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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모는 방긋, 어린이집은 한숨…'부모급여' 두고 온도차, 왜?

0세 가정 보육지원 확대에 업계 우려 커져…가정 어린이집 운영난 심화될 수도

2022.12.20(Tue) 16:28:00

[비즈한국] 정부가 내년부터 부모급여 월 70만 원을 지급하기로 했다. 출산을 앞둔 부모들은 정부 정책을 한껏 반기는 분위기다. 하지만 어린이집은 내년 원아 모집이 힘들어질 것이라며 걱정이 커졌다. 

 

내년부터 ‘부모급여’가 신설된다. 만 0세 아동 부모는 월 70만 원, 만 1세 아동 부모는 월 35만 원을 받을 수 있다.

 

#내년부터 아이 낳으면 월 70만 원 지급

 

내년 1월부터 ‘부모급여’가 신설된다. 만 0세 아동 부모에게는 매월 70만 원, 만 1세 아동 부모에게는 월 35만 원을 지급한다. 2024년부터는 부모급여를 만 0세 월 100만 원, 만1세 50만 원으로 확대한다. 보건복지부는 내년 부모급여 혜택을 받는 대상이 총 32만 3000명이라고 밝혔다. 정부와 지방자치단체는 부모급여 예산으로 2조 3600억 원을 투입할 예정이다.

 

부모급여는 윤석열 정부의 110대 국정과제 중 하나다. 우리나라는 지난해 합계출산율 0.81명으로 세계 최하위를 기록하는 등 저출산 문제가 갈수록 심각해지고 있다. 정부는 자녀 양육으로 인해 부모가 느끼는 경제적 부담을 줄여주고자 부모급여를 신설했다. 

 

이미 출산 장려에 수백조 원의 예산을 썼고, 현금 살포가 저출산 문제의 근본 대책이 안 된다는 한계가 지적돼왔다. 그런데도 정부가 또다시 현금 지급이란 카드를 꺼내든 점은 다소 아쉬움이 남는다.

 

부모급여가 정부의 의도대로 출산을 ‘장려’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지만, 당장 출산을 앞두고 계산기를 두드리던 예비 부모들은 한시름 놓게 됐다. 임신 3개월 차인 박 아무개 씨는 “이달 직장을 그만두게 돼 경제적인 부분에서 걱정이 컸다. 출산 후 월 70만 원을 받을 수 있다니 마음이 놓인다”며 기뻐했다.

 

부모급여가 내년부터 시행된다는 소식에 이달 출산을 앞둔 일부 예비부모 사이에서는 출산일을 늦추려는 분위기까지 감지된다. 12월 말 출산을 앞둔 한 임산부는 “내년부터 부모급여가 적용된다는 발표 직후 2022년생도 지급 대상이 되는지 동사무소에 문의했지만 ‘아직 모른다’며 확실한 대답을 해주지 않았다”면서 “주변에서는 혹시 모르니 가능하면 출산일을 내년으로 미루는 게 좋겠다고 조언해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일부 보육업계 종사자들은 부모급여가 원아 모집에 영향을 끼칠 것으로 예상한다. 2013년 양육수당이 확대되던 때에도 어린이집이 원아 감소로 타격을 받은 바 있다. 사진=박정훈 기자

 

#20만 원 줄 때도 원아 감소…어린이집 운영난 우려

 

어린이집의 분위기는 상반된다. 부모급여를 반기는 부모들과 달리 ‘내년이 고비’라는 말이 여기저기서 터져 나온다. 부모급여가 시행됨에 따라 원아 모집에 어려움을 겪게 될 것으로 예상하기 때문이다. 부모들이 현금을 받기 위해 어린이집에 아이를 맡기지 않는 상황이 올까 걱정하고 있다.

 

부모급여는 어린이집 이용 여부에 따라 금액이 달라진다. 어린이집 보육료가 부모급여에서 차감되기 때문이다. 0세 자녀를 가정 보육하는 부모는 월 70만 원을 모두 받을 수 있지만, 어린이집을 보내면 월 보육료(약 51만 원)를 제외한 18만 원가량만 받을 수 있다. 만 1세는 부모급여(35만 원)가 보육료보다 적어 추가로 받는 돈이 없다.

 

경기도에서 가정 어린이집을 운영하는 원장 A 씨는 “0세는 아직 어려 어린이집에 오래 맡기지 않는다. 보통 복직을 앞둔 엄마들이 아이가 어린이집 생활에 적응할 수 있게 오전에만 잠시 보내는 경우가 많다”며 “오전에 잠시 맡기느라 월 70만 원을 포기하긴 어렵지 않겠나. 부모급여 지급 결정이 나자 대기 중이던 0세반 아이 일부는 입소를 취소했다”며 씁쓸해했다.

 

또 다른 보육교사도 “경제 상황이 어려운 만큼 현금 지원을 받으려는 가정이 늘 것 같다. 부모급여 때문에 내년도 영아반의 운영이 힘들어질 것으로 예상된다”며 “지금도 원아 수가 적어 눈치 보며 월급을 받는 상황이라 걱정이다. 교사들 사이에서는 내년이 고비라는 말이 나온다”고 말했다.

 

보육업계가 부모급여에 민감한 모습을 보이는 데는 이유가 있다. 2013년 양육수당이 확대되면서 전국 어린이집이 운영에 타격을 받은 경험이 있다. 정부는 2013년 3월부터 보육기관을 다니지 않고 집에서 양육하는 아동에게 양육수당(최대 20만 원)을 지원했다. 그전까지는 저소득층에게만 지급하던 양육수당에서 소득 기준을 없앤 것이다. 

 

이 조치로 어린이집을 다니는 아동은 별도의 현금 없이 보육료를 지원 받고, 가정 보육 아동은 현금을 지원 받게 됐는데, 이는 곧바로 어린이집의 원아 감소로 이어졌다. 영유아 자녀를 둔 부모들이 어린이집 보육료 지원보다 현금인 양육수당 지급을 선호하며 가정 보육을 선택했기 때문이다. 

 

2013년 3월 말 ​보건복지부의 ​‘만 0~5세 전 계층 보육·양육지원’ 현황 조사 결과, 당시 어린이집(보육료)을 이용하는 영유아는 136만 4000명(이용률 46.1%)으로 양육수당 확대 전인 1월(147만 5000명)보다 7.5% 줄었다. 특히 연령대가 어릴수록 어린이집 이용률이 떨어졌다. 0세의 어린이집 이용률은 12.2%, 1세는 57.7%였는데, 각각 1월 대비 6.2%p, 11.1%p 하락한 수치였다.

 

출생아 수 감소로 운영난을 겪는 어린이집이 늘어나는 상황에서 부모급여 시행은 보육업계에 큰 타격이 될 수 있다. 영유아 수 감소에 따라 전국의 어린이집 시설 수는 지속적으로 감소하는 추세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2017년 4만 개에 달했던 전국 어린이집은 지난달 기준 3만 1000개로 줄었다. 

 

어린이집 원장 A 씨는 “코로나19로 몇 년간 운영이 어려웠던 터라 내년에는 상황이 좀 나아질까 싶었는데 걱정이다. 규모가 작은 가정 어린이집의 운영은 점점 힘들어질 것 같다. 정부가 바뀔 때마다 보육 정책이 달라지니 불안하고 답답하다. 장기적 관점에서 보육 정책을 추진하고, 어린이집에 대한 지원도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한국어린이집총연합회 관계자는 “부모급여가 시행돼도 어린이집에 아이를 맡겨야하는 맞벌이 부부들이 있다. 하지만 원아 감소로 집 근처 어린이집이 줄줄이 문을 닫으면 그 부모들은 아이를 어디에 맡겨야 하냐”며 “부모급여가 아이를 즐겁게 키울 수 있는 환경을 해치지 않았으면 좋겠다”라고 말했다. 

박해나 기자 phn0905@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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