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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값이 시세의 70%' 윤석열표 청년원가주택 실효성 점검

3기 신도시 위주 임기 내 50만 호 공급 목표…엄빠찬스·로또아파트 막을 보완 장치 필요

2022.10.18(Tue) 14:11:24

​[비즈한국] 정부가 청년과 신혼부부에게 시세의 70% 수준으로 5년간 50만 호의 주택을 공급한다. 윤석열 대통령이 대선후보 시절부터 주거 공약으로 꺼내든 청년원가주택이다. 청년의 주거를 위해 새롭게 구상된 ‘청년원가주택’은 8·16 부동산 대책과 국토교통부 예산 편성을 거치며 구체화되고 있다. 가족 구성원 수에 맞춰 내부공간을 바꿀 수 있는 가변형 옵션과 재택근무용 구조 등 신규 평면도 도입된다.

 

역대 정부에서도 주택공급 확대 정책을 펼치며 주변 시세보다 저렴한 분양 주택을 내놨다. 하지만 노무현 정부의 판교신도시, 이명박 정부의 보금자리주택 등은 정책의 취지와 동떨어진 ‘로또 분양’으로 변질되는 문제를 겪었다. 세부 공급 방안 공개를 앞둔 청년원가주택에도 ‘엄빠찬스’나 ‘제2의 로또’가 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청년원가주택은 청년을 더 나은 집으로 올라가게 해줄 주거 사다리가 될 수 있을까.

 

건설원가 수준으로 공급되는 청년원가주택은 시행 전부터 로또 분양으로 변질될 수 있다는 우려의 시선을 받고 있다. 지난 8월 국민 주거안정 실현방안을​ 발표하고 있는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 사진=임준선 기자


#집값 20%만 내고 80%는 장기 상환 방식 

 

청년원가주택은 자력으로 내 집 마련이 어려운 청년층이 분양가의 20%만 내고 나머지 80%를 장기원리금 상환 방식으로 매입하는 유형의 주택이다. 5년 이상 의무거주기간을 거쳐 공공에 집을 팔면 매매차익의 최대 70%를 돌려받는 방식으로 설계된다. 청년(19~39세), 신혼부부(결혼 7년 이내), 생애 최초 주택 구매자가 대상이다. 공약집에 포함됐던 ‘역세권 첫 집’과 통합돼 역세권, 산업시설 배후지 등에 조성된다. 청약 선호도가 높은 3기 신도시에서 물량이 주로 확보될 것으로 보이는데 △남양주 왕숙 1만5000~2만 가구 △고양 창릉 9000~1만 3000가구 △하남 교산 8000~1만 가구 공급이 검토되고 있다. 

 

이 같은 내용은 8·16 공급대책에 포함됐다. 향후 5년간 전체 270만 가구의 주택을 공급하는 것을 목표로 하는 ‘국민 주거안정 실현방안’에서 청년원가주택이 20%에 가까운 비중을 차지한다.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은 당시 공급 계획을 직접 발표하며 “역세권 첫 집과 청년원가주택은 연내 사전청약 실시 후 구체적인 공급 일정을 제시하겠다”고 밝혔다. 입법, 지자체와의 실행 계획 논의가 필요해 10월부터 순차 발표하겠다는 것이다. 원 장관은 향후 공급 입지 등을 고려해 행정적 용어가 아닌 친근한 새 이름으로 변경할 수 있다는 점도 시사했다. 청년원가주택의 정확한 명칭이나 공급 유형은 이번 달 발표가 예정된 청년 주거지원 종합 대책에서 확정된다.

 

청년원가주택은 기존 주택 공급 사업과 큰 틀에서는 비슷하지만 진일보한 측면이 있다는 평가다. 송승현 도시와경제 대표는 “최근에는 자금 조달이 힘든 상황인데 상환 방식으로 장벽을 낮추고, 좋은 입지에 50만 호라는 물량을 확보한다는 내용이 핵심”이라며 “창릉이나 왕숙, 교산 등은 서울과 인접한 지역으로 과거 공실이 많이 발생했던 사례보다 접근성을 보완했다고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청년원가주택은 청약 선호도가 높은 3기 신도시에서 공급되는 안이 검토되고 있다. 경기도 고양시 창릉동 3기 신도시 부지 전경. 사진=임준선 기자


#로또 분양과 주거 사다리 사이…균형 잡기가 관건

 

그러나 청년의 첫 주택 마련을 위해 도입된 청년원가주택은 시행 전부터 압박을 받고 있다. 로또 분양이 될 것이라는 지적이다. 이미 수요자들 사이에서는 청년원가주택이 ‘로또 아파트’로 불린다. 30대 정 아무개 씨는 “자금 도움 없이 시작한 사람들이 내 집을 구할 수 있는 기회라고 생각한다. 가격이 어떻게 형성될지는 지켜봐야겠지만, 일단 시세의 70%라고 하니 입지 좋은 곳에 분양을 받으면 시세차익도 노려볼 수 있을 것 같다. 신혼이 끝나가고 있어 초조한 마음으로 공고가 나기를 기다리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 6일 국회 국토교통위원회의 국토교통부 국정감사에서는 청년원가주택을 놓고 설전이 이어졌다. 심상정 정의당 의원은 부모로부터 상속이나 도움을 받아 주택자금을 확보하는 사례를 언급하며 “청년원가주택 역시 엄빠찬스를 받은 청년들이 분양 받을 것이다. 윤 정부가 제2의 로또주택을 대표상품으로 내놨다”고 비판했다. 이에 원 장관은 “청년이 금리 급등기에 절망을 겪는 불안을 해결해주고 장기적 주거 마련을 위해 고민 끝에 나온 것이 주거 사다리를 위한 청년원가주택”이라고 반박했다.

 

국토부는 청년원가주택이 주거 사다리를 복원하는 시도라는 점을 강조한다.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국정감사에 참석해 발언하는 원희룡 국토부 장관. 사진=박은숙 기자


정부는 청년과 무주택자의 자금 조달 능력을 고려해 건설원가 수준으로 공급하는 것을 원칙으로 세웠다. 공공택지, 도심정비사업 용적률 상향 조정으로 기부채납 물량을 활용해 시세의 70% 정도인 건설원가를 적용하도록 한다. 지자체별 장기임대주택이나 행복주택 등 기존 주거 사다리 관련 정책이 시세의 80%를 내세웠던 것과 비교하면 상대적으로 낮은 가격이다. 

 

저렴한 가격은 양날의 검이 될 수 있다. 집값 급등과 금리 인상 등으로 집을 구하기 어려운 청년들에게 유리한 기회를 마련했지만, 한편으로는 수억 원의 자금을 부모로부터 지원 받아 주택을 매수하는 편법 투자가 이뤄질 수 있어서다. 이들을 사전에 배제할 방법이 마땅치 않다는 점은 한계로 꼽힌다.

 

전문가들은 청년원가주택의 취지를 해치지 않는 선에서 보완 장치를 꼼꼼하게 만들 필요가 있다고 짚었다. 약자를 위한 주거 복지 정책인지 특정 연령층을 위한 주거 안정책인지 확실하게 방향을 잡는 것이 우선이라는 설명이다.

 

임병철 부동산114 수석연구원은 “주거 정책은 근본적으로는 모든 주택 수요자의 파이를 나누는 것이다. 형평성 논란 자체를 피할 수는 없지만 (주거 사다리라는) 정책 취지에 맞게 소득 요건 등을 설계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복지 측면을 너무 강조하기보다는 청년의 주거 안정을 위해 도입된 제도인 만큼 편법을 방지하는 선에서 기준을 정비하는 수준이 적합하다는 분석이다. 송승현 대표는 “결국은 투명성이 중요하다. 입주 이후 특혜 논란이 생길 가능성도 있으므로 재산 규모, 소득 증빙 등을 면밀하게 따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국주택도시공사(LH)는 최근 청년원가주택 등 새 정부의 주거 정책을 반영한 평면을 개발하는 용역에 착수했다. LH는 청년 독신가구 등 1~2인 가구를 위한 전용 46㎡, 55㎡ 등 소형 평형과 신혼부부를 위한 전용 55㎡, 59㎡ 등 중형 평형으로 세분화해 개발하기로 했다. 청년원가주택으로 건설하기 위해 현상설계 공모를 진행 중인 부천대장 A-9블록과 A-10블록에는 각각 전용면적 74㎡, 84㎡의 중형 규모도 포함됐다. 청년층을 대상으로 한 분양주택에서 59㎡ 이상 규모가 공급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임병철 수석연구원은 “이전 정부에서 공급한 주택의 면적이 실생활에는 작다는 문제점이 있었다. 청년원가주택도 여전히 규모가 작다는 평가가 있다”며 “도심 주택 공급을 위해서는 규제 완화가 필요한데 예상보다 속도가 늦어지고 있다는 점도 변수다. 부지 선정 과정에서 지역 주민들이 반발할 가능성이 커 이후에도 공급 제약 상황이 충분히 발생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한편에서는 5년간 50만 호라는 목표를 달성하는 것에 집중하기보다 주택 시장의 움직임과 보조를 맞춰 정책을 시행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부동산 하락 시장에서는 가격 측면에서 매력이 떨어져 흥행이 저조할 수 있다. 시장 동향을 보면서 수요자보다 공급이 과잉되지 않도록 적정한 규모를 설정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강은경 기자 gong@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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