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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주식 '소수점 거래' 시대 열렸지만 증권사별 제각각 운영 속사정

투자자 유입 증대와 거래 활성화 기대 했으나 글로벌 긴축에 얼어붙은 장세

2022.09.28(Wed) 13:46:28

[비즈한국] 국내 주식 소수점 거래가 지난 26일부터 개시됐다. 하지만 증시 침체로 기대를 모았던 투자자 유입효과 및 거래 활성화 효과가 제한적이고 증권사별 제각각 운영 방식으로 상당 기간 혼동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소수점 거래는 주식을 온주(1주)가 아닌 0.1주, 0.2주 등 소수 단위로 쪼개 매매하는 것을 말한다. 예를 들어 이달 현재 1주당 5만 원대에서 거래 중인 삼성전자 주식 0.1주를 매수하고 싶은 투자자가 5000여 원 정도만 내고 취득하는 것을 말한다. 

 

증권사가 소수 단위 매수 주문을 취합해 부족분에 대해선 증권사에 재산으로 채워 온주를 취득해 한국예탁결제원(예탁원)에 신탁한다. 이후 예탁원은 이 주식에 기초해 다수의 수익증권으로 분할 발행해 나눠주는 방식이다. 

 

서울 여의도 증권가 야경. 사진=박은숙 기자


지난 26일부터 NH투자증권, KB증권, 미래에셋증권, 키움증권, 한화투자증권 등 5개 증권사가 국내 주식 소수점 거래 서비스를 시작했다. 오는 10월 4일 삼성증권, 신한금융투자 등 2개사, 연말까지 다올투자증권, 대신증권, 상상인증권, 유안타증권, IBK투자증권 등 5개사가 개시한다. 그 외 12개 증권사들은 2023년 이후 서비스를 시작할 예정이다. 

 

예탁원은 소수점 거래 도입 효과에 대해 투자자 저변 확대, 자금 유입 증가 등으로 증권시장이 활성화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예탁원 관계자는 “투자자는 종목당 최소 투자금액 인하로 우량 주식에 대한 접근성 확대와 소규모 투자금으로 위험관리와 다양한 포트폴리오를 쉽게 구성할 수 있게 됐다”며 “주 단위가 아닌 금액 단위 투자가 가능해져 적금처럼 일정 금액을 주식투자에 활용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글로벌 긴축 장세로 인한 증시 침체가 지속되는 한 소수점 거래 효과는 제한적일 것이라는 시각이 우세하다. 소수점 거래가 개시된 26일 코스피지수는 전 거래일보다 69.06p(3.02%) 내린 2220.94에 장을 마쳤다. 27일 코스피 지수는 장중 2200선이 깨졌지만 전일대비 2.92 (+0.13%) 상승한 2223.86으로 마감했다. 코스피가 장중 2200선 아래로 내려간 것은 지난 2020년 7월 24일 기록한 2195.49 이후 약 2년 2개월만이다.  

 

초호황을 누렸던 2020년과 2021년 장세와 달리 급속도로 진행되는 글로벌 긴축으로 인한 장세로 투자자들이 시장을 떠나고 있는 상황이다. 올 7월 평균 국내 증시 투자자 예탁금은 52조 2590억 원으로 지난해 같은 달에 비해 19.3% 급감했다. 8월 한 달 평균 투자자예탁금도 54조 9415억 원으로 17.0% 줄었다. 

 

이러한 증시 침체로 소수점 거래와 관련한 장점보다는 오히려 단점들이 부각되고 있는 실정이다. 도입 효과 극대화를 위해선 증시 호황 시절에 도입됐어야 했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앞서 해외 주식에 대한 소수점 거래는 지난 2019년 도입됐고 현재 국내 14개 증권사가 서비스하고 있는 것과 대비된다. 

 

금융위원회(금융위)는 올 2월 예탁원과 함께 국내 24개 증권사의 국내 주식 소수점 거래 서비스를 혁신금융서비스로 지정했다. 이후 예탁원은 서비스 도입을 추진해 증권사와 공동으로 해당 서비스를 혁신금융서비스로 지정받아 시스템 테스트를 거쳐 이번에 시행됐다.

 

국내 주식 소수점 거래 시행이 예상보다 늦어진 데에는 매매와 관련한 세금 문제가 발목을 잡아 왔다. 소수점 주식에 대해 주식으로 분류하면 매매 시 증권거래세(0.23%)만 내면 된다. 하지만 온주가 아닌 소수점 주식임에 따라 펀드로 분류하면 15.4%에 달하는 배당소득세를 내야 하는 것과 관련한 정부의 유권해석 문제였다. 

 

최근 기획재정부가 “해당 수익증권을 매도함으로써 발생하는 소득은 양도차익이므로 배당소득에 해당하지 않는다”라고 유권해석을 내려 증권거래세 적용이 확정되면서 서비스가 개시될 수 있었다. 

 

소수점 주식을 모아 특정 시간에 한꺼번에 처리하는 방식으로 인해 실시간 거래가 어렵다는 점은 투자자들이 유의해야 할 점으로 꼽힌다. 

 

이번에 서비스를 시작한 증권사별로 미래에셋증권은 10분 단위로 소수점 주식 주문을 취합하고 있고, 그 외 증권사들은 하루에 2~5번 취합한다. 이로 인해 주가 변동성이 큰 종목에 대한 접근은 위험하고 단기 매매(단타) 차익 실현도 어렵다. 

 

소수점 거래 가능 종목, 주문 금액 단위, 거래 방식 등도 증권사 자율로 맡겨져 투자자들의 초기 혼동은 불가피할 전망이다. NH투자증권의 거래 가능 종목은 760여 개이고 투자 단위는 100원부터 가능하다. 하지만 그 외 4개 증권사들은 최소 1000원부터 350여 종목에 투자할 수 있는 서비스를 제공 중이다. 

 

거래 방식과 관련해 NH투자증권, KB증권, 키움증권, 한화투자증권은 모바일트레이딩시스템(MTS)과 홈트레이딩시스템(HTS)에서 모두 소수 단위 거래를 지원한다. 미래에셋증권은 10월부터 MTS를 통한 소수 단위 거래를 지원하기로 했다. 

 

주주 의결권 행사도 사실상 제한된다. 서비스를 개시한 5개 증권사 중에서 소수점 주주의 경우 의결권 행사를 할 수 있는 곳은 없다. 상법상 의결권은 1주마다 1개 씩 부여되기에 소수점 거래 투자자는 원칙적으로 주주로서 권리를 갖지 못한다. 

 

소수점 주식을 취합한 증권사로부터 주식 신탁을 받은 예탁원이 의결권을 행사하는 구조다. 개별 증권사와 고객과의 약관에 따라 소수 단위 주주의 의결권 취합이 가능해 의결권 행사를 간접 지원하는 방안이 보완책이다.  

 

공정거래법상 출자 제한(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 규정으로 인해 일부 증권사는 계열사 종목의 소수점 거래 서비스를 할 수 없다. 예를 들어 삼성증권에서는 삼성전자 등 삼성 상장 계열사들을, 현대차증권에서는 현대차 등 상장 계열사 주식을 쪼개 살 수 없다. 

 

서비스를 개시했거나 준비 중인 증권사들의 반응도 뜨겁지 않은 상황이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상대적으로 젊은 연령 고객층에서 위험 분산이나 가치 투자에 관심을 갖고 서비스 관련 문의와 상담이 이어지고 있다”며 “투자자 유입 효과는 거래가 축적되는 과정에서 지켜봐야 할 것 같고 지난해처럼 중시 호황 시절 서비스가 시작됐으면 하는 아쉬움이 있다”고 말했다. 

 

다른 증권사 관계자는 “소수점 거래가 침체 장세 속에 거래 활성화를 이끌어 내는 데에는 한계가 있을 것으로 본다. 고객 서비스 증대와 편의 제공 차원에서 접근하고 있다”고 말했다. ​ 

장익창 기자 sanbada@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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