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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스타트업열전] 빠른 배송 너머, 식료품 배송 시장 '틈새'를 파고들다

아시아 식품 배송하는 '고타이거', 할랄 식품 전문 '야바바' 등 주목

2022.11.14(Mon) 16:05:49

[비즈한국] 지난 2년간 유럽 스타트업계를 뜨겁게 달구었던 분야 중 하나는 초고속 식료품 배송 서비스를 제공하는 퀵커머스다. 고릴라즈(Gorillas), 플링크(Flink), 겟티어(getir) 등 ‘10분 안에 식료품 배송’이라는 모토를 담은 스타트업들이 ‘최단기간 유니콘 등극’이라는 타이틀을 주거니 받거니 하면서 투자 유치와 확장을 반복해왔다.

 

이후 코로나 장기화와 러시아 전쟁으로 인한 경제 위기를 거치면서 자연스럽게 찾아온 인플레이션과 투자 심리 위축으로 퀵커머스 분야도 잠시 위기를 겪는 듯했다. 특히 유럽 퀵커머스 스타트업 중 가장 화제성이 높았던 고릴라즈는 대규모 해고, 경영진 이탈 등으로 몸살을 앓았다. 

 

그러나 빠른 서비스를 맛본 소비자들에게 퀵커머스는 앞으로 더 섬세하게 발전할 분야이지, 한번 반짝하고 사라질 분야는 아닌 것처럼 보인다. 특히 올해 틈새시장을 노려 특정 분야의 제품을 판매하는 전략을 가지고 등장한 퀵커머스 분야 스타트업을 보면 더욱 그렇다.

 

아시아 식료품을 다루는 베를린의 고타이거(GoTiger)와 중동, 튀르키예(터키), 아랍 지역의 식료품, 특히 ‘할랄(Halal)’ 제품을 배송하는 야바바(yababa)가 그 주인공이다. 

 

아시아 식료품을 배달하고 조리법을 공유하는 고타이거. 핵붉닭볶음면을 먹으면 얼굴이 이렇게 된다고 소개했다. 사진=고타이거 페이스북

 

#현지인에게 아시아 식품 요리법까지 알려주는 고타이거 

 

베를린의 스타트업 고타이거(GoTiger)는 2022년 초에 설립되었다. 와사비 과자, 비비고 만두, 해초 샐러드, 중국 맥주 등을 2시간 안에 집 문 앞까지 배달하는 것이 이들의 주요 서비스다. 그뿐만 아니라 아시아 요리를 만들기 위해서 일반 슈퍼마켓에서 구매해야 하는 고기류, 생선, 두부와 같은 식료품도 협력사에 공급받아서 앱에서 함께 판매한다. 고타이거가 단순히 아시아 식품 공급상이 되는 목표가 아니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아시아 식료품 빠른 배송 서비스 고타이거. 사진=gotigerapp.com

 

공동 창업자 중 한 사람인 중국계 독일인 양조우(Yang Zou)는 “이민자 2세로 자라면서, 아시아 슈퍼마켓에 잔뜩 쌓인 식재료들이 어디에 쓰이는 것인지 몰라 어리둥절했던 적이 많았다”고 창업 동기를 밝혔다. 

 

고타이거는 한 플랫폼 안에서 아시아 음식의 요리법과 재료를 모두 쉽게 얻을 수 있도록 설계되었다. 베를린에는 약 80개의 아시아 슈퍼마켓이 있는데, 대부분 아시아 이민자를 대상으로 물건을 판매한다. 이미 물건에 대해 잘 아는 사람들이므로 친절히 설명할 필요가 없다.

 

반면 베를린 식당의 3분의 1이 아시아 식당일 정도로 독일인들의 관심이 높지만 집에서 직접 요리해 먹기는 쉽지 않다. 이제는 일반 슈퍼마켓에서도 굴 소스, 라면, 똠양꿍 수프 키트 같은 아시아 식재료들이 인기 상품일 정도다.

 

이 같은 관찰이 고타이거의 창업 계기가 되었다. 창업자 양조우는 쾰른, 만하임, 뉴욕에서 경제와 경영을 공부했다. 오스트리아 비엔나의 벤처 캐피털 회사인 스피드인베스트(Speedinvest)와 함께 투자자로 일했고, 여러 스타트업을 공동 설립한 경험이 있다. 

 

고타이거 공동 창업자 양조우. 사진=양조우 링크드인

 

양조우는 2022년 초 카탈 코코란(Cathal Corcoran), 모리츠 프릿첸(Moritz Fritzen), 다비드 담야콥(David Damjakob), 제임스 보스퍼 로빈슨(James Vosper Robinson)과 함께 고타이거를 설립했다. 

 

카탈 코코란은 고릴라즈에서 상업 이사(Commecial Director)로 일했으며, 그전에 독일 슈퍼마켓 체인 리들(Lidl)에서 미국 지사와 아일랜드 지사의 관리자로 19년간 근무한 소매업 전문가다. 공동 창업자 모리츠 프릿첸은 고릴라즈에서 브랜드/마케팅팀장으로, 제임스 보스퍼 로빈슨도 고릴라즈에서 독일어권 지역의 물류 부서 관리자로 일했다. 고릴라즈 출신이 많다는 점이 고타이거의 특징이다. 다비드 담야콥은 맥킨지 등에서 일한 재무 전문가다. 

 

고타이거는 2022년 7월 베를린에서 서비스를 시작하기 전, 몇 가지 테스트 단계를 거쳤다. 이때 배송 거점의 필요성을 느껴 온라인 슈퍼마켓 브랜드 브링(Bring)을 인수했다. 브링은 택시 업계 전문가 오르한 메르튀즈(Orhan Mertyüz)가 창업한 스타트업으로 전기 자동차와 스쿠터 기반의 전문 배송 시스템을 구축했지만 고릴라즈, 플링크, 겟티어 등에 밀려 브랜드가 소비자들에게 알려지지 않은 상황이었다. 브링의 물류 네트워크를 흡수해 고타이거는 비용을 절감할 수 있었다. 

 

고타이거 본사는 베를린 식료품 도매시장 근처에 있는데, 거기서 대부분의 제품을 조달한다. 현재 취급하는 품목은 약 1000개에 달하며, 독일 슈퍼마켓 체인 레베(Rewe), 해산물을 공급하는 도이체 제(Deutsche See)와 협력해 신선식품도 공급하고 있다. 

 

고타이거 앱에서 볼 수 있는 ‘한국식 불고기 랩’. 사진=gotigerapp.com

 

고타이거의 백미는 마케팅이다. 예를 들어 고타이거 앱에서는 ‘베트남식 서머 롤’이나 ‘클래식 팟타이’를 만드는 레시피를 찾아볼 수 있다. 또 틱톡(TikTok) 등의 숏폼 SNS를 이용해서 요리법을 보여주는 짧은 영상을 제공한다. 우선은 콘텐츠로 사람들의 흥미를 끌겠다는 전략이다. 타 퀵커머스 스타트업과 다른 점이다. 

 

고타이거는 당장의 빠른 성장을 추구하지 않는다. 한 달에 약 10만 유로(1억 3000만 원)의 매출을 달성하면서 충성도 높은 고객을 확보해 안정적인 기반을 마련하는 것이 일차 목표다. 우선은 베를린에서 성공해야 타 지역으로 확장할 투자금을 유치할 수 있기 때문이다. 

 

고타이거는 베를린의 뉴클리어스 캐피털(Nucleus Capital), 시오 캐피털(Shio Catal)을 비롯해 총 5곳의 투자자로부터 프리 시드 라운드 투자를 유치했다. 투자 금액은 비공개다. 

 

#이민자 대상으로 고향의 맛 배달하는 야바바

 

야바바(Yababa)는 고타이거와 비슷하면서도 완전히 다르다. 중동, 튀르키예, 아랍에서 많이 쓰는 식료품을 배달하기 때문에 빠른 식료품 배송의 틈새시장을 공략한다는 점은 같지만, 이민자들을 대상을 한다는 점이 다르다. 또 당일 배송이 아니라 ‘다음 날’까지 배송한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야바바의 고객군은 빠르게 물건을 받고 싶어하는 모든 사람이 아니라, ‘하루 정도 기다려줄 수 있는 고향의 맛을 아는 사람들’이다. 

 

‘오리엔탈 식품점’이라는 모토를 가진 야바바. 사진=yababa.com

 

베를린 인구의 약 11%가 튀르키예인, 10%가 아랍인이며, 2·3세까지 감안하면 튀르키예계와 아랍계의 비율은 더 높을 것이다. 그렇기에 현지인을 상대하지 않고도 사업이 가능하다. 야바바는 2021년 10월 베를린에서 처음 서비스를 시작했다. 2022년 2월에는 독일에서 인구가 가장 많고, 튀르키예 및 아랍계 인구도 많은 쾰른과 뒤셀도르프 지역에 서비스를 열었다. 현재 독일 33개 도시에서 서비스 중이다. 튀르키예, 아랍 요리에서 사용하는 향신료, 치즈, 햄 등 5000개 이상의 제품을 취급하며, 이슬람 신앙에 따라 먹을 수 있는 할랄 식품에 중점을 두고 있다. 

 

야바바 창업자 랄프 하게. 사진=랄프 하게 링크드인

처음 야바바가 등장했을 때 투자자들의 반응은 뜨거웠다. 베를린의 벤처 개피털 프로젝트 A, 푸드랩스(Foodlabs) 등 8개 투자자로부터 시드 라운드로 총 1370만 유로(187억 원)를 유치했다. ​

 

창업자 랄프 하게(Ralph Hage)는 관련 업계에서 풍부한 이력을 갖고 있다. 레바논 퀵커머스 회사 녹녹(Noknok)에서 일했는데, 이 회사는 고릴라즈의 소프트웨어를 개발했다. 이후에는 베를린의 딜리버리히어로(Delivery Hero)에서 2년 넘게 중동 지역 전략 책임자로 근무했다. ​

 

야바바는 현재 130여 명의 직원이 있으며 이민자들을 적극적으로 채용한다. 이민자들은 제품과 고객군에 대한 이해도가 남다르고, 생활 속 노하우가 즉각 서비스에 반영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유럽에 없던 ‘빠른 배송’이라는 문화의 탄생을 지켜보고 점점 더 다양해지는 서비스, 그에 따른 새로운 시장의 탄생을 바라보는 것이 몹시 즐겁다. 스타트업의 성장이 곧 즉각적으로 세상과 시야를 넓혀주는 경험을 더 많은 사람에게 가져다주기 때문이다. 

 

필자 이은서는 한국에서 법학을 전공했고, 베를린에서 연극을 공부했다. 예술의 도시이자 유럽 스타트업 허브인 베를린에 자리 잡고, 도시와 함께 성장하며 한국과 독일의 스타트업 생태계를 잇는 123factory를 이끌고 있다.​​​​​​​​​​​​​​​​​​​​​​​​​​​​​​​​​​​

이은서 칼럼니스트 writer@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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