라 후반부로 갈수록 그 긴장감이 떨어져 아쉬움을 낳는다. 오히려 짧은 출연이지만 강인구의 아내 역을 맡은 추자현이나 전요환 교회의 광신도 권사로 나오는 이봉련이 눈에 띈다.

 

‘수리남’은 한국 영화계의 대표 배우로 손꼽히는 황정민과 하정우의 첫 만남이란 점에서 기대를 모으고 있다. 두 사람의 호흡이 이 영화의 칠할 이상은 차지한다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 사진=넷플릭스 제공

 

2000년대 후반에 벌어진 이야기를 다루지만 1970~80년대의 정서가 지배적인 것도 ‘수리남’의 특징. 드라마 오프닝의 인구의 내레이션에서 베트남전에 참전했던 아버지부터 언급하며 가난한 집 장남으로 태어나 갖은 굴욕을 겪으면서도 어떻게든 내 가족, 내 자식들을 건사하려는 이른바 ‘K-아빠’의 고군분투 서사를 설명하는 것부터 70~80년대 중동으로 돈 벌러 떠나던 아버지들이 오버랩되는 느낌이다. 머나먼 타국에서도 자식들의 성적을 꼼꼼히 챙기는 인구의 모습, 통화할 때마다 집요하게 “식사는 잡쉈고?”를 반복하던 최창호의 대사에서도 동일한 느낌을 받는다. K-아빠의 서사를 공고히 하는 엔딩 장면까지, 그 시절 아버지에 대한 정서는 확고하나 이를 바라보는 21세기 시청자의 시선은 어떨지 모르겠다. 

 

스케일이 큰 만큼 볼거리도 있고, 액션과 심리전도 확실하고, 배우들의 연기는 빼어나다. ‘종이의 집’ ‘카터’ ‘모범가족’ ‘서울대작전’ 등 올해 넷플릭스의 기대작들이 줄줄이 기대 이하의 평을 받았던 것과는 다른 평가를 받을 것으로 보인다. ‘오징어 게임’ ‘지옥’ ‘D.P.’ 등을 줄지어 선보이며 ‘K-콘텐츠’의 위상을 떨쳤던 작년의 기대감을 조금 접어둔다면 만족할 수 있을 듯. 

 

필자 정수진은?

여러 잡지를 거치며 영화와 여행, 대중문화에 대해 취재하고 글을 썼다. 트렌드에 뒤쳐지고 싶지 않지만 최신 드라마를 보며 다음 장면으로 뻔한 클리셰만 예상하는 옛날 사람이 되어버렸다. 광활한 OTT세계를 표류하며 잃어버린 감을 되찾으려 노력 중으로, 지금 소원은 통합 OTT 요금제가 나오는 것. 

정수진 대중문화 칼럼니스트 writer@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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