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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언스] 토성 600배 고리 가진 외계행성 J1407b에 무슨 일이?

15년 넘게 다시 관측 안 돼…외계행성 아니라 떠돌이 행성일 가능성도

2023.04.24(Mon) 09:53:58

[비즈한국] 우주에는 아주 다양한 외계행성이 있다. 그 중 가장 이상한 곳을 꼽는다면 나는 J1407b라고 생각한다. J1407b는 J1407 주위를 도는 외계행성으로, J1407는 센타우루스자리 방향으로 430광년 떨어진 아주 어린 별이다. 2007년 천문학자들은 이 별 곁에서 지금껏 본 적 없는 아주 이상한 존재를 발견했다. ​아주 거대한 무언가가 ​​빠르게 ​별 앞을 가리고 지나갔다. 천문학자들은 이것이 아주아주 거대한 고리를 가진 행성이라고 추정했다. 고리의 지름만 1억 8000만 km에 달한다. 태양에서 지구 사이 거리가 1억 5000만 km다. 이 정도면 토성 고리보다 200배는 더 넓다. 한 행성의 고리가 태양에서 지구까지의 거리에 버금갈 만큼 아주 크게 펼쳐져 있는 것이다. 이 행성은 처음 발견한 천문학자의 이름을 붙여서 ‘마마젝의 행성’이라고도 불린다. 

 

1AU 크기 수준의 거대한 고리를 가진 J1407b 행성 상상도. 이미지=Ron Miller


최근 몇 년 사이 이 외계행성이 또다시 천문학계에서 뜨거운 논쟁의 중심에 섰다. 2007년 처음 목격된 이후 천문학자들은 이 외계행성이 또 다시 별 앞을 가리고 지나가는 순간을 보기 위해 많은 관측을 진행했다. 그런데 현재까지 두 번째 트랜짓은 목격되지 않았다. 처음 발견되고 나서 15년이 흐르도록 보이지 않는 것, 행성이 사라진 것이다! 

 

15년이 흐르도록 다시 관측되지 않은 J1407b 행성. 어디로 사라진 걸까?

 

J1407 또는 V1400으로 불리는 별은 아주 역동적인 어린 별이다. 밝기가 요동치는 변광성이다. 2007년 당시 천문학자들은 Super-WASP(Wide Angle Search for Planets) 관측 프로젝트를 통해 태양계 주변 가까운 별들의 밝기 변화를 모니터링했다. J1407​도 당시 관측된 수많은 별 중 하나다.

 

보통은 별 표면의 어두운 흑점이나 별 앞을 주기적으로 가리고 지나가는 작은 행성으로 인해 별빛이 변화하는 것을 찾는 평범한 관측 프로젝트였다. 그런데 J1407는 밝기 변화 패턴이 너무 이상했다. 2007년 4월 초 갑자기 별빛이 급격하게 어두워지기 시작하더니 5월경에는 별빛의 거의 95% 가까이 어두워졌다. 6월이 되자 원래 밝기로 돌아왔다. 보통 행성은 별에 비해 훨씬 작다. 행성 하나가 별을 가려봤자 전체 별빛의 0.1~1%만 어두워질 뿐이다. 그런데 전체 별빛의 95%까지 어두워지다니. 무언가 엄청 거대한 것이 별 앞을 가리고 지나갔다는 뜻이었다. 

 

이상한 건 이뿐만이 아니었다. 2007년 4월부터 6월 사이 별빛의 밝기 감소 패턴을 보면 중간중간 어두워지다가 갑자기 다시 밝아지다가 또 다시 갑자기 어두워지다가 밝아지는 아주 지글지글한 모습을 보인다. 게다가 그 모습이 대칭적이다. 2007년 4월에서 5월까지 별빛이 어두워질 때의 패턴과 5월에서 6월까지 다시 별빛이 밝아질 때의 패턴이 정확하게 데칼코마니처럼! 

 

2007년 관측한 J1407 별의 복잡하고 대칭적인 밝기 변화를 보여주는 광도 곡선.

 

이를 통해 당시 에릭 마마젝의 연구팀은 아주 거대한 고리를 두른 행성이 별 앞을 가리고 지나갔다고 추정했다. 토성 고리도 단순히 하나의 커다란 원반이 아니라 중간중간 고리 사이 빈틈, 간극이 있다. 연구팀은 J1407을 가린 거대한 고리에도 중간중간 빈틈이 있다고 추정했다. 그 경우 두꺼운 고리가 별을 가릴 때는 별빛이 어두워 보이다가, 중간에 빈 틈 사이로 잠깐 별빛이 들어오면 별이 다시 밝아 보이는 이런 복잡한 패턴을 그릴 수 있다. 게다가 데칼코마니처럼 패턴이 대칭적이라는 사실 역시 거대한 고리 행성 가설에 힘을 실어준다. 

 

이 행성 주변 거대한 고리 사이 빈틈은 고리 물질이 반죽되고 위성이 만들어지면서 생긴 흔적일 수도 있다. 실제로 토성 주변 고리 사이 간극에서도 크고 작은 위성들의 궤도가 그 빈틈을 채우고 있다. 특히 중심 별이 2000만 년도 안 된 아주 어린 별이기 때문에, 이제 막 태어난 어린 행성 주변에서 한창 위성들이 반죽되고 있을 가능성도 충분하다. 아직까지 외계행성 곁을 도는 외계위성의 존재가 명확하게 검증된 적은 없다. 만약 이곳이 정말 거대한 슈퍼 토성 행성이라면 외계위성의 존재를 간접적으로 보여주는 중요한 증거도 될 수 있다. 

 

일부 천문학자들은 원시 행성 원반이었을지 모른다고 추측한다. 사진=ESO/L. Calçada


토성 고리에도 사이사이 빈틈이 있다. 그 사이를 크고 작은 위성들이 돌고 있다. 사진=NASA

 

당시 분석에 사용된 Super-WASP 관측 데이터에서는 이 슈퍼 토성 행성에 의한 트랜짓이 딱 한 번 관측되었다. 하지만 천문학자들은 이 행성의 독특한 모양 덕분에 행성의 공전 속도를 유추할 수 있었다. 거대한 고리를 함께 거느린 채 별 앞을 가리고 지나간 덕분에, 별빛이 어두워지는 패턴이 얼마나 빠른 속도로 진행되었는지만 보면 이 행성이 우주 공간을 떠다니는 속도를 알 수 있다. 이를 통해 천문학자들은 이 행성이 중심 별 곁에서 대략 3~15년의 주기로 돌 거라 추정했다. (단 한 번의 트랜짓만으로 유추한 결과이기 때문에 오차가 크다.) 

 

어쨌든 정말 별 곁에 붙잡혀 궤도를 도는 외계행성이 맞다면, 그 다음 주기가 되었을 때 또다시 별 앞을 가리고 지나가는 모습이 목격되어야 할 것이다. 천문학자들은 그 다음 트랜짓을 계속 기다렸다. 그런데 지금까지 이 행성의 두 번째 트랜짓은 목격되지 않았다. 행성의 공전 주기로 추정된 최대 예측치가 15년인데, 15년이 넘도록 다음 트랜짓은 보이지 않는다. 이 미스터리를 풀기 위해 2018년 한 연구팀이 미래가 아닌 과거의 기록을 뒤졌다. 무려 디지털 관측을 하기도 훨씬 전, 사진 관측만 있던 1890년대 데이터까지. 이 별을 관측한 역사 속의 모든 데이터를 다 뒤져본 것이다. 하지만 과거 130년의 관측 데이터에서도 별은 그저 평범하게 빛나고 있을 뿐 또 다른 급격한 트랜짓은 확인할 수 없었다. 

 

ALMA로 관측한 J1407 별 주변 하늘. 별에서 아주 멀리 떨어진 곳에 무언가 전파를 내보내는 광원을 볼 수 있다.

 

최근엔 아예 가시광 빛이 아닌 적외선과 mm 파장의 전파 관측을 통해 이 사라진 외계행성을 추적하려 시도했다. 설령 이 미지의 행성이 지금은 별 곁에서 멀리 벗어나 어둠 속에 숨어 있더라도, 적외선이나 전파 파장에서는 흔적을 남길 수 있다. 칠레의 전파 망원경 ALMA와 초거대 망원경 VLT를 통해 적외선 관측을 함께 진행했다. 천문학자들은 별 J1407 주변 행성이 돌고 있을 것으로 추정되는 궤도 범위에 또 다른 천체가 있는지를 확인했다. 하지만 그 어떤 것도 보이지 않았다. 그런데 재밌게도 예상 궤도 범위를 훨씬 벗어나 별에서 멀리 떨어진 곳에서 적외선 빛을 희미하게 내는 또 다른 천체를 하나 발견했다. 

 

이건 중심 별에 붙잡혀 있는 천체라고 보기 어려운 아주 먼 거리다. 이 새로운 발견을 통해 일부 천문학자들은 당시 발견된 J1407b가 사실은 별의 중력에 붙잡혀 곁을 도는 외계행성이 아니라, 훨씬 가까운 거리에서 우연히 배경 별 앞을 가리고 지나간 떠돌이 행성일 가능성도 있다고 추정했다. 물론 가능은 하지만, 이렇게 희한한 행성이 정말 우연하게 딱 별 앞을, 그것도 그리 멀지 않은 비교적 가까운 별 앞을 가리고 지나가는 순간을 딱 놓치지 않고 지구에서 관측했다는 건 정말 엄청난 우연에 우연이 겹친 결과라 할 수 있다.

 

지금도 많은 천문학자들은 다양한 망원경을 동원해 기약 없는 다음 트랜짓을 기다리고 있다. 정말로 말도 안 되는 우연이 겹쳐 운 좋게 아주 이상한 떠돌이 천체를 포착한 것일까? 아니면 한참 뒤에 두 번째 트랜짓을 관측해 이 논란을 끝낼 수 있을까? 실종된 외계행성 J1407b, 아니 외계행성인지조차 확실치 않은 이 수수께끼의 존재가 부디 조만간 인류의 망원경 속으로 돌아오기를 바란다.

 

참고

https://iopscience.iop.org/article/10.1088/0004-6256/143/3/72 

https://iopscience.iop.org/article/10.1088/0004-637X/800/2/126

https://www.aanda.org/articles/aa/abs/2021/08/aa40768-21/aa40768-21.html

https://www.aanda.org/articles/aa/full_html/2020/01/aa36141-19/aa36141-19.html

https://www.aanda.org/articles/aa/full_html/2018/11/aa34004-18/aa34004-18.html

 

필자 지웅배는? 고양이와 우주를 사랑한다. 어린 시절 ‘은하철도 999’를 보고 우주의 아름다움을 알리겠다는 꿈을 갖게 되었다. 현재 연세대학교 은하진화연구센터 및 근우주론연구실에서 은하들의 상호작용을 통한 진화를 연구하며, 강연과 집필 등 다양한 과학 커뮤니케이션 활동을 하고 있다. ‘썸 타는 천문대’, ‘하루 종일 우주 생각’, ‘별, 빛의 과학’ 등의 책을 썼다.​​​​​​​​​​​​​​​​​​​​​​​​​​​​​​​​​​​​​​​​​​​​​​​​​​​​​​​​​​​​​​​​​​​​​​​​​​​​​​​​​​​​​​​​​​​​​​​​​​​​​​​​​​​​​​​​​​​​​​​​​​​​​​​​​​​​​​​​​​​​​​​​​​​​​​​​​​​​​​​​

지웅배 과학칼럼니스트 writer@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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