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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 인사이트] 초과이익 환수제 개선안이 재건축 발목 잡는 이유

재건축조합 내 세력다툼에 '10년 보유', '60세 이상' 변수까지 더해져 사업 더욱 꼬일 것

2022.10.04(Tue) 14:04:35

[비즈한국] 재건축 속도 촉진을 위해 발표됐던 몇 가지 공약 중에서 재건축 초과이익 환수제(재초환)에 대한 개선안이 발표됐다. 해당 제도는 2006년 노무현 정부 때 만들어진 제도다. 2006년은 재건축 가능 단지 가격이 폭등하던 시기였다. 대표적인 지역이 과천이었다. 재건축 아파트만 있었던 과천시의 평균 아파트 시세가 강남구 시세를 역전했던 유일한 해였다.

 

서울의 한 아파트단지의 모습으로, 기사의 특정 내용과 관련 없다. 사진=박정훈 기자


​결국 초과이익 환수제도 탄생의 이유는 과도한 초과이익을 환수하기 위한 제도가 아니라 재건축으로 인한 주택 가격의 폭등을 막기 위함이었다. 자연스럽게 세금을 좀 더 걷으려는 목적도 컸으리라 본다.

 

기존 제도에 문제점이 있다고 현 윤석열 정부도 구체적으로 비판을 했다. 세금 자체가 과도하고 재건축 추진 자체를 억제하며, 실수요자들의 개별적인 사정들을 고려하지 못했다는 것을 주로 지적했다.

 

자료=국토교통부


하지만 기존에 없던 세금 부과에 대한 모순을 언급하지 않은 것을 보아 현 정부도 세금을 걷는 것에 대해서는 유지하려는 것 같다.

 

재초환에 대한 보완 방안이 부과기준 현실화다. ‘초과 이익이 3000만 원 이상’일 때 부과하던 것을 ‘1억 원 이상’일 때로 대상을 줄이겠다고 한다. 하지만 미실현 이익에 대한 최대 50%의 세금을 미리 받고 입주를 시키겠다는 규제는 여전히 남았다.

 

​서울에 있는 재건축 단지 조합원들은 여전히 수억 원의 부담금을 납부해야 입주할 수 있다. 현찰이 없으면 대출을 받아 납부해야 한다. 대출이 안 나오면 공매에 넘어갈 수밖에 없는 구조다. 누구를 위한 제도일까?

 

두 번째 개선 내용은 부과 개시 시점을 추진위원회 승인일부터가 아니라 조합설립인가일으로 산정하겠다는 것이다. 추진위에서 조합설립 사이의 시세 상승분은 감면해주겠다는 것이다. ​

 

재건축 물건의 매도 가능 시기가 조합설립 인가 전까지다. 초과이익 환수금을 낼 수 없다면 그 전에 매도하라는 의미다. 재건축을 추진할 돈이 없는 원주민을 내쫓는 제도라는 비판을 피할 수 없게 됐다.

 

​그래서 대안으로 제시한 것이 공공기여, 즉 임대주택을 제공하는 경우 그 부분의 이익에 대해서는 초과이익에서 제외해주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 역시 임대주택을 늘이면 그만큼 일반 분양분이 줄어 사업성이 떨어지는 것과 단지 내 시설을 이용하는 세대수가 증가해 생활 편의성이 떨어진다는 것은 아무도 지적을 하지 않고 있다. 이 부분은 초과이익환수금을 걷는 것보다 더 나쁜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기존에 없던 문제가 발생할 여지도 있다. 1세대 1주택자들에게는 보유 기간에 따른 감면 혜택이 추가된다. 1가구 2주택은 안 된다는 것이다. 재건축 아파트를 임대하고 다른 곳에서 임차한 주택에 거주하라는 것이다. 게다가 1세대 1주택 고령자에게는 납부 유예도 주었다. 상속, 증여, 양도 후 납부할 수 있게 해준다는 것이다. 고령자가 아닌 1주택자에게도 혜택을 준다. 3년은 연기하거나 5년 분할 납부하게 해주겠다는 것이다.

 

이슈가 발생할 것이다. 60세 이상만 혜택을 줌으로써 60세 이상과 이하 조합원끼리의 의견 충돌이 필연적으로 발생할 수밖에 없게 됐다. 59세 조합원이 세대주인 경우와 60세 조합원이 세대주인 경우 왜 차별이 존재해야 할까.

 

자료=국토교통부


가장 큰 문제는 개선안 외부에 있다. 개선안의 추진 가능 여부는 정부가 아니라 야당인 민주당이 쥐고 있다. 법률을 개정해야 하기 때문이다. 노무현 대통령 때 민주당에서 만든 제도이고, 문재인 대통령 때 민주당에서 부활한 제도를 과연 민주당에서 동의해줄까?

 

마지막으로 한 가지 이슈를 더 이야기하자. ​재건축 초과이익 환수제는 지속적으로 위헌 여부를 논의할 만큼 모순이 많은 제도다. 세금 부과에 있어 위헌문제로 계속 공격을 받는 제도라면 완벽하게 개선하든지 폐지하는 것이 옳은 선택이라고 생각한다. 

 

결국 이번 개선안은 실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정책이 아니라 부동산 시장에서 소외 받은 무주택 세대 혹은 재건축 단지가 아닌 주택을 소유한 국민의 눈치를 보는 점과 실질적인 재건축 조합원들의 요구를 일부 반영한 형태의 애매한 개선방안이라고 생각된다. ​발표된 개선안으로 도심 내 공급이 원활해지거나 무주택자들이나 일반 세대의 마음이 더 풀리지 않을 것이라는 의미다.

 

그리고 새로운 문제점들이 발생할 것이다. 가뜩이나 재건축조합에는 조합과 비대위로 매일 전쟁이 발생하고 있다. 이 대결 구도에 10년 이상 보유한 세대와 그렇지 않은 세대들 간의, 또 60세 이상 이하 연령대 문제가 추가될 것이다. 한 단지에 살면서 면제 혜택을 받은 세대와 여전히 부담금을 내야 하는 세대가 공존한다면 재건축 사업은 더 꼬이고 말 것이다.

 

감면이 된다 해도 ​서울처럼 시세가 높은 단지의 원주민들에게는 여전히 부담스러운 세금이다. 재초환 세금을 내려고 현찰을 몇 억씩 쌓아둔 세대가 얼마나 될까. 이 세금을 내려면 준공 후 매도하고 세금을 내라는 것인데, 그렇게 할 것이면 차라리 향후 양도할 때 세금을 내는 것이 합리적인 방법이 아닐까.​

 

그리고 재초환 말고 추가 분담금을 내야 하는 조합원들의 경우 대부분 입주 시 잔금 대출을 받는다. 이때 당연히 LTV, DSR 규제를 받는다. 그런데 대출이 나오지 않는 15억 원 초과 단지의 경우 대출을 받을 수도 없다. 대부분의 서울 재건축 단지가 그럴 것이다.

 

도대체 어떻게 하라는 것일까? 20년 넘게 부동산 전문가로 활동하는 필자도 방법을  모르겠다. 게다가 HUG의 분양가 통제 제도와 분양가상한제로 인해 과거처럼 분양 수익을 남길 수도 없는 상황이다. 억대 부담금을 내기 위해 사채라도 써야 하는 상황이다.

 

​제도 자체가 모순이 많다. 실행 가능 여부도 따져보지 않은 개선안보다는 폐지 자체가 정답이라고 생각한다.

 

필명 빠숑으로 유명한 김학렬 스마트튜브 부동산조사연구소장은 한국갤럽조사연구소 부동산조사본부 팀장을 역임했다. 네이버 블로그와 유튜브 ‘빠숑의 세상 답사기’를 운영·진행하고 있다. 저서로 ‘인천 부동산의 미래(2022), ​‘김학렬의 부동산 투자 절대 원칙’(2022), ‘대한민국 부동산 미래지도’(2021), ‘이제부터는 오를 곳만 오른다’(2020), ‘대한민국 부동산 사용설명서’(2020), ‘수도권 알짜 부동산 답사기’(2019), ‘서울이 아니어도 오를 곳은 오른다’(2018), ‘지금도 사야 할 아파트는 있다’(2018), ‘서울 부동산의 미래’(2017) 등이 있다.​​​​​​​​​​​​​​​​​​​​​​​​​​​​​​​​​​​​​​​​​​​​​​​​​​​​​​​​

김학렬 스마트튜브 부동산조사연구소장

writer@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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