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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계의 기술] '언금술사' 이금희의 귀로 말하는 지혜

'경청'으로 말 전달할 통로 열어야…듣는 사람이 신뢰를 얻고 마음을 연다

2023.02.20(Mon) 16:22:31

[비즈한국] 18년 동안 진행한 아침 토크쇼에서만 2만 3400명 이상, 그 외 방송을 포함해 약 3만 명 가까운 이들을 인터뷰한 34년 내공의 레전드 방송인. 누구인지 궁금하지 않은가? 현직 방송인들도 인정하는 ‘언금술사’ 이금희 아나운서의 이력이다.

 

사진=tvN ‘어쩌다어른’​ 화면 캡처

 

다양한 각계 전문가가 인문 지식을 풀어주는 인문 교양 예능 프로그램인 ‘어쩌다 어른’에 방송인 이금희 아나운서가 출연한 편을 뒤늦게 챙겨봤다. 2023년 1월 말 첫 방송으로 방송인 이금희가 ‘어쩌다 어른’에서 강연한 주제는 ‘기적처럼 인생이 풀리는 말의 비밀’이었다. 강연에서는 사회적 동물인 우리에게 가장 중요한 요소는 ‘관계’인데 ‘말로 해결할 수 없는 문제는 없다’라는 주제로, 돈뿐만 아니라 사랑, 우정 등 삶의 모든 관계의 시작인 올바른 소통에 대한 스토리가 펼쳐졌다. ‘인생을 바꾼 결정적 한마디’, ‘타고난 말수저 DNA’, ‘살인을 부르는 말 한마디’, ‘기분 나쁘지 않게 거절하는 방법’, ‘경청의 힘’ 등 ‘말 잘하는 방법’을 다양한 소챕터로 구분해 실제 상황, 본인의 경험 등을 들어가며, 실로 다채로운 말과 소통에 관한 컨텐츠로 강연이 알차게 채워졌다.

 

그녀가 아나운서 생활을 하며 터득한 말 잘 하게 만드는 훈련 꿀팁도 방송을 통해 정말 다채롭게 공개됐는데, 정작 그런 실질적인 팁보다 강의 내용 중 가장 귀에 쏙 들어왔던 건, "정말 말을 잘하고 싶다면 ‘경청’이 제일 중요하다"는 이야기였다.

 

가르치는 제자들과 30분 티타임을 15년간 1500여 명과 가져봤다는 이금희는 그 미팅 시간 동안 우는 학생들이 정말 많다는 말을 강연에서 했다. 처음에는 본인이 학생을 혼낸 것도 아닌데 이 친구들이 왜 우나 싶었는데, 나중에 알고 보니 누군가가 그렇게 자신의 이야기를 집중해서 30분 동안 들어주는 경우가 일반적인 삶에서는 꽤 드물기에 그렇다는 것을 알게됐다고 했다. 그중 한 학생은 이금희와의 대화를 녹음한 적이 있었는데, 30분 내내 이금희가 한 말은 “그래?”, “세상에!” “그렇구나” 라는 공감의 표현뿐이었다고 한다. 신기한 것은 그 공감의 표현과 그녀의 경청에 상담하러 온 학생들은 모두 큰 도움과 만족감을 얻었다는 것.

 

사진=tvN ‘어쩌다어른’​ 화면 캡처

 

더 나아가 그녀는 역사 속 희대의 미녀라고 평가받은 클레오파트라와 양귀비가 사료에 따르면 실질적으로 진짜 미인이어서 그 시대를 평정했던 권력자들의 마음을 사로잡은 것이 아닌, 상대의 말을 잘 들어주고 그 마음을 알아봐 주는 말을 잘해서 ’미녀‘라는 평가를 얻게 되었다는 비하인드 스토리를 전하기도 했다. 그러니까 말의 힘, 더 나아가 경청의 힘이 과거 역사 속에서도 어떤 힘을 발휘했는 지도 덧붙여 설명했다.

 

‘어쩌다 어른’에서 방송인 이금희가 말한 “대화에 경청이 중요하다”는 말은 어찌 보면 다소 뻔한 말처럼 들릴지 모른다. 게다가 현대사회에서 경청은 피곤한 일로 치부되니 더 그러할 수밖에. 이미 들어야 할 것들은 너무나 넘쳐나고, 심지어 그 메시지들 또한 듣고 싶지 않은 공격적인 것들로 넘쳐나는 시대이니 말이다.

 

그런데 경청은 결코 남의 말만 들어주는 바보 같은 짓이 아니다. 사실 말을 정말 잘하려면 지금 나와 말하고 있는 사람이 어떤 사람인지를 파악하고, 그 사람이 듣기 원하는 말이 무엇인가를 파악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러니 먼저 잘 듣는 것이 포인트인 것. 이를 증명하듯 래리 바커, 키티 왓슨의 저서 ‘당신의 마음을 사로잡는 경청의 힘’에 따르면, “경청은 당신이 상대방에게 당신의 말과 메시지, 감정을 아주 쉽고 효과적으로 전달할 ‘통로’를 확보하게 해주는 것”이라고 했다. “당신이 경청하는 만큼 상대방은 당신을 신뢰하게 되기 때문”이어서다.

 

사진=tvN ‘어쩌다어른’​ 화면 캡처

 

더 나아가 이 책에서는 “경청하는 이가 가끔 꺼내는 한두 마디에 자신의 말을 하는 사람들은 무의식적으로 민감하게 반응한다”고 말한다. 그러니 경청은 말하는 이로 하여금 신뢰와 마음을 열게 하는 효과가 있다는 이야기다. 그래서 오히려 말하는 사람이 듣는 사람에게 설득당하는 ‘독특한’ 효과가 발휘되기도 한다. 이게 바로 대화 속에 숨겨진 ‘경청의 힘’인 것이다.

 

‘듣기만 하는 건 바보짓’이고, ‘말 잘해야 살아남는다’는 강박관념은 이제 잊어라. 누군가가 한마디 하면 바로 지지 않고 받아치는 것만이 말 잘하는 것이 아니다. 말 많은 이는 싫어해도 경청하는 이는 호감을 넘어, 자신도 모르게 신뢰해 버리는 인간 심리에 주목해 보자. 소통, 그러니까 커뮤니케이션을 지배하는 진정한 힘은 이제 ‘입’이 아니라 ‘귀’에서 나온다. 그러니 누군가의 신뢰와 마음을 얻고 싶은 이가 있다면 오늘부터 당장 그 혹은 그녀의 말을 ‘경청‘해 보길 바란다. 진중하고 진득한 경청의 힘으로 당신은 그 사람의 신뢰도, 더 나아가 그 사람도 설득할 기회를 얻게 될 것이다.

 

필자 김수연은?

영화전문지, 패션지, 라이프스타일지 등, 다양한 매거진에서 취재하고 인터뷰하며 글밥 먹고 살았다. 지금은 친환경 코스메틱&세제 브랜드 ‘베베스킨’ ‘뷰가닉’ ‘바즐’의 홍보 마케팅을 하며 생전 생각도 못했던 ‘에코 클린 라이프’ 마케팅을 하며 산다.

김수연 대중문화 칼럼니스트 writer@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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